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이 하늘에 올라가신 것을 기념하는 주님승천대축일입니다.
제1독서인 사도행전은 예수님이 제자들과 함께 땅에 있다가 하늘로 올라 가셨다고 전합니다. 마치 고무풍선이나 수퍼맨이 하늘로 올라가는 것처럼 설명했지만 육체를 가진 인간 예수님이 영적 존재인 하느님의 위치로 복귀하셨다는 뜻으로 묵상합니다.
예수님은 원래 완전하고 전능한 하느님이셨는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불완전한 인간의 위치로 내려오셔서 33년 동안 인간으로 사시다가 하느님 위치로 원상복귀하셨습니다. 즉, 원래 하느님이셨던 예수님이 제자리를 찾은 것이 승천의 의미라고 묵상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는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서 세상은 아름답고 사람들은 행복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 제자리를 바꿔 놓는 바람에 자연은 파괴되고 사람들은 불행하게 됐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름철에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났는데, 그 원인이 바로 둑을 쌓음으로써 물길을 억지로 돌려놓았기 때문이랍니다. 4대강 사업이야말로 물이 흘러야 할 제자리를 막는 것 같아 심히 염려됩니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어야합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 제자리입니다. 눈, 코, 귀, 입이 있어야 할 제자리는 얼굴입니다. 그렇지 않고 뒤통수에 붙어있거나 손, 발, 무릎, 허리가 제자리에 있지 않고 엉뚱한 곳에 붙어있다면 얼마나 불편하고 흉하겠습니까? 그러므로 제자리를 떠난 것은 하루 빨리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합니다.
망치나 송곳 등 연장을 사용한 후에도 연장이 있던 제자리에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에 찾기 쉽고 사용하기에 편리합니다. 특히 낚시꾼은 낚시 바늘이나 줄 등 낚시 도구를 제자리에 잘 정돈해야 엉키지 않고 찔리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는 모든 물건을 제자리에 놓는 습관을 길러줘야 합니다.
사람도 제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남편이 있어야 할 자리는 가정인데, 만일 다른 여자와 잘못된 만남을 하고 있다면 제자리를 떠난 것입니다. 아내나 자녀도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가 바로 제자리입니다. 학생의 제자리는 교실이나 책상 앞이고, 직장인이 근무시간에 있어야 할 제자리는 근무처입니다.
신자들이 있어야 할 제자리는 어디입니까? 주일에는 성당이 바로 있어야 할 제자리입니다. 주일에 성당에 가지 않고 극장, 낚시터, 운동장, TV 앞에 있는 것은 모두 제자리를 떠나 있는 셈입니다. 그것은 마치 눈, 코, 입이 제자리인 얼굴에 붙어있지 않고 뒤통수에 붙어있어 흉측스러운 것과 비슷합니다.
신부인 저도 제자리를 떠난 적이 있습니다. 쉬는 날도 아닌데 낚시터에 있었으니까요. 신부가 있어야할 제자리를 떠나 낚시터로 가려니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마치 죄인인 듯, 떳떳치 못한 마음으로 신자들 몰래 낚시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데 사람들이 그 자리를 바꾸어 놓는 바람에 세상이 뒤죽박죽 뒤엉켜 자연도 인생도 엉망이 돼 버렸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이 뒤엉킨 세상을 풀어주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고 그래서 제자리를 되찾아 주셨습니다. 말하자면 '제자리찾기운동'을 시작한 것이죠. 그리고 그 운동을 계속해 나가기 위해 교회를 세우시고 우리를 뽑으셨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예수님 사명을 이어 받은 우리 교회도 예수님처럼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는 교회를 '제자리찾기운동본부'라고 불러봅니다. 새마을운동, 쓰레기줄이기운동, 칭찬하기운동이 있듯이 제자리찾기운동을 교회가 주관하고 신자들이 실천해야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아름답고 행복함을 알기에 우리는 자연이 있어야 할 제자리, 자신이 있어야 할 제자리, 신자로서 있어야 할 제자리를 꼭 지키도록 합시다.
제자리찾기운동의 사명을 받은 우리는 어떤 유혹 앞에서도 있어야 할 제자리를 떠나지 말고 꼭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