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이라고나;;
말멀달게 적당한게 없어서;
2001년도쯤에 했던걸로 기억되는데..
지금은 다시보기가 안되는군요-_-;
지금은 변신 중
◉ 이진호 기자 :
낡은 라디오 앞에 모여 드라마에 귀를 기울이던 시절, 성우들은 그야말로 최고 스타였습니다. 하지만 텔레비전 시대가 열리면서 라디오 드라마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고 외화도 줄면서 성우들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흔히 성우를 가리켜 천의 목소리를 가졌다고 합니다. 비록 얼굴은 감추어져 있지만 친숙한 목소리로 우리 곁에 있는 성우들의 애환을 통해 그들의 공간을 들여다봤습니다.
영상취재 조항민 / 영상편집 함상호 / AD 송옥분
◉ 라디오 드라마 <만화열전> :
- 야, 니가 클린트 이스트 우드냐?
- 내가 시라소 이성술이야.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한 라디오 드라마의 녹음현장입니다. 출연진엔 성우뿐만 아니라 낯익은 개그맨들의 모습도 보입니다.
- 저 근데 질문 있는데요.
- 뭐야?
- 저 ‘언제든지 내래 상대해 주갔어’ 할 때 끝을 올리면서 ‘~주갔어’ 이렇게 전할까요. 아니면 끝을 내리면서 ‘~주갔어’ 이렇게 전할까요.
성우들만의 성역으로 여겨졌던 라디오 드라마에게 개방형 인사제가 도입된 셈입니다.
◉ 김경식 / 개그맨 :
처음에는 영역구분이 있을 줄 알았어요. 근데 나중에 보면은 누가 성우인지, 누가 개그맨인지 모를 정도로 서로가 서로를 갖다가 배워가면서 또 상호보완적으로 보다듬어 주니까 훨씬 더 괜찮은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해도.
하지만 성우들에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입니다.
◉ 김기철 / 성우 :
단단한, 남들이 건드릴 수 없는 그런 어떤 성역이라고 생각을 해왔었는데 개그맨 분들하고 같이 하면서 조금 저희들 나름대로는 자괴감도 많이 생겼습니다. 이제 성우들만의 연기로서는 청취율이나 이런 여러 가지 부분에서 안 되는구나.
이처럼 라디오 전성시대에는 화려한 명성을 지녔던 성우들의 위상에 뭔가 변화가 있는 것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성우들은 우리 삶 곳곳에 알게 모르게 친숙한 음성으로 여전히 함께 하고 있습니다.
- 먼저 걸려온 전화가 많으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안내 요원이 응답하기 전에는...
우리가 늘 상 접하고 있는 이 전화 안내 목소리는 기계음이 아니라 성우의 목소리입니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베테랑 성우 서혜정씨입니다.
◉ 서혜정 / 성우 :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냥 내 목소리구나, 그리고 또 친구들이 저한테 전화가 와요. 핸드폰으로... 그래서 장난하는 거지요. 얘, 어디 영화관 전화가 몇 번이니? 그러고 장난해요.
서혜정씨의 목소리는 광고 속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서혜정씨는 상당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외화의 여주인공 목소리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광고는 성우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영역입니다. 40대 중반의 나이를 연상시키는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실은 28밖에 안 되는 젊은 처녀입니다. 연극배우 박정자씨의 목소리를 닮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김씨는 나이 들어 보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오히려 즐기고 있습니다.
◉ 김상현 / 성우 :
그러니까 덩치 좋고, 주름살도 좀 있으시고 이런 아주머니 딱 상상했는데 ‘전데요’ 딱 그러면 깜짝 깜짝 놀라시죠. 그런 경우가 많은데 즐거워요.
광고가 성우의 주 영역이 된 것은 그만큼 라디오 드라마와 영화 더빙이 급격히 줄어든 탓입니다.
◉ 김용식 / 한국성우협회 회장 :
쇠퇴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거의 바닥이에요. MBC 같은 경우는 ‘격동 50년’이라는 그 프로그램 그거 하나뿐인데요. 라디오 ‘만화열전’이라는 게 생겼는데 그것도 어떻게 청소년위주로 하다 보니까 성우 프로그램이라고 하기보다는 조금 약간 변질된 그런 상황인데...
낡은 라디오 앞에 모여 드라마에 귀를 기울이던 시절 성우들은 그야말로 최고 스타였습니다. 성우들은 목소리 하나만으로 전 국민을 울리고 웃겼습니다. 6~70년대 영화에서 유명 배우들의 목소리는 모두 성우들의 것이었습니다. 신성일씨는 이창완씨, 엄앵란씨는 고은정씨가 도맡았습니다. 성우들은 그 시대 말의 대변인이었습니다.
◉ 고은정 / 성우
6~70년대 영화녹음 그 많은 여주인공들 대사 지금 들어보면 저도 닭살이 끼치거든요. 근데 그 닭살이 끼치는 게 왜 저렇게 했을까, 그러지만 그 시절에 그렇게 이상했으면 왜 제가 먹고살았겠어요. 몇 십 년을... 그때는 최고로 막 가슴을 조이게 하는 화법이고 말이었으니까 모두 그렇게 좋아했죠.
