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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적으로 볼 때 포스트휴머니즘은 구조주의자들과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반휴머니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포스트휴머니즘의 자세한 계보학은 다음 시간에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화담론으로서의 포스트휴머니즘은 포스트구조주의와 연속성상에 있다는 것입니다. 아드리안 프랭클린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포스트휴머니즘은 급속히 성장하는 존재론적 논의이자 그 논의에 관한 연구다. 이것은 포스트구조주의적 사고의 흐름 속에서 성장한 것이다.”
2. 케빈 워릭(Kevin Worwick),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나?』(I, Cyborg)
오늘 이 시간에는 먼저 인류 최초로 사이보그가 된 과학자 케빈 워릭(Kevin Worwick)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는 자서전을 하나 썼는데, 그 책의 이름은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나?』(I, Cyborg)입니다. 이 책은 마치 일기처럼 워릭의 어린 시절부터 사이보그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워릭은 영국 기독교인 집안에서 태어나 축구와 스쿠터를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8세 때 중요한 사건이 있었는데 아버지가 광장 공포증에 걸린 것입니다. 아버지의 광장공포증은 계속 악화되어 병가를 신청하고 수술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의사는 정수리에 두 개의 구멍을 뚫었고 그 구멍을 통해 신경접합부를 많이 잘라내었습니다. 의사는 워릭 아버지의 뇌 세포 일부를 제거했던 것입니다. 수술 결과는 성공적이라서 광장 공포증은 사라졌고, 심지어 스누커(Snooker, 당구의 일종)의 달인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이 사건은 케빈 워릭으로 하여금 뇌를 영적인 것이 아닌 물리적인 것으로 간주하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는 이후 뇌를 기계가 작동하기 위해 일렬로 늘어선 세포 덩어리로 간주하게 되었습니다.
워릭은 대학과 직장을 선택해야 할 갈림길에서 대학 대신에 직장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생활이 익숙해질 무렵 다시 대학을 선택합니다. 이 책에는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가 되기까지의 힘든 여정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결국 그는 1988년 레딩 대학교 인공두뇌학 교수로 부임합니다. 처음에 워릭은 로봇을 만드는데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는 제자들 동료들과 함께 다양한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바퀴달린 로봇, 다리가 여섯 개인 걸어다니는 로봇 등등. 그는 로봇을 하프 마라톤에 출전시키면서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또한 그는 음악을 작곡하는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케빈 워릭의 진정한 업적은 그 스스로가 피실험체가 되어 인류 최초의 사이보그가 되었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는 처음에 유리로 된 칩을 왼팔에 9일간 이식했습니다. 왼팔에 칩을 설치한 이유는 칩이 폭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실험은 성공했고 워릭은 컴퓨터와 연결되었습니다.
피부 속에 작은 실리콘 조각이 있다면, 카드, 여권, 열쇠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다. 자동차 문, 컴퓨터 터미널, 사고 싶은 음식에 손을 갖다 대보아라. 그러면 당신은 편리하게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자. 카드나 열쇠가 필요없는 완벽한 자유. 이보다 더 편리할 수는 없다. - 피터 코크런, 『시간 여행자의 조언』
위와 같은 세상으로 가는 첫 번째 발걸음을 걸었던 것입니다. 케빈 워릭은 9일간 칩을 몸에 설치하고 살아가면서 마치 자신과 아내, 그리고 컴퓨터가 신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컴퓨터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하고, 집에 가면 컴퓨터가 문을 열고 맞아주었습니다. 그는 마치 새로운 감각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칩을 제거하자 그는 커다란 상실감을 느꼈습니다.
