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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9일 의정부성모병원
[11년 10월의 어느날]
새 차를 뽑아 시승식 기념으로 회사동료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러 나갔습니다. 평소에 가보고 싶었던 본토냄새가 나는 중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키고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전화가 왔네요. 지난 건강검진 결과를 알려주는 전화였습니다. 갑상선에 작은 결절이 있어 내과진료를 받아보라고 합니다. 갑상선??? 사실 이 전화를 받기 전 까지 만해도 갑상선이란 것에 대해 인지 조차 하고 있지도 않았었죠. 그것이 어떤 장기이고 어떤 기능을 하며 심지어는 어디에 붙어있는 것 까지도 잘 몰랐습니다.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대수롭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새로운 단어 하나를 배운 것 처럼 저는 갑상선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고 그렇게 저의 갑상선 스토리는 조용히 시작했습니다.
[11년 11월 초]
문득 예전에 가끔씩 보던 EBS교양 프로그램 명의가 생각이 났습니다. 국내 유명의사를 소개하는 일종의 병원홍보용 프로그램이죠. IPTV서비스를 통해서 지난 프로그램 중 갑상선 관련된 것이 있는지 검색 해 보았습니다.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명의
[첫 외래]
유명한 분이라 예약이 좀 걸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바로 다음날 가능하다는군요. 다음날 오전 반차를 내고 병원에 갔습니다. 얼마만에 가보는 대학병원인지... 낯설기도 하고 뭐 부터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고... 의사샘을 뵙고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여줬더니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다시 하자고 하네요. 검진에서 한건 간단한거라 정밀검사를 다시 해보자는군요. 헉!! 검사비가 생각보다 비싸더라고요. 두 개 합쳐 23만원정도 됐던 거 같아요. 돈 부터 내고와야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대형병원 시스템이란 게 이런거구나 생각하면서 검사 받고 다음 주 외래예약 다시하고 돌아왔습니다.
[두번째 외래]
결과가 나왔습니다. 건강검진에서 나왔던 결절의 크기는 2.2mm였는데 중대에서 한 초음파는 6mm정도로 나왔고, 갑상선 호르몬 수치는 정상으로 나왔습니다.
[11년 16일]
세침검사 결과 확인 날 입니다. 검사한 날 부터 이 날까지 참 긴장되는 시기였던 거 같아요. 냉담을 하다가가 성당에 다시 나가 기도를 했고(위선적이긴 하지만 ㅠ), 갑상선에 대한 정보를 더 찾아보면서 제 몸에 일어나는 증상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상하게 예감이 좋지 않았습니다. am일것 같은... 그리고... 예감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결절이 작아 세포검사가 어려웠는데 그래도 결과가 잘 나왔고 암이 거의 확실하답니다. 뭐! 미리 예상을 해서 그런지 생각 보단 담담했습니다. 바로 외과진료 진료를 보게해줘서 외과 샘한테 수술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초음파상으로는 전이가 보이진 않고 크기가 작긴한데 위치가 동맥 쪽에 붙어있어 열어보고 반절제할지 전절제할지 결정하겠다고... 이런 얘기 들을 땐 찹찹하더군요. 간호사가 스케쥴 잡으라고 하는데 정신도 없고 해서 대충 얘기하고 나왔습니다.
[방황]
엄마한테 전화드렸습니다. 깜짝놀라시며 알았다고, 자기가 좀 더 알아보겠다고... 회사에 복귀하니 동료들이 궁금해 하더군요. 웃으면서..결과가 안 좋다고 하니 짐짓 놀란 기색들... 어색한 분위기... 직속상사한테 전화가 또 오더군요. 점심시간에 절대 전화하지 않는 분인데, 제 결과가 궁금했던건지, 본인 호기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희 배드뉴스가 회사 내에 빠른 속도 퍼질 것 같았고 왠지 저를 모르는 사람의 시선도 이상하게 느껴지데요.
집에서 전화가 왔고 검사 결과지 챙겨서 내일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오랍니다. 그 병원에 지인이 계셔서 좋은 선생님께 다시 외래 잡아 놨으니 다시 검사 받으라고...
