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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왕모산
경북일보 지면게재일 : 2022년 08월 05일 금요일
이재락 시민기자
선녀가 쉬어간 갈선대 아래 굽이치는 낙동강 '절경'
안동지역에는 100대 명산 급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네임드 산이 없는 편이다. 대신 학가산, 와룡산, 아기산, 왕모산 등 중소규모의 아기자기한 산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중 왕모산(648m)은 낙동강이 안동의 도산면을 관통하며 깎아 만든 산으로, 굽이치며 흘러가는 낙동강이 내려다보이는 절경을 품은 산이다.
산의 이름에는 유례가 있는데, 고려 때 홍건적의 침입 때 공민왕은 그의 어머니인 명덕태후를 이 산으로 피신하도록 했다고 한다. 왕의 어머니가 피신하였다고 하여 산의 이름이 왕모산(王母山)이 되었다.
내비게이션에는 ‘왕모산 관리소’로 검색을 하면 내살미 마을 주차장까지 안내를 해줄 것이다. 무료로 주차를 할 수 있으며, 별도의 관리인은 없다. 산행 들머리인 이곳에는 깨끗한 화장실이 있고, 작은 정자 쉼터가 있으며, 간단히 씻을 수 있는 수도시설과 먼지떨이 장비가 설치되어 있다.
산행 초반에는 거의 평지를 걷는가 싶더니 이내 난폭한 경사를 만난다. 전반적으로 등산로는 꽤나 가파른 구간이 많다. 정상까지 서서히 경사가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평지와 급경사가 반복되는 형태다. 전체적인 코스는 다음과 같다. 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약 1.3㎞ 지점에서 갈림길을 만나는데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어느 쪽으로 올라가도 정상을 밟을 수 있으며 내려올 때는 올라간 길의 반대편으로 내려오면 좋을 듯하다.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가서 정상을 찍은 후 반대편 한골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정상에서 외길을 따라 1.5㎞ 정도 내려오면 만나는 갈림길에서 데크 산책로를 따라 갈선대로 나온 후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하는 코스다. 전체 거리가 약 7㎞ 정도 되는 중급코스이다. 앞서 말했듯 경사가 급한 구간이 많기 때문에 초심자들에게는 다소 버거울 수 있으니 산행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식수 및 행동식을 충분히 준비해야겠다.
주차장에서 갈선대를 지나 갈림길에서 왼쪽 데크 산책로를 지나는 길은 ‘선비순례길’ 5코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선비순례길은 안동지역에 산재한 유교문화유적들을 연결한 총연장 91㎞의 트래킹 코스로서 총 9개의 코스로 나누어 운영되고 있다.
주차장에서 약 700m 지점을 지날 무렵 작은 성황당 건물을 만나게 된다. 이 성황당의 이름은 산의 이름과 같은 ‘왕모당’이다. 침략한 홍건적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는 바람에 위태로운 상황이 되었을 때, 어느 늙은 장군이 백마를 타고 홀연히 나타나 홍건적들을 모두 물리치고 지렁이로 변해서 사라졌다고 한다. 이 사당은 노장군을 공을 기리기 위해 건립을 하였다고 전해진다.
안내문에 따르면 이 사당에는 신기한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 8·15해방 직전에 사당에서 징소리가 여러 번 울려서 국가의 경사를 알렸고, 주변에 산불이 나더라도 이곳은 늘 무사했다고 한다.
여느 사당과 달리 문이 잠겨 있지 않아서 내부를 열어볼 수 있다. 사당 안에는 남녀 목각상 2기가 봉안되어 있는데, 가운데 ‘왕모산성 성황신위(王母山城 城隍神位)’라고 적혀 있어서 이들이 성황신들임을 알 수 있다. 성황신은 마을과 성을 수호하는 토속신이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대보름이 되면 동신제를 지내며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고 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산치고는 등산로의 정비가 잘 되어 있는 편이다. 경사가 급한 구간에는 계단이 놓여 있고, 울퉁불퉁하거나 위험한 구간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시설은 왕모산 자체를 위한 것이라기보다 위에서 언급한 선비순례길 덕분으로 보이며, 등로가 순례길을 벗어나면 다소 투박해지기는 한다.
