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 지는 최근 하루에 15억 2865만 원씩 돈을 쓰는 사업가 척 피니(83)씨에 대한 기사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피니씨는 1982년부터 15년 동안 75억 달러, 한화로 약 8조가 넘는 돈을 기부하고 재산의 99%를 자선사업에 내놓았다. 그런데 이런 기부 사실은 철저히 비밀에 붙여졌고, 1997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비밀리에 ‘아틀란틱 필란트로피’라는 재단을 창립했던 그는 이를 통해 선천성 질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또 개발도상국 지원, 의학 연구 시설 마련 등에 재산을 털어 넣었다.
아일랜드계 노동자 출신 부모 밑에서 태어나 그리 넉넉한 성장 환경을 갖지 못했던 그는 면세점 사업으로 자수성가, 큰돈을 벌었다. 그의 자서전 제목은 그래서 ‘억만장자가 아니었던 억만장자’다.
전 세계에서 알아줄 만큼 거부임에도, 그의 평소 생활은 ‘절약과 검약’이 철저히 몸에 배어있는 모습이라고 한다. 15불 정도에 불과한 손목시계를 사용하는가 하면 비행기도 항상 일반석을 이용하고 변변한 자가용도 없다.
그의 생활신조가 눈에 띈다. ‘부는 사람을 돕는데 쓰여 져야 한다’ 는 것이다. 그것을 ‘평생 변하지 않는 한 가지 생각’이라고 했다.
언론들은 그같은 피니씨의 소신을 성장 배경에서 찾는다. 부족했지만, 신실한 신앙 속에 어려서 부터 이웃을 돕는 습관을 몸에 익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선행을 절대 자랑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가르침 영향이 컸다고 한다. 어머니는 차가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는 이웃을 위해 일부러 볼 일을 만들어 외출하는 등 생활 속의 선행 자선을 솔선수범했다.
19세기 자선가 앤드류 카네기를 존경 한다는 피니씨의 죽기 전 소원은 마지막으로 서명한 수표가 ‘부도’나는 것이란다. 죽는 순간 자신의 재산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는 말과 함께.
이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한국의 기부 문화는 여전히 초보 수준에 머물고 있다. 3일 영국 자선구호재단(CAF)이 세계 135개국을 대상으로 조사 평가한 기부지수에서 한국은 2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필리핀(16위), 스리랑카(10위), 인도네시아(17위)보다 못한 수치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기부 형태를 볼때 이웃돕기 성금의 70%는 대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개인 기부자는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인들의 기부도 자선을 위한 순수 기부보다는 경조사비와 종교적 헌금 비중이 높다고 한다.
자선주일이다. 가톨릭 신앙인들에게 자선은 이웃 사랑의 직접적인 표현이고 구체적인 실천으로 얘기된다. 단지 가진 것을 나누는 차원을 넘어서, 누구나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복음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금년 자선주일 담화에서도 인용됐 듯, 제2차 바티칸공의회 문헌 평신도교령 8항에서는 “교회는 자선 활동이 남에게 넘길 수 없는 자신의 의무이며 권리라고 주장한다”고 명시한다. 그렇게 볼 때 신앙인의 입장에서 이웃을 돕기 위해 주머니를 열어 나눈다는 것은 액수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최근 언론에 따르면 급식을 받지 못해 방학 때면 밥을 굶는 아이들 숫자가 서울에만 5만여 명이다. 한국사회의 고도성장 모습을 빗대서 흔히들 ‘요즘 굶고 사는 사람이 있느냐’고 하지만 이처럼 실제 우리 주변에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라는 말이 무색하게, 끼니를 굶고 엄동설한에 난방도 하지 못한 채 차갑게 겨울을 나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척 피니씨는 “돈은 어려울 때 일수록 더 큰 일,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 새삼 절절하게 가슴을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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