이날 저녁, 대형서점에 들려 갑상선에 관한 전공서적을 찾아 대략 한 시간 만에 독파했습니다 ㅡㅡ;; 뭐 다 이해했겠습니까마는 정말 집중해서 봤습니다. 책을 보다가 갑자기 전화가 와서 크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근데 어떤 아저씨가 “젊은이! 전화 받으려면 나가서 받게! 공공장소에서 그게 뭔가!” 순간 울컥! 하더라고요. ‘야! 나 오늘부터 암환자야 개XX야!’ 라는 소리가 턱까지 올랐지만 참고 나왔습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ㅠ]
동서양 암환자의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한국 사람은 암 확진을 처음 받으면 그 것이 언제, 어떻게 발병했는지 그 원인에 대해 먼저 궁금해 한답니다. 반면 서양 환자들은 치료는 어떻게 해야하고 병원비는 얼마나 드는 지 등 현행적인 것에 먼저 관심을 갖는다네요. 천상 동양인인 저도 왜 저것이 나한테 찾아온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먼저 생겼습니다. 의학적으로 밝혀진 갑상선 암의 발병원인은 모른다고 합니다. 다만 방사능 노출과 큰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듯 합니다. 그 외, 스트레스, 유전자, 여성호르몬의 과다 분비, 기타 발암물질 노출 등과의 관련성을 명확히 규명하지는 못한 듯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테지요. 제 생각은 이거 체질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체질, 즉 몸의 성격이나 특성 말입니다. 이건 체력하고는 다른 문제죠. 동일한 환경에서도 암 유발에 더 쉬운 체질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저는 갑상선 암 유발원인에 쉽게 반응하는 체질이었던 것일까요?
[병원선택]
어찌됐건, 병은 생겼고 이제 서양식 사고를 해야 할 차례입니다. 치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환자라도 좋은 의사로부터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알고 있는 정보력을 총 동원해서 갑상선 명의와 병원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갑상그릴라 카페도 알게 됐죠. 대충 3명으로 집중되는 경향이 있더군요. 서울대 윤여규, 강남 세브란스
[1월8일 수술 전 날]
[1월9일 수술 날]
아침에 심전도 검사 다시 했는데 심근경색이 약간 있다는 군요? 엥!! 왠 심근경색 또!!! 아침 일빠로 수술 대기 중이었는데 밀렸습니다. 그리고 잘못하면 수술 연기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걱정하면서 대기하고 있는데
눈 뜨니 살았다 싶더라고요. 목소리부터 내 봤습니다. 가성으로 고음까지 조금 내보니 다 정상! 일단 안심입니다. 몹시 추워서 손들고 춥다고 하니 진공청소기 같은 거 이불 안으로 넣어주고 따뜻한 바람 넣어줍니다. 곧 병실로 돌아 왔습니다. 가슴 통증이 좀 있어서 말했더니 심전도 다시 체크하고 피검사 해갑니다. 아직 비정상이라 6시간 마다 체크할거라고 합니다. 수술부위에 통증이 좀 있는 것 말고는 좀 견딜 만 합니다.
[1월10일 수술 다음 날]
아침에 심전도 검사 다시 하고 피검사 하더니 정상이라고 합니다. 퇴원 하고 심장검사도 다시 한 번 받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외 건강에 신경 쓸 일들을 다시 떠올려 봅니다. 점심에는 병원 밥이 싫어서 식당가서 먹을 정도로 괜찮아 졌습니다. 말하는 게 약간 힘들긴 하지만 목소리도 잘 나오고 전반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수액들고 병동 산책도 합니다. 이 많은 환자들 중에서 내가 상위레벨에 속한다고 생각하니 왠지 우울합니다. 한편으론 두 세 살 밖에 안 돼 보이는 애기들이 링거액 꽂고 돌아다니게 측은 합니다. 암이란 병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새로운 시야가 트였다면 나름의 가치가 있는 거 아니겠는가라는 긍정의 사고를 발산하면서 병실로 돌아왔습니다. 참 수술은 예상대로 갑상선 좌엽만 절제했고, 암 크기는 초음파(6mm) 때 보다 작아서 2~3mm정도 됐고 육안상 전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임파선 몇 개 떼어냈고 정확한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답니다. 그리고 저는 수술부위를 꿰매지 않고 접착본드로 붙였다고 하더군요. 수술부위 흉터 완화에 더 좋은 거라고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ㅋ
[1월11일 퇴원 날]
아침에
[마무리]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못했습니다. 왠지 환자 대우 받기도 싫고 그냥 이런 상황에 대해 주저리주저리 자꾸 설명해야 하는 것이 싫더라고요. 이제 수술도 끝났으니 좋은 기회에 편안하게 얘기하려고요. 아직도 왜 이런 병이 나에게 왔을까란 생각을 하면 울컥울컥 합니다. 이제는 받아들일 만도 한데 말입니다. 긍정의 힘이 필요할 때 입니다. 니체의 말 처럼 말이죠!! 삶을 긍정하는 방법을 몸소 깨달아 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네요. 아직 머리 못 감고 있어서 근질근질 합니다. 이제 좀 씻는 것 시도 해보려고 합니다ㅋㅋ. 새해 벽두부터 수술 받는 모든 환우 분들 액땜 제대로 하셨다 치세요. 이제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병명-병원명-담당의사명의 순서로 제목을 작성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예) 갑상선암 - 삼성의료원 - 홍길동의사 - 유두암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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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젊으시니...긍정적으로 생각하시니....회복도 잘 되고,,,정말 액땜하셨으니 추후 아프시지 않을거예요. 전 수술한지 한 달이 지나 두 달이 되어와요. 옥소치료는 안 받으시니 다행이지요. 더욱 건강에 힘쓰세요.