다섯 평 남짓한 녹음실엔 성우들의 연기가 뜨겁습니다.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니터 하나만 보고 익숙하게 호흡을 마치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 송준석 / 성우 :
열 번 이상 보고도 실수 할 때가 있거든요. 보통 한 두 번 보고는 쉽게 따라갈 수가 없고요. 10번 이상 정도를 계속 자기 역할이 나오는 부분이라든지 영화를 충분히 이해를 한 다음에 그리고 캐릭터에 대한 어떤 소화도 된 다음에 더빙에 임해야만 좋은 작품이 나올 수가 있죠.
여자 성우는 감쪽같이 남자아이의 목소리를 연기합니다. 성우들은 목소리로 자신들만의 새로운 인물을 만들어 내는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 정 남 / 성우 :
실제 인물보다 더 잘 살렸을 때,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에는 배우의 원래 목소리가 없잖아요. 성우들이 곧 그 배우가 되는 거니까 그런 경우에는 실제 캐릭터를 아주 굉장히 잘 살렸다고 생각될 때 굉장히 보람이 있죠.
만화영화는 성우들의 새로운 주무대입니다. 한 일본 만화영화의 더빙 현장입니다. 다 큰 어른들이 어쩜 저리도 천연덕스럽게 애들이 될까.
◉ 이미자 / 성우 :
재밌죠. 스트레스 다 풀리고 또 이렇게 보시는 것처럼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잖아요. 그러니까 늙는 걸 모르겠어요. 나이 들어가는 걸 모르겠고 진짜 애들처럼 그런 철없다고나 그러나 할까, 그런 느낌으로 일해요.
애니메이션 상업의 발전은 성우들이 특히 기대를 많이 걸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 만화영화의 주인공 목소리를 맡은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성우인 강수진씨는 전망을 낙관하고 있습니다.
◉ 강수진 / 성우 :
어렸을 때는 누구든지 만화를 좋아하잖아요. 그런 만화를 보고자란 세대들이 사회에 어떤 제일 많은 인원의 구성원이 되다 보니까 그 사람들이 성인이 되도 계속 만화를 좋아한다라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시장이 그만큼 애니메이션 시장이 커졌고 그러다 보니까 성우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 중에 가장 큰 부분이 되지 않았나 생각이 되죠. 지금은.
시대흐름은 성우들에게도 치열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단짝 진행으로 10년 간 호흡을 맞춰온 송도순, 배한성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성우입니다. 송도순씨는 쇼핑호스트, 배한성씨는 MC로 활동범위를 넓혀 변신을 꽤했습니다.
◉ 배한성 / 성우 :
내가 왜 그렇게 성우훈련을, 언어훈련을 잘 받아 갖고 내가 왜 대본 보는 일만 하나, MC가 이렇게 떠오르는 그런 직업이 됐을 때... 내가 디스크자키도 했는데 내가 왜 MC를 못하냐, 이런 식으로 어떻게 보면 제 나름대로 개척하고 도전하고 그랬었던 것 같아요.
◉ 송도순 / 성우 :
예전엔 라디오 드라마 하나, 그 다음에 라디오 드라마하고 선전하고 더빙, 이것 밖에 없었어요. 근데 오히려 지금은 지하철을 타셔도 ‘여기는 어디입니다’ 는 성우입니다. 그리고 전화를 어느 회사에 해도 ‘몇 번을 눌러주세요’도 성우예요. 틈새는 너무 많아요.
현재 공식적으로 성우로 등록된 사람은 600여 명, 경제적 수입 면에서는 천차만별이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다른 연예인들과 별 다르지 않습니다.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우를 꿈꾸는 사람들의 열정은 좀처럼 식지 않습니다. 한 성우학원의 발성수업시간입니다. 어설픈 연기지만 매년 수백 대 일이나 되는 성우공채시험에 합격하기 위한 노력은 치열합니다.
◉ 김은영 / 성우지망생 :
어렸을 때 만화 보면서요, 만화주인공들이 눈에 들어오기보다는 목소리는 누가 낼까, 정말 저기에서 나오는 건 아닐텐데... 그런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커가면서 성우란 직업 알게 됐고, 지금 공부 시작하게 됐어요.
본격적인 라디오 시대가 열린 지 50여 년, 시대가 성우에게 요구하는 것도 이제 많이 달라졌습니다.
◉ 양지운 / 성우 :
성우를 하겠다 라는 사람들은 만능, 그야말로 재주꾼이 돼야 된다, 노래도 해야 되고, MC도 볼 줄 알아야 되고 그리고 문제는 정확한 언어를 구사할 줄 아는데 그거를 다양하게 나이에 따라서, 또 자기 세대에 따라서 표현할 수 있어야 된다.
성우들은 자신을 그 시대에 살아 있는 말을 지키는 청병이라 말합니다. 가난했던 시절, 목소리 하나로 서민들의 애환을 달랬던 성우들, 이제 그들의 목소리는 지하철 안내와 광고 등 다양한 분야에 퍼져있지만 그 시절의 애틋한 정감은 많이 잊혀져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