산행을 시작한 지 1.2㎞ 지점에 바위 전망대를 만나게 되는데, 전망대의 이름은 ‘갈선대(또는 칼선대)’이다. 선녀가 내려와 쉬고 갔다는 곳이며, 이육사 시인이 ‘절정’이라는 작품을 만든 곳이기도 하다. 가까운 곳에 이육사 문학관이 있으니 산행 후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갈선대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의 풍경은 왕모산 등산코스에서 가장 멋있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왕모산에 들러서 갈선대까지만 보고 내려가는 사람도 많다. 낙동강이 마을을 휘감아 흘러가는 모양이 마치 예천의 회룡포를 닮았다. 이렇게 강이 마을을 감싸면서 흘러가는 곳을 ‘물돌이 마을’이라고 하는데, 우리 지역에서는 회룡포와 영주의 무섬마을이 그렇고, 안동의 하회마을이 그러하다.
정상까지 올라가는 능선에는 굽이굽이 12개의 봉우리를 넘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정도로 심하지는 않고, 약한 오르내림은 다수 있긴 하다. 특히나 왕모바위 등 군데군데 박힌 바위들이 많아서 산행의 지루함을 덜어준다.
주차장에서 약 3㎞ 정도의 거리를 걸어 오르면 왕모산의 정상부에 도착한다. 정상부는 넓은 헬기장 공터가 있으며, 한쪽에 정상석이 놓여 있다. 주변에는 나무들이 둘러싸여 있으나, 낙동강 방향으로는 조망이 시원하게 트여 있다. 하지만 트인 방향 쪽에는 시계작업을 한 흔적이 남아 있다. 조망을 위해 나무들을 모두 잘라버린 모양이다.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지만, 한편으로는 잘려나간 나무들의 희생이 씁쓸하다. 조망 방향으로 시계 작업을 하면서 나무들을 싹쓸이했지만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는 살아남았다. 그 나무들 아래에는 각각 평상과 벤치 등을 놓아서 등산객들에게 쉴 곳을 제공해주고 있다.
쉼터 아래로는 지금까지 걸어 올라온 산의 능선이 보이고, 그 너머로는 낙동강의 강줄기가 굽이쳐 흐르고 있다. 경북의 주요 도시를 관통하며 흐르는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장장 500여 ㎞를 이동하며 산을 깎고 주변의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었다. 수천수만 년을 흐르며 주변 지역에 문명을 잉태시키고, 수많은 생물자원의 보고 역할을 한 ‘영남의 젖줄’이다. 왕모산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은 비교적 강의 상류지역이어서 규모가 작지만, 이 강이 오랜 거리를 달려 상주 지역을 통과할 무렵에는 아주 거대한 흐름으로 변화한다.
하산은 올라갔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 본다. 길은 거의 외길이며, 원골 방향으로 이어지는데 경사도 무척 급하다. 올라오던 능선길보다 더 가파르다. 정상에서 약 1.5㎞ 정도 내려오면 갈림길을 만날 수 있다. 직진해서 내려갈 수도 있지만, 주차장으로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서는 왼쪽 방향에 놓인 데크 산책로를 따라간다. 이 산책로의 길이는 약 1.2㎞ 정도 되며, 조망이 좋았던 갈선대 갈림길과 연결이 된다. 산책로 전체 구간에 데크가 깔려 있으며, 심한 오르막길도 없기 때문에 산책 삼아 걷기 좋은 길이다.
안동 왕모산
퇴계 선생 명상하던 곳…숲 속에서 자연과 교감
국제신문 기사 입력일 : 2017-06-07
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 - 고려 말 공민왕 어머니 피신한 산
- 청량산 인기에 밀리다 최근 주목
- 겸재 정선이 월란정사서 그린
- '계상정거도' 천 원권 배경 사용
- 예천 회룡포와 닮은 풍경도 장관
'근교산&그 너머' 취재팀이 이번에 찾은 왕모산(648.2m)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와 예안면 삼계리에 걸쳐 있는 산으로 홍건적이 고려를 침공했을 때 공민왕의 어머니인 명덕태후가 피신한 산이다.