네 고맙습니다! 김샘님도 건강하세요^^
저와 같은 선생님이시네요^^저도 2년전에 성모병원에서반절제 했어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네요. 힘 내시고 건강하세요 ..
그래요? 김정수 샘도 유명하신데 이 카페에선 잘 못봤었는데 반갑네요^^ㅋ 님도 화이팅 하세요~~
저도 수술한지 16일째 입니다. 2주 정도 지나니 몸은 많이 좋아졌는데 저는 자꾸 어지러워서 앉아 있는게 불편합니다. 저도 반절제 했거든요. 빠른 쾌유 바랄께요~~~^^
그러세요? 앉아있는게 불편하면 누워계시는건가ㅡㅡ 네~ 님도 말짱히 좋아지실거에요. 저보다 선배신데ㅋㅋ
저랑 같은 나이시네여...전 왜 내가 이나이에..;;;이러면서 참 우울해했었는데...병원서 수술한 암환자중 제가 젤 어렸거든요...여튼..후기가 병원생활을 새삼 기억나게 해주네요..전 수술한지 이제 한달 갓 지났네요....저도 직장인인데...선임한테 말했다가 수술하고 병가쓰고 와보니 서울 본사까지 다 알고 있네요..하긴 수술하는날 같이 근무하는 동료들 문자가 쇄도했으니 다 아는구나 ㅠ.ㅠ하며 낙담했답니다.그냥 내가 암환자라고 보여지기 싫어서 병가때문에 어쩔수없이 인사팀과 선임한테만 말하게된건데 어쩔수 없더라구요..제가 공감하던 글들이 많아 잘 읽었습니다.빠른 쾌차하시구요,....
아~ 글쿤요!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이 카페에서는 20대 여성분들도 꽤 계시던데 남성분들은 잘 없는 거 같아 왠지 더 이상한 병에 걸린 거 같고...그런 기분 ㅠ
어쨌든 고맙습니다^^ 님도 건강하세요ㅋ
생생한후기 잘 읽었습니다..저도 곧....몸조리 잘 하세요!!!
님도 곧...수술하시는 건가요? ... 네 님도 화이팅입니다^^ㅋ
전체적으로 씩씩하게 보이네요. 젊은 분이라 놀라셨겠지만, 또 젊은 분이라 완치도 빨리 되리라 믿고 잘 후속 치료 하시기 바랍니다.
행복하세요~
네 첨엔 진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을 만큼 싫었어요~~네 이제는 사후관리 잘 하려고요^^ 감사합니다.
모두가 처음에는 암입니다 라는말에 인정하기힘들지요 그러나 현실이니 빨리받아들이고 이겨나가는게 최선인것같아요
이젠 아무걱정마시고 아주 아주 편안하게 생활하세요
수술이 잘 끝나셨으니 이제 회복만 빨리 하시면 예전의 건강을 찾으실것 같아요. 2월경 수술예정인데 후기글 자세하게 써주시어 큰 도움 될것같군요.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이제부터 자기를 돌보면서 운동 열심히하면서 즐겁게 사는 일만 남아있어요
친구들이 아는 문제로 저도 많이 신경 썼는데 그때뿐이고
다른 사람들은 곧 다 잊어버리니까 걱정 말아요
음식 좋은 것 드시고 좋은 공기 마시고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이 필수랍니다
힘내세요
자세히 올려주신 후기 수술앞둔분들께 많은도움되겠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얼른회복하시고 건강해지세요.......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석송님이 운영하시는 갑상선포럼 http://cafe.naver.com/thyroidcancers 네이버카페지기(선영공주)입니다. 후기가 너무 좋아 글을 제이름으로 올렸습니다...혹시 기분 나쁘시진 안으실런지...환자들입장에선 후기가 정말 중요하거든요...저도 후기를 많이 보고 참고 했었어여...
혹시 불쾌하시다면 알려주세요 까페에서 글은 삭제할께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