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프로 스키 선수 잔 다니엘 페션(28)과 그의 여자친구이며 크로스컨트리 스키 강사인 엘리사 아를리안(27)이 지난 1일(현지시간) 북부 아오스타 계곡의 제르비온 산에서 추락해 숨졌다고 RAI 뉴스가 다음날 보도했다. 미국 언론들은 5일에야 뒤늦게 전했다. 두 사람은 정상에서 700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과 한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자일에 묶인 채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는 처음에는 추락한 지점을 파악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 몇 시간 수색한 뒤에야 커플 중 한 사람의 휴대전화 위치 추적을 통해 북사면과 동쪽 사면의 경계를 이루는 릿지 아래 눈밭에서 주검들을 발견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 순간까지 껴안은 채 추락한 것처럼 보였다고 RAI는 수색대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폐션은 아오스타 계곡 출신으로 이 산을 잘 알고 있었으며 아를리안 역시 여러 차례 올라 이 산이 익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둘은 정상을 불과 한 발짝 남겨놓고 추락, "사랑하던 산에 의해 배신 당했다"고 RAI는 전했다.
이탈리아 동계스포츠연맹은 성명을 통해 "끔찍한 비극이 동계 스포츠 계와 특히 스피드 스키 계를 충격에 빠뜨렸다”면서 “두 젊은이의 인생이 산악 사고로 깨지고 말았다. 산은 그들의 열정이었다”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스노브레인스(Snowbrains)에 따르면 페션은 2021년 스피드 스키 월드컵 15위와 2022년 같은 대회 22위를 차지했다.
아오스타 계곡은 지난해 국내에서도 개봉한 파울로 코네티 원작, 펠릭스 판흐루닝언과 그의 부인 샤를로트 판데르메이르스가 공동 연출한 영화 '여덟 개의 산' 주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