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은 신사 왼쪽 산등성이로 향한다. 이 구간에서는 ‘료마의 산책로[龍馬の散步道]’라 적힌 작은 팻말이 자주 눈에 띈다. 일본 근대사의 주요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가 일본 역사상 최초로 ‘허니문’을 와서 걸었던 길이다. 팻말이 나타날 때마다 사무라이들이 검을 차고 다니던 막부시대로 공간이동한 느낌이 든다. 4km쯤의 이 산길은 기리시마·묘켄 올레가 끝나는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흙을 밟으며 이어진다. 현재의 223번 국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주요도로로 사용되었던 곳이라는데 지금은 인근 주민과 료마의 발자취를 찾는 여행자들이 료마처럼 산책삼아 걷고 있다.
▲ ‘료마의 산책로’에 설치된 규슈올레 화살표. 그 옆에 각 방향으로의 남은 거리도 표시해 두었다.
▲ 와케공원의 등나무 군락. 23종 100그루의 등나무로 가득하다. 삼나무 숲에 둘러싸인 곳은 와케신사. 멀리 다카치호노미네가 희미하다.
두세 명이 어깨를 맞대고 걸어도 될 만큼 널찍하지만 숲이 울창해 여름에도 시원한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딱따구리와 이름 모를 새나 발치에 뒹구는 낙엽이 이따금 정적을 깰 뿐, 인공의 소리가 차단된 깊은 산속의 이 길은 바람을 친구삼아 걷기에 좋다.
날머리가 가까워질 즈음 숲속에 작은 토리이와 신사가 있는 넓은 공터가 나타난다. 여기서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까지는 시오히타시마을 지나 10분 거리다.
맑은 계곡가에 자리한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은 사카모토 료마의 자취가 가장 많이 남은 곳이다. 신혼여행 기간 중 11일 동안이나 이곳 온천에 머물렀다는 료마와 그의 아내 오료. 공원 한켠엔 그들의 행복했던 한때를 조각한 동상이 자신들의 인연을 이어준 족탕을 바라보며 서 있다.
▲ ‘료마의 산책로’를 걷고 있는 올레꾼들.
▲ 센간잔에서 내려선 습지. 갈대가 가득해 운치를 더한다.
산행길잡이 규슈(九州)올레 기리시마(霧島)·묘켄(妙見) 코스 거리 11km 시간 4~5시간 난이도 중 묘켄온천가-(1km)-와케유탕-(1km)-이누카이노타키폭포-(3km)-산길, 강길-(2km)-와케신사·료마의 산책길(산길)-(4km)-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
기리시마·묘켄 코스의 볼거리
■묘켄온천거리(妙見溫泉街) 예부터 일본식 전통 료칸과 탕치(湯治-온천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 숙박지 등 숙박시설이 많던 곳이다. 멋진 현수교와 나무로 만든 다리가 아름다운 아모리강(天降川)은 사철 투명한 물빛을 자랑하고, 다리를 건너면 소박하면서도 운치 가득한 일본식 찻집도 있다. 또 근처에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석도 발전소가 있으니 둘러보면 좋다.
■와케유탕(和湯) 나라시대(710~794) 후기부터 있었다고 전해지는 온천. 기리시마를 방문한 사카모토 료마가 입욕했다고 전해지는 욕조가 지금도 그대로 남아 있다. 나라시대의 관료였다가 유배되어 이 지역에 체류하던 와케노키요마루(和淸麻呂)공이 머무는 동안 자주 들어갔다고 해서 ‘와케유탕’이라 불린다.
■이누카이노타키(犬飼) 폭포 높이 36m, 폭 22m의 대형 폭포. 와케유탕을 지나 올레길을 따르다 보면 굉음과 함께 불현듯 나타난다. 거대한 암반 절벽 사이로 힘차게 떨어져 내리는 굵직한 폭포수가 장엄하기까지 하다.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다르지만 봄과 가을날 오후에는 폭포에 걸린 무지개도 볼 수 있다. ‘신 가고시마 경치 100선’에서 1위로 뽑혔다.
■와케신사(和氣神社) 와케노키요마루(和淸麻呂)공을 기린 신사다. 학문과 건축, 건강 등 어떤 바람도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 성취된다고 소문이 났다. 근처의 와케공원에서는 매년 4~5월 23종 100그루의 등나무에 꽃이 필 때를 맞춰 등나무축제가 열린다. 전망도 좋아서 묘켄온천거리와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浸溫泉龍馬公園) 일본이 막부시대를 종료하고 왕 중심의 근대 집권국가로 재탄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카모토 료마의 자취를 가장 많이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신혼여행 중 료마 부부가 가장 오랜 기간인 11일 동안 머문 곳이 시오히타시온천이다. 이시자카가와 강변에 자리한 시오히타시온천 료마공원에는 33세의 나이에 결국 암살당하고 격동의 시대를 살다 간 료마의 자료가 전시되어 있는 ‘료마자료관(유료)’과 그가 들어갔다는 욕조, 료마와 그의 아내 오료의 인연을 이어준 족탕 등이 있다. 족탕에 발을 담그고 앉아 까먹는 온천달걀이 별미다.
