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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면수심(人面獸心)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로써, 사람의 도리(道理)를 지키지 못하고 배은 망덕하거나 행동이 흉악하고 음탕한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人 : 사람 인(人/0)
面 : 낯 면(面/0)
獸 : 짐승 수(犬/15)
心 : 마음 심(心/0)
(유의어)
인비인(人非人)
출전 : 한서(漢書) 흉노전(匈奴傳)
사람이 몹쓸 짓을 저질렀을 때 비유하여 짐승 같다, 짐승보다 못하다, 짐승보다 더 하다고 수시로 짐승에 갖다 붙인다. 그러나 실제 동물들은 억울하다. 사람보다 더 부모를 위할 줄 알고, 새끼들을 귀여워하고, 사랑하고 은혜를 안다.
대충의 성어를 떠올려 봐도 반포지효(反哺之孝)의 까마귀, 노우지독(老牛舐犢)의 소, 원앙지계(鴛鴦之契)의 원앙, 황작함환(黃雀銜環)의 꾀꼬리 등을 사람에게 본받으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의 얼굴(人面)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은 짐승과 같다(獸心)는 이 말은 잘못 갖다 붙인 것일지라도 사람들이 멋대로 쓴다. 도리를 지키지 못하고 배은망덕하고, 또 음탕하거나 흉악한 짓을 한 사람에게 손가락질하면서 욕한다.
성어가 처음 사용된 곳은 한서(漢書)다. 반고(班固)가 20년에 걸쳐 완성하여 사기(史記)와 비견되는 책이다. 열전 속의 흉노전(匈奴傳)에 처음 묘사했을 때는 흉악하기 보다는 오랑캐들을 일반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나온다.
흉노는 기원전 3세기 말부터 기원후 1세기 말까지 몽골고원과 만리장성 일대를 중심으로 거주했던 유목 기마민족이다. 주(周)나라 때부터 괴롭혔던 종족의 후예라거나 유럽의 훈족과 관련이 있다고도 한다.
이들이 자주 침공하여 한(漢)나라는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을 흉노 족장에게 보내 화친을 도모하기도 한 것은 알려진 이야기다. 흉노를 가리킨 부분을 인용하면 이렇다.
夷狄之人 被髮左衽 人面獸心.
이적지인 피발좌임 인면수심.
오랑캐들은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여미며, 사람의 얼굴을 하였어도 마음은 짐승과 같다.
옷깃을 한족과 반대쪽으로 여미는 풍습을 가리켜 미개하다 하고, 자신들을 많이 괴롭혀 흉악하다 한 것이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아동학대
판소리 심청가에서 가장 슬픈 대목은 심봉사가 죽은 아내를 흔들며 통곡하는 부분이다. 앞을 보지 못하는 심봉사, 태어난 지 1주일 밖에 안 된 어린 딸, 그 설정이 너무 기구하고 처절하다. 극중에서 심봉사는 도저히 딸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악의 악 조건이면서도 젖먹이를 버리지 않았다. 어린 딸을 강보에 싸안고 더듬더듬 마을을 돌아다니며 동냥젖으로 키운다.
유교 사회가 인정이 없었더라면 딸 심청은 아마 굶어 죽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동네 아낙네들은 딸처럼 청이에게 눈물의 젖을 먹여 키웠다. 심봉사의 딸에 대한 사랑은 다음의 노래로 더욱 간절하다.
- 어허둥둥 내 딸 어허둥둥 내 딸 어허둥둥 내 딸 금자동이냐 옥자동이냐/ 주린 천하에 무상동 은하수 직녀성이/ 네가 되어서 환생 달 가운데 옥토끼 …(중략)… 엄마 아빠 도리도리 어허둥둥 내 딸 서울가 서울가 밤 한줌 주어다 …(중략)… 우르르르 둥둥둥둥 어허둥둥 내 딸(하략)… -
부모는 ‘금자동’ 같은 자식이 죽으면 평생 가슴에 묻는다고 했다. 비운의 여류 시인 허난설헌은 요절했는데 그녀의 죽음엔 여러 설이 있다. 기생방을 전전했던 남편에 대한 증오보다는 두 아이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태어나 제대로 젖을 빨지 못하고 죽은 자녀를 보낸 젊은 어머니는 매일 눈물로 살았다.
