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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나도 너처럼 이뻤단다]
지겹고 견디기 힘들었던 여름이 어느덧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하는군요..
올해는 왜 그렇게 더웠는지 지금껏 살면서 올해처럼 더위가 길고 힘들었던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는 더위도
우리가 아니라 하늘이 하는 일이라 수그리고 순종하고 거기에 맞춰서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겠지요..
요즘들어 엄마 손잡고 아장아장 걸어가는 아가나, 놀이터에서 소리지르며 신나게 노는 아이들이 더한층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한편, 돈 좀 벌었다고 기분 내키는 대로 신나고 부럽게 살던 사람들이 주변에서 하나 둘 세상을 등지는 것을 보면서
제 삶의 북채를 잡은 하늘에 부끄럽게 살아서는 안되겠다고 다시한번 다짐을 해봅니다..
지하철을 타면 왜 이렇게 노인이 많은지요..
아가야, 나도 너처럼 귀여운 시절이 있었단다..
꼬마야, 나도 너처럼 세상이 나를 위해 있는 걸로 알고있었단다..
얘들아, 안녕~
아, 나의 어린 시절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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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제게르(독일), 여름의 즐거움
Hermann Seeger,
Summer's Delight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소녀와 개
Evariste Carpentier, The Girl with a Greyhound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부드러운 잠깨우기
Evariste Carpentier, The gentle awakening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말 못하는(벙어리) 증인
Evariste Carpentier, Un temoin Muet(A Mute Witness)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여인들
Evariste Carpentier, Women Hanging The Laundry Out To Dry In A Courtyard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집안의 풍경
Evariste Carpentier, The Interior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허수아비
Evariste Carpentier, The Scarecrow, 1880.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비오는 길
In the rain by Evariste Carpentier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아들 야단치는 엄마
Evariste Carpentier, The Reprimand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요양원 문병
Evariste Carpentier, Visiting the Convalescent, c. 1887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라 그라벨 전투중 매복중인 왕당파 역도들
Evariste Carpentier, Chouans in Ambush (Battle of La Gravelle, 1793), c. 1883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왕당파 주동자의 도피
Evariste Carpentier, The Flight of Royalists, 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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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달 / 황동규
닷새 전만 해도 제철 과일처럼 싱싱했던 그
아차 하는 순간 세상 밖으로 나갔다.
사는 동안 내가 말빚 톡톡히 진 친구.
빈소에서 쐬주 몇 잔 하고
돌아와 독주 두 잔 거푸 들이켜도
마음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뜬금없이 창가에 앉아 있는 밤.
깜빡 정신 차려보니 하늘에 조각달 하나 박혀 있다.
눈 비비며 더듬는다.
오래전, 그래 참으로 오래전 어느 가을밤
아무리 해도 마음이 마음에 잡히지 않아
밤하늘 올려다봤을 때 처음 만난 조각달,
그 달이 전처럼 양끝 날카롭게 세우고 묻는다.
'너 지금 뭐 하고 있지?'
대답 궁해 머뭇거리자
'그는 지금 한 점 혼불 되어 태양풍을 타고 있다.
지구에서 그와 두 번 세 번 헤어지지 말게.''
