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수 ‘케토 다이어트’…오히려 당뇨 위험 높일 수 있다
호주 모나시 대학교와 RMIT 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한 17년간의 분석에 따르면, 정제된 당과 전분을 ‘올바른’ 음식으로 대체하지 않을 경우 저탄수화물 식단이 오히려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픽셀즈© 경향신문
‘케토제닉 다이어트’를 대표로 탄수화물을 극도로 제한하는 체중 감량 식단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저탄수화물 식단은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관리와 혈당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호주에서 진행된 새로운 연구 결과는 이 식단이 당뇨병이 없는 사람들에게 장기적으로 효과적이고 안전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호주 모나시 대학교와 RMIT 대학교 연구진이 주도한 17년간의 분석에 따르면, 정제된 당과 전분을 ‘올바른’ 음식으로 대체하지 않을 경우 저탄수화물 식단이 오히려 제2형 당뇨병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연구진은 “건강한 식단은 제2형 당뇨병 예방과 관리의 기초지만 예방을 위한 식단과 관리를 위한 식단은 다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1990년부터 1994년 사이에 모집한 약 4만 명의 멜버른 거주자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했다. 참가자들의 사회경제적, 건강, 영양 정보는 연구 초기와 이후 1995년에서 1998년, 2003년에서 2007년 사이에 한 차례씩 수집됐다.
각 참가자에게는 절대적인 탄수화물 섭취량이 아닌, 지방과 단백질에 비해 상대적으로 섭취한 탄수화물의 양을 기준으로 저탄수화물 점수가 부여됐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참가자들은 에너지의 약 38%를 탄수화물에서 섭취한 반면, 하위 20%는 약 55%를 탄수화물에서 얻었다.
그 결과 탄수화물 섭취를 가장 많이 줄인 상위 20% 그룹은 하위 20% 그룹보다 제2형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20% 더 높았다. 이러한 위험은 주로 높은 체질량지수(BMI)로 설명됐다.
연구진은 저탄수화물 식단이 장기적으로 체중 증가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대사 질환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식단 내 높은 지방 함량(특히 불포화 지방)이 주된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를 가장 적게 한 사람들은 섬유질을 덜 섭취하고, 단백질과 지방을 더 많이 섭취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단순히 탄수화물만을 고려하는 것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다른 식이 요소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을 권장하는 케토제닉 다이어트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한 여러 연구 중 하나다. 올해 초 발표된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케토제닉 다이어트가 심장병, 뇌졸중, 제2형 당뇨병, 과민성 대장 증후군의 위험 증가와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균형 잡힌 식단이 대사 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최상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정제된 당과 전분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이러한 탄수화물을 포화 지방으로 대체하면 새로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