- 사랑하는 딸을 지난해 보내고/ 올해는 사랑하는 아들을 잃었네/ 슬프고 슬픈 강릉의 땅이여/ 두 무덤 마주보고 나란히 서있구나/ 백양나무 가지에 소소히 바람 불고/ 도깨비 불빛은 숲속에서 반짝이는데/ 지전을 뿌려서 너희 혼을 부르며/ 너희들 무덤에 술잔을 붓노라/ 아! 너희 남매 가엾은 외로운 영혼아 …(중략)… 통곡과 피눈물을 울며 삼키리… - 곡자(哭子)
허난설헌은 27세 되던 삼월, 봄꽃이 만개하는 시기에 저 세상으로 갔다. 깨끗이 목욕을 하고 새 옷으로 단장한 그녀는 ‘금년이 삼구에 해당하니 서리 맞은 연꽃이 붉게 되었구나’라고 더 이상 살지 못한다는 말을 남겼다. 삼구는 이십칠로 27세를 지칭하는 것. 이 예언으로 미루어 자살설에 무게를 두는 학자들이 많다. 연이어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잃자 죄책감과 더 이상 살 희망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조선사회 어머니들은 자녀들을 목숨처럼 여겼다. 태교에서부터 자랄 때까지 보육에 대한 열의는 현대 어머니들을 능가했다. 신사임당이나 조선 영조 때 사주당(師朱堂) 이씨(李氏)의 ‘태교’는 유명하다. 뱃속의 아이부터 올바르게 키우기 위해 자세는 물론, 남편과의 잠자리나 음식까지도 절제하는 것을 수칙으로 삼았다.
우암 송시열의 ‘계녀서’에도 시집가는 딸에게 아이를 양육하는 자세가 나온다. 우암은 이 시기 이미 아동에 대한 폭력을 경계했다. ‘아이를 너무 때리지 말아야 한다. 글을 배울 때에도 순서 없이 권하지 말고, 하루 세 번씩 권하여 읽히도록 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엽기적인 아동학대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모 지역에서 일어난 생후 9개월 된 하늘이의 죽음은 가혹하기만 하다. 하늘이는 세쌍둥이 중에 둘째였으며 작고 여리었다. 울고 보챈다는 이유로 친엄마가 무거운 장난감으로 머리를 때렸다. 하늘이는 ‘외력에 의한 두개골 골절’로 생을 마감했다.
어떻게 자신이 낳은 어린 생명에게 이처럼 가혹할 수 있는가. 모 지역의 지난해 아동학대 신고 건수도 무려 2000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최악의 순간에서도 딸을 버리지 않고 동냥젖으로 ‘금자동 옥자동’ 같은 딸을 키웠던 심봉사의 육아 정신은 어디 갔을까.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학대하며 버리고 심지어는 살해까지 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세태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인성회복’이 아닌가 싶다.
인면수심(人面獸心) 세상
1908년에 발표된 안국선의 신소설 금수회의록(禽獸會議錄)은 인간 세상의 모순과 비리, 타락상을 비판하고 풍자한 개화기 우화소설의 대표 작품이다. 소설에서는 까마귀, 여우, 개구리, 벌, 게, 파리, 호랑이, 원앙 등이 차례로 나와서 인간의 간사함과 포악성, 비윤리적인 태도 등을 비난하면서 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고 더러운 존재는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라며 인간의 반성과 회개를 촉구하고 있다.
'금수회의록'에 등장하는 100년 전의 동물들이 최근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흉악 범죄들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정말 요즘은 인간인 것이 부끄러워진다.
몇 년 전까지는 자식이 부모를 학대하던 패륜 사건이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온갖 학대 끝에 자식을 죽게 만든 금수(禽獸)만도 못한 부모들이 잇따라 나타나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말 못하는 동물들도 본능적인 부성애, 모성애로 새끼들을 잘도 키우는데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상상할 수 없는 참극에 온 국민은 비통함과 참담함을 넘어 심한 자괴감에 몸서리치고 있다.
