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두두두둥 구르릉 타당탕~ 하는 소리가 갑자기 너무나 멋지게 들렸다.
멋진 바이크에 앉아 몸을 날리고 싶은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하나 있다.
2001년 가을에는 전혀 신경도 안쓰였던 바이크의 울음소리가
2002년 가을 갑자기 내게 꽂히는건 왜일까?
건강이 좋아졌나? 힘이 남아도나?
아무튼 그 두두둥 꽈르릉~ 소리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이런 설레임을 느끼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옛날 어렸을 때 정말 예쁜 여학생을 보고 느낀 것과 비슷한 설레임인가보다.
바이크 배울만한 데가 있나하고 인터넷 검색을 해 봤다.
'아니~! 우리나라 바이크 족은 어디서 배워서 바이크를 타지?'
바이크 안전 교육을 하는 곳이 하나도 없다.
아침부터 미안한 마음으로 줄서서 무료로 강습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딱 한군데다.
'공짜는 싫은데..., 부담스러운데...'
2종 소형 면허 학원이 인천에 있었다.
125cc 탈줄 아는 사람만 등록을 받는다고 한다.
인천은 너무 머니까, 또 바이크는 한번도 안타 봤으니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한강으로 갔다.
첫날은 너무 늦게 가서 바이크 만져보지도 못하고 터덜터덜 돌아왔다.
다음에 또한번 늦게 가서 또 못탔다. 내가 원래 지각 도사다.
세번째 겨우 등록을 하고, 멀쑥하니 시작 시간이 되기를 기다렸다.
"이구~ 쑥스러워라"
대개 젊은 사람들... 나만 완전히 아저씨인가?
'저기 또 아저씨 한명 있네?' 조금 위안이 됐다.
50cc 스쿠터를 타랜다. 큰거 타고 싶은데...
밖에서 125cc 바이크를 봤을땐 그렇게 조그맣게 보이더니
그곳에서 125cc 마그마가 무지하게 크게 보인다.
교관께서 첫날부터 마구 달리라고 몰아 붙인다.
"바이크를 그렇게 살살 타서 어떻게 도로에 나가려구 하세요?"
S자 코스를 마구 눞히고 달리랜다... 흐미 무서워...
스라럼이라나? 이걸 잘해야 안전 운전을 할 수 있다니 열심히 달려보자.
근데 겁난다, 그래서 손에 나도모르게 너무 힘이 들어갔나 보다.
집에 와서 보니 손이 얼얼하다
앗~! 세째 날 부터 오른손 이 펴지질 않는다.
새끼 손가락은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다.
엄청 긴장 했나보다.
그래도 5일을 계속 배우러 가서 열심히 탔다.
"흐엇~!" 내 오른쪽 발목이 맨홀 요철에 걸려 획~ 돌아가며
꽈당~ 바이크가 팍 쓰러지고 .
"빨리 일어나세욧" 교관님의 호통이 떨어진다.
젠장 일어설 수가 없다. 발목이 돌아가 뽀사졌나보다.
간신히 일어나 쩔뚝거리며 "오늘 더 못타겠어요" 교관님에게 말했다.
때르릉~~ 때르릉~~~
"어~ 난데... 나 발목을 삐었나봐, 차 가지고 나좀 데릴러 올래?"
부인에게 전화했다.
"나 지금 친구들 만나서 점심 먹고 있어요."
부인이 정말 얄밉다. 나는 발목이 뽀사져 아파 죽겠는데...
전화통에서 여자들 웃음 소리가 들린다.
"친구들이 다들 웃겨 죽겠대, 그 나이에 무슨 오토바이를 배우냐구."
까르르 소리만 나더니
"택시 타고 들어와요" 하더니 딱 끊는다.
'아니 고수부지에 무슨 택시가 있어...'
오른발을 질질 끌며 지하철까지 1Km도 넘는 길을 걸었다.
아~! 짜증난다. 발목 뽀사진게 이렇게 아픈거구나...
한달 반을 못 탔다.
