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미대 다니는 친구랑 찜방에 가도 되냐고 묻는 아들과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흔쾌히 허락을 했더니
엄마 맞냐고? 왜 화를 안내시냐고...
계모다 했더니
열심히 살겠습니다
남은생을 당신께 받칩니다.
문잠그면 안됩니다. 감사합니다.
했던 아들이
어찌된 일인지 내가 출근하는 시간이 되도록 들어오지 않는다
친구랑 놀다가 늦잠이라도 들었나?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가 지금쯤이면 일어났겠지 싶은 시간에 전화를 했는데도 신호는 가는데 안 받는다
12시가 넘고 1시 2시~
미대 다닌다는 아들의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하니 그 녀석 전화는 아예 꺼져있다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 한다
녀석 통장에 돈이 제법 있는데...
찜방엔 스마트폰 도둑이 많다는데...
친구녀석은 믿을만한 녀석인가?
이런 적 없었는데...찜방에 가서 자고 온다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몇 번 친구들과 가서는
시끄러워서 도저히 못 자겠다고 2~3시경에 집에 왔던 녀석인데...
오늘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고 보냈던 것인데...
회사에서는 수입된 기기 하나를 제조국인 미국으로 반송하느라 최초 수입면장이랑
인보이스 패킹리스트 반송사유서 등을 관세사무소에 보내서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내 일은 너무도 분주하고 분해되어 있는 기기를 다시 조립하여
기기를 우드박스에 넣고 단단히 포장 하고 박스에 표기를 하고
지게차로 떠서 탑차에 실어서 보내느라 사무실과 주차장을 오르락 내리락을 수 없이 하고
쓸데없는 것에 신경쓰는 대표 장단 맞춰 주느라 서류를 이랬다 저랬다...
나는 연락 안되는 아들 걱정에 별의별 방정맞은 생각이 머릿속으로 왔다 갔다 널 뛰고있고
얼굴빛은 점점 사색으로 변하여 당장이라도 동네 찜방으로 뛰어 가고 싶으나
기기 나가는데 내가 참견안할 수 없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못하고 정신차리고 일 하느라
신경은 날카롭기만 하다.
예정보다 2시간이나 빨리 도착한 탑차 까지 내 신경을 건드린다.
12시 반에 온 차에 물건 실어서 출발시키고 나니 3시30분
우리의 일은 수입된 기기의 우드박스 해체가 전문이었지
해체된 박스를 조립하려니 서툴기 그지없고 오늘따라 한가한 주차관리 아저씨는 전직이
무엇이었는지 참으로 아는 소리를 어찌나 해 대시는지...오마이 갓 이었다.
차 떠나는 것을 보고 사무실로 올라와서
기기 사진 찍은 것을 세관에서 일하기 쉽도록 관세사 사무실로 전송하고
서류를 다시 확인하고 포딩 업체에도 기기가 출발했다고 알리고
지게차 사무소에 세금계산서 발행해달라고 연락하고
세컴 계약하자는 전화에 내일 오라고 하고
신한금융에서 찾아온 손님을 오늘은 도저히 응대해 드릴 수 없다고 보내고
개인의료기를 파냐는 전화에 우린 병원용 의료기라고 해서 끊고
우리기기 설치된 병원을 청량리 부근으로 알려 달라는 환자분에게 병원을 일러 드리고
그 와중에 점심 먹으러 얼른 식당으로 내려오라는 이차장의 전화에 소리를 버럭 질러서
지금 먹는게 중요하냐고 엉뚱한 화살을 직원에게 날리면서
내가 보내야 할 서류를 기다리는 사람 일이 급하지 밥 먹는게 급하냐고
난 하나도 밥먹는게 안 급하다고.... 그런데 또 전화를 해 오길래
아무말도 안듣고 “나 밥 안먹어요!” 내 말만하고 끊어 버렸다
그래 좋겠다 당신들은
기기 내보냈으니 그것으로 손 탈탈 털고 밥 먹으면 그만 이지만
난 기기 나가면서 당신들이 어질러 놓은
포장재도 창고에 넣어야 하고
밴딩기도 넣어야 하고
오늘 도착한 부품도 제대로 왔는지 그게 더 궁금해서 열어봐야 하고
잠깐 내린 실비에 기기 젖을까봐 꺼냈던 담요도 치워야 하고...