이후 그는 다시 한번 이식을 받기로 결심합니다. 이번에는 그의 아내도 함께 이식을 받고 싶어 했습니다. 그 와중에 그는 한국과 일본도 다녀왔었습니다. 2002년에 그는 ‘인간으로 보낸 마지막 밤’을 보내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져 케빈 워릭은 신경과 기계가 결합된 사이보그가 되었습니다. 몇 가지 실험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 아내의 목걸이의 불빛을 바꾸었습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초음파를 통해서 사물을 식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초음파는 그에게 제6의 감각을 주었습니다. 이는 앞으로의 삶을 크게 바꿀 기술 중 하나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감지기만 있다면 미국에 있는 사람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이보그는 인터넷이 작동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세상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초음파 이외에도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이 될 수도 있습니다. 워릭은 손의 신경이 뇌의 어떤 부분을 자극하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손과 똑같이 운동하는 인조손을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아내 이레나도 실험에 참가하였습니다. 이식 수술을 받은 이레나가 손을 오므리다 펴면 컴퓨터는 녹색불빛과 붉은 색 불빛을 나타내었습니다. 인터넷을 이용해 한 사람의 신경신호가 다른 사람의 신경신호와 연결되는 실험을 할 준비를 끝낸 것입니다. 케빈 워릭은 눈에 안대를 했습니다. 전류가 올 때마다 그는 “느껴져요”라고 외쳤습니다. 이레나가 손을 오므릴 때마다 컴퓨터 화면에는 녹색 불빛이 나타났고 케빈 워릭은 그 때마다 “느껴져요”라고 말했습니다. 기계의 도움을 통해 인류 최초로 인간끼리 신경계를 연결했던 것입니다.케빈 워릭이 신호를 보내고 아내가 느끼는 실험도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역사상 최초의 사이보그 부부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3. 동영상 감상 - ‘사이보그 혁명’
4. 사이보그에 대한 설명
사이보그는 사이버네틱 유기체(cybernetic organism)의 합성어입니다. ‘사이버네틱스’라는 말은 1948년 미국의 로버트 위너가 퍼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사이버네틱스』라는 책을 썼는데 부제는 ‘동물과 기계에서의 제어와 통신의 연구’입니다. 이어 1960년에 만프레드 클라인즈와 나단 클라인이 ‘사이보그’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도나 헤리웨이는 1985년「사이보그 선언문」을 발표하여 사이보그가 성차별을 극복하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사이보그는 SF 영화에서 나와 학문적 의미를 부여받게 됩니다. 이제 사이보그학(cyborgology)가 출현하게 된 것입니다.
로봇, 안드로이드, 사이보그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로봇은 우리가 청소기 로봇을 보듯 반드시 인간형일 필요가 없습니다. 로봇은 기계장치로 만듭니다. 반면 안드로이드는 생물학적 물질로 만들어진 ‘인조인간’을 뜻합니다. 사이보그는 기계와 유기체가 결합된 상태를 뜻합니다. ‘파이보그’(fyborg)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기능적 사이보그(functional cyborg)의 줄임말입니다. 사실상 미국에서는 인공보철을 사용하는 사람의 수가 10%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안경, 휴대전화, 컴퓨터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파이보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이보그로 바뀌는 것을 사이보그화(cyborgrization)라고 합니다.
사람을 사이보그로 만드는 기술을 ‘바이오닉스’라고 부릅니다. 바이오닉스의 대표적인 예는 신경보철입니다. 신경보철은 신경계의 결손부위를 대체하는 전자장치를 개발하는 기술입니다. 이 연구의 핵심분야는 시각 및 청각 장애입니다. 신경보철의 궁극적 목표는 뇌이식입니다. 1998년 미국에서는 뇌의 이상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고 미세 전극을 심었습니다. 이후 환자의 생각에 따라서 컴퓨터 화면의 커서가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뇌의 신경보철을 BCI(brain-computer interface)라고 부릅니다.
