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3일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 루카12,54-59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소래포구>
날씨가 꽤 쌀쌀해지고 있습니다. 100명이 넘는 대식구가 함께 살다보니 요즘 제 머리 속에 계속 떠오르는 단어가 "월동준비"란 단어입니다.
난방을 위해 한동안 때지 않았던 보일러도 시험 가동해봐야 합니다. 각 방 라디에터에 에어도 빼야하지요. 슬슬 김장 준비도 해야겠습니다. 언제 날 잡아서 소래 포구에 가서 새우젓이랑 멸치젓도 사와야 하지요.
이런 저런 당장 먹고 살 일에 집착하다가 오늘 복음을 읽으니 또 가슴이 철렁합니다. 가슴이 찔리기 시작합니다.
"위선자들아,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너희는 왜 올바른 일을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느냐?”
"당장 코앞에 들이닥친 일에는 그리도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뜻, 성령의 이끄심이 무엇인가를 찾는 데는 어찌 그리도 둔하냐?’는 음성이 제 귀에 들려왔습니다.
"내일 당장, 이번 달, 올 겨울 당장 먹고 살 걱정은 태산 같으면서도 가장 궁극적인 걱정, 영원히 사느냐 못사느냐에 대한 걱정, 영혼을 위한 걱정은 하나도 하지 않느냐?"는 그분의 음성에 몹시도 마음이 찔렸습니다.
수시로 벌어지는 세상의 여러 사건들 앞에서,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세상의 여러 모습 안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뜻, 하느님의 징표를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 한 세상 살면서 우리가 겪게 되는 다양한 체험, 그 안에서 하느님의 뜻과 표징을 포착해내는 일, 그리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일만큼 중요한 일은 다시 또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수도 공동체 안에서 어쩔 수 없이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갈등상황이나 상처, 고통들 안에 긷든 하느님의 뜻과 징표를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계 안에서 다가오는 상처가 만만치 않을 정도로 크다면, 일단 제 자신을 거두어들이고 침묵으로 몰입하라는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유 없이 오해받는 일이나 억울한 일이 발생하면 제 자신의 내면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라는 하느님의 뜻으로 여깁니다.
나 자신의 비참함이 커져만 갈 때, 바닥으로 빠져 들어감을 느낄 때면 절실한 기도가 필요한 순간으로 여깁니다.
삶의 모든 국면, 모든 상황에서 하느님의 뜻을 찾는 오늘 하루가 되면 좋겠습니다. 매 순간 모든 사건 안에서 시대의 징표를 찾아나가는 영적인 하루가 되길 빕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