- 황동규 시집, 봄비를 맞다, 문학과지성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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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라벨 /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오케스트라 버전)
RAVEL /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https://youtu.be/DVtNt-6OT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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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트래포트의 해수욕장
Evariste Carpentier, Tréport, Bathing Time, 1882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농장에서의 요기
Evariste Carpentier, Eating in the Farmyard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순무를 씻는 부부
Evariste Carpentier, The Turnip Washer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망가진 인형
Evariste Carpentier, The Broken Doll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일을 마친 후
Evariste Carpentier, After the work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시냇가의 망상
Evariste Carpentier, Dreaming near the stream.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사나운 친구
Evariste Carpentier, The fierce friend, c. 1893-1895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길을 잃은 왕당파 두 전사
Evariste Carpentier, Chouans in disarray, 1883. Cholet Museum of Art and History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대화
Evariste Carpentier, Conversation intime, c. 1892. Buroel Museum, Buda Island in Kortrijk, Belgium.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수영이 금지된 연못
Évariste Carpentier, La baignade interdite, 1877. Musée de l'Art wallon, Liege, Belgium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작은 연못
Évariste Carpentier, Small Pond, c. 1894. Musées communaux de Verviers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혼자 노는 아이
Évariste Carpentier, Playing Child, c. 1900. M – Museum Leuven, Leuven, Belgium,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여름휴가
Évariste Carpentier, Summer Holiday, c. 1890. Musée d'art situé à Montpellier, France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뜨개질하는 여인과 염소
Evariste Carpentier, Breiende herderin met geitje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휴가 첫날
Premier jour de vacances(First day of vacation) by Evariste Carpentier
이바나 코빌카(슬로베니아), 커피를 마시는 여인
Ivana Kobilca, Coffee drinker, 1888.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낮잠자는 아이들
Les enfants endormis, Evariste Carpentier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비둘기
Les pigeons, Evariste Carpentier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이방인
Les étrangères, Evariste Carpentier
에바리스테 카펜티르(벨기에), 해변의 산책
Promenade en bord de mer (Menton, 1888), Evariste Carpentier
에바리스테 카펜티에(벨기에), 순무를 씻는 부부
Evariste Carpentier, The Turnip Was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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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깊고 짙은 여름 / 박경희
1
족대로 송사리 몇마리 건져 올려 고무신에 넣었다
송사리가 내내 발냄새 맡으며 뱅뱅 돌았다
산그늘 나눠 가진 참나무는 물속에서 흩날렸다
간간이 옆집 개가 킁킁거리며 내 발냄새를 맡았고 가다가
다시 와서 또 맡았다
참나무 그림자 속 발가락이 꼬물거렸다
2
더 없이 깊고 짙은 여름밤
사고 치고 다니던 엄나무집 아저씨가 야반도주를 했다
하루 뒤
엄나무집 아줌마가 콩나물 다듬다가 어디론가 슬쩍 사라졌다
세간은 뒤집어졌고 쥐가 이불 속에 새끼를 낳았다
3
어둠을 짚고 가는 별이 까마득해서 솟을대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돌멩이를 던졌다
돌멩이 맞은 별이 까딱거리다가 뒤꼍 조릿대 숲으로 떨어졌다
달려가보니 짚 앞 개울가
미나리아재비 잎에 앉은 별이 반짝거렸다
4
반딧불이는 서둘러 간 발자국을 비추고
그림자 따라간 달빛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 건너 은행나무만 스러져가는 별을 쓰다듬었다
- 박경희 시집, 미나리아재비,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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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 / 파반느
Fauré: Pavane, Op. 50
https://youtu.be/ab12g27DK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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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암 쇼우(영국), 해마다 다르구나..
Byam Shaw, Last Summer Things Were Greener, 1901
퍼시 피셔(영국), 자매
Percy Harland Fisher, The Sisters, c. 1890.
이바나 코빌카(슬로베니아), 페르골라 나무 그늘의 자매
Ivana Kobilca, Under a Pergola (Sisters), c. 1926
이바나 코빌카(슬로베니아), 여름
Ivana Kobilca, Summer, c. 1890. National Gallery of Slovenia
마리 바실리에프(러시아), 세 어린이
Marie Vassilieff, Three Children
쥘라미 시냑(프랑스), 자매
Guillaume Seignac, Sisters
레옹 프레데릭(벨기에), 세 자매
Léon Frédéric, The Three Sisters, 1896
엘리자베스 포브스(캐나다), 어린 자매
Little sisters, Elizabeth Adela Stanhope Forbes
Private Collection
알렉산더 로시(영국), 어린 예술가
Alexander Mark Rossi, The Young Artist
오딜롱 르동(프랑스), 다빈치에게 경의를 표함
Odilon Redon - Hommage à Leonardo da Vinci, 1908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결혼 할거야, 말거야?
