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민담
술탄과 자고새
유정숙
어느 날 야부즈 술탄 황제가 평민으로 변장 후 새 시장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새 시장에는 사냥꾼에게 잡히거나 덫에 걸린 각양각색의 많은 새들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자태를 가진 새들도 있었고 사람에게 훈련을 받아 사냥에 능숙한 새들과 기상천외한 재주를 지닌 새들도 있었습니다.
이때 술탄 황제의 눈에 한 무리의 자고새들이 들어왔습니다.
자고새들 위에는 ‘한 마리에 금화 1개’라고 가격표가 적혀 있었습니다. 자고새를 파는 가게 안을 좀 더 들어가 보니 놀랍게도 ‘금화 300전’이라고 판매 가격이 붙여진 자고새 한 마리가 새장 안에 있었습니다. 당연히 술탄의 시선은 금화 300전이라고 붙여진 자고새에 머물렀습니다. 술탄은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장사꾼에게 물었습니다.
- 아까 본 한 마리에 단돈 금화 1 전하는 그 많은 자고새들과 이 새가 어떤 차이가 있소? 뭔 대단한 차이가 있기에 이 새는 다른 놈들과 달리 금화 300전이나 한답니까?
장사꾼이 대답하기를,
- 이 새는 특별히 훈련된 아주 귀한 새입니다. 무엇보다도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이 새가 지저귈 때면 그 목소리가 어찌나 아름답고 감미로운지 그 소리를 들은 주변의 자고새들이 이 새 주변으로 금세 모여듭니다. 사냥꾼은 기다렸다가 모여든 새들을 쉽게 잡기만 하면 됩니다. 이 새만 있으면 더 많은 새를 잡는 것은 식은 죽 먹기입니다. 재주가 특출한, 아주 귀한 새입죠. 손님 이 새를 사시면 오늘 횡재하는 겁니다.
술탄은 장사꾼의 이야기를 듣고는 금화 300전을 주고 그 새를 샀습니다.
돈을 장사꾼에게 건네자마자 술탄은 이내 자고새의 목을 그 자리에서 비틀어 죽였습니다. 이 광경을 본 장사꾼은 깜짝 놀랐습니다.
- 아니 도대체 지금 뭐하는 거야? 당신, 제정신이야? 우리 가게에서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자고새의 목을 비틀어 죽이다니?
몹시 흥분한 새 장사꾼은 술탄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술탄은 침착하게 장사꾼에게 말했습니다.
- 자고새들에게 이 새는 자기 종족을 해하기만 하는 배반자일 뿐이지. 이런 새도 때만 다르지 결국은 다 죽게 마련이야.
낮은 목소리로 말해라
어느 날 파티흐 술탄이 동냥하는 거지에게 금화 한 냥을 주었습니다.
거지는 술탄이 준 금화 한 냥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 우리 술탄님,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저는 술탄님의 귀한 형제인데 어떻게 저에게 금화 한 냥밖에 안 주시는지요? 너무 인색하십니다.
술탄은 거지가 하는 말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술탄은 몹시 어리둥절하면서,
- 네가 나의 형제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술탄의 말을 듣고 거지가 설명하기를,
- 술탄님과 저 모두 아버지는 아담이고, 어머님은 이브가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술탄님과 저는 형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술탄은 거지의 설명을 듣고 미소를 지었습니다. 거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는 술탄은 거지의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 아이고, 동생아 낮은 목소리로 말해라. 이 말을 다른 형제들이 다 듣는다면 금을 더 받기는커녕 지금 준 금화 한 냥도 도로 뺏어야 할 판이니까.
솥을 낳았어요!
어느 날 나스렛딘 호자가 이웃에게 큰 솥 한 개를 빌렸습니다. 그러나 호자는 솥 안에 작은 솥을 하나 더 넣어 돌려주었습니다. 이웃 사람은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 이게 뭐예요, 호자?
- 당신 솥이 솥을 낳았습니다.
이 말을 듣고 이웃은 매우 기뻐했습니다.
며칠 후 호자는 그 이웃에게 다시 큰 솥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간이 한 참 지나도 호자가 솥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호자가 솥을 돌려주지 않자 이웃 남자는 호자의 집을 직접 찾아가 물었습니다.
- 호자, 빌려 간 솥 어떻게 됐어요? 언제 돌려줄 겁니까?
- 삼가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지만 솥이 그만 죽었답니다.
이웃이 몹시 황당해하며 묻기를,
- 호자, 솥이 어떻게 죽습니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나스렛딘 호자가 대꾸하기를,
- 아니 솥을 놓았다고 할 때는 잘도 믿더니 죽었다니 왜 못 믿어요?
이웃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