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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 샤갈, [다윗 왕], 1951,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샤갈과 성서
1985년 97세의 나이로 사망한 샤갈은 그의 긴 인생만큼 다양한 주제의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 중 ‘성서’와 ‘서커스’에 대한 두 가지 주제는 샤갈의 작품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성서’에 대한 그의 관심은 유태인이라는 태생적 이유와 당시 유명했던 화상(畵商)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출판사를 운영하던 볼라르는 라퐁텐의『우화집』, 고골리의 『죽은 영혼』에 이어『성서』의 삽화를 샤갈에게 의뢰 했는데, 샤갈은 직접 팔레스타인 등지를 여행하며 작품을 위한 구상을 했다고 한다.
훗날 볼라르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작업량이 많았지만 화가는 지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해 작업 했다”라고 샤갈을 회상했다.
[Review] 사랑의 빛을 향해 - 샤갈 특별전 : Chagalll and the Bible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샤갈의 회고전이자, 그의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2021년 11월 25일부터 22년 4월 10일까지 개최
by 박세나 에디터
2022.01.03. 14:14
마르크 샤갈(Marc Chagall,1887-1985). 러시아 출신의 프랑스 화가. ‘중력의 법칙을 벗어난 영원의 사랑’을 주제로 다채로운 색감과 몽환적인 화풍으로 미술사에 족적을 남긴 샤갈은 삶과 사랑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하여 피카소, 마티스 등과 함께 20세기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스물 네 살이던 1911년에 처음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샤갈은 강렬한 순수 색채를 사용하는 야수파와 현실을 기하학적으로 분해하는 입체파에 이르는 모더니즘 회화를 습득하였고, 이름 또한 모이셰 샤갈(MoysheChagall)에서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며 파리에서 자신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한다.
1930년 처음 성서 작업을 의뢰 받은 샤갈은 처음으로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아 성서에 대한 주제로 작업을 이어간다. 제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어낸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던 그는 유대인의 운명과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남긴다.
또한 자신의 말년을 성당을 위한 스태인드글래스, 태피스트리, 발레 무대세트와 의상 그리고 석판화 작업에 매진하며 보냈다. 특히 1973년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샤갈 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하면서 그의 성서 예술을 담은 미술관을 지었던 그의 평생의 꿈을 실현했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는 샤갈의 회고전이자, 그의 예술 창조의 원천이었던 '성서'를 주제로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을 2021년 11월 25일부터 22년 4월 10일까지 개최한다. 기존 국내에서 여러 차례 진행된 샤갈 전과 달리 그간 단독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성서'라는 주제와 함께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유화, 과슈를 포함한 19점의 명작과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 2점 및 독일 Kunstmuseum Pablo Picasso Münster 소장품 총 220여점의 오리지널 작품이 공개된다.
전시 구성은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볼 수 있는 ‘샤갈의 모티프’, 샤갈의 성서적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는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을 주제별로 만나볼 수 있는 ‘성서적 메시지’, 샤갈이 여러 방면에서 보였던 행보와 마지막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또 다른 빛을 향해’로 나뉜다.
사실 개인적으로 전시는 예상보다 어려웠다. 세 시간 동안 전시장을 돌았음에도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하기란 쉽지 않을 정도로 종교적인 내용은 방대했다. 그렇다면 감상 포인트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샤갈은 당시 20세기 초반 파리에서 유행했던 현대 미술의 실험적인 예술 운동을 겪으며, 입체파와 야수파의 모더니즘 회화의 습득 외에도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사조의 영향을 받았고 그 모든 화풍을 넘어 자신만의 독자적 세계를 확립했던 사람이다. 그렇기에 예술 사조 등에 집중하며 미술사적 맥락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그의 삶과 성서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에 주목하여 감상하기를 조심스레 권해본다.