2003년 3월 미국의 신경과학자들은 세계 최초로 뇌 보철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뇌의 일부가 손상되어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때 그 자리에 기계 장치를 넣는 것을 뇌보철이라고 부릅니다. 반도체 칩이 해마의 기능을 대신합니다. 해마는 새로 학습한 내용을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해마를 손상당한 사람은 심한 기억상실증을 나타냅니다. 인공 해마가 이식되면 알츠하이머병, 간질, 뇌졸중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뇌와 기계가 결합되면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단추 하나만 누르면 기계가 성욕을 관장하는 부위를 자극하여 하루 종일 오르가슴을 만끽할 수도 있습니다. 뇌에 무선 송수신기를 이식하면 정보 교환이 혁명적으로 바뀌게 됩니다. 케빈 워릭은 2050년에는 뇌를 이식한 사이보그들끼리만 생각만으로 뜻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5. 사이보그학의 발전과 예상되는 귀결점
기술의 예기치 못한 놀라운 발전으로 말미암아 인간문화에 ‘돌연변이’가 발생했습니다. 인간은 기술과 맞물리기 시작했고, 인간의 신체는 점점 더 인공보조물과 결합하고 있습니다. 벤너와 켈너는 이를 인간과 기계의 변증법이라고 부릅니다. “인간과 기계의 변증법은 포스트휴먼의 조건이 되었다. 여기서 주체는 대상 그리고 기술과 뒤엉켜 있으며 또 재구성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어의 법칙’입니다. 반도체 직접회로의 성능이 18개월마다 두배가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무어의 법칙이 실현되어왔습니다. 이런 식으로 발전한다면 21세기 중반에 이르면 컴퓨터의 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인간을 능가하는 인공생물체가 창조될 것입니다. 레이 커즈와일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인간의 지능과 비교될만한 혹은 더 뛰어날 수도 있는 새로운 형태의 지능이 21세기 초 지구에 등장한다는 것은 인류 역사상의 그 어떠한 발견보다도 중요하다. 이것은 인간지능 창조 그 자체보다도 더 중요하며 인간 행동의 모든 영역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다.”
이 글에 담긴 내용은 매우 깊습니다. 커즈와일은 21세기 최고의 사건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탄생하는 사건일 것이라 예상합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탄생의 중요성은 인간지능 탄생의 중요성을 능가하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특히 사이보그화된 인간은 이러한 인공지능의 탄생을 돕는 산파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인간은 보다 높은 초월적 존재에 종속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계신’일 수도 있습니다.
사이보그의 발달로 말미암아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또 다른 수순은 인간이 신체를 완전히 포기하고 기계가 되는 단계입니다. 이를 흔히 ‘인간 기계화의 네 가지 단계’라고 부릅니다.
첫 번째 단계는 환영(illusionism)입니다. 환영이란 흔히 받아들여지는 미의 기준에 이르기 위해 혹은 노화의 표시를 감추기 위해 겉모습을 바꾸는 관행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성형입니다.
두 번째는 강화(fortification)입니다. 스포츠 선수를 보면 우리가 원하는 신체의 이상을 실현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스포트 영웅들도 결국에는 노쇠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외부골격을 사용합니다. 일본의 회사 사이버다인에서 만든 외부골격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는데 투입되었습니다. 이 외부골격은 탑승자의 피부 센서를 이용해서 움직였습니다. 이것은 몸의 연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BCI도 비슷한 차원에 속합니다.
세 번째 단계는 대체(replacement)입니다. 인공망막이나 인공심장등과 같은 인공물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이런 인공 기관들이 우리의 필수적인 기관을 대체할지 모릅니다. 인공팔다리는 이전에는 진짜 팔다리의 부족한 대체물이지만 이젠 더 이상 그렇지 않는데, 인공팔다리는 진짜 팔다리를 거의 완벽하게 대체하고 있습니다. MIT의 휴 헤르는 팔다리 절단수술을 받은 사람들을 위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생체공학적 팔다리를 설계했습니다.
네 번째 단계는 파면(displacement)입니다. 아무리 내구성이 좋은 몸이라고 해도 여전히 몸이다. 그 몸이 늙지는 않지만 자연의 힘에 의해서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 기계화의 마지막 단계는 최종적으로 몸을 없애는 것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목표는 아직까지는 미래의 기술인 정신 업로딩(mind-uploading)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습니다. 정신 업로딩은 우리로 하여금 물질성을 모두 포기하고 디지털 불멸을 달성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이 기술이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인간 기계화의 궁극적 지향점이며 이 과정의 궁극 목표는 우리가 “정신적인 기계”가 되는 것입니다.
6. 나가면서
포스트휴머니즘을 다루는 3번 강의 중 2번째 강의를 마쳤습니다. 지난 시간에는 유전자 혁명을 다루었고, 오늘은 사이보그 혁명을 소개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나노 기술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한 후 포스트휴머니즘을 철학적으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