참으로 욕 나온다
그 사이에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는 무슨...내가 애야? 무슨 납치는
새벽5시까지 친구랑 얘기하고 그제서 잠이 들어서...
아~ 날 그렇게 못 믿어? ....한다.
아들 녀석이 없어졌다고 그 녀석이 찜방 간다고 하는데 통화로 허락한 것도 아니고
카톡으로 허락하고 ...
우리 아들은 무슨 옷을 입었으며 친구는 누구고...그런데 걔가 3단지 사는 것은 아는데
몇동 몇호인지는 모르고...그 애 엄마는 이혼을 했으며 아빠와 누나 둘이 있다고 들었으며
아빠는 유치원 부원장 이라고 했던 것 같으며...난 머릿속으로 경찰서에 가서 뭐라고 해야 하나?
그것까지 생각해 보며 아들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다고 참으로 무심한 엄마 라고 자책하기도 했다.
녀석은 평소에도 늘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 놓고 산다
그러니 내가 일하는 틈틈이 전화하는 것 조차 모르고 잠을 잤을 수 밖에
나 닮아서 잠은 또 어찌나 잘 자는지...
한 번 잠들면...죽음과 같아서 잠자기 대회에 나가면 1~2등은 아들과 내 차지이다.
기기 내보내는 일이 얼추 정리가 되고 늦은 밥도 먹으니
5시가 다 되어가고 준비된 자료를 챙겨서
6시 강남의 김**병원장을 뵙기로 했기에 병원을 향해 사무실을 나선다
그리고 10여분의 상담을 하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와서
커피 한잔을 쥐고 자리에 앉아 모니터 옆의 거울을 들여다본다.
고단한 하루다
몸살이라도 날 듯 아픔이 밀려온다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꾸뻑 졸았다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졸았다
내 하루를 아는지 운전자가 입을 다물고 조용히 있는다
긴장이 풀려서 이리라
오늘은 야근 못하겠다
집에가서 쉬어야지...
문자가 온다
큰 아가씨다
“시간 괜찮으면 엄마한테 전화 한통해주세요”
아차차차
오늘 어머니 생신 이다
지난 일요일에 학회가 아니었으면 어머니 댁에 가 뵈었어야 했는데
내가 못가도 당신 아들이랑 손자는 보내려고 했는데....
“명절 며칠 안남았으니 그때봐요 .오면 해줄 음식도 없어~ 안오는게 도와 주는거야 “
하는 아가씨 말만 듣고... 전화는 드려야지 해놓고...
얼른 어머니께 전화드린다
“어머니 전화가 너무 늦었어요. 지난 일요일에 갔었어야 했는데...
어머니 이번 설에 가서 용돈 많이 드릴께요~~~“
“괜찮다. 애들이 미역국 끓여줘서 먹었다. 내가 뭘 했어야지 니들을 오라고 하지
그래~ 설에 보자“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한 번 안하시는 어머니
그저 내 아들대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는 생각으로 날 배려 하시는 어머니
아가씨의 문자가 아니었다면
새까맣게 잊고 지날 뻔했다
지난 주 환갑이었던 큰 언니 에게도 선물하나 못 건네고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보냈다
사는게 뭔지~
눈가는 젖어들고
집에 들어오니
예천친구가 보내준 선물 한 보따리가 도착해 있다
무말랭이무침 한 보따리하고 깻잎장아찌
박스가 모자라서 김치는 다음에 보내주겠단다.
아~
지옥에서 보낸 한나절 끝에
천사가 보내준 반찬에 입이 벌어진다
어머니랑 나눠 먹어야지~
ㅎㅎ
힘든 하루셨군요
오늘 저도 그랬답니다
그냥 늘 있는일이려니 해야하는데
날이갈수록 자꾸 서글픈 생각이 드네요
주책입니다
커피님^^
2월입니다.
2월에는 실적은 많이 올리시되
고생은 조금 덜 하는 방법 없을까요?^^
원칙적으로야 그래선 안되겠지만
그랬으면..하고 바래봅니다.
반가운 앨리스님
ㅎㅎ
2월 신나게 파이팅 해보겠습니다
님의 응원 늘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