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죽음: 한 말기 환자가 전한 ‘좋은 죽음’의 비밀
기독일보 최승연 기자(press@cdaily.co.kr)
파멜라 파일 박사. ©drpamela.com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는 파멜라 프린스 파일 박사의 기고글인 ‘죽음이 문을 두드리고 있을 때 어떻게 희망을 찾을 수 있을까?’(How do you find hope when death is knocking at your door?)를 5일(현지시각) 게재했다.
파일 박사는 내과 의사로 재직 중에 있으며 1992년 캐롤라이나 보건 전문가(CHS)가 선정한 세 명의 의사 중 한 명으로, 미국 내 대학 외부에서 최초의 병원 기반 내과 진료를 시작했다. 다음은 기고글 전문.
한 말기 환자의 병실 앞에서 숨을 고르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녀의 상태가 악화되는 모습을 병원 방문 때마다 확인할 수 있었고, 이제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녀도 이를 알고 있었고, 그날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고 요청했다. 침대에 조심스럽게 앉자 그녀가 눈을 떴다. 나를 알아보고 마스크 너머로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앞으로 몸을 기울여 서로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간결하지만 깊이 있는 질문을 던졌다. 33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임종 대화를 나눴지만, 이렇게 직접적인 질문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최대한 분명하고 정직하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 순간은 예상보다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도 보여준 조용한 강인함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가족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그녀가 깊이 그리울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을까?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전해야 해서 너무 미안해요”라고 말했을 때,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자 그녀가 내 다른 손을 더욱 꽉 잡았다. 그리고 나를 위로하듯 말했다.
“괜찮아요. 저는 좋은 죽음을 맞이할 거예요. 가족들을 잘 준비시켜 주세요. 저는 준비됐어요.”
죽음을 맞이하는 신앙의 힘
삶의 마지막 순간은 두려움, 슬픔, 불확실성, 때로는 안도감이 뒤섞인 감정의 소용돌이를 동반한다. 이러한 신성한 전환의 순간을 돕는 것은 신앙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신앙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견딜 수 있도록 하는 희망의 원천이다.
말기 환자로서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은 단순한 의학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영적인 여정이기도 하다. 나는 환자들을 만날 때마다 성령께서 나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이끌어 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환자나 가족들에게 “기도해 드려도 될까요?”라고 물으면 항상 “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긴장된 어깨는 간단한 기도의 리듬 속에서 풀어진다. 환자나 가족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든 없든, 나의 믿음은 그들에게 위로를 준다.
의학은 통증 관리와 증상 완화를 제공할 수 있지만, 신앙은 그 이상을 제공한다. 신앙은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삶과 죽음을 초월한 더 큰 그림을 바라보게 한다.
그녀가 전한 ‘좋은 죽음’의 비밀
그녀가 던진 질문들은 죽음의 과정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녀의 확신은 죽음 자체에 있었다. 우리는 흔히 ‘죽음’과 ‘좋음’이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녀는 평온한 모습으로 삶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마치 남겨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비밀을 알고 있는 듯했다.
나는 그녀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님이 내 삶에 베푸신 은혜 덕분이었다. 하지만 그녀에 대해 글을 쓰면서 비로소 그 비밀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적지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녀는 ‘천국을 기다리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우리는 흔히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과 세금뿐”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죽음이 문을 두드리는 순간까지도, 우리는 마치 자신에게는 먼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나는 아직 죽음을 걱정할 필요 없어. 앞으로 30~40년은 남았으니까.”
그러나 진실은 이렇다. 죽음은 삶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죽음을 깊이 생각할수록 현재를 더 온전히 살게 된다. ‘좋은 죽음’이란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하나의 삶의 방식이다. 천국을 기대하며 사는 삶은 우리의 시선을 영원에 두면서도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도록 만든다.
신앙이 죽음을 넘어 희망을 주다
죽음을 마주하면 “그 다음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신앙은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제공한다. 성경은 이렇게 말한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확신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니” (히브리서 11:1)
기독교 신앙은 죽음을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관문으로 바라본다. 그곳에는 더 이상 고통이 없고, 사랑하는 이들과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신앙은 두려움을 평온으로, 불안을 수용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다.
말기 환자들에게 이러한 관점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 정립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을 평안과 목적 속에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영적·정서적 혼란을 극복하는 길
죽음을 앞둔 환자들은 종종 후회, 해결되지 않은 갈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떠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겪는다. 이러한 감정을 다루는 것은 신체적인 증상을 관리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기독교 신앙은 회복과 용서를 강조한다. “어떤 죄도 하나님의 용서보다 크지 않다”는 복음의 메시지는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영적 정화를 제공하며, 영혼이 평온한 상태로 새로운 여정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앙을 받아들인 환자들은 놀라운 변화를 경험한다. 처음에는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차 있던 사람들이 점차 죽음을 ‘도둑’이 아닌 ‘구원자’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신앙은 단순히 임종 순간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남은 삶의 태도 자체를 바꾼다.
죽음의 순간, 공동체의 역할
신앙은 개인적인 여정이지만, 홀로 가는 길은 아니다. 기독교 전통은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서로의 짐을 나누고 위로하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
목회자, 친구들, 교회 공동체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제공한다. 단순히 실용적인 도움을 넘어 영적·정서적 위안을 주며, 환자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또한, 공동체는 환자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유가족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애도 과정을 함께한다.
삶을 위한 교훈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면서 중요한 교훈을 배운다.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의 신앙과 평온함을 보며, 우리의 영적 삶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천국을 기대하며 사는 삶’은 죽음을 하나의 사건이 아닌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도록 한다. 우리는 어떻게 신앙이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방식을 형성하는지, 그리고 신앙이 가장 어려운 순간들을 어떻게 인도하는지를 배운다.
신앙이 남기는 유산
그 말기암 환자의 마지막 말은 매일 나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진다. 그것은 신앙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우리의 삶과 죽음을 형성하는 강력한 힘임을 상기시켜 준다.
결국, 신앙은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인도하는 빛이며, 희망이며, 평안을 준다. 우리가 언젠가 맞이할 마지막 순간을 생각하며, 신앙의 길을 더욱 깊이 걸어가기를 소망한다.
[출처] 기독교 일간지 신문 기독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