'오늘은 한번 가볼까?'
발목이 시큰~ 한다. '이크~!'
그래도 갔다. 너무 재미있어서 도저히 못 참겠다.
또 자빠졌다.
앞에서 타던 사람이 아무 이유없이 팍~ 서버린다.
나도 섰다. 그런데 오른발이 시큰하며 오른쪽으로 픽~ 자빠졌다.
으악~! 다친 오른발목이 바이크에 깔렸다.
꼼작도 못하겠다.
"바이크 좀 일으켜 줘요~!"
이그~~ 멍청한 사람. 왜 갑자기 아무 이유없이 서지?
일어나서 내앞에서 괜히 선 사람 얼굴을 보니 정말 멍청하게 생겼다.
미안하다고 히죽~ 웃는다. 이긍~~~~
마음 속으로 그놈 머리통에 군밤을 아주 쎄게 줬다.
2종 소형 면허 시험 날이다.
크랭크 한번 꺽어보지 않고 그냥 시험 등록을 한 것이다.
크랭크를 들어서서 핸들을 멋지게 오른쪽으로 돌렸다.
허나 그건 마음이었고, 내가 탄 바이크는 앞줄을 맥없이 그냥 쓱~ 넘어갔다.
삐익~ "코스 이탈 실격입니다"
나오면서 다음번 시험 등록을 하고 마음이 슬슬 급해진다.
'연습할 데가 없나? 한강에서는 면허시험 코스는 잘 안 가르쳐 주는데...'
집 동네 바이크 가게에 갔다.
왠 노랑 단발머리의 아저씨가 거들먹 거리며 앉아있다.
"저~~, 바이크 면허 연습 좀 할 수 있나요?"
"그걸 누가 가르쳐 줘요? 인천을 가시던지, 그냥 여러번 떨어지다 보면 붙을거에요."
아~! 암담하다.
알고 보니 그 노랑머리 아저씨가 가게 주인이 아니고 몇달전 면허 딴 초보였다.
나랑 동갑이고, 자기도 바이크 배우고 머리가 그모양이 됐단다.
자기 아는 사람이 요즘 아무도 자기를 못 알아 본단다.
두번째 당연히 떨어졌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아무렇지도 않았다.
연습도 안하고, 바이크 몇년씩 탄 사람들도 우수수 떨어지는
면허시험을 붙는게 오히려 이상하지...
한강에서 친해진 나이또래 4명중 한분이 마그마 중고를 사왔다.
한강에 놓아 둘테니 연습 마음대로 하란다.
흐미 이게 왠 떡이냐.
그 분 얼굴이 너무나 자상해 보인다.
아니, 너무 잘 생긴 얼굴인데 내가 아직 몰랐나보다.
나머지 세사람은 완전 횡재했다.
연습을 하는데 또 엄청 자빠졌다.
다행히 발목은 더 이상 다치지는 않았고, 시큰 거리기만 했다.
바이크 배우기 전에 개인 매물을 구경 갔었다.
파는 사람한테 한 30분 배우고 끌고 오려고 간거였다.
"에이~~ 죽어요~! 당기면 확~ 나가요. 리터급인데요."
"125cc도 못 타 보셨어요? 면허증 따가지고 오세요."
"제가 판 바이크 타고 죽으면 안되잖아요?" 한다.
그렇게 우습게 생각했는데, 바이크 정말 어렵다.
벌써 연습한지 3개월째다.
면허시험에서 크랭크 코스 첫 코너도 아직 못 돌아봤다.
6번째 시험인데 해도 너무했다.
연습을 하는데, 클러치 작동을 못하겠다.
전에도 크러치는 출발과 기어 바꿀때만 잡고는 그대로 탔으니까.
클러치 조작을 안하고 크랭크 코스를 돌려니,
천상 바이크 누이면서 휙~휙~ 돌아야한다.
무진장 여러번 자빠졌다.
어느 일요일날 연습을 하는데 스쿠터를 타고온 한 젊은이가
다른 사람을 코치해 주고 있다.