인간성 상실의 시대라고 할만하다. 최근에는 아동 학대뿐만 아니라 보복 운전으로 상대방 운전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층간 소음 때문에 이웃 간에 칼부림을 벌이는 등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이기적인 행동으로 인간성 파괴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겸양(謙讓)과 예의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던 우리 국민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미개한 짐승보다 더 포악해졌을까?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의 발달로 세상은 점점 편리하고 살기 좋아진다는데 어떻게 우리 사회는 갈수록 더 각박하고 암울해지는가?
궁핍한 생활 속에서 오히려 빛나던 가족애와 치열한 전장 속에서도 넘쳐나던 휴머니즘이 최첨단의 과학기술시대에 오히려 실종된 이유는 무엇인가? 지나친 생존경쟁과 심각한 경제난으로 더욱 팍팍해진 우리네 살림살이 때문인가? 가난은 우리의 삶을 얼마간 불편하게는 만들겠지만 결코 인간의 본질적인 존엄성을 파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안도현의 '가난하다는 것'
'가난은/ 가난한 사람을 울리지 않는다// 가난하다는 것은/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오직 한 움큼만 덜 가졌다는 뜻이므로/ 늘 가슴 한쪽이 비어 있어/ 거기에/ 사랑을 채울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므로// 사랑하는 이들은/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얼마 전 서울 영등포에 사는 뇌성마비 장애인 구두수선공 강상호씨의 안타까운 사연이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강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낮에는 구두닦이, 밤엔 때밀이로 악착같이 일을 하여 1평 구두 가게를 어렵게 장만했다.
하지만 정신지체를 앓는 아내와 아들을 부양하던 강씨는 자신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 70대 할머니를 돕기 위해 새벽마다 폐지를 모으러 나섰다가 음주운전 화물차에 치어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가족도 아니면서 자신보다 더 가난한 이웃을 위해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다 하늘로 떠난 천사의 이야기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이 세상에 남겨진 한 줄기 희망의 빛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다. 가족 간의 사랑, 이웃에 대한 사랑,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세상에 입에 담기 힘든 그런 비극적인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 모두 미움, 분노, 증오의 감정을 애써 내려놓고 이해, 배려, 관용의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 자신을 소중히 아끼고 사랑하는 만큼 가족과 이웃에게 이타행(利他行)을 실천하자. 세상은 함께 할 때 더 아름답다.
▶️ 人(사람 인)은 ❶상형문자로 亻(인)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이 허리를 굽히고 서 있는 것을 옆에서 본 모양을 본뜬 글자. 옛날에는 사람을 나타내는 글자를 여러 가지 모양으로 썼으나 뜻의 구별은 없었다. ❷상형문자로 人자는 ‘사람’이나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人자는 한자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이기도 하다. 상용한자에서 人자가 부수로 쓰인 글자만 해도 88자가 있을 정도로 고대 중국인들은 人자를 응용해 다양한 글자를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人자가 두 사람이 등을 서로 맞대고 있는 모습을 그린 것이라고 해석을 했었지만, 갑골문에 나온 人자를 보면 팔을 지긋이 내리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이었다. 소전에서는 팔이 좀 더 늘어진 모습으로 바뀌게 되어 지금의 人자가 되었다. 