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날 자두 수확
최 순 태
지난달 6월 하순경 구미에 사는 둘째 형님의 칠순 생일을 맞이하여 김천혁신도시의 어느 한정식 식당에서 우리 형제들과 어머니가 오랜만에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나는 약속시간에 맞춰 자동차를 몰고 식당에 도착했다.
맛있는 식사와 함께 생신축하를 하고 축하 케이크 절단을 마친 다음 정든 고향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여 때마침 수확한 자두와 감자를 차에 싣고 대구로 오려는데 누님이 7월 초순경 따는 다른 자두 품종인 후무사를 거둘 때 일을 도와달라고 부탁하였다.
나는 기꺼이 도우러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대구로 돌아와 외출을 하고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던 중 진동으로 해 놓은 휴대폰에 누님으로부터 메시지가 당도하였다. 즉시 전화를 해 보니 당장 와서 도와 달란다. 장마철에도 일을 하느냐고 물었더니 농사철에 때를 놓치면 안 되므로 빨리 작업을 끝내야 한단다.
간단한 옷가지를 챙기고 급히 김천으로 출발하였다. 가는 도중 구미 부근에서 계속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고향집에 도착하니 어머니와 큰형님이 밭에서 따온 자두를 크기별로 선별작업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우의를 입고 장화를 신은 채 대기하던 중 밭에서 수확한 자두를 싣고 집에 돌아온 둘째 형님의 차를 타고 밭으로 갔다. 계속 내리는 빗속에도 누나는 밭에서 작업에 열중이었다. 나도 즉시 동참하여 부지런히 일을 하였다. 비인지 땀인지 모를 액체로 온몸이 젖어 생쥐가 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형님과 막걸리 한잔을 마시니 온갖 시름이 가시는 듯하였다. 고향으로 출발할 때 아내가 무더위에 고생하겠다고 염려하는 말을 하고 일하는 동안 매사에 조심하라는 당부를 하였다.
무더위에 열심히 일을 하고, 노력의 결실인 과일을 손수 따니 일하는 보람을 느꼈다. 또한 누나와 형과 나누는 정담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일이었다. 하루의 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샤워한 후 저녁식사를 하고 내일의 작업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어제 억수같이 오던 비가 그치고 7월의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었다. 사정없이 흘러내리는 땀으로 빠져나간 수분을 채우려고 시원한 물을 마시고, 직접 딴 싱싱한 자두를 한입 깨물었다. 시장에서 사서 먹는 과일과 비교가 인될 정도로 달고 시원했다.
올해는 비가 자주 오지 않고, 병충해가 거의 들지 않았고 일조량이 많아 자두의 시세가 좋다고 한다. 또한 전국적인 자두 산지인 김천의 자두는 포도와 더불어 품질이 우수하여 각 지방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틀 동안 수확을 하니 덜 익은 자두를 제외하고는 밭에 자두가 거의 없었다. 그날 일이 늦게 끝나서 당장 대구로 가지 못하고 하루 밤 지낸 후 내일 내가 가지고 갈 자두를 직접 따서 우리 집으로 가지고 가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청소와 식사 후 어제 딴 자두를 청과상회에 인계하고 자두를 따러 밭으로 갔다. 정신없이 작업을 하여 차에 실으니 온몸에 비가 오듯 땀이 흐른다. 작업이 거의 끝날 즈음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와서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자두를 선별하여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무더위에 더위를 먹은 듯 갑자기 현기증이 나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잠시 몸을 진정한 후 화장실에 가서 시원하게 몸을 씻은 후 자동차에 자두를 싣고 대구로 차를 몰았다.
자두를 수확한 후 동네 어르신이나 친척들에게 수확물을 나누어 주었다. 보통 농촌에서는 자기 집에서 수확한 농작물을 나누어 먹는 아름다운 풍속이 계속 이어진다. 이러한 일은 도시에서는 잘 보기 어렵다.
밭에서 한창 일하는데 중년인 어떤 남자가 찾아왔다. 오래전에 고향을 떠나 20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며 본인을 소개하는데 얼굴을 보니 어렴풋이 생각이 나서 반가웠다. 귀한 손님에게 선물을 하려는데 자두를 사고 싶단다.
둘째 형님은 밭에서는 선별작업이 어렵고 집으로 오면 좋은 물건으로 준비해 놓겠다고 얘기하고 우리 집을 아느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단다. 그래서 감나무 집을 아느냐고 물어보니 안다고 하여 나중에 전달하기로 하였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동네의 동생을 만나니 반가웠다. 이러한 일도 이번에 고향에 간 덕분이 아니겠는가? 비록 힘들었지만 마음은 뿌듯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무사히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니 누님이 고마웠다고 말하였다.
무더운 여름날 고향에서의 2박3일은 여러 가지로 보람찬 나날이었다.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하여 오랜만에 농사일을 거들어 고단하기는 하였지만 고향에 계신 어머님과 형님, 누나를 만나 일을 하며 지낸 일은 피곤함을 씻은 듯이 잊을 수 있었다.
유달리 짧았던 올해의 장마를 뒤로 하고 연일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이 더위를 슬기롭게 이겨나가야 한다. 더위를 이기려면 가만히 집에 누워 빈둥거리지 말고 무엇인가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지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자두 수확을 도우러 고향을 방문한 일은 나름대로 가치가 있었다.
첫댓글 자두 수확의 정경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향수를 달래주는 고향이 있고 그곳에는 아직 형제자매들이 모여 정을 나눌 수 있는 정경이 부럽습니다. 나도 지금 냉장고에서 자두 한 알을 꺼내 한 입 가득 깨물어봅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더운데 자두 수확한다고 애 많았습니다. 요즘 같이 더운 날씨엔 뭐니 뭐니 해도 시원하고 새콤한 자두가 제일 좋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무더운 여름날, 자두수학을 위한 형제자매분의 만남이 참 재미있어 보입니다. 앞으로도 자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면 참 좋을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고향에서 가족들과 자두를 수확하는 정겨운 모습이 무척 보기 좋습니다. 자두에는 비티민 A와 C도 많지만 칼슘도 많다고 하니 골다공증에도 좋은 과일이지요. 의미있는 일을 하는것도 더위를 이기는 한 방법이 되겠군요.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우리 형제들과 어머니' '정든 고향집' '누님' '큰 형님' '둘째 형님' '고향 동네의 동생' 읽는 독자의 마음에도 에너지를 팍팍 실어주는 단어들입니다. 어릴 때 과수원 곁을 지나면 무척 부러웠습니다. 어쩌다 울타리 근처에 떨어진 풋과일이 보이면 엎드려 팔을 쭈욱 뻗어 손에 쥐던 순간의 희열. 행복을 주는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으며 지난 날이 문득 떠오릅니다. 무더운 여름 자두밭에 농약을 살포하고 적과며 자두를 수확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특히 포모사나 왕자두 미금등 삼복 더위에 수확해야 하는 만큼 그 고충은 말할 수 없지만 보람 또한 큽니다. 옛 날을 생각하며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자두수확을 보면서 부모 형제들간 우애를 보았습니다. 피붙이가 아니면 부탁도 들어주지도 못할것입니다. 고향의 정도보고 최선생님 따뜻한 마음도 보여 흐뭇하게 잘 읽었습니다.
삼복염천에 누님의 부탁을 받고 선걸음에 달려가 일손을 돕는 형제애가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어미니와 형제가 살고 있는 고향은 정신의 안식처입니다. 음미하며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