뱁새가 왜 대붕의 뜻을 알아야 하나.
뱁새가 어이 대붕의 뜻을 알랴. 뱁새를 비꼬는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나는 뱁새이다. 내 눈에는 대붕이 보이지도 않으니 느껴오는 것이 없다. 대붕의 뜻을 모른다고 하여 내 삶에서 답답하거나, 불편하게 느껴본 일은 한 번도 없다. 알려고 한 일도 없었다. 뱁새는 비록 작은 새이지만 내 눈 앞에서 포르륵거린다. 이것이 내가 몸으로 경험하는 바로 나의 현실이다. 현실에서 나는 뱁새가 되어 살아간다는 생각이다.
나는 한 마리의 작은 뱁새가 되어서 아침마다 범어동산으로, 대구 박물관의 숲속 길로, 산책한다. 산책길에서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바로 나의 현실이다. 온갖 새들이 저네끼리 재잘거리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그들의 말을 알아들어야 할 이유도 없다. 간간이 바람이 불면 숲들도 살랑-소곤거리지만, 이 또한 알아듣지 못한다.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저 소리가 대붕의 뜻인가.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내 삶에서 불편함을 느낀 일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천천히 걸으면서 명상을 한답시고 온갖 생각들을 떠올린다. 명상 속에 답이 있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명상 속으로 찾아오는 것은 지난날에 겪었던 나의 온갖 잡다한 기억들 뿐이다. 이런 생각들에 잠겨서 걷다가 갑자기 ‘이것이 명상이라고? 잡념이지.’ 나에게 아무런 의미도 남겨주지 않고 바람처럼 지나가버렸던 소소한 기억들 뿐인데, 이것저것을 기억으로 불러낸다고 하여 어떤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답이 나타날 것 같지도 않다. 나름으로 생각해보니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방식이 바로 답인데 답 안에서 답을 찾는다고 끙끙거리니 보일 리가 없다. 오히려 잡념에 더 깊이 빠진다고 믿어진다. 생긴대로 살아라는 명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대붕을 찾으려 하지 말고 눈 앞의 뱁새처럼 사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명상 속에 뱁새를 불러내 본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을거리라도 있을까 하여 숲속으로 날아간다. 동료 새들이 모여서 꼬리를 까닥거리고, 머리를 쉼 없이 이러저리 돌리면서 재재거리는 그들에, 뱁새도 끼어들어 재재거리는 소리를 함께 쏟아낸다. 즐겁다.
나는 내 앞에 보이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도 한다. 비록 작은 새이지만 재잘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무 가지 사이로 포르록 날라다니는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나는 그들을 눈으로 쫓으면서---, 내 생각들도 그들을 따라디니면서 일어났다, 지워졌다 한다. 이것이 나의 삶이고, 뱁새의 삶이다. 아하, 나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을 따라 살아가는구나. 나의 삶이 뱁새의 삶이나 하나 다르지 않구나.
대붕의 뜻? 그 뜻이 좋은지는 몰라도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저녁마다 설강의 서실까지 걷기를 한다. 노년은 걷기가 건강에 제일이라고 들었던 정보 때문이다. 이제 7월이 되니 쏟아지는 햇살이 따거워서, 지하철을 이용한다. 돌아올 때는 해가 진 뒤라 조금은 선선하여 짧은 거리를 걷기도 했다.
지하철 역의 홈에 닿으면 나와 경쟁하듯이 전철열차가 홈으로 들어온다. 그런 날은 횡재라도 한 듯이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나 내 발이 홈에 닿는 순간에 열차의 문이 스르륵 닫히고 출발해버린다. 그러면 다음 열차를 기다려야 한다. 이런 날은 왜 공연히 기분이 나빠질까. 하는 일 없이 노년을 보내고 있으니 앞 차를 타든, 뒤 차를 타든 나에게는 그게 그것인데, 기분을 나빠하다니. 거참. 대범하게 넘기지 못하구서---. 문득, 아 침, 나는 뱁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뱁새니만큼 생각도 좁을 것이다. 대붕이라면 기분 나빠하지 않고, 세상사 모두가 그게 그건데 라며 흔들림이 없겠지만, 나는 작은 뱁새이니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게 답일 것이다.
아뿔사! 현관에서 신발을 신을 때 밍기적거리지 말고, 조금만 빨리 나셨드라면, 대범하게 생각하기 보다는 대부분이 후회로 나타난다. 이것이 뱁새의 삶이라면 후회도 하면서 살자.
현관을 나설 때 멈칫거린 이유라면 뱁새의 생각으로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나는 내 앞에 일어나는 일들에만 관심을 가지고 살았다. 비록 그 일이 작고 작더라도 내 마음의 흔들림은 태풍처럼 거셀 때가 많았다. 그럴 때는 문득 대붕이라도 이렇게 마음이 심하게 흔들릴까를 생각해본다. 그때서야 내 생각에서 대붕이 나타나지만, 대붕이 눈에 보이는 것도, 답을 주는 것도 아니다. 나의 너머에서 나를 조롱하면서 바라보는 미지의 눈일 뿐이다. 그런 대붕이 현실에서 답을 준다고 생각하는 내가 가소롭다.
그렇다 나는 뱁새이다. 슬플 때는 슬퍼하고, 기쁠 때는 기뻐하면서---, 억지로 의미를 만들려 하지 말고 뱁새로 살자. 대붕의 뜻 따위는 알려 하지 말자.
2025. 8. 8(대구문협 2026.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