Hans Olaf Heyerdahl, Yes or No?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낚시하는 아이
Hans Olaf Heyerdahl, Fisher Boy (1886)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엄마와 아가
Hans Olaf Heyerdahl, Mother and Baby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가족
Hans Olaf Heyerdahl, A family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민들레를 들고있는 소녀
Hans Olaf Heyerdahl, A girl with dandelion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늙은 어부
Hans Olaf Heyerdahl, The old fisherman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비눗방울을 부는 아이
Hans Olaf Heyerdahl, Boy blowing bobbles, c. 1882.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바닷가의 소녀
Hans Olaf Heyerdahl, Little girl on the beach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창가에서
Hans Olaf Heyerdahl, At the Window, 1881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연가
Hans Olaf Heyerdahl, Idyll, c. 1904. Drammen Museum of Art and Cultural History, Norway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건포도(?)를 먹는 소녀
Hans Olaf Heyerdahl, Girl with Currants, c.1890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막달레나 마리아
Hans Olaf Heyerdahl, Maria Magdalena, 1882
한스 하이에르달(노르웨이), 휴식
Hans Olaf Heyerdahl, A 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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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비가 몰고오는 것 / 권선희
짬뽕 한그릇 맵게 주문하고
사흘이나 지난 스포츠 신문 훑다가
쏟아지는 빗소리 내다본다
껄렁거리는 오토바이
칼자국 깊은 뺨으로 내리는 비
비옷 입고 배달 가는 저 비 사이로
홀로 살던 눌태리 끝 집 할미 돌아가실 때
아이 건진 갯가에서 베트남 처녀 울 때
좌초된 배에서 그놈만 살아왔을 때
가슴을 다르륵 박고 떠나던 재봉틀 소리
서둘러 열기를 접는 양철 지붕
텃밭에 피어나는 실파의 맑은 얼굴과
뒤란 조릿대 소복한 아우성
- 권선희 시집, 푸른 바다 검게 울던 물의 말,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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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바마 소년들 / 너는 절대로 혼자가 아니야
Blind Boys of Alabama, You'll Never Walk Alone
https://youtu.be/wGtks8WHshc?si=xjIAQatF9337km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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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히 크나우스(독일), 꿀맛
Ludwig Knaus, The sweet tooth, 1897.
소피 앤더슨(영국), 기다려~
Sophie Anderson, Wait for me!
소피 앤더슨(영국), 오늘은 산보도 못 하네요
Sophie Anderson, No walk today
고갱(프랑스), 물을 마시는 소들
Paul Gauguin, Cattle drinking, 1885
구스타브 모로(프랑스), 목소리
The Voices, Gustave Moreau, c.1880
페르디난트 미노르(독일), 앙큼한 사내와 소녀
Ferdinand Minor,The Knight and the Girl
후고 뮐리히(독일), 기러기 치는 사람
Hugo Mühlig, Hessian goose shepherd
후고 뮐리히(독일), 집에 돌아오는 음악가
Hugo Mühlig, Musician on the way home
후고 뮐리히(독일), 버케날리의 목자
Hugo Mühlig, Pastor en Birkenallee
후고 뮐리히(독일), 점심식사
Hugo Mühlig, Pause for lunch
안젤름 슐츠베르크(스웨덴), 여름
Anshelm Schultzberg, Summer Landscape, 1880
프리츠 에벨(독일), 막바지 여름
Fritz Ebel, Late summer day, 1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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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 유승도
상황버섯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 하여 채취하러 다니다보니
신이 나서 따던 다른 버섯들을 보아도 반갑지가 않다
산삼 몇 뿌리만 캐면 팔자를 고친다 하기에 산에 갈 때마다 산삼을 찾다보니,
산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돌멩이도 그중 빼어난 것이 있다 하여 좋은 수석을 바라며 강변을 걷다보니,
나름대로 멋있던 돌들이 하나같이 병신이다
달빛 같은 사람이 보고 싶어 인간의 거리로 나서니
사람다운 사람이 하나도 없다
유년시절 보았던 양귀비를 그리워하니,
눈앞에 피어나던 꽃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 유승도 시집, 작은 침묵들을 위하여, 창비,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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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분 황제 - 전곡 52분 - 임윤찬
Beethoven, Piano Concerto No.5 'Emperor'/ BBC Proms/ Yunchan Lim/ Paavo Järvi/ BBC Symphony Orchestra
https://youtu.be/sGRjy1zbu-Y?si=HMBgnYVhi1lUikAy
첫댓글 아비가 누더기를 걸치면 자식은 모른척 하지만
아비가 돈주머니를 차고 있으면,
자식들은 모두 다 효자가 된다고 합니다.
부자(富者) 되시기 바랍니다.
🕵️🕵️🕵️🕵️
아름다운 명화와 좋은음악 감사합니다 ~^^
넵 자주자주 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