이처럼 人자는 사람을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주로 사람의 행동이나 신체의 모습, 성품과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人(인)은 (1)사람 (2)어떤 명사(名詞) 아래 쓰이어, 그러한 사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사람, 인간(人間) ②다른 사람, 타인(他人), 남 ③딴 사람 ④그 사람 ⑤남자(男子) ⑥어른, 성인(成人) ⑦백성(百姓) ⑧인격(人格) ⑨낯, 체면(體面), 명예(名譽) ⑩사람의 품성(稟性), 사람됨 ⑪몸, 건강(健康), 의식(意識) ⑫아랫사람, 부하(部下), 동류(同類)의 사람 ⑬어떤 특정한 일에 종사(從事)하는 사람 ⑭일손, 인재(人才)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어진 사람 인(儿),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수(兽), 짐승 수(獣), 짐승 수(獸), 짐승 축(畜)이다. 용례로는 뛰어난 사람이나 인재를 인물(人物), 안부를 묻거나 공경의 뜻을 표하는 일을 인사(人事), 사람으로서의 권리를 인권(人權), 한 나라 또는 일정 지역에 사는 사람의 총수를 인구(人口), 세상 사람의 좋은 평판을 인기(人氣),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을 인류(人類), 사람의 힘이나 사람의 능력을 인력(人力), 이 세상에서의 인간 생활을 인생(人生), 학식과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人材), 사람의 수효를 인원(人員), 사람으로서의 됨됨이나 사람의 품격을 인격(人格), 사람에 관한 것을 인적(人的), 사람을 가리어 뽑음을 인선(人選), 사람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일을 인위(人爲), 사람의 몸을 인체(人體), 사람의 얼굴의 생김새를 인상(人相), 한 사람 한 사람이나 각자를 개인(個人), 나이가 많은 사람을 노인(老人), 남의 아내의 높임말을 부인(夫人), 결혼한 여자를 부인(婦人), 죽은 사람을 고인(故人), 한집안 사람을 가인(家人), 장사하는 사람을 상인(商人), 다른 사람을 타인(他人),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뜻으로 사람의 삶이 헛되지 아니하면 그 이름이 길이 남음을 이르는 말을 인사유명(人死留名), 인생이 덧없음을 이르는 말을 인생무상(人生無常), 인생은 아침 이슬과 같이 짧고 덧없다는 말을 인생조로(人生朝露),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정신을 잃고 의식을 모름이란 뜻으로 사람으로서의 예절을 차릴 줄 모름을 인사불성(人事不省), 사람의 죽음을 몹시 슬퍼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인금지탄(人琴之歎) 등에 쓰인다.
▶️ 面(낯 면/밀가루 면)은 ❶상형문자로 麵(면)과 麪(면)의 간자(簡字)이고, 靣(면)은 속자(俗字)이다. 面(면)은 사람의 얼굴과 그 윤곽을 나타낸다. 나중에 물건의 거죽이나, 얼굴을 그 쪽으로 돌리다 따위의 뜻으로도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面자는 사람의 ‘얼굴’이나 ‘평면’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面자는 사람의 머리둘레와 눈을 특징지어서 그린 것이다. 面자의 갑골문을 보면 길쭉한 타원형 안에 하나의 눈만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사람의 얼굴을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面자가 단순히 ‘얼굴’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의 얼굴에서 비롯되는 ‘표정’이나 ‘겉모습’이라는 뜻으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面(면)은 (1)겉으로 드러난 쪽의 바닥 (2)입체(立體)의 평면(平面), 또는 겉면 (3)검도(劍道)나 야구(野球)에서 다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얼굴에 쓰는 제구(諸具) (4)향하고 있는 어떤 쪽 (5)신문 따위의 페이지 (6)낯이나 체면(體面) (7)인쇄한 책장이나 종이장의 한 쪽, 또는 이것을 세는 단위(불완전 명사). 쪽. 페이지 (8)몇 개의 이(里)로 구성된, 군(郡)의 관할에 딸린 지방 행정 구역 단위의 하나. 종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의 하나이었으나, 하급 보통 지방자치단체인 군의 단순한 행정 구역으로 되었음. 