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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 이어 패션 종주국 이탈리아에서도 지나치게 깡마른 모델들의 출연이 금지될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체질량지수(BMI) 16~17에 불과한 나오미 캠벨이나 클라우디아 시퍼 같은 세계적 모델들이 퇴출 위기에 처했다. 이 같은 결정이 내려진 결정적인 이유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말라깽이 모델들의 죽음 때문. 지난 달 사망한 브라질 출신 모델 마칸(21)은 키 170㎝, 몸무게 38㎏였다. 극심한 저체중이 혈관의 노화를 초래해 심근경색을 일으킨 것으로 의사들은 추정하고 있다.
정상적인 마른 체형과 저체중은 어떻게 다른가?
일반적으로 BMI 18 이하이면 저체중, 18~20이면 마른 체형으로 분류한다. BMI는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대개의 경우 일부러 굶지 않으면 BMI 18 미만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정상적인 마른 체형은 근육과 지방이 적절한 비율로 온 몸에 골고루 분포돼 있으며, 이것들이 에너지 대사와 호르몬 작용을 돕기 때문에 에너지 유입이 많더라도 이를 효율적으로 소비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때문에 다소 많이 먹더라도 체중이 늘어나지 않는다. 저체중은 그러나 에너지 대사와 호르몬 체계가 교란돼 있어 체중의 자동적인 조절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조금만 먹어도 금방 살이 찌므로 저체중 상태의 유지를 위해 계속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
저체중에 이르는 생체의 변화
다이어트를 하면 가장 먼저 몸 안의 수분이 줄어든다. 인체의 모든 신진대사는 물을 매개로 이뤄지기 때문에 대사에 지장을 받게 된다. 에너지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의 순서로 동원된다. 처음엔 간과 근육에 저장된 탄수화물 복합체 글리코겐이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지만 저체중인 사람은 애초부터 글리코겐 양이 너무 작아 곧바로 몸 속 단백질이 분해된다.
단백질은 근육에 가장 많으므로 근육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다. 단백질은 우리 몸의 활성을 유지하는 세포 내 전달체계 물질과 호르몬의 원료가 되기 때문에 근육 속 단백질이 빠져나가면 광범위한 생체 대사와 호르몬 작용의 장애가 일어난다. 마지막으로 지방이 분해되면 분해과정에서 다량의 산화물질이 생성되며, 지방에 녹는 비타민 A, D, E, K와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결핍이 일어난다.
체질량지수(BMI) 18의 건강 비밀
다이어트로 만성적인 탈수가 일어나면 전해질 균형이 깨어지면서 요로결석이 생기거나 통풍이 악화되는 등 부작용이 생긴다. 단백질을 에너지로 이용하기 위해 근육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호흡에 관여하는 근육이나 심장 근육도 위축될 수 있는데 지나치면 부정맥이나 심근염으로 사망하게 된다. 저체중인 사람의 얼마 없는 지방까지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된다면 상황은 훨씬 심각해진다. 생명 유지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스테르이드 호르몬의 결핍이 초래돼 생리불순, 무월경, 불임, 골다공증, 피부 노화 등이 일어난다.
한편 다이어트를 위해 육류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면 도리어 고지혈증에 걸릴 수 있다. 인체 내 약 80%의 콜레스테롤은 몸 안에서 저절로 합성되며, 20% 정도만 음식을 통해 공급된다. 만약 다이어트를 위해 지방 섭취를 제로(0) 수준으로 제한하면 인체 내부 센서(sensor)는 콜레스테롤의 절대 부족을 감지하고 콜레스테롤 생성량을 무제한으로 늘이게 된다. 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는 스님이나 할머니 중 상당수가 고지혈증인 것도 이 때문이다. 브라질 모델이 패션쇼 직후 사망한 사건도 높은 콜레스테롤에 의한 심근경색증으로 추정된다.
/ 임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