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타임캡슐공원
해발 850m 소나무 아래 약속을 저장하다
타임캡슐공원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여름 햇살이 능선을 타고 내려오는 7월, 짙어진 초록이 산 전체를 두텁게 감싸기 시작한다. 소나무 그늘 아래 잠시 멈춰 서면 고지대 특유의 서늘한 바람이 등줄기를 스쳐 지나간다. 도시의 열기와는 전혀 다른 온도가 그 자리에 있다.
2000년대 초 흥행작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과 전지현이 소나무 밑에 타임캡슐을 묻던 장면을 모티브로 조성된 정선 타임캡슐공원은 폐광 이후 인구가 급감한 신동읍 일대의 새로운 관광 거점으로 자리잡았다.
이곳은 단순한 경관지가 아니다. 방문객이 직접 캡슐에 소망을 담아 블록에 저장하고, 약속한 날짜에 다시 찾아와 꺼내 읽는 구조로 설계된 참여형 공원이다. 한여름 산 위의 고요함 속에 저마다의 이야기가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엽기소나무길, 새비재 정상의 상징적 구조
타임캡슐공원 전경 / 사진=정선군
타임캡슐공원(강원특별자치도 정선군 신동읍 엽기소나무길 518-23)은 해발 약 850m 고지대의 새비재 일대에 자리한다.
공원의 중심은 능선 위에 홀로 서 있는 소나무 한 그루이며, 이 소나무 둘레를 따라 12개월을 상징하는 12개의 방사형 원형블록이 배치되어 있다. 블록 하나에는 약 400개의 타임캡슐 공간이 마련되어 전체적으로 수천 개의 캡슐을 동시에 보관할 수 있는 규모다.
공원에는 타임캡슐 시설 외에도 야생화단지와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함께 갖춰져 있어 지금 시기에는 만개한 야생화를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추억을 묻고 다시 꺼내는 타임캡슐 체험
타임캡슐 공원 양배추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방문객은 타임캡슐을 구입하거나 대여한 뒤 원하는 월의 블록에 캡슐을 저장하고 지정된 위치에 매립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용 기간은 100일, 1년, 2년, 3년 중 선택하며, 약정기간이 끝난 뒤 최대 60일까지 추가 보관된다.
이 기간을 넘기면 캡슐이 임의로 폐기될 수 있어 회수 일정을 미리 정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개봉은 최초 신청자가 하는 것이 원칙이며, 사전에 지정한 동행자나 대리인도 대신 꺼내갈 수 있다.
여름 방학 시즌을 맞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어나는 7월은 체험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방문 전 운영 일정을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기간별 구입·대여 요금 한눈에
타임캡슐공원 달 조형 포토존 / 사진=정선군
타임캡슐 이용 방식은 구입과 대여 두 가지로 나뉜다. 구입 요금은 100일 4만 원, 1년 5만 원, 2년 6만 원, 3년 7만 원이며, 대여 요금은 100일 1만 원, 1년 2만 원, 2년 3만 원, 3년 4만 원으로 기간이 길어질수록 차등 책정된다.
한 번 납부한 이용료는 환불이 되지 않으므로 방문 전 기간과 방식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주차는 일반 26면, 장애인 전용 2면, 전기차 전용 1면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승용차나 렌터카로 접근하는 방문객에게 편리하다.
운영 시간과 방문 전 확인사항
타임캡슐공원 데크 산책로 / 사진=정선군
공원 운영시간은 09:00~18:00이며, 현재 7월은 성수기에 해당해 정상 운영 중이다. 다만 매년 12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는 고지대 진입로 결빙과 급커브·급경사 구간의 안전 문제로 운영이 전면 중단되는 점은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
정기 휴무일은 매주 월요일이고, 월요일이 공휴일이거나 정선 5일장날(2일·7일)과 겹치면 다음 날이 휴무로 대체된다. 이용 문의는 033-560-3462로 가능하며, 상세 안내는 time.jsim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영화 한 편이 빈 산등성이를 추억의 장소로 바꿔놓았다. 소나무 한 그루를 중심으로 수천 개의 마음이 조용히 쌓여가는 이 공간은 경관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약속을 심고 기다리는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짙은 녹음이 새비재를 가득 채운 지금이 방문하기 가장 좋은 시기 중 하나다. 해발 850m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여름바람과 소나무 그늘 아래 캡슐을 묻는 순간은, 뜨거운 계절의 한복판에서 오래 남을 기억 하나를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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