등의 뜻으로 ①낯, 얼굴 ②표정(表情), 얼굴빛 ③모양, 모습 ④겉, 표면 ⑤겉치레 ⑥탈, 가면(假面) ⑦앞, 면전 ⑧방면(方面), 쪽 ⑨평면 ⑩면(행정 구역 단위) ⑪면(물건의 세는 단위) ⑫밀가루 ⑬보릿가루 ⑭국수 ⑮만나다 ⑯대면하다 ⑰등지다, 외면하다 ⑱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한 면의 관할 구역 안을 면내(面內), 얼굴에 있는 잔털이나 수염을 깎는 일을 면도(面刀), 대하여 보고 있는 앞을 면전(面前), 얼굴을 마주 대함을 면접(面接), 얼굴을 대하여 만나봄을 면회(面會), 면에 사는 주민을 면민(面民), 일정한 평면이나 구면의 크기를 면적(面積), 면담(面談)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눔을 얼굴을 서로 알고 있음을 면식(面識), 바로 그 사람앞에서 잘못을 책망함을 면책(面責), 얼굴을 마주하여 꾸짖거나 논박함을 면박(面駁), 물체의 상하나 전후 이외의 좌우의 면을 측면(側面), 물체의 뒤쪽에 있는 면을 이면(裏面), 어떠한 사실과 반대되거나 다른 방면을 반면(反面), 일이 되어 나가는 상태 또는 그 장면을 국면(局面), 밖으로 나타난 모양 또는 대면하기를 꺼려 얼굴을 다른 쪽으로 돌려 버림을 외면(外面), 어떤 범위의 전체를 전면(全面), 바깥 면이나 겉모양을 표면(表面), 어떤 지역이 있는 방향 또는 그 일대를 방면(方面), 얼굴을 씻음을 세면(洗面), 눈 코 입 등이 있는 머리의 앞쪽 또는 사람끼리 서로 아는 것을 안면(顔面), 일이 바로 눈앞에 닥침을 당면(當面), 얼굴 생김새가 밉살스러움을 이르는 말을 면목가증(面目可憎), 서로 얼굴을 통 모른다는 말을 면목부지(面目不知), 얼굴이 아주 새로워졌다는 말을 면목일신(面目一新), 벽을 향하고 아홉 해라는 말을 면벽구년(面壁九年), 얼굴빛이 흙빛과 같다는 말을 면여토색(面如土色), 겉으로는 순종하는 체하고 속으로는 딴 마음을 먹는다는 말을 면종복배(面從腹背) 등에 쓰인다.
▶️ 獸(짐승 수)는 ❶회의문자로 兽(수), 獣(수)의 본자(本字), 兽(수)는 간자(簡字), 嘼(수)는 동자(同字)이다. 嘼(축; 짐승을 잡는 도구; 사냥)와 犬(견; 개)의 합자(合字)이다. 사냥에서 잡힌 것, 짐승의 뜻이다. ❷회의문자로 獸자는 '짐승'이나 '가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獸자는 嘼(짐승 수)자와 犬(개 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嘼자는 사냥도구를 그린 것으로 '짐승'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러나 獸자의 갑골문을 보면 單(홀 단)자와 犬자가 그려져 있었다. 單자가 사냥도구의 일종을 그린 것이니 이것은 사냥도구로 짐승을 잡는다는 뜻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 獸자는 '수렵'이나 '사냥'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후에 사냥의 대상이 된 동물을 일컫게 되면서 지금은 '짐승'이나 '가축'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獸(수)는 ①짐승 ②가축(家畜) ③야만(野蠻) ④하류(下流) ⑤포(脯), 포육(脯肉: 얇게 저미어서 양념을 하여 말린 고기) ⑥짐승같은, 야만스러운 ⑦사냥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짐승 축(畜),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사람 인(人)이다. 용례로는 짐승의 돌림병을 수역(獸疫), 짐승의 모양을 새기어 꾸민 문을 수달(獸闥), 짐승의 형상으로 꾸며 차린 무대를 수대(獸臺), 짐승의 형상과 같이 만든 항로를 수로(獸爐), 짐승의 얼굴 또는 그와 같이 험상궂게 생긴 사람의 얼굴을 수면(獸面), 짐승처럼 사납고 야만적인 마음을 수심(獸心),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짐승의 고기를 수육(獸肉), 가축에게 생기는 여러 가지 질병의 진찰 또는 치료를 맡아보는 의사를 수의(獸醫), 짐승의 가죽을 수피(獸皮), 짐승의 털을 수모(獸毛), 짐승의 성질을 수성(獸性), 맹수의 피해로 인한 근심을 수환(獸患), 짐승을 넣어 기르는 우리를 수함(獸檻), 육식을 주로 하는 매우 사나운 짐승을 맹수(猛獸), 흉악한 짐승을 악수(惡獸), 괴상한 짐승을 괴수(怪獸), 새와 짐승을 조수(鳥獸), 온갖 짐승을 백수(百獸), 들짐승으로 하는 짓이나 성질이 몹시 포악하고 잔인한 사람을 야수(野獸), 짐을 실려서 운반시키는 짐승을 담수(擔獸), 무덤 앞에 세우는 돌로 만든 짐승의 형상을 석수(石獸), 겨울철에 활동하지 않고 가만히 엎드려 있는 짐승을 칩수(蟄獸), 상서로운 징조로 나타나는 짐승을 서수(瑞獸), 짐승이 고통이 극도에 달하면 사람을 문다는 뜻으로 사람도 썩 곤궁해지면 나쁜 짓을 하게 된다는 말을 수궁즉설(獸窮則齧), 새나 짐승의 발자취가 천하에 가득하다는 말을 수제조적(獸蹄鳥跡), 돼지처럼 대하고 짐승처럼 기른다는 뜻으로 사람을 예로써 대우하지 않고 짐승같이 대한다는 말을 시교수축(豕交獸畜), 얼굴은 사람의 모습을 하였으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으로 남의 은혜를 모름 또는 마음이 몹시 흉악함을 이르는 말을 인면수심(人面獸心), 짐승을 타고 달리는 기세라는 뜻으로 도중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를 이르는 말을 기수지세(騎獸之勢) 등에 쓰인다.
