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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백미문학 원문보기 글쓴이: 맑은샘
[유성문의 로드포엠]관촌수필 | ||||
뉴스메이커 683호 | ||||
길과 집 어리석게도 집에서 길을 그리워하더니 길에서는 집을 그리워하다니 가는 만큼 가는 것이라고 다짐키도 하지만 매번 두고 온 불빛으로 눈이 어둡다 길은 하염없이 그리움으로 이어지지만 나는 끝내 그리움에 닿지 못했다 아직 남은 날이 있어 그리움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지만 나는 마침내 어떤 길에도 이르지 못하리라 그저 그리움의 허울만을 이고 다닐 뿐 - 외연도 상록수림 * 이내에 쌓인 외연도 당산숲은 달팽이의 천국이다. 이 신령한 숲의 풍부한 습기는 버섯과 이끼를 키워내고 놈들은 그것을 먹고 산다. 섬사람들은 1년에 한 번씩 이 숲에서 당제를 지낸다. 산 소가 제물로 바쳐지고, ‘복 받은 소’로 죽어간 소는 지태가 되어 사람들에게 나누어 먹힌다. 그 힘으로 사람들은 고깃배를 타고 다시 바다로 나아가는 것이지만, 남은 달팽이들은 여전히 음습한 숲에서 느릿한 삶을 이어가는 것이다. On road 서해안고속도로 대천IC - 대천항 - 외연도|상록수림 - 원산도 - 대천해수욕장|보령머드 축제(7월15일~21일) - 죽도 - 무창포해수욕장|바닷길 - 남포|오석 - 성주사지|우는 미륵 - 보령석탄박물관|냉풍욕장 내가 뛰놀며 성장했던 옛 터전들을 두루 살피되, 그 시절의 정경과 오늘에 이른 안부를 알고 싶은 순수한 충동을 주체하지 못한 것이 계기였다. 비단 엉뚱하고 생소하게 변해버려 옛 정경, 그 태깔은 찾을 길이 없다더라도 나는 반드시 둘러보고, 변했으면 변한 모양새만이라도 다시 한번 눈여겨둠으로써, 몸은 비록 타관을 떠돌며 세월할지라도 마음만은 고향 잃은 설움을 갖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른다. - 이문구 <관촌수필1, 일락서산(日落西山)>
하지만 대천은 같은 서해이면서도 남도의 여느 바닷가 마을들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겨울바다도 그렇거니와 제철 만난 여름바다는 삶의 진한 내음 대신 행락객들의 무분별한 발걸음으로 채워진다. 해마다 열리는 ‘머드축제’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대천에서는 펄흙조차 유희의 대상이 되어버린다. 삶의 깊은 그늘이나 진한 체취는 온데간데없고 사람들은 퍼 옮겨진 난장 위에서 마냥 내달리고, 구르고, 미끄러지고, 멱을 감는다. 그리고 시간이 되면 아무런 여한이나 유감 없이 바다를 떠나 집으로 돌아간다.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보령경찰서의 오래된 망루는 이제 더 이상 ‘관촌’을 조망하지 않는다. 갈등과 전쟁의 시대를 증언하던 총탄자국도 다시 무성해진 담쟁이덩굴에 가려버렸다. 건널목 신호등 소리가 그치고 바리게이트가 올라가면 낡은 철로 위로 낯선 번호판을 단 차량들이 넘나든다. 그들은 대부분 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이거나 해수욕장에서 오는 길들이다. 그랬다. 관촌은 이문구에게는 고향이었지만 타관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냥 타관일 뿐이었다. 나는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무창포 바닷길 대신 성주산의 옛 절터로 길을 잡았다. 석탄빛 개울을 따라 흘러가며 몽글몽글한 소나무들에게 눈을 빼앗기기도 하면서, 고즈넉한 절터에 이르기까지 그나마 행운유수(行雲流水)의 일락(一樂)을 누려보고 싶은 까닭이었다. 글·사진/유성문<여행작가> rotack@lycos.co.kr |
첫댓글 몇해전 더운 여름날 휴가때 읽었던 '관촌수필' 새삼스레 다시한번 그 내용을 되새김질 해보네요~~주인공 옹점이의 삶에 많이 가슴아파햇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