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뭐 저도 아직은 젊은 편 이지만요.....) 친구들의 장래 희망이나 직업선택에 있어서 '스포츠 쪽' 이라는 막연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듣습니다. 특히 국내 스포츠 산업 현황이 그렇게 우수하지 못한 바, 미국 시장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근데 한가지 아쉬운게, 정작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분들은 많지 않으시고, 스포츠 마케팅을 공부한다면, 혹은 스포츠 전문 학과를 다닌다면, 아니면 국내에서 석박사를 취득한다면, 이것도 아니면 국내에서 학위를 딴 다음에 미국에서 공부한다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라는 너무 막연한 접근을 하고 계신분들이 미국의 유학생들이나 한국이나 너무 많이 계셔서 포괄적인 의미의 '업계선배'(?) 로서 안타까울때가 많습니다.
막말로 NBA진출을 꿈꾸시는 분들 중에 NBA리그 채용공고(www.nba.com/careers/) 한번 확인한 사람들을 몇 명 찾지 못했고, 팀별 채용 공고가 올라오는 홈페이지(nbateamjobs.teamworkonline.com/teamwork/jobs/default.cfm) 한번을 확인한 사람을 못봤습니다. KBL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농구 팀을 가고 싶으시다는 분들이 KBL 홈페이지(kbl.or.kr)가 어디인지 모르시는분들도 계시고, KBL 페이지에 간헐적으로 채용공고가 올라온다는 사실도 모르시는분들도 있습니다.
NBA 리그의 경우, 대학 2학년생들을 대상으로 리그 인턴십 경험을 줍니다. 리그 각 부서를 돌면서 경험하는 이 인턴십은 경쟁률도 치열하지만, 대신 한번 선발돼 임무를 충실히 마치면 그만큼 리그에서 일할 수 있는 확률이, 비선출 출신이더라도 크게 증가합니다. 구단들도 띄엄띄엄 인턴들을 선발합니다. 물론 업무는 단순업무에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이 경력이 있고 없고는 나중에 해당 구단에 지원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결정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인턴 경험이 한국인 같은 외국인 학생들에게 중요한 것은, 인턴의 경우 학생 신분 유지만 하면 취업에 그닥 결격 사유를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학생신분을 잃고 취업비자를 통해 취업에 나서야 하는 졸업생이 된다면, NBA 구단에 들어간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혹은 자베일 맥기에게 내일 당장 크리스 폴의 BQ가 이식되는 것 만큼 어렵습니다.
구단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가고 싶은 종목의 구단이 있다면 구단 뉴스 등록은 기본이고, 채용 정보 검색은 옵션입니다.
이렇게 해도 결국엔 길을 찾지 못해 스포츠 관련 직종 종사의 꿈을 고이 간직하거나 접는 분들이 태반인데, 정말 중요할 수 있는 20대 초반을 이거 하나 공부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믿으며 공부하고 노력하는 행위는, 마치 땅을 보고 100m질주를 하는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걷던, 뛰던, 질주를 하던. 시선은 결승점을 향해야 합니다.
이 글은, 스포츠 산업 경험자로서 제가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조언입니다.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겠지만, 길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훗날 누가 됐던 후배분이 제 비관론을 깨버릴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저는 국내 스포츠 업계에 발 하나 담근지는 올해로 햇수 11년차가 되며, 스포츠 에이전트 쪽 일을 도운바 있고, 언론인으로서 스포츠 홍보대행사 및 스포츠 마케팅 업체, LA다저스, LA클리퍼스 등 프랜차이즈 홍보실과 공동업무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력을 적는 이유는, 잘난척하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현장성 입증을 위해서라고 이해해 주시길 청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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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포츠 관련 학과를 전공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안된다?
-제 생각엔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스포츠 관련 일을 하면서 실제 스포츠 관련 전공을 하신분들을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선출의 경우엔 조금 이야기가 달라지긴 합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선출이 아닌 스포츠 팬이 스포츠 마케팅 등을 공부해 스포츠 업계로 뛰어들기란 굉장히 어려운 확률에 도전하는 셈입니다.
저는 미국이 됐든 한국이 됐든 일부 교육자들에게 굉장한 반감을 가지고 있는데, 스포츠가 최근 산업으로서 가치가 떠오르고 있는 것은 맞지만 적어도 한국에 있어선 그에 걸맞는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돈이 되는 스포츠엔 돈과 사람이 몰립니다. 돈이 안되는 스포츠에는 그만큼 기회가 줄어듭니다. 안타깝게도, 농구는 점점 후자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꿈있고 열정있는 젊은 친구들을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속여서 자기네 교육을 이수받게 하는 행위는, 다는 아니지만 일부 교육기관의 경우엔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한 학생이 자기네 전공서적 중 하나라며 스포츠 마케팅 관련 서적을 보여준 바 있습니다. 솔직히 쓴 웃음이 났는데, 전공서적은 마케팅 개론 같은 서적에 스포츠 관련 성공사례를 몇개 이어붙인 것(그나마 최근사례는 얼마 있지도 않은) 것에 불과했습니다. 무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 중에 그런 커리큘럼을 공부하고 왔다고 해서 현장에서 도움되는 이야기를 배워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제가 단언코 5%미만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그럼 어떤 전공이 좋은가?