내가 안스러워 보였는지, "린아웃을 해보세요" 한다.
"린 아웃이 뭔데요?" 내가 물었다.
"바이크를 누일때 몸은 눕지 말고 똑바로 앉아 계세요." 한다.
"자~ 이렇게 하세요" 하며 시범을 멋지게 보여준다.
해보니 정말 쉽게 돌아간다. "에구 고마워요."
열심히 린 아웃 연습을 하고 시험을 보러 갔다.
또 크랭크 코스 첫 코너에서 떨어졌다.
흐미~ 성질이 슬슬 나기 시작한다. 7번이나 떨어지다니...
더 열받는 것은 면허시험장에서 만난 사람인데,
벌써 두달전에 할리를 3천만원 주고 사 놓은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도 7번째 시험이었는데 그날 붙어서 기고만장을 하고 나갔다.
자꾸 연습을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클러치 작동이 조금씩 된다.
"이번에 클러치까지 쓰는데 돼겠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생각이었다.
이번이 벌써 8번째다. 열 받아 미치겠다.
이제는 시험장에서 내 응시원서를 보면 누구나 씩~ 웃는다.
수입인지가 덕지 덕지 붙어 있으니까.
클러지도 잘 되는데 왜 또 떨어졌지? 9번 째다.
이젠 정말 연습장 프로다.
크랭크 연습을 나보다 잘 도는 사람이 없다.
"10번 째는 무조건 합격이지?" 웃기는 소리가 돼버렸다.
만화 주인공이 돼서 머리에 김이 모락 모락 솟아 올랐다.
"에이 바이크 안타면 뭐 어때. 나 안해!"
일주일이 흐르니 몸이 근질거려 도저히 못참겠다.
"에이 장난 삼아 한번 더 볼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마그마로 연습할 때는 너무나 잘 되는데, 마구 달려도 되는데...
시험장 바이크의 클러치 유격이 너무 컸다. 거의 다 놓아야 나갔다.
연습 마그마의 클러치 유격을 조정했다.
클러치를 다 놓아야 나가게 해 놓고 연습 했다.
11번째 시험...
"출발하세요~!"
"부르릉~" 연하다.
첫 코너에서 클러치를 끊고 핸들을 쫙~ 꺽으며 바이크를 뉘었다.
"이탈 되었습니다"
이크~! 클러치를 놓으며 액슬을 감았다.
아이고 간신히 살았다.
두번째 코너 클러치를 잡고 정신 없이 핸들을 왼쪽으로 꺽었다.
"어~ 어~ 어~" 앞 바퀴가 나가나?
안 나갔다. 난 나간줄 알았다.
"우와~~~~!!!! 크랭크 통과했다~~~~!!!
처음 들어가 보는 S자 코스... 너무 쉬웠다.
협로가 좁다구? 너무 넓었다.
러버콘은 자축 쇼였다.
아마 연습을 많이하긴 했나보다.
벌써 5개월 째니까 참 한심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제야 바이크를 조금 다루게 됐다는 것을 알았고
이만큼 연습 안하고 바이크를 도로에서 탔다면
사고 안나면 이상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띠~ "합격입니다. 축하합니다"
"아저씨 몇단으로 도셨어요?" 바이크를 내리는데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젊고 멋지게 생긴 친구가 내게 묻는다.
"2단이요~!" 말투도 늠름하다.
합격증을 받고 면허 발급창으로 가는데 입이 안다물어진다.
담배가 안물려 못 피웠다.
첫댓글 ㅎㅎㅎ...축하드립니다. 탈 줄 모르는 남자는 우습게 보는 바이크~...열정 없으면 절대 탈 수 없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바이크 탈 줄 모르는 남자가 탈 줄 아는 남자보다 훠~~얼~~씬 많답니다. gentle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도로에서의 바이크 타는 법 역시 녹록치 않답니다. 여러 회원님들께 차분히 차근차근 배워보시기 바랍니다. ^^*
재미있습니다
짝! 짝! 짝! 축하합니다.. 그동안의 마음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ㅋㅋㅋ 옛날 생각도 나구 재미있네요^^ 그때 저두 이 죽일놈에 크랭크가 바이크 면허시험에 도대체 왜 필요한거냐고 ....