숙박(지역번호 0995) 출발지점인 묘켄은 예부터 전통 료칸과 탕치숙박시설로 유명한 곳이다. 모든 숙박시설은 훌륭한 온천을 갖추고 있다. ■묘켄이시하라소(妙見石原·77-2111) 1박2식 2만3,350엔부터. 공항택시 이용 시 반액 지원. ■호텔 쿄세라(ホテル京セラ·43-7111) 1박2식 1만2,075엔부터. 하야토역 송영서비스. ■와스레노사토 가죠엔(忘れの里 雅苑·77-2114) 1박2식 2만5,560엔부터. ■타지마혼칸(田島本館·77-2205)
기리시마 명물과 식당 일본에서 유일하게 기리시마에서만 ‘흑초(くろず)’를 생산한다. 지금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숙성시키고 있으며,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해 미용과 건강에 좋아 인기 높다. 또 기리시마 녹차를 이용한 만쥬인 ‘챠마루(ちゃ~まる)’와 고구마를 원료로 한 기리시마 명물 ‘기리시마 소주(霧島酎)’는 향이 강하고 맛이 깊어 명성이 대단하다.
와케챠야(和茶屋·080-5209-0671) 와케공원 안에 있다. 우동과 소바 등의 메뉴가 있으며, 화·수요일은 정기휴일. 타시마 혼칸 오쇼쿠지도코(田島本館お食事· 0995-77-2205) 정식 600엔. 가코우(嘉好·0995-43-9071) 정식 1,000엔.
교통 가고시마공항에서 ‘가고시마 코츠 버스(鹿島交通バス)’를 이용해 묘켄온천까지 가면 된다. 후쿠오카공항이나 하카타항을 이용할 경우 JR하카타역에서 규슈신칸센을 이용해 JR가고시마츄오역까지 간 후 ‘닛포혼센 하야토노카제(日豊本線はやとの風)’를 이용해 JR카레이가와역이나 JR하야토역에서 내려 가고시마 코츠 버스로 묘켄온천까지 갈 수 있다. 하카타역 버스 센터로 이동, 고속버스를 타고 가고시마공항IC까지 간 후(가고시마공항까지 걸어서 10분), 가고시마 코츠 버스를 이용해 묘켄온천까지 가면 된다.
▲ 가고시마현 기리시마· 묘켄 코스
▲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마츠시마 코스
산행길잡이 구마모토현(態本) 아마쿠사(天草)·마츠시마(松島) 코스 거리 11.1km 시간 4~5시간 난이도 중
음악 같은 해안길, 시 같은 들길을 따라 치쥬관음상-(1.7km)-치쥬해안-(2.6km)- 산길 입구-(1.2km)-센겐노모리다케-(0.6km)-구마모토현립 아마쿠사 청년의 집- (1.2km)-센간잔 정상-(0.5km)-거석-(1.5km)-마츠시마 관광호텔 미사키테이-(1.8km)-류노아시유 족탕
‘직선은 인간의 선이고 곡선은 신의 선’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규슈올레 아마쿠사·마츠시마 코스는 신의 솜씨로 충만하다. 마음을 흩뿌리고 거두지 못한 채 돌아선 것처럼 새겨진 섬들 아마쿠사. 온갖 모양새의 아름다운 곡선들로 이뤄진 해안선들…. 다섯 개의 아름다운 다리로 이어져 큰 섬들은 더 이상 섬이 아니지만, 호수처럼 고요히 머물러 있는 바다 위로 봉긋봉긋 키 재기 하는 수많은 작은 섬들은 그대로다. 지역주민들의 친구 같은 치쥬관음상(知十音)이 있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코스는 시작된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작은 배들이 쉬는 한갓진 치쥬해안을 따르다가 넓게 펼쳐진 논 사이 곧게 뻗은 들길로 올레는 이어진다. 콧노래 몇 곡이 끝날 즈음 살구꽃 만발한 왼쪽 마을로 들어선 후 곧 산길이 나타나는데, 제법 숨이 차는 구간을 올라야 한다. 얼마 후 도착하는 곳은 아름다운 마츠시마의 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센겐노모리다케(千元森嶽).
아마쿠사 시미바라의 난이 일어났을 때 중심인물이었던 16세 소년 ‘아마쿠사 시로(天草四郞)’가 축연을 열고 술잔을 돌렸다고 전하는 센간잔(千山)으로 길은 이어진다. 섬들이 풀어낸 마츠시마의 진풍경을 제대로 보여 주는 센간잔에서 내려서는 길은 울창한 숲. 숲을 다 빠져나온 곳에서 갈대 무성한 습지가 있는 어촌마을을 만나는데 그 운치가 여간 아니다.
어촌마을을 벗어나면 ‘마츠시마관광호텔 미사키테이(松島光ホテル 岬亭)’를 지나 종착지점인 마츠시마항의 족탕 ‘류노아시유(龍の足湯)’가 멀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