Ⅰ. 샤갈의 모티프
첫 번째 섹션에서는 1956년경 발간된 베르브에 수록되었던 에칭과 석판화를 중심으로 샤갈 작품 속의 상징적인 요소들과 주요 모티프들을 살펴본다. 화폭 위에 비행하는 연인, 성모자. 동물, 악기, 고향 등의 키워드들은 화가가 지나온 삶을 반추한다.
01. 에펠탑의 연인들, 최종본.jpg
Marc Chagall, Les Amoureux de la Tour Eiffel, 2e et dernier état , 1960, M.187, Color lithograph, 66.3 x 50.6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러시아 제국의 도시였던 비텝스크에서 태어난 샤갈은 그의 고향에서의 삶과 제 2의 고향이라고 여겼던 프랑스의 도시 파리의 낭만적인 정경을 그만의 모티프로 작품에 표현하였다. 그의 작품에서는 여러 종류의 동물들을 볼 수 있는데, 심지어 그것들은 중력의 법칙에서마저 벗어나 캔버스 위에 두둥실 떠다닌다. 물고기, 염소, 수탉 등이 바로 그것이다. 샤갈은 유대교 중에서도 세상 만물에 신의 신성한 불꽃이 들어가 있다고 믿으며 율법의 내면성을 존중하는 경건주의 운동, 하시디즘을 믿었다. 그들은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이 말 못하는 동물에게로 흡수되고, 따라서 동물과 인간을 동등하게 여겼다고 한다. 이것이 그의 작품 속에 유독 동물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샤갈의 아버지는 청어 상인이었다. 그러나 샤갈이 성공을 꿈꾸며 예술의 중심지인 프랑스로 유학을 갔을 때 그의 아버지는 생선을 나르던 도중 교통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샤갈이 모티프로 자주 사용한 물고기는 아버지의 형상이자 유대인 아버지에 대한 보편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또한 유목 민족의 살림에 큰 재산이었던 염소는 디아스포라 유대인이었던 그의 고향에서의 기억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파리를 그린 그림에서는 에펠 탑, 노트르담 성당, 콩코르드 광장 외에도 연인들의 모습과 수탉이 다수 등장하는데, 수탉은 남성의 정욕을 상징한다. 당시 샤갈은 그의 평생의 뮤즈로 불리는 벨라 로젠필드를 만나 사랑에 빠져있는 상태였다. 유명한 화가가 되어 사랑을 쟁취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무일푼으로 유학을 떠난 그는 프랑스의 아름다운 정경과 더불어 연인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그려낸다. 마침내 프랑스에서 화가로 성공한 샤갈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해에 결혼을 한 뒤 잠시 동안이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02. 투르넬 강변 〈파리를 향한 시선〉.jpg
Marc Chagall, Quai de la Tournelle [Regards sur Paris], 1960, M.351, Color lithograph, 39 x 60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샤갈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기도 한다. 피카소는 그를 두고 “마티스가 죽고 나면, 샤갈은 색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유일한 화가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 섹션에서는 그가 색채의 마술사로 불리던 그의 면모가 확연히 드러나는데 프랑스를 그릴 때는 독특하게도 쓰는 색들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바로 프랑스 국기색인 파란색, 붉은색, 하얀색이다. 여백을 하얗게 남기고, 그가 즐겨 쓰던 색 초록색을 포함한 이 네 가지 색깔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공간이다.
샤갈은 당시 유럽에서 프로이트의 등장과 함께 대두된 무의식의 세계를 탐구하는 초현실주의의 영향도 받는다.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그렇듯, 샤갈의 작품 또한 누군가 암호를 해독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려낸 것이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떠오르는 대로, 중력의 법칙마저 무시하며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려냈을 뿐이다.
그는 화가로 알려졌지만 생전에 그림을 그리는 것만큼 시를 썼다고 한다. 종이에 은유로 펼쳐놓은 시를, 캔버스에서는 회화적 은유로 완성시킨 것이다. 그는 사랑과 그리움과 슬픔을 그저 그 순간 떠오르는 대로 순수하게 그려낸다. 이때 만들어진 그의 젊은 시절의 모티프는 이후 그의 노년까지 작품에서 반복해서 등장한다.
