현문학
5년 전 중국 스마트 폰 시장에 혜성처럼 등장한 샤오미(小米)의 레이쥔(雷军) 회장은 기업인 연도 대상까지 거머쥔다. 의기양양해진 그는 CCTV 시상식 프로그램에서 옆자리에 있던 동밍주(董明珠) 거리(格力)전기 회장에게 10억 위안(약 1700억 원) 내기를 건다.
5년 후에 샤오미 매출이 거리를 앞서면 1위안(약 170원)을 받고 그렇지 못하면 10억 위안(약 1700억 원)을 주겠다고 떠벌인 것이다. 물론 법적 구속력이 없는 내기지만 여론의 관심을 끈다.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는듯한 재미에다 5년 후 인터넷과 제조업의 판세를 점쳐볼 수 있는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마윈(马云)도 당시 최고 부자였던 왕젠린(王健林) 완다 그룹 회장을 상대로 백억 대 내기를 걸어 세인의 관심을 끌던 시기다.
동밍주(董明珠) 거리(格力)전기 회장 |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중국판 기업 도박은 모두 도전자의 패배로 끝난다. 최종 집계된 샤오미의 작년 매출은 1749억 위안으로 선전했지만 2000억을 훌쩍 넘긴 거리를 앞서지 못한다.
앞서 2020년에 전자상거래가 중국 소매시장의 50%를 넘길 것이라고 큰 소리 친 마윈도 고개를 숙인다. 기대와 달리 지난해 말 중국 전자상거래 비중은 23%에 그쳤기 때문이다.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소비품 판매 총액은 38조0987억 위안이다. 이중 전자상거래 비중은 9조0065억 위안이다.
증가율로 따지면 내수 증가율이 9%인데 반해 전자상거래는 24%의 속도로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족탈불급이다. 내년까지 두고 볼 필요도 없이 게임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왕젠린(王健林) 완다 그룹 회장 |
물론 결과를 두고 아직까지 레이쥔이나 마윈 모두 시원하게 승복하지 않고 있다. 신 산업의 승리를 은근히 응원하는 듯한 중국 관중들도 여전히 진행형인 게임으로 보는 모양새다.
샤오미는 지난해 매출을 53%나 올린다. 순익도 60% 늘어난다. 사물인터넷(IoT)기기 판매에서 1억5100만대로 전년 대비 193.2% 증가한 덕택이다. 매출 34%에 순익 20% 늘린 거리보다 증가율 면에서는 크게 앞선다.
도박을 걸 당시인 샤오미의 2013년 매출은 266억 위안이다. 당시 1200억 매출을 올린 거리의 5분의 1 정도다.
5년 만에 샤오미의 매출은 1500억 위안이나 증가한다. 연평균으로 따지면 45% 대 성장이다.
내기를 한 5년 간 10%대 성장을 한 거리와 4.5배 차이난다. 거리의 경우 10년간 평균 성장 속도가 22%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속 상태다.
직원까지 합친 인당 생산 효율로 따져도 비교불가다. 공장도 매장도 없던 샤오미의 직원은 4000명인데 반해 거리는 7만2000명이다. 18분의 1의 인력으로 대형 제조업체와 경쟁하는 셈이다.
샤오미는 거리와의 경쟁을 의식해 지난해 매출 늘리기에 주력한다. 상반기 50%넘게 증가하던 매출은 그런데 하반기 들어 절반이하로 줄어든다.
스마트 폰도 매출 성수기인 4분기에는 28%나 하락한다. 순익도 6%로 1년 전 7%보다 떨어진다. 작년 41% 성장하며 1138억 위안의 매출을 올린 스마트 폰 실적을 무색케 만드는 대목이다.
스마트 폰 시장에서 5분기 연속 하락세다. 올해는 더 어려워져 8% 이상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사물인터넷(IoT) 관련 소비재 매출과 인터넷 서비스 분야는 34% 성장한다. 순익도 4분기 10%대로 1년 전 3%보다 호전된다.
사실 샤오미의 신화는 지난 2015년 끝난다. 매출이 뚝뚝 줄더니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도 맛본다.
2016년 매출은 593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5.6%나 줄어든다. 저가를 앞세운 오포(OPPO)와 연구개발로 무장한 화웨이 폰이 급부상한 시기다.
중국내 톱 3에서 밀려난 샤오미는 대신 사물인터넷 소비재와 인도 등 해외시장 개척에 주력한다. 덕분에 지난해 해외 매출은 700억 위안대로 전년에 비해 118%나 신장한다. 해외에서 총 매출의 40%를 벌어들이는 구조다.
인도시장에서는 연속 6분기 매출 1위를 달리는 중이다. 카날리스 수치에 따르면 2018년 샤오미는 인도서 59.6% 성장한다.
샤오미의 인도 성공 모델은 동남아로 건너간다. 동남아 최대 전자성거래 플랫폼인 자라다(lazada)에 올리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6개국에서 전자상거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으로 급상승한다.
여세를 몰아 서유럽 시장까지 진출한다. 비록 개척 단계이지만 지난해 서유럽 판매 증가율이 415.2%를 기록할 정도다.
중국 전통 제조업체를 대변하는 거리는 모든 가전을 생산하지만 에어컨 분야에서는 표준 기업으로 통한다. 에어컨 경쟁기업인 메이디(美的)와는 갈수록 격차를 벌이고 있다.
에어컨 외에 다른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매출이 매년 50% 이상 늘고 있다. 자신 만만해진 동밍주 회장은 2014년 이후 사업을 스마트 폰과 반도체 전기 자동차 영역으로사업을 확대한다.
이때부터 거리의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다. 전체 매출의 5% 정도 차지하는 신규 사업 중 대부분은 적자 상태다.
스마트폰은 ODM 업체인 원타이커지(闻泰科技) 지분 5%를 30억 위안을 인수하며 뛰어든다. 이에따라 2015년 거리의 매출은 1005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400억 위안 가까이 곤두박질친다.
신에너지 분야인 전기 자동차 사업도 문제 투성이다.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지만 지난 2년 간 법정 대표자를 24차례나 바꿀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또 500억 위안을 들여 뛰어든 반도체도 아직은 수익을 못 낸다. 지난해 기업인 신년회에 참석한 동밍주 회장은 “남들이 안하는 분야에 투자했기 때문”에 손해 본다며 여장부로서의 배포를 보인 게 전부다.
다행히 2017년 이후 에어컨 판매가 에상 밖의 호조를 보이는 덕에 그룹 매출 1500억 위안 대를 넘어선다. 3년 만에 사업다각화 이전으로 복귀한 셈이다.
여세를 몰아 지난해 매출은 2000억 위안 대를 거뜬히 돌파한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순익도 224억 위안으로 45%나 증가한다.
그런데 여전히 에어컨 매출이 80%를 차지하는 점은 극복해야할 과제다. 남들이 다 하는 해외사업도 지지부진하다.
경쟁업체인 하이얼(海尔)은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메이디도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과 대조적이다. 해외에서는 거리전기라는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많을 정도다.
여장부 소리를 들으며 화장품 외판원으로 거리전기를 일군 동회장의 도전 야욕을 불태우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업다각화를 시도할 후계자를 양성하지 못한 게 발목을 잡고 있다.
샤오미와 거리전기의 최근 경영 상황을 지켜보는 여론의 관심은 지난 5년간의 도박보다 누가 향후 5년을 더 버텨낼 수 있을까에 모아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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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
10억위안 내기에 진 중국 갑부의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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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9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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