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환은 한쪽으로 꼬았던 다리를 풀고 다시 다른 방향으로 꼬았다.
다리가 저렸다.
'으...............-_-;;'
첫시간부터 감이 안좋았다.
원래 언어는 그럭저럭 푸는 유환이었지만 아무래도 이번 모의고사는 처음이라고 애들 겁주려고 낸 모양이었다.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혼재? 애매와 모호는 명백히 다른 개념이다? 이..........상노무잿지들...... 어디...어디꺼야? 종로? 엿먹어라 시댕.......'
머리를 쥐어짜며 괴로워하던 유환은 이내 지문을 주욱 훑고는 그냥 답을 척척 찍기 시작했다.
'이건 풀라고 낸 문제가 아냐 필시......'
"야,이번거 쉽지 않냐? 풀만했지..."
연경이 떠들고 있었다.
'상X.......'
유환은 엎드린채로 가방에서 CDP를 꺼냈다.
"u motherfxxker!!!!! just shut yo fxxkin mouth......!!!!"
'딱 너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다 장연경.......'
프레드의 왝왝대는 소리를 들으며 유환은 설풋 잠이 들었다.
'............................?'
유환은 억지로 눈을 떴다.
"오... 좋은음악 듣네..."
'누구...누구냐....'
가물거리는 시선에도 또렷이 잡히는 새빨간 세미롱 헤어.
뿔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꼬리가 태극모양으로 살짝 올라간, 햇살에 비쳐 다갈색으로 반짝이는 눈동자.
'헉.'
"종울린지 5분이 지났네..."
음악선생님이 생긋 웃었다.
"시험지 나눠줘도 되겠어요?"
"예? 예........."
선생님은 이어폰을 유환에게 넘겨주고 교탁 쪽으로 몸을 돌려 걸어갔다.
순간 뇌리를 스치는....
'나...... 침흘리고 잔거 아냐?'
유환은 사색이 되었다.
이번시간이야말로 유환이 지옥에 있다고 느끼는, 수리탐구 1, 수학 시간이었다.
미적분이야 일찌감치 제끼고, 대입해서 풀수 있는 도형문제에 20분째 한창 매달리다 유환은 문득 눈을 들어 선생님쪽을 보았다.
선생님은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선이 예뻤다.
'허걱......뭐야 나 변태같이......'
유환은 다시 시험지에 코를 박고 끙끙대며 새카맣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드디어 종이 울렸다.
유환은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하고 뒷자리 애가 답안지를 걷어가는 모습을 비참한 심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번엔 30점대도 안나오겠네...'
"다 냈나요?"
선생님이 물었다.
"예에."
맥없는 대답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어려웠어요?"
"예에."
선생님은 잠깐 고개를 숙이고 답안지를 정리했다.
순간 선생님의 눈가에 스치는 수심기는 유환의 착각이었을까.
"여러분."
선생님은 웬일인지 나가지 않고 교탁 양쪽 끝에 손을 걸치고 기댄 자세로 아이들을 불렀다.
이미 일어서 있던 몇명도 선생님을 주목했다.
"성적표 언제 나오죠?"
"2주...쯤 걸려요."
누군가 자신없게 대답했다.
"예전에도 모의고사 본 적있죠?"
"예에."
"거기 언어,수리,외국어, 그게 단가요?"
"제2 외국어도 있는데."
선생님은 장난기어린 대답이 들려온 쪽으로 잠시 미소를 보냈다.
"그럼 거기 여러분을 평가해 주는 모든 것이 그 다섯과목으로 끝나나요?"
".........................."
"기억하세요 여러분.... 그 작은 종이쪽지 안에 채 다 못 들어가는 것을 여러분은 가지고 있어요. 사실을 말하자면,거기에는 아무것도 없답니다."
선생님의 얼굴이 다시 빛나는 미소로 돌아왔다.
유환도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점심시간인데 못 나간다고 그렇게 나를 째려보면 난 주걱 가지고 튀어버릴 테야."
".............................."
"나가서 밥 먹어요."
선생님이 문을 닫고 나가자 반은 또다시 광란의 도가니가 되었다.
'뭐라는 거냐.........절라게 시끄럽네......'
다리아는 인상을 쓰고 오답노트를 넘겼다.
밥이야 모의고사용 도시락으로 이미 때운 뒤였다.
다리아는 모의고사날은 급식을 먹지 않았다.
D- day 에 대비해 도시락으로 소식하라는 엄마의 말이 아니더라도 다리아는 급식이 싫었다.
'비열과 열용량....마찰력...탄성계수.... ......................근데 아까 그 귀찮은 선생, 여전히 종알거리는군...... 이놈 저놈 다 똑같은 멍청이들이야...... 뭘 해결해줄수 있다고 떠벌리는 거지? 영웅이라도 되고싶은가 보지?'
비웃음이 다리아의 입가에 떠올랐다.
그 종이비행기 사건으로 인해 이미 다수의 아이들이 음악선생님을 선망하는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때가 어느땐데 지금... 병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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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로 보여준다는 오페라를 마다하고 아이들과 도망나와서는 이렇게 찌글거리고 있군요...-_-
서대문 문화체육회관...
연희동에 있는 거였는데, 물론 옛 집이랑은 먼 곳이었지만 저 작은 수퍼마켓,저 가로수들을 오빠가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하나라도 놓치기 싫더군요...^^;;;
앗.지금 피씨방에 시베리안 허스키가 왔습니다...
나의 꿈의 개....ㅠㅠ
한번 만져보고 싶지만, 뻔뻔하게 아는척하는 것도 힘들어요...ㅠㅠ
그럼 여러분 감기조심,
앗, 그리고 환장할 태지님, 점심시간에 아이들이 문을 박차고 달려간 건 급식 줄을 서기 위해, 혹은 매점으로 달리는 거였답니다...(설명이 부족한 거였어....-_-;;;)
읽어주신 모든 분들 기냥 감샤드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