Ⅱ. 성서의 백다섯 가지 장면
04. 모세.jpg
Marc Chagall, Moïse, 1956, S.29, Color lithograph, 63 x 42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두 번째 섹션에서는 샤갈의 성서 테마로 들어가 샤갈의 성서적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다. 1930년, 20세기 저명한 화상 중 한 명인 앙브루아즈 볼라르(Ambroise Vollard)에게 성서 작업을 의뢰받은 샤갈은 예루살렘 통곡의 벽을 방문하고 깊은 감명을 받는다. 그는 25년에 걸쳐 성서 사봐 에칭 105점 연작을 완성한다. 에칭 연작은 주요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성서의 전개 과정을 충실히 반영한다.
이 섹션에서는 창조주가 인간을 창조하는 모습부터 이집트의 핍박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한 모세의 이야기 등 구약성서의 이야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샤갈은 성서의 내용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그의 삶 속에서 마주했던 일상에 성서의 장면을 더해 한 장면씩 완성해간다. 그가 성서에서 선별해낸 장면들을 천천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으로 묘사했는 지를 살펴보며 시리즈를 감상해볼 수 있다.
내 귀에 미술관
이 섹션에서는 지니 뮤직이 새롭게 런칭한 오디오 서비스 ‘스토리G’와 마이아트뮤지엄이 함께한 <내 귀의 미술관>이라는 오디오 컨텐츠를 이용하여 타고난 이야기꾼인 샤갈의 그림을 보다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성우 유튜버 쓰복만은 마치 역할극을 하듯이 성서의 신화적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덕분에 더욱 풍성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앙리마티스 때부터 마이아트뮤지엄의 전시를 빠짐없이 관람했던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 이 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들을 신뢰하는 편이다. 풍성한 전시 관람을 위한 위와 같은 장치들과 더불어, 한 인물의 전반적인 생애를 빠짐없이 조명하며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노력들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면 조금은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 앙리 마티스 회고전 때도 야수파의 창시자인 마티스의 타오르는 붉은 유화 작품을 기대했던 사람들은 그의 노년의 컷-아웃 작품들 위주로만 구성된 전시에 미미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마티스의 미니멀한 드로잉과 가위를 이용한 감각적인 작품들, 로사리오 성당에 구현한 스테인드 글라스까지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미술관에게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했다. 마티스의 색다른 이면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미술관의 이러한 시도는 한 인물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까지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역시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마티스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샤갈의 작품은 떠올렸을 때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앞서 말한 전형적인 모티프가 주가 된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이아트뮤지엄은 그런 부분만을 부각시키지 않고 색채가 없는 에칭 삽화를 하나의 섹션으로 구성했으며 성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이런 색다른 기획은 인물을 좀 더 입체적으로 알 수 있게 돕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들은 마이아트뮤지엄의 매니아 층이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필자도 그 중 하나로서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된다.
다만 오디오 도슨트 프로그램은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QR코드를 스캔하면 10분에서 20분 뒤에 카카오톡으로 링크가 발송되는 시스템이었기에 바로 음성을 들으며 전시를 관람할 수 없다는 점이 조금은 번거롭게 느껴졌다. 또한 음성의 속도는 다른 전시관의 오디오 도슨트의 속도에 비해 확연히 느린 것 같다고 느꼈다. 24시간으로 시간제한이 있으며 텍스트가 따로 제공되지 않는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평일 11시, 2시, 4시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하니 전시장에 가시는 분들은 시간이 된다면 도슨트 프로그램과 함께 하시기를 추천한다.
Ⅲ. 성서적 메시지
이후 세 번째 섹션에서는 성서에 나오는 주요 사건과 인물을 모티프로 샤갈이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그린 작품들이 큰 주제별로 등장한다. 인간 창조, 아담과 이브의 선악과, 이집트 탈출기의 모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등 널리 잘 알려진 일화를 한 장면으로 응축한 컬러 석판화 작품을 제작했다. 샤갈은 이것을 유화와 과슈화, 석판화 그리고 대형 태피스트리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매체 경계를 넘나들며 제작한다.
