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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구조 개선 작업)을 계기로 금융 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본격적으로 정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분리된 한국 특유의 건설 산업 구조가 사라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어제(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경제평론가협회 세미나’에서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난해 3분기(9월 말) 기준으로 PF 잔액이 134조3000억원”이라며 “시행사 제도(건설사와 시행사의 역할을 분리하는 것) 폐지 등 PF 대출의 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말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태영건설이 짓고 있는 한 아파트의 견본주택이 위치해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이어 “시행사가 없어져야 ‘브리지론’이 자연스럽게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PF(땅을 사거나 건물을 공사할 때 필요한 돈을 빌리는 것)는 보통 브리지론과 본PF로 나뉜다. 이 중 브리지론은 부동산을 개발할 때 초기 단계(부지 매입, 인허가에 필요한 초기 자금 조달)의 대출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으로 부실 PF 사업장의 80%는 브리지론 단계에 있다. 이처럼 부실한 브리지론을 정리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브리지론을 받는 대상인 시행사가 사라져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브리지론이라도 받으려는 이유는 이들의 대부분이 외국과 달리 신용 등급이 낮은 영세 업체들이라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저축은행과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에서 연 10~20% 내외의 높은 금리로 브리지론을 받았다. 인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라 사업의 성공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금리가 높은 이유였다.
대형 건설사가 아닌 영세 업체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땅을 사느라 고금리의 대출을 받는 이유는 한국 특유의 시행사 제도에 있다. IMF 금융위기 전까진 건설사들이 시행사들의 역할인 부지 매입에서부터 분양까지 모든 절차를 진행했다. 그런데 땅을 사들이는 비용이 건설사들의 부채 비율을 높인다며 IMF 이후 시행사 제도가 생겼다.
권 교수는 이런 제도를 없애고 예전처럼 건설사가 직접 부지 매입과 분양 등을 맡아야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집을 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시행사 제도가 폐지돼야 (시행사가 중간에서 받는) 마진이 없어지고 그래야 저렴한 민간 주택의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