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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美대사 “中이 사드 보복 같은 경제강압땐 한국과 함께 대항할 것”
골드버그 주한 美대사 인터뷰
“한미일 확장억제 협의체, 3국정상 워싱턴서 논의할 것”
한미 핵협의그룹에 日 합류하거나
새 협의체 구성 가능성 모두 언급
이르면 7월 美서 한미일 정상회담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구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골드버그 대사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제안한 ‘한미일 워싱턴 회담’이 “한미일 협력의 업그레이드”라고 강조했다. 송은석 기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일 3국 확장억제(핵우산) 협의체 신설과 관련해 “조만간(very near future)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들이 만날 때 정상들이 이런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22일 밝혔다.
골드버그 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만들면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을 포함시키는 형태인지 NCG와 별개인 새로운 안보협의체가 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둘 중 어느 것도 될 수 있다. 이는 (한미일) 정상들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미일 확장협의체와 관련해)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보자”고 했다.
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한일 정상에게 제안한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이 “(한미일 협력의) 업그레이드”라고 강조했다. 또 “3국 협력 강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강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워싱턴에서 3국 정상이 만나면 실시간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강화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에선 이르면 7월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유엔총회 등 다자회담을 계기로 워싱턴에서 세 정상이 만나기는 어렵다”며 3국만을 위한 별도 일정이 채택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21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창설하기로 한 중국 겨냥 ‘경제 강압 대응 플랫폼’에 한국이 동참해야 하는지 묻자 “제가 결정할 것이 아니라 한국이 결정할 사항”이라면서도 “하지만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규칙 기반의 질서와 규칙을 가진 국가다.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결정과 국제 질서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행동을 눈감아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동참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 내 자체 핵보유 여론과 관련해 골드버그 대사는 “서울이 불량국가(북한)로부터 수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아 그런 우려가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한국이 핵무기 보유 결정을 하려면 우선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해야 한다”면서 “우리(미국)는 NPT를 지지한다”고 했다. 또 “한국이 핵무장을 하면 다른 국가들도 ‘한국이 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겠네’ 이런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도 했다. ‘역내 핵 도미노’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한국의 핵 보유에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전세계가 中 경제강압에 큰 우려
韓도 민주국가로서 中강압 끝내야
바이든 워싱턴 정상회담 제안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업그레이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서울 중국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한미가 협력하지 않을 때 이런 보복 조치가 계속 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한미가 주권적 결정을 내렸을 때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 만은 없다”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같은 경제적 강압(economic coercion)이 또다시 한국에 벌어진다면 우리는 대항할(resist) 것이다. 한국이 내린 주권적 결정이 안보 위협이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67)는 22일 서울 정동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1시간 20분간 진행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 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 미국이 한국을 도울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또다시 중국이 한국을 경제 보복 대상으로 삼는다면 한국을 지키고 한국 정부와 공동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일 중국을 겨냥해 창설하기로 한 ‘경제적 강요에 대한 조정 플랫폼(Coordination Platform)’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참여 여부는 한국이 결정해야 할 몫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도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끝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참여 필요성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도출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 방안인 ‘워싱턴 선언’이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업데이트하고 업그레이드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여전한 한국 내 핵무장론에 대해 “그런 결정을 존중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는 본보 윤완준 정치부장과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미일 안보협력과 3국 정상회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워싱턴 한미일 정상회담’ 제안은 어떤 의미인가.
“한미일 3국 협력의 업그레이드로 보면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이러한 3국 협력의 프로세스를 윤석열 대통령이 시작한 것을 높이 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그에 대응해 서로 각각 방일, 방한했었고 히로시마 만남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미일 협력 강화는 한반도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강화에 필요하다. 한미일 정상이 워싱턴DC에서 만난다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한미일 정상이 천명한 ‘새로운 수준’ 협력의 구체적 내용은.
“우리가 북한의 불법적이고 무책임한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을 더욱 강화해 줄 것이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가 이를 위한 정치적 환경을 잘 만들었다. 특히 안보 분야에서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북한의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협력이다. 워싱턴에서 한미일 정상이 만나면 이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가 합의한 워싱턴 선언과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 참여 가능성은.