그는 모세에 자기 자신을 대입하기도 하며 평생에 걸쳐 모세를 그려낸다.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기 전의 샤갈의 본명은 ‘모이셰 샤갈’이였는데, 모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이스라엘 민족을 이집트의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킨 민족적 영웅이자 종교적 지도자로, 성경 출애굽기(탈출기)에 등장한다.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태피스트리 <모세>에는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가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머리 위에는 두 개의 뿔이 솟아 있는데, 샤갈은 신을 만나 신성시된 인물을 표현할 때는 구분을 짓기 위해 뿔을 그렸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샤갈이 즐겨 사용하던 여러 가지 모티프들을 발견할 수 있다.
모세의 오른팔 안쪽에는 비텝스크가 그려져 있다. 또한 배 쪽의 바이올린은 샤갈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이자 휴대하기에 간편한 유대인의 악기로도 통한다. 또한 오른 다리에는 시계가 등장하기도 한다. 샤갈이 사랑했던 벨라의 가족들은 보석상점을 운영했는데, 그곳에는 시계도 함께 팔았다. 따라서 시계는 추억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밖에도 샤갈은 다윗의 이야기를 좋아했다. 시인이자 바이올린 켜는 것을 좋아하던 샤갈과 마찬가지로 다윗도 구약성경에서 시편을 썼고, 하프 연주에 능했다. 샤갈이 성서를 그린 이유는 성서의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도 있었지만 인간의 삶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다윗에게서 일종의 연대감을 느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시기 샤갈의 그림들은 급격히 어두워진다. 때는 1930년대 후반, 나치는 다수당이 되어 유대인 학살을 자행하는데, 이후 샤갈은 예수 그리스도에 그 자신을 대입시켜 그리기 시작한다. 예술가를 꿈꿨던 히틀러는 샤갈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고, 전 유럽을 돌아다니며 예술품들을 약탈한다. 당시 퇴폐적이라며 나치에게 농락당하고 소각당한 작품 중에는 샤갈의 작품도 있었다. 그는 이때부터 자신을 고통 받는 예술 쪽 순교자로 여기게 된다.
06. 강기슭에서의 부활.jpg
Marc Chagall, La Résurrection au bord du fleuve, 1947, Oil on Original canvas, 98 x 73.5 cm, Private Collection,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이 시기 그린 <강기슭에서의 부활>이란 작품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어두운 배경색을 띠고 있다. 오른쪽에서 샤갈은 그림을 그리는데 한쪽은 염소의 얼굴이고, 염소 얼굴은 타오르듯 붉은 색이다. 마찬가지로 옆에 그려진 마을 비텝스크도 불타는 듯 붉은 색으로 그려져 있다. 단 한 건물. 유대교회만 불타지 않고 살아남았다. 상단에는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는 여러 차례 같은 모티프를 반복해서 그리고 있지만 시대에 따라 그림의 분위기는 급변한다. 샤갈의 그림은 시대를 반영하기에 그의 모티프 안에서 1940-1950년대의 시대상을 읽어보는 것도 감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Ⅳ. 또 다른 빛을 향해
마지막 섹션에서는 샤갈의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볼 수 있다. 그는 프랑스 시인 아폴리네르에게 바치는 작품을 제작하고 폴 엘뤼아르의 시집에 삽화를 그리는 등, 시인들과 교류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 또한 시인으로 활동하였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샤갈은 끊임없이 이야기했던 사람이었다. 이번 장에서는 샤갈이 시와 함께 그린 종교, 어머니 등 다양한 주제를 바탕으로 그려낸 아름다운 석판화와 삽화들을 볼 수 있었다.