-가장 대우받으면서 가장 훌륭한 곳에, 미국과 한국을 가리지 않고 취업을 원한다면 로스쿨 혹은 회계사 쪽으로 가닥을 잡으시는 것이 제일 확실합니다. 국내의 경우 에이전트 문화가 자리잡지 않아서 변호사 분들이 에이전트 업무를 대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고요. 제가알기론 김연아 선수의 올댓도 김 선수의 법무일을 봐주던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의 대형 에이전트 사인 보라스 코퍼레이션이나 포크 에이전트 컴퍼니 등 역시 취업 구조가 법무 혹은 회계 쪽을 공부한 운동선수 경험자가 가장 취업이 쉬운 구조로 이뤄져 있습니다.
에이전트에 뜻을 두고 있지 않다면, 언론인의 길을 걷거나, 아니면 재활 치료군 쪽으로 스포츠 메디컬 쪽은 가능성이 있습니다.
3. 스포츠와 많은 관련을 맺고 있는 회사,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곳에 들어갈 순 없는지?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글로벌 기업으로, 경력직 선발을 선호합니다. 이 쪽으로 진출하고 싶으시다면 어디가 됐든 훌륭한 경험을 쌓으시고, 채용공고가 나거나 스카웃 제의가 나올때 옮기시는 방법을 택하셔야 합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역시 재무팀있고, 인사팀 있고, 홍보팀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나오는 이야기지만 스포츠 마케팅 공부 안해도 됩니다. 경제 혹은 회계 공부해서 일반 기업 재무팀 있던 사람이 나이키로 옮기면 그날부터 그 사람은 나이키 근무자이자, 스포츠 쪽 종사자가 됩니다.
2013년 상반기 현재 기준으로 나이키나 아디다스에선 전 채용 인원 5년차 이상의 경력자를 찾고 있더군요. 신입이 선발되기는 어려운 구조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어릴적부터 사회경험을 쌓는 분위기인 미국에서는 자사 매장 파트 타임 근무경력이 있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고, 실제 파트타임부터 시작해 승진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런 사회경험을 쌓기 쉽지 않은 외국인 지원자들에게 불리한 구조죠.
4. 그렇다면 스포츠랑 담 쌓아야 하는가?
-꼭 그런것은 아닙니다. 먼저 언론계가 있습니다. 언론계 입사 후 스포츠 국을 희망해서 스포츠 인맥을 넓히시면 됩니다. 그 인맥이 넓어지는 과정에서 언론 외에 다른 기회가 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에이전트 쪽 기회는 거의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그 부분은 생략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국내에선) 대기업 입사가 있습니다. 바로 스포츠단에 지원해도 되고(공고가 있다면), 아니면 입사 후 스포츠단 전직을 신청해도 됩니다. 실제 알럽에서도 대기업 입사하신 회원분께서 스포츠단 전직을 놓고 글을 올리셨던 적이 있는 것으로 기억하네요.
5. 미국 상황은 어떠한가?
-2013년 현재 외국인이 미국에서 취업하기란 정말 어렵습니다. 외국인이 미국에서 취업하려면 H-1B라고 불리는 취업 비자를 획득해야 합니다. 이 취업비자를 획득할 경우, 해당 외국인의 고용주는 연방정부로부터 세금 및 임금 지불내역과 관련한 특별 감사를 받을 준비를 항상 마무리 지어야 하며, 고용에 따른 수수료도 나라에 지불해야 합니다. 이는 회사 규모가 크면 액수가 커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회사들이 굳이 외국인을 뽑아서 자기네 회사에 앉힐 이유가 없습니다. 예외가 되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외국인이 너무나 뛰어난 실력을 지녀서 회사 쪽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그 사람을 앉히고 싶은 경우죠. 그래서 전문성이 도드라지는 이공계나 예체능계의 경우엔 이민도 빨리 처리될 뿐더러, 그들을 데리고 있겠다고 하는 경우도 많죠.
하지만 여러분이 진출하실 '스포츠계'는 예체능계가 아닙니다. 인문계에요. 인문계에서 남보다 특별한 것을 어떻게 어필을 해야할까요? 일단 완벽한 영어는 특기가 아닙니다. 그냥 그건 '기본' 이예요. 그것도 '완벽한' 레벨을 전제로 했을때 이야기죠.
미국 학위를 땄다고 해서 상황은 별로 좋아지지 않습니다. 어짜피 기본적인 한계가 깨지지 않는 한에는 유학생들에게 굳이 유리한 상황이 만들어질 이유가 없죠.