“워싱턴 선언이라는 것은 한미 양국 정부 간에 발표된 공동성명이다. 한미일 3국 간 어떤 일이 벌어지고 3국 협력이 어떤 식으로 진전되는지와는 별개로 워싱턴 선언은 한미 양국간 성명서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윤 대통령은 일본의 참여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니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의 대사기 때문에 한미일 세 나라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하고 협력할 것인가에 대해서 조심스럽게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한미일 확장협의체 관련)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왼쪽)가 22일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중국의) 사드 (보복)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한미가) 협력하지 않을 때 이런 보복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라며 “한미가 주권적 결정을 내렸을 때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강조했다. 송은석 기자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를 만든다면 한미 핵협의그룹(NCG)에 일본이 참여하는 형식이 될까, 아니면 별개의 새로운 안보협의체 형태일까.
“둘 중 어느 것도 될 수 있다(could be one or the other). 이건 한미일 정상이 만나서 협의해야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고 아주 가까운 미래에 워싱턴에서 만나 이 같은 이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한일 관계
―미국은 한일관계 개선에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기시다 총리 방한 뒤에도 한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과거사는 어려운 이슈임을 말한 적이 있는데 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한가.
“한국과 일본은 두 개의 민주주의 국가이고 과학적, 기술적으로도 발달한 선진국이다. 두 국가가 협력하면 당연히 안보적, 경제적으로 더 좋은 일을 많이 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한일관계 개선을 지지하고 우리 동맹국들이 서로 협력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집단 안보를 강화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그리고 한국 내 여론조사에서 대다수의 한국 국민들이 일본과의 안보협력 강화를 지지하는 것으로 봐 왔다. 역사적 문제 해결이 극복하기 어렵고 힘든 문제라는 점을 잘 이해한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으로부터의 계속적인 도발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 개선과 협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대응
골드버그 대사는 인터뷰 중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관련된 내용을 다룰 때 가장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중국의 전방위적인 경제보복을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동 대응하고 막아야 할 필요성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G7 정상들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창설하기로 했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중국의 경제 강압에 대해서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사드 배치 때 중국의 그런 경제적 강압의 타깃이 된 바 있다.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한국의 온전한 주권적 조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국인들은 이렇게 강제적인 강압을 끝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플랫폼에 한국이 동참해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나.
“우리의 의도는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이 아닌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다. 우리 모두 중국과 무역을 하고 있고 중국에 투자를 하고 있다. 여러 상품과 자원의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라지만 규칙에 기반한 결정과 국제질서를 무시하는 그들의 행동을 그냥 눈감아줄 수는 없다. (동참 여부는) 한국이 결정할 사안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은 규칙 기반의 질서를 갖고 결정을 내리는 국가다. 한국의 그런 입장을 우리는 매우 지지한다.”
―한국의 동참에 중국 등이 경제적·군사적 보복하면 미국은 한국을 실질적으로 도울 준비가 돼 있나.
“우리가 사드 사태에서 얻은 교훈은 (한미가) 협력하지 않을 때 이러한 보복 조치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한국에 가지고 있는 헌신과 약속은 안보와 경제협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 만약 경제적 강압이 미국이나 우리 동맹국에 행해진다면 우리는 저항할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주권적 결정을 내렸을 때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말씀하신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는 한국 정부와 협력할 것이다.”
―눈감아줄 수 없다는 중국의 행동은 어떤 것들을 말하나.