08. 또 다른 빛을 향하여.jpg
Marc Chagall, Vers l'autre Clarté, 1985, M.1050, Color lithograph, 63 x 48 cm, © Marc Chagall / ADAGP, Paris – SACK, Seoul, 2021
이 섹션의 제목과 같은 작품이자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 <또 다른 빛을 향해>는 98세 노인이 된 샤갈이 그린 작품이다. 하늘에선 누군가가 내려오고 있고 샤갈의 등에는 날개가 생긴다. 마치 천사가 금방이라도 샤갈을 데려갈 것 같다. 또한 그림 속에는 또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 그림 속에는 두 사람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앞 사람은 꽃다발을 들고 있다. 샤갈에게 꽃다발은 사랑을 상징했다. 전란의 시기를 버텨온 샤갈은 결국 마지막까지도 사랑을 이야기하다가 떠난 것이다.
"모든 생명이 필연적으로 종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면,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그것을 물들여야 합니다."
이 문구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그는 전쟁과 학살로부터 고통 받는 인류에 대한 사랑을 캔버스 위에서 끝까지 지켜낸 사람이었다. 오랜 기간 이어지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으로 지친 우리에게도 이러한 메시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물들이고 싶다면 < 샤갈 특별전, Chagall and the Bible >에 방문해보시기를 추천한다. 샤갈이 전하는 사랑의 메시지는 이 시대에도 위로가 될 것이다.
마이아트뮤지엄 ‘샤갈 앤 더 바이블’, 초현실주의 화가의 눈으로 풀어낸 성서 이야기
배성호 기자
백세시대 기사 승인 2022.01.24. 13:48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 ‘푸른 다윗 왕’ 등 성경 주제로 한 작품 220여점
첫 공개 대형 태피스트리 ‘모세’ 등 눈길… 실감나는 전시 해설로 재미 높여
[백세시대=베성호기자] “샤갈의 마을에는 3월에 눈이 온다.”
작품은 잘 몰라도 교과서에도 수록된 김춘수의 시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친숙한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 서정적인 시 때문에 샤걀의 작품 세계도 목가적인 풍경처럼 느껴지겠지만 실제 그는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화가다. 김춘수가 영감을 얻은 ‘나와 마을’, ‘비테프스크 위에서’ 등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헌데 샤갈이 관심 있게 그린 소재가 또 있다. 초현실주의와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성경’이다.
‘성경’을 주제로 한 샤갈의 대표작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대치동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4월 10일까지 진행되는 ‘샤갈 앤 더 바이블’ 전에서는 샤갈의 유족이 소장하고 있는 ‘강기슭에서의 부활’, ‘푸른 다윗 왕’ 등 19점과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4m에 육박하는 대형 태피스트리(직물로 표현한 회화) 2점 등 220여 점의 오리지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샤갈은 제정 러시아 도시인 비테프스크(현 벨라루스)의 독실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24세가 되던 1911년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 도착한 그는 프랑스식인 마르크 샤갈로 개명하며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로 거듭난다. 그러다 1930년 성서 작업을 의뢰 받은 샤갈은 예루살렘을 방문해 깊은 감명을 받았고 기독교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유대인의 운명과 고난에 대한 주제로 많은 작품을 그렸고 말년에는 성당을 위한 스테인드글래스, 태피스트리 그리고 석판화 작업에 매진하며 보냈다. 특히 1973년 성서적 메시지를 주제로 한 ‘국립샤갈미술관’을 니스에 건립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4가지 공간으로 나눠 그의 작품 속에 그려진 성서 이야기를 살핀다. 첫 번째 공간인 ‘샤갈의 모티프’에서는 고향‧마을‧축제‧동물‧연인‧파리 등 그가 자주 다룬 소재와 이들이 상징하는 바를 살펴본다. 샤갈은 제2의 고향인 파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유독 많이 선보였다. 대표적 작품은 ‘투르넬 강변’이다. 작품 오른쪽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를 연상케 하는 파란색 인물을, 왼쪽에는 모녀와 연인을 배치한 작품으로 그가 생각하는 파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파리를 암울한 색채로 담으면서도 아가페(절대적인 사랑)를 상징하는 예수, 모성애, 연인 간의 사랑을 그려넣어 파리에 대한 애정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성경의 백다섯 가지 장면’에서는 샤갈이 처음 예루살렘을 방문하고 남긴 예루살렘의 풍경과 그가 구약성경에서 선별한 105점의 장면들을 판화로 만든 ‘성경(The Bible)’ 연작을 소개한다. 창세기 속 천지창조를 비롯해 예지몽을 꾸고 이집트의 재상이 돼 가족들을 모두 이집트로 데려온 요셉, 이집트의 핍박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을 구출한 모세 등 구약성경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전시에서는 성서 이야기를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지니뮤직의 오디오 서비스 ‘스토리G’와 협업한 전시해설을 제공한다. 성우 유튜버인 쓰복만의 해설로 작품별 성서 이야기를 동화를 들려주듯 실감나게 소개해 재미를 높였다.
