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었습니다. 저는 여느 때처럼 항상 학원이 밤 10시 쯤에 끝났습니다. 근데 대한민국의 K-청소년들의 인생을 보면, 10대의 3분의 2를 목동이나 대치동 같은 학원가에서 보내잖아요? 저도 목동에 학원을 다니고 있었고, 집이 목동이 아니라 꽤 멀리 있었기 때문에, 학원 셔틀 버스를 타야했습니다.
목동은 밤 10시 쯤에도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항상 시끌시끌 했어요. 저녁도 먹지 못하고 학원에 바로 간 터라, 배가 고파서 편의점에서 맛있는 간식을 사서 버스에서 기사님 몰래 먹기 위해 가방에 잔뜩 쑤셔 넣었습니다. 목동에는 계속 가로등이 켜져 있더라구요? 저희 학원 셔틀 버스는 항상 특정 장소에서 기다리고 있어서 학원 바로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서 버스까지 가야 했었습니다. 학원 친구들이지만 셔틀을 같이 타지는 않는 친구와 함께 수다를 떨며 버스에 탔습니다.
저는 약간 갬성? 이런 걸 좋아해서 항상 버스가 저희 동네까지 오는 길에 예쁜 다리를 건널 때면 새벽 갬성 노래에 이입해서 창 밖을 보면서 '하,,, 인생' 약간 이런 중 2병스러운 생각을 많이 하곤 했어요. 여느 때처럼 한 쪽 귀에만 이어폰을 꽂고, '아,, 인생 왜 이렇게 힘들지,,'하는 생각을 하며 과자를 쿰척쿰척 먹고 셔틀 안에서 감성을 잡고 있었습니다.
저는 주로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 대신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데, 제 유튜브에는 제가 관심을 자주 가져서 알고리즘이 띄워주었는지 계속 단편 뉴스들이 올라오거든요? 근데 그 날은 안 올라오는 거에요,,, 원래는 어떤 정치인이 무슨 발언을 했다는 둥 뭐 어디서 누가 학교폭력이 일어났다는 둥 되게 자질구레한 뉴스들이 많이 많이 올라오기 마련인데, 아무 뉴스도 안 올라오는 거에요.
그래서 '이게 맞나? 오늘만 좀 잠잠하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셔틀 버스에서 제가 내릴 차례가 되었습니다. 이제 기사님에게 '안녕히 가세요~'하고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어요,
사건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저희 집은 단지 내에 들어서면 가장 끝에 있는 집이라 분수대도 지나고 놀이터도 지나고 피트니스 센터도 지나고 카페도 지나서 도착하거든요. 저희 집에 가는 길이 진짜 정직하게 커브 하나 없이 일직선으로 쭉 와야 있는데, 이제 저희 옆 단지 사람들도 집에 편리하게 갈 수 있어야 하니까, 그 일직선인 길 중간 부분 쯤에 샛길이 있거든요? 근데 약간 진짜 샛길이라기 보다는 사람들이 주로 다니지는 않는데 그냥 '아 저기 길이 있네~' 수준인 길. 근데 이제 집으로 가려면 일직선으로 와야하니까 가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샛길을 잠깐씩이라도 쳐다보게 돼요, 그래서 그 날도 귀에서 나오는 'imase의 night dancer'를 들으며;;; 집으로 가던 길에 샛길을 잠시 쳐다봤습니다.
거기는 사람들이 많이 안 다니는 길이라 가로등도 겨우 한 개? 정도 있어요. 근데 샛길을 딱 쳐다보는데 저 멀리서 누가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거에요. 보통 사람이라면 거기에 무슨 용무가 있어서 갔을 테니까 걸어다니거나 할 텐데 일직선인 길을 바라보면서 저를 딱 정면으로 쳐다보는 거에요. 근데 약간 제가 눈싸움이나 기싸움? 이런 거에 별로 지고 싶어하지 않는 성격이라서 저도 같이 빠안히 쳐다 보았습니다. 어두 컴컴한 길에서 그 사람을 실눈 뜨고 열심히 쳐다보고 있는데, 머리는 스님 머리처럼 아주 짧았지만 몸의 볼륨을 보니 여자였고, 옷도 약간 스님처럼 입었었습니다. 손에 염주는 없더라구요. 근데 그 사람의 차림새를 열심히 쳐다보다가 얼굴을 봤는데,
눈 코 입이 없는거에요,
진짜 순간 너무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는데 그 귀신(?)의 자세가 너무 정직한 차렷 자세라서 뭔가 금방이라도 자세를 잡고 나를 잡으러 뛰어올 거 같은 느낌인 거에요? 그래서 진짜 엄청 빠르게 뛰어서 집까지 왔습니다. 살면서 그렇게 빨리 뛴 적은 없었던 거 같아요. 사실 멀쩡한 사람이 그런 차림새를 하고 그렇게 쳐다보고 있었으면 '뭐야,, 이상한 사람인가?'하고 말텐데, 자세히 보니까 눈 코 입이 없어서 너무 소름 돋았습니다. 이 글을 지금 새벽 1시에 쓰고 있는데 또 나타날까봐 진짜 진짜 진짜 진짜 겁나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