그래서 굳이 스포츠계를 가야하겠다면 로스쿨을 가던가 회계를 하라는겁니다. 자격증이 별로 없는 미국에서 "나 공부 많이 했음"을 대놓고 보여줄수 있는 인문계의 몇 안되는 자격증을 보유한 곳입니다. 전문성도 생기면서 남과 차별화도 보여줄 수 있으니까 그쪽을 공부하라고 조언드리는겁니다.
그러나 막상 또 그쪽으로 공부하다보면 세상에 갈길이 스포츠 말고도 많다는걸 많은 학생들이 느끼게 되지요. 그리고 현실적인 직장으로 목표를 수정하는 학생들이 대다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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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일단 제가 드리고 싶은 정보나 말씀이네요.
쓰다보니 행여 읽으시다가 불쾌하신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은 제가 부족한데 따른 실수일 것입니다.
불경기라는 '현재' 상황에 비추어 설명드린 경향이 강하고,
위에도 썼지만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저 역시 뛰어난 후배들이 길을 개척하기를 간절히 희망하는 바입니다.
스포츠 계를 꿈꾸는 분들 모두 힘내시고, 꼭 성공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첫댓글 와 감사합니다..진짜 꿀팁이네요
휴 저도 스포츠쪽 가고싶은데 현실의 벽이 너무 높네요 ㅠㅠ 영어도 안되긴 하지만 루트를 정말 모르겠어요 ㅠㅠ
그렇군요.....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럼 마찬가지로 제리맥과이어에서 탐크루즈도 그쪽 계열 출신이었겠네요...농구가 너무 좋아서 당연히 선수는 안되니 스포츠 에이전트 쪽을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생각만으로 그치길 잘했네요...
스포츠계 전공자이자 스포츠계 취업을 꿈꾸는 저에게는 비수와 같은 글이네요.. 실제로 스포츠쪽 전공을 하는사람보다 일반인문계에서 스포츠쪽으로 입사하는걸 더 많이 본거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비체대인 스포츠마케팅과 같은 전공이 아직 생겨난지 오래되지도 않았기도 하고요. 그래서 일반인문계 지원자들에게 뒤쳐지지 않도록 영어, 스포츠, 경영 이것들에 대한 공부를 해오고 있지만, 정말 스포츠마케팅 혹은 스포츠 경영이라는 전공으로 스포츠관련일에 종사한다는것은 쉽지 않다는 현실을 인턴등을 겪어보며 현실을 느끼고 있습니다. 위에분말대로 어느정도 잡혀있는 루트와 같은게 없기때문에.
스포츠경영관리사와 같은 자격증 취득이나 토익,토플 등 자격증 등과 관련 사이트 정보등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것 같고요. 저 역시 작성자분 말씀대로, 일반인문계열이나 대기업의 경우 경영학과를 전공으로 하고도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지원할 곳이 많지만 스포츠는 그 좁은 마케팅이라는 부서로 경영학과 나 일반인문계학생+ 일반스포츠전공(비체대)학생 등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기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비체대 스포츠전공자에게는 영어나 기타 능력이 월등히 뛰어나지않는이상 쉽지않은게 현실이구요. 제가 다니는 학과 내에서도 인맥이나 정말 노력한 선배들 말고는 스포츠 관련회사로 학사학위만으로 취업하는건 많이 못봤습니다.
국내 취업도 쉽지는 않겠지만, 특히 해외취업을 꿈꾸고 있을경우, 영어실력은 그야말로 기본이고, 쌔고 쌘 MBA 를 가지고 있는 원어민을 두고 외국인을 뽑을 이유도 없고요. 그래서 저 역시 로스쿨과 회계, 경제학을 전공했고 잘하는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스포츠언론이나 기자쪽으로요. 결론은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스포츠에 대한 열정만으로 스포츠쪽으로 취업은 어렵다는 것이 저의 느낀점입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잘 알려주지않는 정말 이런 현실적인글 원했는데, 작성자님 좋은글 감사합니다. 저도 제 생각쓴건데 막상 써보니 대부분 겹치는내용이네요.. 가능하시면 쪽지로나마 대화라도 나눠보고싶네요ㅠ
저렇게 죽어라 공부해도 보수도 그저그렇고 정년도 보장하기 힘들겠죠.참 힘든 세상이네요
쪽지 보내주시면 아는한도에선 성심성의껏 답변하도록 하겠습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저도 대충 이렇게 어려울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예전에 이미 쉽게 마음을 접을 수 있었습니다.ㅋ
저도 스포츠쪽에서 일하고 싶은데 거의 구단 마케팅쪽은 이벤트업체에 맡기는거 같더라고요... 이거도 어찌보면 하나의 방법...
정말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혹시 제품계발군쪽에 대해서도 아시는게 있으신가요? 현재 물리•화학 전공중인데 스포츠 신발•웨어 개발쪽에 관심이 많아서요...중요한건 아는게 하나도 없다는게ㅠㅠㅠㅠ
혹시 그쪽 계열에 대해 아시는분이 계시다면 쪽지라도 부탁드리겠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