‘성경적 메시지’에서는 열세를 딛고 거인 골리앗을 전략으로 이긴 다윗, 지혜의 왕인 솔로몬 등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성경 속 이야기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작품을 소개한다.
개명 전의 샤갈의 본명은 ‘모이셰 샤갈’인데 이는 모세의 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샤갈은 성서 속 인물 중 유독 모세를 자주 그렸다. 이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 아시아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태피스트리 ‘모세’이다.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세가 새겨져 있는 작품인데 특이하게 머리 위에 두 개의 뿔을 그렸다. 샤갈은 신성시된 인물을 표현할 때는 구분을 짓기 위해 뿔을 그렸다고 한다.
또 다른 대형 태피스트리인 ‘다윗과 밧 세바’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윗은 악기 연주에 능했으며 구약성서 시편을 지은 시인 중 한 사람이기도 하다. 샤갈은 다윗 왕을 그릴 때 하프를 켜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하며 모세 못지 않은 연대감을 보여준다.
마지막 공간인 ‘또 다른 빛을 향하여’에서는 샤갈의 문학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도록 샤갈의 삽화와 시를 공개한다. 이와 함께 샤갈의 메츠 대성당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기념하며 ‘모세가 십계명을 들고 있는 모습’이 담긴 포스터를 비롯해 샤갈이 제작한 감각적인 포스터, 아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적 창작욕을 엿볼 수 있는 말년의 작품들도 만나본다.
특히 샤갈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으로 알려진 ‘또 다른 빛을 향하여’(1985)는 생의 마지막까지 예술혼을 불태웠던 샤갈의 열정을 잘 보여준다.
마르크 샤갈, [율법판을 받는 모세], 1952,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마르크 샤갈, [십계판을 부수는 모세],
1956,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김허경의 미술기행- 국립 샤갈 미술관(Musee National Marc Chagall)
무등일보 기사 입력 2018.12.28. 00:00
지중해의 햇살이 전시공간에 스며들도록 설계
마르크 샤갈(Marc Chagall, 1887-1985)은 고향, 어린 시절의 경험, 유대인 특유의 가정교육과 풍습, 유대교와 기독교 등에 관한 자신의 심리적 고백을 시각적 은유로 구축한 대표적인 화가이다. 그와 교류했던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는 샤갈의 회화에서 '순수성의 언어'를 발견했으며 무엇보다 색(色)과 형(形)의 회화적 표현이 주목된다고 했다. 우리가 샤갈의 작품을 '시적 언어'로 인식하는 것은 그림 속 상징적인 색채와 미학적인 이미지에 시적 상상력이 함축되었기 때문이다.