1361년 공민왕은 홍건적이 침입하자 수도인 개경을 떠나 파주와 충주를 거쳐 안동으로 이동했다. 산으로 두루 둘러싸인 분지인 데다 해안과 멀리 떨어져 있어 왜구 침입도 피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당시에 쌓았던 왕모산성은 전체 길이가 360m가 넘었으나 지금은 약 50m만 남아 있다. 명덕태후를 신으로 모신 왕모당도 있다.
이 외에도 선녀가 내려왔다는 갈선대(칼선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산행이 마무리될 즈음에 만나게 되는 월란정사는 퇴계 선생이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명상한 곳이다. 또한, 겸재 정선도 이곳을 세 차례 찾아와 '계상정거도'를 그렸는데 이 그림이 천 원권 지폐의 배경이 됐다고 한다. 월란정사의 풍경과 천 원권 지폐의 뒷면을 꼭 비교해 보시길.
산행 코스는 왕모산 주차장(관리소)~왕모산성~왕모당~갈선대~왕모바위~전망벤치~왕모산 정상~천곡지 갈림길~임도 이탈~능선 이탈~2개의 송이 움막~월란정사~내살미 버스정류장을 거쳐 왕모산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원점회귀 코스다. 총거리 9㎞에 순수 산행시간은 4시간30분가량 걸린다.
이육사 문학관을 지나 왕모산 주차장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작은 주차 공간과 정자가 있다. 오른쪽에 설치된 에어건을 지나 곧장 왕모산으로 들어선다. 왕모산은 청량산의 지명도에 가려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다. 초반부터 짧게 치고 빠지는 된비알이 나온다. 왕모산성 터를 지나면 주변에 금줄이 쳐진 왕모당이 보인다. 명덕태후를 모신 곳으로 8·15 해방 직전 국가의 경사를 알리는 신기한 징 소리가 여러 번 울렸고 인근에 산불이 나도 이곳은 항상 무사했다고 한다. 왕모당 안에는 나무로 새긴 남녀상이 있으며 주민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이면 이곳에서 동신제를 지낸다.
삼거리가 나타나면 직진해 덱 로드로 오른다. 오른쪽은 천곡지(1.53㎞)를 지나 출발지로 우회하는 길이다. 5분여를 걸으면 갈선대를 만난다. 갈선대에 오르면 오른쪽으로 병풍바위가 펼쳐지고 정면으로는 경북 예천의 회룡포처럼 물길이 마을을 휘감아 돈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이번엔 덱 로드 오른쪽의 산길을 따른다. 정상까지 된비알이 종종 나온다. 임도를 만들려는지 나무를 베어낸 흔적이 넓게 보이고 멀리서 굴착기 소리가 들려온다. 멀쩡한 산을 해치면서까지 길을 내려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30~40분을 오르면 왕모바위가 나타난다. 사람의 옆모습을 닮아 취재팀이 붙인 이름이다. 왼쪽 길을 따라 바위 위로 오르니 툭 튀어나온 축융봉이 보인다. 경사에 밧줄이 매달린 구간이 2번 나오지만 밧줄 없이도 오를 만하다.
정상 직전에 삼거리가 나온다. 직진하면 정상, 오른쪽으로 꺾으면 월란정사(4.24㎞), 천곡지(2.13㎞), 삼계출장소로 이어진다. 직진해 전망 벤치에 서면 마을을 휘감는 물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로 위 왕모산 정상은 분지에 헬기장이 넓게 펼쳐져 있고 나무로 둘러싸여 조망은 트이지 않는다. 왼쪽에 스테인리스로 만든 정상표지가 있다. 표지 쪽으로 내려가면 2코스인 한골 입구로 가고 가운데 길은 축융봉으로 향한다. 되돌아 나와 직전에 만난 갈림길에서 월란정사 쪽으로 이동한다. 임도로 내려서면 천곡지 갈림길이다. 임도 오른쪽으로 향한다. 100m 앞에서 임도를 이탈해 오른쪽 산길로 접어든다. 사람이 많이 찾지 않은 듯 길이 험하다. 20분가량 걷다가 628m봉 앞에서 능선을 이탈해 오른쪽으로 향한다. 80㎝ 폭의 길을 따라 잠시 가다 나무계단으로 내려서면 폭이 약간 넓어진다.