▶️ 心(마음 심)은 ❶상형문자로 忄(심)은 동자(同字)이다. 사람의 심장의 모양, 마음, 물건의 중심의, 뜻으로 옛날 사람은 심장이 몸의 한가운데 있고 사물을 생각하는 곳으로 알았다. 말로서도 心(심)은 身(신; 몸)이나 神(신; 정신)과 관계가 깊다. 부수로 쓸 때는 심방변(忄=心; 마음, 심장)部로 쓰이는 일이 많다. ❷상형문자로 心자는 ‘마음’이나 ‘생각’, ‘심장’, ‘중앙’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心자는 사람이나 동물의 심장을 그린 것이다. 갑골문에 나온 心자를 보면 심장이 간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심장은 신체의 중앙에 있으므로 心자는 ‘중심’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옛사람들은 감정과 관련된 기능은 머리가 아닌 심장이 하는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心자가 다른 글자와 결합할 때는 마음이나 감정과 관련된 뜻을 전달한다. 참고로 心자가 부수로 쓰일 때는 위치에 따라 忄자나 㣺자로 바뀌게 된다. 그래서 心(심)은 (1)종기(腫氣) 구멍이나 수술한 구멍에 집어넣는 약을 바른 종이나 가제 조각 (2)나무 줄기 한 복판에 있는 연한 부분 (3)무, 배추 따위의 뿌리 속에 박인 질긴 부분 (4)양복(洋服)의 어깨나 깃 따위를 빳빳하게 하려고 받쳐 놓는 헝겊(천) (5)초의 심지 (6)팥죽에 섞인 새알심 (7)촉심(燭心) (8)심성(心星) (9)연필 따위의 한복판에 들어 있는 빛깔을 내는 부분 (10)어떤 명사 다음에 붙이어 그 명사가 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 말 등의 뜻으로 ①마음, 뜻, 의지(意志) ②생각 ③염통, 심장(心臟) ④가슴 ⑤근본(根本), 본성(本性) ⑥가운데, 중앙(中央), 중심(中心) ⑦도(道)의 본원(本源) ⑧꽃술, 꽃수염 ⑨별자리의 이름 ⑩진수(眞修: 보살이 행하는 관법(觀法) 수행) ⑪고갱이, 알맹이 ⑫생각하다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물건 물(物), 몸 신(身), 몸 체(體)이다. 용례로는 마음과 몸을 심신(心身), 마음이 움직이는 상태를 심리(心理), 마음에 품은 생각과 감정을 심정(心情), 마음의 상태를 심경(心境), 마음 속을 심중(心中), 마음속에 떠오르는 직관적 인상을 심상(心象), 어떤 일에 깊이 빠져 마음을 빼앗기는 일을 심취(心醉), 마음에 관한 것을 심적(心的), 마음의 속을 심리(心裏), 가슴과 배 또는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心腹), 본디부터 타고난 마음씨를 심성(心性), 마음의 본바탕을 심지(心地), 마음으로 사귄 벗을 심우(心友),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한다는 심심상인(心心相印), 어떠한 동기에 의하여 이제까지의 먹었던 마음을 바꿈을 심기일전(心機一轉), 충심으로 기뻐하며 성심을 다하여 순종함을 심열성복(心悅誠服), 마음이 너그러워서 몸에 살이 오름을 심광체반(心廣體胖), 썩 가까워 마음놓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심복지인(心腹之人)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