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골굴암
암벽 꼭대기에 새겨진 신비한 마애불 사원
석굴 골굴암 / 사진=한국관광콘텐츠랩
7월의 함월산은 짙은 신록이 사방을 압도하는 계절입니다. 땀이 맺힐 만큼 무더운 기슭을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돌 틈에서 번져 나오는 서늘한 냉기가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인공의 손길 없이 암벽 자체가 수천 년에 걸쳐 만들어낸 굴들, 층층이 열린 타포니 동굴의 연속입니다. 경주의 어떤 유적지와도 같은 자리에 놓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골굴암은 석굴암이 완성되기 이전에 이미 자연 동굴을 불교 수행처로 삼아 조성된 사원으로 전해집니다. 1,400년이라는 기원의 깊이만으로도 방문의 이유가 되지만, 이 장소가 품고 있는 것은 그보다 훨씬 다층적입니다.
보물로 지정된 마애여래좌상이 암벽 정상에 새겨져 있고, 마당에서는 전통 불교 무술 선무도가 몸으로 살아 움직입니다. 고요한 석굴과 역동적인 수행이 한 공간에 공존하는 풍경은, 실제로 눈앞에서 확인해야만 온전히 받아들여집니다.
골굴암
골굴암 / 사진=경주문화관광
골굴암(경북 경주시 양북면 기림로 101-5)이 자리한 함월산은 안산암질 응회암과 화산쇄설암으로 이루어진 지형입니다. 이 암석은 상대적으로 풍화에 약해, 오랜 세월 비바람에 노출되면서 암벽 전면에 타포니 형태의 자연 동굴이 층층이 발달했습니다.
약 1,400년 전 광유선인이라는 서역 또는 인도 출신 승려가 이 동굴들을 불교 수행 공간으로 가꾸어 사원을 이루었다는 전승이 내려오며, 중국 둔황석굴과 유사한 형식으로 구성되어 '한국의 둔황석굴'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인공으로 암석을 파내지 않고 자연 동굴을 그대로 법당으로 활용한 방식은 국내에서 유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마애여래좌상이 바위 꼭대기에
골굴암 마애여래좌상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암벽 가장 높은 지점에 도달하면 경주 골굴암 마애여래좌상과 마주하게 됩니다. 자연 굴 암벽에 직접 새긴 신라 시대 좌상으로, 1974년 12월 30일 보물 제581호로 지정됐습니다.
한낮 뙤약볕 아래에서도 석굴 내부는 외부 기온과 무관하게 서늘함을 유지하는데, 7월 방문자라면 이 온도 차이만으로도 충분한 인상을 받게 됩니다.
마애여래좌상 아래로 펼쳐지는 골굴암 전경은 탐방의 정점을 이루며, 높은 암벽을 배경으로 좌정한 불상의 모습은 다른 경주 유적과 확연히 구별되는 스케일을 지닙니다.
선무도 시연과 템플스테이
골굴암 풍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불국사보다 200년 앞선 골굴사는 전통 불교 무술 금강영관을 뿌리로 삼는 선무도 총본산입니다. 매일 오후 3시 대적광전에서 선무도 시범이 진행되며, 방문 전 시간대 확인이 필요합니다.
템플스테이는 당일형·체험형·휴식형으로 구분되는데, 당일형은 성인·중고생·초등생·미취학 아동 모두 45,000원이며 체험형과 휴식형은 성인·중고생·초등생 60,000원, 미취학 아동 30,000원입니다.
국내외 참가자 모두 꾸준히 찾는 공간으로, 2020년 CNN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사찰 목록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탐방 전 챙겨야 할 운영 정보
골굴암 오르는 길 / 사진=경주문화관광
탐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사찰 입장료는 없습니다. 다만 선무도 시연은 매주 월요일 쉬므로, 시연까지 함께 보려면 화요일 이후 방문을 잡는 편이 좋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 경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100번 또는 150번 버스를 타고 안동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린 뒤 도보로 약 15분을 걸으면 되며, 승용차로는 경주IC를 출발해 보문관광단지를 거쳐 감포 방향으로 약 30분 이동하면 도착합니다.
문무대왕 해중릉과 보문관광단지를 함께 묶는 경주 동해안 코스의 거점으로 활용하기에도 알맞습니다.
절벽 위 골굴암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골굴암의 진가는 정보가 아닌 현장에서 드러납니다. 수천 년 풍화가 빚은 암벽 굴 위에 신라의 신앙이 쌓이고, 그 공간에서 지금도 살아 있는 수행이 이어지는 장면은 어디서도 대체할 수 없는 밀도를 지닙니다.
녹음이 함월산을 뒤덮고 석굴의 냉기가 한낮 더위와 맞서는 초여름, 이 계절만이 만들어내는 대비가 골굴암을 특별하게 각인시킵니다. 경주 일정을 새로 짠다면 이곳을 첫 번째로 올려두는 것이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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