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발사대 선 누리호… 이번엔 ‘진짜 위성’ 싣고 해 질때 쏜다
[누리호 3차 발사]
오늘 오후 6시24분 발사 예정
차세대 소형위성 등 8기 탑재… 무게 3분의 1로 줄고 목표 고도 낮춰
“발사 성공땐 위성 수송능력 입증”
누리호, 오늘 3차 발사 예정
23일 누리호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대 기립 및 고정 작업을 마쳤다. 누리호는 24일 오후 6시 24분 3차 발사를 앞두고 있다. 사상 처음 우리 발사체로 실용 위성을 쏘아 올리는 이번 발사가 성공할 경우 국내 우주 산업 활성화의 본격적인 포문이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발사대에 세워진 누리호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제2발사대에서 누리호가 24일에 있을 3차 발사를 위해 기립을 완료했다. 누리호는 기립 상태에서 전원 및 추진제 주입을 위해 배선을 연결하는 ‘엄빌리컬’ 작업을 진행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는 23일 오전 11시 33분 발사대 기립을 마쳤다. 오전 7시 20분 무인 특수이동차량에 실려 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약 1.8km를 1시간 34분에 걸쳐 이동한 뒤 발사를 위해 하늘을 향해 세워졌다.
이번 발사는 실용 위성을 싣고 가는 첫 발사란 점에서 과거 1, 2차 발사와 차별화된다. 지난 발사 때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형(더미 위성)이 실렸지만 이번 발사부터는 실제 우주 공간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실용 위성이 실린다. KAIST 인공위성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소형위성 2호(주탑재위성), 한국천문연구원의 도요샛 4기와 함께 루미르, 져스텍, 카이로스페이스가 각각 개발한 큐브위성(부탑재위성) 등 총 8기가 비행을 준비 중이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단장은 “2차 발사는 누리호의 성능을 검증하는 것이었다면 3차 발사는 누리호가 위성 수송이 가능한 발사체라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용 위성이 실리면서 3차 발사는 2차 발사 때보다 발사 시간이 두 시간가량 늦춰진다. 2차 발사는 오후 4시에 이뤄졌지만 3차 발사는 오후 6시 24분으로 예정 시간이 잡혔다. 6시 24분 전후 30분으로 오후 5시 54분∼6시 54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해가 지는 시점에 발사되는 이른바 ‘황혼 발사’다. 이 시간에 발사해야 주탑재위성으로 실리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가 원하는 목표 궤도에 다다를 수 있어서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목표 궤도는 태양을 마주 보고 도는 ‘여명황혼궤도’다. 적도를 통과하는 시간이 오전 6시(여명)와 오후 6시(황혼)라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장태성 차세대소형위성2호사업단장은 “차세대 소형위성 2호의 핵심 부품인 소형영상레이더(SAR)가 전력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태양광 발전을 위해) 햇빛을 계속 받아야 한다”며 “국산 발사체이기 때문에 우리 위성이 원하는 궤도에 맞게 발사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누리호에 실리는 위성 무게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2차 발사에서는 위성 무게가 총 1500kg이었지만 3차 발사의 실용 위성 8기 총 중량은 504kg이다. 목표 고도는 700km에서 550km로 낮아졌다. 고 단장은 “2차 발사 때는 성능 검증을 위해 되도록 높은 고도에 1t 이상의 많은 중량을 실어 보냈지만, 이번 발사에서는 위성이 임무를 수행하기에 가장 적절한 고도와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중량으로 설정했다”고 했다.
이번 발사에서는 위성 8기가 차례로 분리돼야 하기 때문에 총 비행시간은 18분 58초로 2차 발사(18분 25초) 때보다는 33초가량 늘었다. 3차 발사에서 가장 먼저 분리되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는 발사 13분 3초 후에 분리되고, 이후 20초 간격으로 7기의 큐브위성이 차례로 분리된다.
발사체는 8기의 위성이 모두 분리되는 시점(발사 923초 후)에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위성의 성공 여부는 25일 오전까지 지상과의 첫 교신을 기다려야 한다. 고 단장은 “위성이 예상한 곳에서 정확히 분리됐는지를 확인해야 향후 4∼6차 발사에서도 참고할 수 있다”고 했다.
최지원 기자
민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조립~시험평가 전과정 책임 맡아
[누리호 3차 발사]
임무통제 등 발사운용에도 첫 참여
KAI도 발사체 총조립 중요 역할
300여 기업 구조체 제작 등 맡아
“현장의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합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는 작업이다 보니 들뜬 마음보다도 놓친 건 없는지 하나하나 점검하면서 3차 발사를 준비했습니다.”
누리호 3차 발사를 6일 앞둔 18일 최영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체계종합팀장은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현장 분위기를 이같이 설명했다. 누리호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엔진을 제작해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누리호의 제작부터 시험평가, 실제 발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하는 체계종합기업에 선정됐다.
최 팀장은 “발사체 구성품에 대한 품질관리와 조립, 시험 평가 등 제작 전 과정에서 전체적인 ‘책임’을 맡은 게 1·2차 발사와의 차이점”이라며 “과거보다 책임감과 자부심이 커졌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는 첫 발사다. 그동안 제작에만 관여해 오다가 이번 발사에선 발사 준비, 발사임무 통제 등 실제 ‘발사 운용’에 처음으로 참여했다. 최 팀장은 “발사 당일 세세한 발사 운영과 조정을 맡는 발사관제센터(LCC)에 머무를 예정”이라며 “추후 민간기업이 발사 운영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내재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체계종합기업 선정을 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경쟁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도 1·2차 발사에 이어 발사체 총조립 및 엔진 4기의 클러스터링(일체화) 작업, 1단 추진제탱크 제작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누리호 3차 발사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외에도 약 300개의 국내 기업이 참여했다. 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개 기업이 체계종합을 맡았고 비츠로넥스텍, 에스엔에이치 등 9곳이 추진기관과 엔진 제작에 참여했다.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은 동체 등 구조체 제작을 맡았다. 누리호를 쏘아올릴 발사대도 현대중공업이 2016년부터 총괄해 2021년 건립했다.
전남혁 기자
하늘도 도와주나… 나로우주센터 오늘 바람 ‘잔잔’ 예보
[누리호 3차 발사]
풍속 초속 2~4m-강수 확률 20%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3차 발사일인 24일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남 고흥군 봉래면 지역의 기상 상황은 양호한 것으로 예보됐다.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누리호 발사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상 요인은 바람이다. 지상 기준으로 평균 풍속이 초속 15m를 넘어서면 발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1m를 넘어서도 마찬가지다. 바람이 발사체 궤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24일 나로우주센터 지역의 오후 풍속은 초속 2∼4m로 잔잔한 편이어서 누리호 발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다.
연구원들은 나로우주센터에서 23일부터 발사 전까지 2∼3시간 주기로 관측 풍선을 띄워 지상 약 20m 높이에서 부는 고층풍도 측정한다. 고층풍이 세면 발사체가 옆으로 기울거나 잘못된 방향으로 발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중요한 기상 변수는 낙뢰다. 발사체의 비행 경로에 번개가 치면 탑재한 위성이 손상될 수 있다. 예보에 따르면 누리호 발사 시점에 구름이 낄 것으로 예상된다. 강수확률 20%로 낙뢰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기정통부는 24일 ‘누리호 발사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오후 2시경 최종 발사 시간을 발표할 계획이다. 예정 시간은 오후 5시 54분∼6시 54분이다.
지민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