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그릴라 대화 미중 국방장관 만남 불발...미국의 대중국 강경 어조는 누그러져
CSF 2023-06-08
□ 지난 6월 2일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개막한 제20차 아시아 안보회의(ASC, 일명 샹그릴라대화)가 4일 폐막함.
◦ 샹그릴라 대화는 40여 개 국가의 국방 관계 인사가 참여하는 아태지역 최대 규모의 1.5트랙 안보 협의체로, 올해 회의에서 참여국들은 △ 아태지역의 안보 정세 및 세계적 의제 △ 핵 안보 △ 미중 군사 관계 등에 관해 논의함.
◦ 이번 회의 기간 중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린 부분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리상푸(李尚福)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의 회담 성사 여부였음.
- 미국이 회의에 앞서 중국 측에 국방장관 회담을 제안하였으나, 중국이 거절하면서 양국 국방장관의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양국 국방장관 모두 아시아·태평양 등 전 세계 안보 의제에 관한 양국의 관점을 언급하면서 크게 주목받음.
◦ 오스틴 장관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련하여 우크라이나 위기를 예로 들며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이 미국의 ‘핵심 이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함.
- 또한 미국이 현재 ‘태평양 억제 구상(PDI)’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 미국-일본-호주 △ 미국-일본-한국 △ 미국-일본-인도-호주 등 다자간 군사 협력의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힘.
◦ 오스틴 장관은 중국의 군함과 항공기가 남중국해와 타이완 해협 등 국제 수역과 공역(空域)에서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에 ‘위험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함.
- 또한 타이완 문제와 관련하여 미중 군사 대화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면서 타이완 해협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시에는 미국이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중국을 재차 압박함.
◦ 하지만 공교롭게도 오스틴 장관이 중국과 대화를 재개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그날 미국과 캐나다의 군함이 작년 9월 이후 또다시 타이완 해협을 공개적으로 통과하면서 긴장이 고조됨.
- 이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는 타이완 해협이 국제법에 따라 공해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가 있는 해역이라고 주장함.
- 싱가포르 현지 전문가들은 중국의 역내 영향력이 높아지자 미국이 동맹국과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서 진영 간 대치의 위험이 가중되고 있다고 분석함.
◦ 한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은 ‘중국의 신(新)안보 이니셔티브’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지역 및 세계 안보 협력을 위한 방향을 제시함.
- 리 부장은 타이완 문제와 관련하여 외부 세력이 타이완을 이용하여 중국에 대한 견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이 같은 외부 세력에 영합하여 독립을 주장하는 타이완 당국이야말로 타이완 해협과 역내 현상을 바꾸려는 최대의 ‘문제 유발자’라고 주장함.
◦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샹그릴라 대화에서 미국과 중국이 날카로운 대립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양국 관계에 개선의 여지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함.
- 미국의 싱크탱크인 저먼 마셜 펀드(GMF)의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이 안보 의제에서 여전히 큰 이견을 보였지만, 오스틴 장관의 연설을 보면 중국에 대한 강경한 어조가 의도적으로 완화된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함.
- 특히 최근 눈에 띄게 늘고 있는 미중 고위급 접촉은 바이든 행정부가 미중 관계 재설정을 위한 과정을 시작했음을 보여주며, 양국 간 경쟁이 통제를 벗어나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이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대외 정책 중 하나가 되었다고 분석함.
◦ 올해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미중관계, 타이완, 남중국해 문제 외에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최근 동북아 지역의 정세 변화도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짐.
- 리상푸 부장은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며, 중국과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소통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힘.
- 레즈니코우 장관도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환영하며, 중국과의 협상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힘.
◦ 홍콩 주류 매체들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 일부 서양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를 정확히 읽어내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함.
-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미국과 서방국가의 견제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지만, 두 나라의 협력은 ‘비동맹과 비대립’을 기반으로 하는 것임.
- 현지 언론들은 향후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 및 전후 재건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중국의 참여 없이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함.
◦ 한편, 최근 북한이 위성을 시험 발사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두 번째 발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음.
- 이종섭 한국 국방부 장관은 이번 안보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역내 국가가 개입을 강화할 것을 호소함.
- 한국과 일본의 언론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확대될수록 일본과 한국이 가까워질 것이고, 미국과 중국의 각축전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보도함.
- 반면 중국 매체들은 중국이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동북아 지역에서 사라지지 않은 안보 딜레마야말로 북핵 문제가 오랜 세월 해결되지 못한 근본적 원인이라면서, 북한의 핵 문제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 관련국의 합리적 안보 관심사를 직시해야만 해결될 수 있다고 보도함.
[관련 정보]
1. 샹그릴라 안보회의에서 중·미 국방장관 회담 결국 불발 (2023-06-07, 뉴스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