가령 많은 사람들이 김춘수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1969)이라는 한편의 시를 읽고 의심의 여지없이 샤갈의 <눈 내리는 마을>을 연상하는 것도 시적 상상력이라는 맥락에 기인한다. 샤갈의 회화 중에서 <눈 내리는 마을>과 동일한 제목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은 역설적으로 그의 그림이 '시적 언어'에 국한되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샤갈은 모든 시대에 쓰인 시의 가장 큰 원천으로서 『성경』이야말로 작품에 대한 영감의 근원이었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필자는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성경이야기 미술관'으로 불리는 프랑스 남부 니스에 위치한 국립 샤갈 미술관(Musee National Marc Chagall)을 방문했다.
아름다운 해변에서 벗어나 종려나무 가로수 길이 이어진 주택가에 접어들면 유럽의 여느 미술관과는 달리 모던한 단층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샤갈은 미술관이라는 건물의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가정'과 같은 평화로운 환경을, 어떤 특정 종교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안식처로 제공되기를 희망했다. 이를 수용한 앙리 피쉬(Henri Fish)는 정원에 전형적인 지중해 식물인 올리브, 사이프러스, 녹색 오크 나무 등으로 편안한 자연풍경을 조성했다. 건축가 앙드레 허먼트(Andre Hermant) 역시 절제된 벽과 간결한 형태로 건물의 균형을 살려 안정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지중해 햇살이 샤갈의 그림에 영향을 주지 않고 전시공간에 스며들도록 세심하게 설계했다.
미술관은 1966년 샤갈의 성서 연작 17편을 시작으로 1972년에 이어진 250여점의 기증을 계기로 1973년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의 주도에 의해 설립되었다. 1988년 이후에는 박물관 수집정책에 따라 과슈(gouache)로 그린 성서그림, 동판화, 석판화, 조각, 세라믹 등을 포함한 450여점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유하게 되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구약의 「창세기」와 「출애굽기」 내용을 근거로 제작된 12개의 성경이야기 연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전시공간은 세 개의 다이아몬드 모양을 교차시켜 12개의 벽을 설치하였고, 이에 상응하는 <인간창조>, <에덴동산에서 추방되는 아담과 이브>, <노아의 방주>, <아브라함과 세 천사>, <제물로 바쳐진 이삭>, <십계명을 받는 모세>, <야곱과 천사의 씨름> 등등을 각각 배열하였다. 중앙 홀을 지나면 구약 「아가」 시를 주제삼아 붉은 색채를 주조로 표현한 5점의 유화작품도 펼쳐진다.
많은 예술가들은 중세와 르네상스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성경』을 보편적 형태의 미술언어로 받아들였다. 이들은 성서의 내용에 빗대어 시대적 고통과 개인의 고뇌를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대다수의 그림들은 성상학 체계에 입각한 기념비적인 특성을 보였다. 하지만 샤갈은 『성경』을 단순히 종교적으로 또는 문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샤갈의 종교적 믿음, 성서적 모티브들은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가?
샤갈이 태어난 러시아 비테프스크(Vitebsk)는 유대인 상인이 많은 번화가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의 종교는 폴란드 지역에서 발생한 신비주의적 유대교의 개혁운동인 하시디즘(Hasidism)에 속한다. '경건'을 의미하는 하시디즘은 신과 인간, 나아가 세계에 대한 인간의 헌신과 사랑을 지향했다. 이러한 영향이 샤갈의 그림에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모든 사물에 신이 존재한다는 만물재신론(萬物在神論, panentheism)으로 투영되었다. 때문에 그의 그림은 인간, 식물, 동물 등 다양한 형상들이 중첩, 혼재되거나 때로는 무중력 상태에서 인간 심상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게 되었다.
