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로 빠지다
8년전 쯤 축제행사때문에 들렀던 삼천포로 추억여행을 떠나 봅니다.
누구나 다 안다.
‘잘 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지다’라는 삼천포(三千浦)와 관련한 속담 말이다.
삼천포와 사천이 통합할 때 ‘삼천포시’ 대신 ‘사천시’가 된 것도, 이 속담의 부정적인 인식 탓이 컸다.
상경시위까지 벌인 지역주민의 반발로 쓰지 말자고 오래전부터 말해왔음에도 이 속담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세대가 지난 아직도 공동의 기억 속에 굳건하다.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의 유래라고 알려진 건 여러가지 설이 있다.
삼천포행 열차 때문이란 얘기도 있고, 진주에 가려던 장사꾼 얘기, 부대로 복귀하려던 해군 얘기까지 다양하다.
속담 속의 삼천포는 ‘잘 못 간 곳’이다.
그냥 잘 못 간 게 아니라, 거기 가게 된 게 ‘낭패’에 가까운 장소다.
열차를 잘못 탔던, 진주를 가려던 장사꾼이든, 원대복귀가 늦어진 해군이든, 그들이 길을 잃은 건 삼천포의 잘못은 절대 아니다.
가 보면 안다.
삼천포는 매력적인 소도시다.
남쪽 바다 특유의 독특한 서정이 물씬 느껴지는 곳이다.
삼천포가 매력적인 건, 스스로 그 매력을 잘 몰라서다.
정이 많지만 투박하되 셈이 빠르지 않다.
지역도, 사람도 뻐기거나 젠체하는 약삭빠른 관광지 느낌이 아니다.
항의도 하고 시위도 해봤지만 속담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래서 삼천포는 이렇게 마음먹었다.
속담을 바꿔보자.
먼저 ‘잘 나가다가’를 지우고, 삼천포 뒤에 붙는 조사는 ‘로’에서 ‘에’로 바꿨다.
‘삼천포로 빠지다’가 아니라 ‘삼천포에 빠지다’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샛길로 빠지는’게 아니라 ‘매력에 빠지는’ 곳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삼천포의 ‘좋았던 시절’은 쥐포가 ‘국민 간식’으로 떠올랐던 1970년대다.
쥐포의 정식명칭은 ‘쥐치포’지만 그때는 그냥 ‘쥐포’라 불렀다.
상품가치가 없어 비료로 쓰이던 쥐치를 주민들이 일본의 조미 어포 가공기술로 포를 만든게 시작이었다.
1970년대 삼천포의 쥐치포 가공업체는 100여 곳에 달했다.
천덕꾸러기 취급 받던 쥐치로 번성했던 것이다.
쥐치는 1990년대 들어 가격이 오르면서 수요·생산이 급감해 ‘삼천포 쥐포’는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실안해안도로 인근에 국내에서 유일한 ‘바다가 보이는 극장’이 있다.
아르떼 리조트 본관에 있는 영화관 ‘메가박스 사천’이다.
4층 영화관에 있는 3개 상영관 모두 한쪽 벽면이 바다다.
1관은 스크린을 마주 보고 왼쪽 벽 전체가, 2관과 3관은 오른쪽 벽 전체가 바다가 보이는 분할 유리창이다.
벽 하나가 다 유리창이니, 극장 안으로 환한 햇볕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온다.
보고 싶었던 영화가 있다면 꼭 가 보시기를….
바다가 보이는 극장에서’에서, 혹은 ‘삼천포에서’ 영화를 봤다는 새로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