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과 동파육(東坡肉) / 유종인
눈발이, 때늦은 전갈인가 했다
휘몰아치는
낙오 없이 모두가 받는 상(賞)인가도 했다
나는 흐린 날의 게으름을 묵은 솜이불처럼 개키다
창밖에 흐뭇한 눈길도 던져본다
거지와 시인이 한통속이어도 좋다고
비구니와 수녀가
한 자매로 읊조려도 좋겠다고
나는 또 배고픈 눈이 온다고
그러니 배고픈 눈으로 배부른 눈사람을 만든다고
저녁을 거른 눈사람을 세워놓고서
나는 동파육을 떠올린다
한 번도 못 먹어본 이 음식을 나는
무척 잘 아는 듯 마음에 한 접시 올리니
잣나무들이 눈을 털면서 또 눈을 맞는 일과 같은가
그대 궁금한 저녁의 입으로
대젓가락이 동파육 한 점을 집어가는 허공을'
적막한 기쁨이라 불러본다
밤이 깊어 눈발이 잦아진 공중을
동파육 냄새가 기름지게 흘러가는 것을
나는 쓸쓸한 인생이라 중얼거려본다
나를 미워하고 또 사랑하는이가 있어
그로부터 이리 떨어진 적막의 몸을
내게는 좌천된 자의 음식이라 굽거나 찌고 썰어서
메마른 속을 달래는
눈 그친 별밤이라 불러본다
- 유종인 시집 <그대를 바라는 일이 언덕이 되었다>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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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파육東坡肉은 저장성 항저우의 대표적인 전통 요리로
돼지고기 요리이다. 소동파가가 이곳에서 벼슬을 할 때
처음 요리법이 개발되었다고 하여 동파육이라고 한다.
1956년 저장성이 인정한 항저우 36대 대표요리에 선정됐다.
송나라때 정치가이자 문학가인 소동파는 미식가로도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당파 다툼에 밀려 지방으로 좌천된
그는 스스로를 동파거사라 칭했으며, 항저우에 머무는
동안 '돼지고기 예찬'이라는 시까지 쓸 정도로 돼지고기를
즐겨 먹었다. 요리를 하던 중에 오랜 친구가 그를 방문해서
바둑을 두곤 했다. 소동파는 바둑에 열중해서 타는 냄새가
나도록 고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이렇게 내놓은 것이
바로 동파육이라고 하여 거지닭(叫花鷄)과 함께
항저우의 유명한 음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