등산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간다. 송이 움막 두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꺾는다. 월란정사(0.35㎞) 이정표가 나오면 이정표를 따라 직진한다. 왼쪽은 삭실(1.0㎞)로 표시돼 있다. 다시 만나는 월란정사(0.22㎞) 이정표에서도 직진한다. 직전 이정표에서 130m가량 내려왔는데 왕모산까지 거리는 3㎞에서 4.3㎞로 늘었다. 내리막을 따라가다 보면 왼쪽에 허름한 가옥이 나타난다. 월란정사다. 퇴계 선생이 명상한 곳으로 그의 문도인 만취당 김사원이 그림공부를 하던 곳이기도 하다. 본래 월란암이라 명명한 조그만 암자였으나 만취당 선생 사후에 현재의 정자를 짓고 월란정사라 했다고 한다.
월란정사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어 월란정사에 들른다.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가면 월란정사라 적혀 있고 퇴계 선생의 시 '월란대'가 보인다. 다시 솟을대문을 나와 앞을 보면 비석이 세워져 있다. 선경이 펼쳐진다. 천 원권 지폐를 꺼내 들어 경치를 비교해 본다. 가운데 서당과 그 뒤를 둘러싼 나지막한 야산의 형태가 비슷한 것 같다. 월란정사에서 나와 농로와 만나면 오른쪽 길로 나간 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가옥의 벽에 길이 없다는 표시로 '길 ×다'라고 써 붙여놨다. 물이 말라버린 개울을 건너 내살미(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난다. 왕모산 관리소에서 산행을 마무리한다.
# 주변 가볼 만한 곳
- 항일정신 살아 숨 쉬는 이육사 문학관
- 이황 발자취 느낄 수 있는 토계리 고택
왕모산 인근에는 퇴계 이황의 고택과 이육사 문학관이 있다. 이육사는 퇴계의 14대손이다.
이육사 문학관은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와 관련해 흩어져 있던 기록을 모아 2004년 7월 31일 개관했다. '이육사(264)'는 이원록이 처음 수감될 때의 수인번호로 그의 저항성을 보여준다. 7683㎡의 부지에 건물면적은 582㎡(2층). 1층에는 선생의 흉상과 육필원고, 독립운동 자료 등이 전시돼 있고 2층에는 기획전시실 등이 마련돼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군경 1500원, 어린이(7~12세) 1000원.
도산면 토계리에는 경북 시도기념물 제42호인 퇴계 선생의 종택이 있다. 옛 종택은 1907년 왜병의 방화로 모두 타버렸고 현재의 종택은 13대손 하정공 이충호가 1926~1929년에 지은 것이다. 동남향으로 앉은 종택은 5칸 솟을대문과 'ㅁ'자형 정침(주택의 가장 중심이 되는 집 또는 방)이 있는 영역, 동쪽에 약간 뒤로 처져서 같은 규모와 양식의 5칸 솟을대문과 추월한수정으로 이뤄진 영역, 추월한수정 뒤쪽에 접한 솟을삼문과 사당이 있는 영역 등 세 영역이 담장으로 구분돼 있다. 후손들이 살고 있으니 조용히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 교통편
- 부산서 안동터미널로 간 뒤 안동역 옆 교보생명 앞에서
- 67번 갈아탄 후 내살미 하차
부산 동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오전 7시, 7시45분, 8시30분, 9시20분, 10시10분, 11시)를 타고 안동터미널로 간다. 터미널에서 0, 0-1, 11번 등 시내버스를 타고 안동역 옆 교보생명 앞에서 내린 뒤 67번 버스(오전 6시, 낮 12시50분, 오후 5시20분)에 승차해 내살미 버스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산행 출발지인 왕모산 주차장이 인근에 있다. 돌아올 때는 67번 버스(오전 7시15분, 오후 2시, 오후 6시40분)로 교보생명까지 나간 뒤 안동터미널로 이동한다. 이어 안동터미널에서 시외버스(오후 4시20분, 5시10분, 6시, 6시50분, 7시40분, 8시30분)를 타고 부산동부터미널로 간다.
내비게이션으로는 왕모산 주차장을 검색하면 된다.
문의=스포츠레저부 (051)500-5147 이창우 산행대장 010-3563-0254
글·사진=유정환 기자
안동 왕모산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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