“중국이 규칙에 기반한 결정과 국제질서(rules based decisions, rules based order)를 따르지 않을 때 이를 묵과하거나 우리가 방향을 돌리지 않겠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항행의 자유 작전을 시행하는 것을 방해한다든지, 국제법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주장을 하는 데 방해한다든지, 미국과의 약속을 어겨 인공섬을 짓고 그곳을 군사화한다든지 하는 행동들이다. 뿐만 아니라 1997년 중국과 영국이 했던 협약(‘일국양제’: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후 50년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되, 홍콩에는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 것)을 어기고 민주국가인 홍콩을 강압적으로 강압하려는 행동들, 또 대만에서 무력을 사용하려는 이 모든 것들을 우리가 중국과 더 좋은 관계를 원한다고 해서 눈감을 수 없다. 중국인들이 자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대해서도 입 다물고 침묵을 유지할 수도 없다. 전 세계의 보편적 가치이자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시하는 가치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을 제품을 구매 금지하는 사실상 보복 조치를 취했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미국이 삼성이나 SK 같은 한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를 팔지 않도록 한국에 요청할 것인가
“중국이 마이크론에 대해 어떻게 제재를 취할지 모르겠고 그런 일이 오지 않길 바란다. 다만 다른 나라들을 서로 대립시켜(play off one against another) 미국 전체를 이용하려는 상황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 만약 제재가 현실화되면 우리는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나라들과 논의하듯 한국 등 동맹국들과도 논의할 것이다.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와 한국 내 핵무장론 반응
―미국이 워싱턴 선언으로 확장억제 강화를 공약했지만 한국 내 여론은 핵공격을 받았을 때 미국이 본토 위협을 감수하고도 북한에 핵 대응을 할지 불안해하고 있다.
“한국인들이 워싱턴 선언 속 두 가지 문장을 좀 더 진지하게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줬으면 좋겠다.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한국을 공격하게 된다면 미국이 압도적이고 결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문장과 그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는 문장이 그렇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핵태세보고서에 나오는 ‘북한 정권의 종말’을 반복해서 말했다. 나는 이보다 더 강력한 표현은 없다고 생각한다. NCG 창설도 양국 관계 강화에 있어 정말 중요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유사시 한미가 조율한다는 내용이 한국민들을 안심시키는 포인트가 되길 바란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론에 대해 “한국이 결정할 일”이라면서도 “우리의 핵무기와 핵 능력도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의 일부다. 한국이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결정을 존중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은석 기자
―한국 내 핵보유 여론도 여전하다.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서울에서 수마일 거리에 (북한이라는) 불량국가가 있어 우려가 크다는 점을 이해한다. 한국이 결정할 일이지만 핵을 보유하려면 먼저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한다. 핵무기를 보유한다는 것은 단순한 군사적 결정일 뿐 아니라 정치적이고 경제적 문제기도 하다. 독자적 핵무장을 할 때는 장단점(pros and cons)을 잘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핵무기와 핵 능력도 한국에 대한 방위 공약의 일부다. 그런데 한국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한다면 우리는 그런 결정을 존중하거나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NPT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선언에서도 한국이 NPT 준수를 약속했고 우리가 그 의지를 확인한다고 한 바 있다. 나는 그것이 굉장히 중요한 약속이라고 생각한다.”
골드버그 대사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게 되면 다른 국가들도 ‘한국이 했으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등 주변국으로 핵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출한 셈이다.
◇한미 동맹 70주년과 한국의 위상
지난해 7월 부임한 골드버그 대사는 미 국무부의 외교관 중 최고위직인 ‘경력대사(Career Ambassador)’ 직함을 가진 베테랑 외교관이다. 직업 외교관이 주한 미국대사로 온 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성 김 전 대사(2011∼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미 대사는 직업 외교관(Career Diplomat)과 정무직 외교관(Political Appointee) 2종류로 분류된다. 골드버그 대사는 전자에 해당한다. 고위 외교관이 부임한 데 대해 외교가에서는 미국 내 한국외교, 한미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 인사라는 해석들이 나온 바 있다.
―미국은 6·25전쟁 때 한국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병한 나라다. 70년을 맞은 한미동맹과 정전 어떻게 바라보나?