아마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에 음모 라구 속으로 엄청 씹어 댓었는데ㅋㅋㅋ
면허 취득후 할리6년째 타고 있지만 지금도 크랭크가 꼭 필요 했던 건지는 아직두 모르겠슴......
면허 취득을 축하 드리며 안전 운전 하세요^_^
진짜 고생.............^^^^^^^^^^^^^^^^^^^^^^^^^^^^^^^
바이크 초보이신분들이 빨리따더군요 우리같이 오래 탄사람들이 보통 7~8번만에 합격하고 엄청빨리땃네요 제가 28번만에 땃어요 매일 바이크 타고 출퇴근 하는데도 시험치러가면 속도감 때문에 탈선 하고 발을땅에내리고해서 미라쥬 250cc한대값 날리고 결국엔 학원가서 땃지요 지금 생각하면 클러치 조작만 잘했드라면 두세번 만에 합격했을건데 클러치를 사용할 생각을 못했었지요 ㅋㅋㅋㅋ.
츄카 츄카 어렵게 따셨으니 더 안전운행하시고 멋진 라이더의 품성을 길르시실...
러버콘 통과는 자축 쇼 라는 표현이 번뜩이십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입이 안다물어져 담배를 못피웠다에 기냥 쓰러 졌습니다~~^^
유머스런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추카합나다. 본인은 한시간 연습하고 7번 떨어지고 8번째 합격.칠전팔기! 하고자하는 열정 앞엔 장사없습니다.^^
2종 소형 93년도 면허인데.. 그때는 굴절과 S자만 있었습니다.. 대신 점수제가 아니라.. 한번의 실수는 걍.. 탈락이였던... 젊은 나이(20살)라서 그랬었는지..1번 떨어지고 2번째 합격 했었습니다... 시골 출생이라..면허없이 125cc 바이크를.... 초등학고 6학년때 삼촌한테 처음 배워서...탔었습니다.. --;;
킁....저속에서 차량세우고 조금씩가는 연습을 안해서 그래요....그래도 그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축하드려요~~~
축하드립니다
글솜씨가 대단하시네요...축하합니다..이제 시작입니다.ㅎㅎ
마지막 입이 안다물어지셔서 담배를 못피셨단 말에 빵~ 터졌습니다 ㅎㅎ
전 98년경 10번만에 땄습니다~9번 떨어지고 열받아서 강원도 태백시에 있는 학원에 득록해서 여관에서 일주일간 묵고 따서 돌아왔지요 ㄷㄷ
그당시 대전은 100명중 5명정도 합격 하는 극악의 난이도 였습니다~ 바이크가 꼬라서...ㄷㄷ
아무튼 축하 드립니다~
ㅎㅎㅎ대단하십니다...글솜씨도,바이크면허에대한 열정도 모두다 ^^*........두번만에 어이없게 붙어버린 저로서는 할말이 별로 없네요^^*
난 한번에..ㅋㅋ
발목은 괜찮아 졌나요? ㅎ 재밋게 봤습니다.. ㅎ 저도 면허 첨 딸때가 생각이 나네요. ㅎㅎ 합격후 응시원서 받으로 2층 올라 갈때 4계단씩 올라가지더라는 ㅋㅋ
이글 읽다가 웃으워서 배꼽빠져 듁는줄 알았습니다..ㅋㅋ완전 개그작가야 어찌나 글을 재미있게 쓰시는지 ..정말 열정이 대단하십니다..4전5기 저는 4번 떨어지고 5번맞에 붙었는데 한강고수부지에서 손가락이 얼얼할도록 피나게 연습하고 붙었는데 2종원동기랑 자동차 면허는 참쉽게 땃는데 2종소형 정말 어렵긴 어렵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