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바로 옆에 앉았던 이국의 젊은 커플이 나를 거쳐 돌려진 헌금 바구니에 손을 넣어 돈을 집어 올렸을 때 난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온 몸의 신경은 이들에게 쏠려 나머지 미사는 대충 끝내버려야만 했다. 예비신자나 오다가다 들린 뜨내기 같지않게 멀쩡하게 보였던 이 커플은 미사 후에도 자꾸만 쳐다보는 내 눈길을 의식했던지 제대 아래 놓여졌던 헌금 바구니 쪽으로 슬금슬금 갔는데 다시 돈을 집어 넣었는지 아닌지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었지만 주변에 있었던 다른 사람들 아무도 재단 옆에서 얼쩡거리는 이들에게 신경쓰는 이가 없는 듯 하기에 그대로 성당을 나와버렸다. 그리고 잊어버렸다가 다음 주 또 그 다음 주 미사 등 매 주 꼬박꼬박 성실하게 참석하며 가끔 신심깊은 원로들과 신부님들과 대화하며 밝게 웃는 그들 모습을 보게 될 때면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곰곰히 되짚어 보게 되었다. 사이 젊은 커플의 첫째와 둘째 아이가 태어났고 지난 주 바구니에 담긴 아기를 보듬은 아빠와 아장거리는 첫째 아이 손을 잡은 엄마를 보니 어설펐던 첫 인상과는 달리 어느새 참한 신앙가족으로 거듭 나 있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는데...... 미국인들은 일요일이면 교회에서 목사의 설교를 들으며 한 주간 쌓였던 긴장을 풀고 영혼을 정화하는 시간을 가진다고 하는데 이를 통해 잡다한 고민들은 털어내고 새로운 한 주를 맞이할 수 있도록 재충전하는 것이라 한다. 목사들이 말하는 내용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목사의 언변에 따라 감동은 전혀 달라진다고 하는데 하루는 미국의 유명한 작가인 마크 트웨인이 한 목사의 설교를 들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목사에 대한 존경과 지지의 표현으로 다른사람보다 두 배 이상 헌금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목사의 설교는 40분에 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조금씩 상해지는 마음을 느꼈고 다시 30분이 흐르자 얼굴을 찡그리며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을 이리 빼앗아도 된단 말인가!" 아주 적은 돈만 헌금 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다시 10 분이 흐르자 화가 머리끝까지 난 마크 트웨인은 단 1센트도 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목사는 그 후로도 한참 지나서 겨우 설교를 마쳤다. 드디어 목사가 헌금함을 들고 오자 마크 트웨인은 헌금함에서 2달러를 훔쳤다. 위의 두 사례를 보면 헌금 바구니에서 돈을 훔친 행위는 같으나 적지않은 세월 묵묵히 지켜 본 젊은 부부는 아이들과 더불어 신앙 가족으로 새로 태어나 좋은 결과를 가져왔고 마크 트웨인의 경우 시작은 좋았으나 오히려 반대되는 역효과를 낳았다.
자극이 지나치게 많거나 강렬할 경우, 혹은 너무 오랜시간 지속될 경우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음을 마트 트웨인의 행위가 극명하게 대변해 주는데 우린 일상생활 속에서도 이런 현상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선생님의 똑같은 훈계의 반복이나 부인의 매일 잔소리, 가정에서 부모의 잔소리와 비난은 오히려 자녀의 반항심리를 유발시켜 그릇된 길로 빠지게 할 수 있고 심지어 전혀 상관없는 일까지 연관시켜 비난을 퍼부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경우도 있음을 종종 접하고 있다. 우리 속담 '듣기 좋은 꽃 노래도 한 두번이다' 가 말해주 듯 잘못된 행동을 지적할 때는 그 부분만 할 것이며 비판은 단 한번으로, 여러번 반복해야 한다고 해도 간단하게 그리고 반복적이고 경솔한 칭찬 역시 역효과를 낼 수 있음을 알고 '한도초과현상'을 부르기 보다는 묵묵히 지켜보며 부드럽고 따뜻한 눈길로 주변과 이웃을 배려하고 격려하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좋겠다. |
출처: 평화로운 키위촌 원문보기 글쓴이: Veronica
첫댓글 좋은 글 잘 새기고 가네요^^ 하루가 낮과 밤이 듯 어느 것에서나 자유함이 감사입니다 ^^
그냥 오래전 스쳐지나간 일상인데 최근 궂은 날씨의 주일에
아기 안고 가는 그 가족을 보니 옛날 첫인상이 떠 올라 써 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