“한미동맹 70주년의 하이라이트는 한강의 기적을 통해 한국이 10대 경제 대국이자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따르는 국가가 됐고 자유 언론 및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bastion)가 된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이 이러한 자리까지 오게 된 데 미국이 조건이나 환경을 조성했고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 굉장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한미동맹은 지나온 70년만큼 앞으로의 70년도 중요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미동맹이 처음엔 온전히 안보적인 관계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기후변화나 팬데믹, 경제안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글로벌 이슈로 협력의 범위가 넓어졌다. 2만8500명의 주한미군들, 미국이 계속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는 것, 반도체와 핵심고아물 안보파트너십 등을 통한 경제안보 협력 등 분야에서도 한미 동맹 협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한국은 더 이상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아니라 ‘big fish’(큰 물고기)다(less a shrimp than a big fish).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고 스스로 한국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강한 군사력도 갖추고 있다. 한국이 지금 글로벌 중추 국가가 되겠다고 공언했는데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은 경제적 문화적 분야뿐 아니라 음식까지 글로벌 무대에서 폭발적인 기세를 보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더 받으면 더 많은 의무를 져야 하는 책임도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그런 국제적 위상에 걸맞도록 미국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21일 윤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서 비살상 군수물품 지원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언젠가는 우리가 포탄이나 살상 무기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윤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지금 한국이 법치주의와 아무 이유 없이 이웃 국가로부터 굉장히 잔인한 공격을 받은 주권국가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지지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게 인도주의적 지원을 해왔고 우크라이나 재건 노력과 대 러시아 제재에도 참여했기 때문에 글로벌한 역할을 잘 해왔다. 또 며칠 전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상황에 대해 굉장히 강력한 어조로 규탄하는 발표를 한 데 대해서도 굉장히 환영한다.”
―살상 무기를 언젠가는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한 번 더 묻는다.
“물론 우리는 다른 유럽 국가나 동맹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여러 가지 종류의 모든 원조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지금,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도울지는 한국 정부의 주권적인 결정이다.”
◇한미 경제이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에 대한 한국의 우려를 해소할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무역이나 투자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게임이다. 보도가 많이 되진 않았지만 지난달 한미정상회담 결과로 인해 넷플릭스나 코닝과 같은 기업들을 모두 합해 한국에 약 60억 달러 정도를 투자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다. 여러 가지 무역과 투자에 있어서 23개의 양해각서(MOU)가 체결됐다. 이미 한미정상회담 전 유예 기간을 주는 방식으로 IRA와 반도체법으로 인한 해당 한국 기업들의 우려 사항을 완화하는 조치가 취해졌다고 알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미국이 논의해 나온 것이란 점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의 목표가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북-중 관계 평가
골드버그 대사는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때인 2009∼2010년 국무부의 유엔 대북제재 이행 담당 조정관을 지냈다. 당시 그는 중국에 유엔 대북제재 결의 1874호의 이행을 요청해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밀반입하려던 전략물자를 봉쇄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하도록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의 북중 관계를 어떻게 보나.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아직 유효한가
“그렇다. 나는 중국이 어느 정도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레버리지를 더 좋은 쪽,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이런 북한의 도발을 해결하지 못해왔고, 특히 작년 같은 경우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북한이 더 자주 많이 미사일 발사를 했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던 원인이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최대화하지 못했고, 그런 의지도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들이 북한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이들이 좀 더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한국에 부임한 지 10개월을 넘긴 골드버그 대사는 한식을 종종 즐겨 찾는다. 대사는 “순두부가 들어간 찌개와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노릇하게 구운 옥돔구이와 잡채도 그의 좋아하는 한식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메뉴다. 한국 골목을 조용히 누비는 것도 취미 중 하나다.
지난해 8월에는 북한 김일성종합대학에서 재학 중에 탈북한 김금혁 씨 부부와 방한 중이었던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비빔국수와 산낙지를 먹는 모습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곳은 ‘서촌’이라며 “서울 곳곳을 탐험하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소문난 야구팬인 그는 “한국 야구 경기 특유의 ‘vibe(분위기)’를 사랑한다”고도 했다. 골드버그 대사는 지난해 7월 부임하자마자 잠실에서 열린 KBO(한국야구위원회) 올스타전을 관람하고 8월에는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해 한국 야구 응원 문화를 즐겼으며 9월에는 시구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달 1일에도 경기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개막전 KT위즈와 LG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했다.
신나리 기자, 신진우 기자, 인터뷰=윤완준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