샤갈의 본격적인 활동은 1910년 프랑스 유학을 기점으로 발현된다. 당시 프랑스는 전위예술(前衛藝術, avant-garde)의 시대였다. 샤갈은 자신의 주변에서 유행하고 있던 상징주의, 입체파, 초현실주의, 표현주의 등 여러 화풍을 접하면서도 어떤 하나의 표현특성을 추종하지 않았다. 오히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을 시작으로 1917년 러시아 혁명, 1933∼1945년 나치정권, 1939년 제2차 세계대전 등 역사적 사건들을 관통하면서 시공의 경계를 초월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포착해냈다. 당시 샤갈은 고향인 비테프스크가 나치에게 점령당하여 수많은 유대인이 학살당하던 상황가운데 자신도 홀로코스트로 인해 프랑스 시민권이 박탈되어 미국으로 망명하는 등 역경을 견뎌내야 했다. 1948년 프랑스로 돌아온 샤갈은 '제2의 고향'으로 여긴 생폴드방스(Saint Paul De Vence)에 정착하면서 성경을 더욱 깊이 천착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종교와 더불어 유대인 공동체의 삶을 시각화하기 위해 시적 상상력으로 구현해냈다.
샤갈의 '성경 이야기 미술관'에는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미술관 설립과 함께 샤갈이 완성했던 스테인드글라스가 있는 강당이다. 샤갈은 "재료가 빛 자체이기 때문에 바로 여기에 창조가 있다"고 단언했을 만큼 스테인드글라스를 종교적 표현의 필연적 귀결로 여겼다. 강당에 들어서면 단상 위에 샤갈 그림이 그려진 한 대의 그랜드피아노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적막한 공간, 신비한 색채가 어둠을 물들이자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 샤갈이 꿈꾼 세상이 아닐까? 스테인드글라스에 비춰진 7일간의 천지 창조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무심코 샤갈의 말을 되뇌었다. "모든 사람이 여기에서 어떤 평화를, 어떤 정신성을, 종교적 느낌을, 삶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길 원한다...."고.
김허경은
전남대학교에서 미술이론을 전공한 미술학 박사다.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HK), 전남대학교 의학박물관, 한국미용박물관 학예실장과 아시아문화개발원 문화정보원 사업팀 조감독(책임연구원)을 거쳐 2016 국제여성미술제 큐레이터 등 역임했다.현재 사단법인 광주미협평론분과이사, 프랑스문화학회 편집위원, 유럽문화예술학회 활동 중이며 전남대학교에서 강의, 연구를 기반으로 미술평론, 다수의 논문, 저술활동에 힘쓰고 있다.
마르크 샤갈, [홍해를 건넘], 1966,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Abraham and three Angels.
1964. sketch and study.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King Solomon with harp.
1965. lithography. paper.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Song of Songs V.
1965. pastel. paper.
프랑스 니스 마르크 샤갈 성서 메시지 미술관
Exodus.
1952~1966.
oil on canvas. 162 x 130 cm,
개인소장
God directs Moses to make vestments
for use in the sanctuary.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God sends Aaron to meet Moses in the desert.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God Turns Moses' Staff into a Serpent,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Moise blesses Joshua.
1966. Series - The Story of the Exodus
Moise blesses the children of Israel.
1966.
Moses.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lithography.
Moses and Aaron with Pharaoh.
1966. lithography. paper
Moses and Aaron with the Elders.
1966. lithography. paper.
Moses and the burning bush.
1966.
Moses called the elders and presents Tablets of Law.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Moses calls the waters down upon the Egyptian army.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Moses is saved from the water by Pharaoh's daughter.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Moses received the Tablets of Law.
1966. oil on canvas.
Moses sees the sufferings of his people.
1966.
Moses spreads the darkness over Egypt.
1966.
Moses with the Burning Bush.
1966. oil on canvas.
Noah and the Rainbow.
1966. oil on canvas.
Noah's Ark.
1966.
oil on canvas. 234 x 236 cm .
Striking the Rock.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Ten Commandements.
1966.
Series-The Story of the Exodus.
The Adoration of the Golden Calf.
1966.
The dance of Myriam.
1966. gouache. pastel. pencil.
The Jacob's Dream.
1966. oil on canvas. 278 x 195 cm.
The sacrifice of Isaac.
1966. oil on canvas. 235 x 230 cm.
Prophet Isaiah.
1968. oil on canvas. 146 x 114 cm.
Prophet Jeremiah.
1968. oil on canvas. 146 x 115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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