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랑진 역에서
봄방학에 든 이월 하순 목요일이었다. 간밤까지 봄을 재촉하는지 시샘하는지 모를 비가 촉촉이 내렸다. 도심에서 비가 오고 나면 먼지를 재워주어 좋았다. 더군다나 대기 중 미세먼지까지 씻어 갔으니 시야가 한결 맑아진 듯했다. 금쪽같은 봄방학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 나는 이른 아침 어디로 길을 나설 것인지 행선지를 물색했다. 멀지 않은 반나절 코스를 정해 보았다.
일단 반송시장으로 나가 김밥을 한 줄 마련해 창원중앙역으로 나갔다. 평일이라 그런지 열차를 이용해 나들이를 나선 사람들은 적었다. 나는 새벽에 순천을 출발해 포항으로 하루 한 차례 오가는 경전선 무궁화호 타기로 마음을 정해 삼랑진까지 열차표를 끊었다. 중앙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니 아침 햇살에 도청 일대 전경이 눈앞에 드러났다. 역세권개발 부지는 공사로 어수선했다.
정한 시각 도착한 열차에 올라 어두컴컴한 진례터널을 빠져나갔다. 진영역을 지날 즈음 한 친구가 내 바로 뒤 열차로 대구로 올라간다는 문자가 왔다. 그는 대구광역시 교육연수원으로 강의하러 가는 걸음이라고 했다. 신학기 고3 담임을 맡은 교사들에게 진학지도를 강의하는 전국구 강사였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봄이 오는 길목에 강변을 산책하려고 훌훌 길을 나섰다.
삼랑진 역에 닿으니 열차에서 내린 사람은 혼자였고 타는 사람은 몇 되었다. 삼랑진 역 명물은 대피선 철길 끝 급수탑으로 지금은 등록 문화재다. 1920년대 구조물인 급수탑은 석탄을 태우던 증기기관차 시절 화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이었다. 다른 역과 달리 삼랑진 역은 지하통로를 거쳐 역사에 이르렀다. 역전에서 시가지를 빠져나가 읍사무소가 있는 송진으로 건너갔다.
가톨릭 부산교구 관할인 삼랑진 성당과 송진초등학교를 지나 강둑으로 나갔다. 대구부산 고속도로는 낙동강을 가로질러 터널과 연결되었다. 강 둔치는 공원으로 조성되어 시민들의 산책코스였다. 둑에는 일정 간격으로 세워둔 바람개비가 불어오는 바람에 절로 돌아갔다. 강심이 깊어서인지 낙동과 생림을 잇는 육로와 경전선 철길은 트러스트교량으로 웅장하고 복고풍이 풍겼다.
삼랑진 낙동에서 철교 삼랑진다리를 걸어 김해 생림으로 건너갔다. 대부분 차량들은 새로 놓인 국도 교량으로 다녀 옛 다리 통행은 한산했다. 강 건너 생림은 옛 철길에다 낙동강레일파크를 조성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 되었다. 단선 터널은 와인 동굴을 만들어 놓았다는데 그곳까지 가지 않고 마사마을로 향해 걸었다. 4대강 사업으로 강변엔 오토캠핑장이 설치되어 있었다.
마사마을로 가는 길에 바라본 강변 둔치는 광활했다. 저만치 뒷기미 쪽에는 샛강 밀양강이 낙동강 본류에 합류했다. 시든 물억새와 갈대가 펼쳐진 드넓은 둔치는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너른 강폭 건너는 밀양 상남 오산으로 헤아려졌다. 마사마을을 앞두고 동구 밖 강둑을 따라 걸으니 딴섬 생태누리였다. 아마 둑 밖 농사를 짓지 못하는 곳이라 딴섬이라 이름 붙였지 싶었다.
강둑 정자에서 김밥 한 줄로 소진된 열량을 보충시켰다. 둑에서 바라본 둔치는 한없이 넓어보였다.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가끔 교류가 있는 지인에게 전화를 넣어보았다. 그는 마침 한림 유등 강둑으로 나왔다고 했다. 나는 삼랑진에서 김해로 건너와 생림 마사에 왔으니 한 시간 이내 한림 배수장 근처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지인과 그곳에서 접선을 약속하고 모정고개를 넘어갔다.
모정마을 볕바른 언덕 쑥이 보여 캐고 있으니 지인이 차를 몰아 나타났다. 지인과는 봄날이면 취나물을 뜯으러 산행을 같이 다닌 사이다. 우리는 한림정 역이 가까운 화포습지 둑으로 옮겨 쑥을 더 찾아보았다. 폐선 철길은 태양광발전 집열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부근 검불 속을 헤집으니 보드라운 쑥이 자랐다. 허리를 굽혀 쑥을 제법 캐어 내가 캔 쑥까지 지인한테 안겨주었다. 17.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