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양조장 관계자 50여 명
한상인씨가 연 만찬서 한식과 한국문화 맛봐
“한식은 맛이 우아해 부르고뉴 와인과 딱 맞다.”“이렇듯 최고의 음식이 있는 한국에 기꺼이 내 와인을 내놓겠다.”
부르고뉴 본 마을에 있는 ‘클로 드 부조’성에 15일(현지시간) 50여 명의 지역 와인 양조장 경영진과 양조 기술자들이 모였다. ‘와인과 함께하는 수라상’이라는 이름의 한식 만찬에 초대된 것이었다. 이 성은 최고 품질의 부르고뉴 와인임을 보증하는 ‘슈발리에 뒤 타스트뱅’ 훈장 수여식이 열리는 곳이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2㎞쯤 가면 세계 최고의 와인의 하나로 꼽히는 ‘로마네 콩티’의 포도밭이 있다.
만찬은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파리대 교수를 지낸 한상인(여·60·사진)씨가 삼성전자 등의 후원을 받아 마련했다. 한씨는 2008년부터 한식과 와인을 접목시키는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식세계화 운동의 일환이다. 지난해에는 서울에서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의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한복 패션쇼를 곁들인 한식 소개 행사를 만들었다.
한씨는 “음식이 아무리 뛰어나도 문화와 함께 어우러져야만 외국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며 “세계 최고의 와인이 만들어지는 곳에서 한식의 맛을 인정받고 싶어 이곳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부르고뉴 본 마을의 ‘클로 드 부조’성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식 만찬 행사에 참석한 부르고뉴 와인 양조장 주인과 양조 기술자들이 한국 궁중요리를 시식하고 있다. | |
한식 조리는 롯데 호텔의 이병우 주방장 등 요리사 네 명이 맡았다. 게살 샐러드, 삼계죽, 관자요리, 신선로, 떡을 넣은 팥죽이 네 종류의 부르고뉴 와인과 함께 차례로 식탁에 올랐다. 식기는 모두 백자 장인인 이기조 중앙대 교수(도예학과)의 작품을 공수해 썼다.
세계 최고 수준의 맛과 향 감별사를 자처하는 프랑스 와인 장인들은 식사 뒤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르플레브 양조장의 주인인 안클로드 르플레브는 “한식이 이토록 섬세한 음식인 줄 몰랐다. 여태껏 한국에 우리 와인을 수출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는 몇 병이라도 보내도록 노력해야 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몇 차례 주문이 있었지만 한 해 생산되는 1만5000병으로는 단골 손님들에게 보내기도 빠듯해 응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르플레브는 세계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평가받는 ‘퓔리니 몽라셰’ 등을 생산한다. 이곳의 특등급 와인은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들다.
보노 뒤 마트레이 양조장을 운영하는 장샤를 르볼 드라모리니에르는 “한식은 재료들의 조화가 뛰어나고 깊은 맛을 지녔다는 점에서 부르고뉴 와인과 닮아 서로 잘 매칭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한국의 음악과 춤, 그리고 음식을 보니 한국이 매우 사색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