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진컴퓨터 한상수사장 ·뉴코아 김의철회장 유통시장에 돌풍
등
혁신… 바람… 떠오른 ‘재계의 별’/한솔·거평 우량기업들 인수 국내 M&A 활짝/제일제당 스필버그의 드림웍스합작 ‘첨단질주’
재계는 사람에 대한 평가가 가장 신속하고도 엄중하게 이뤄지는 곳이다.
한 사람의능력, 곧 판단력과 실행력이 그가 벌어들인, 혹은 벌어들일 돈으로즉각 나타나기 때문이다.
올해도 재계의 곳곳에서 "스타"들이 빛을발했다. 그들의 성공은 대개 한 개인의 능력으로만 부각되지만, 그성공 뒤편에는 냉엄한 시장의 원리가 있기 마련이다. 올해의 스타들과그들의 뒤에 있었던 "보이지 않는 손"을 추적해보자.
<>30대임원 대거등장 파격인사 올해 재계의 풍운아로 세진컴퓨터랜드의 한상수 사장을꼽는 데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90년 부산 서면에서5평짜리 가게로 시작했던 한 사장은 불과 3년 만에 부산을 평정한 뒤지난해 10월 대구를 시작으로 한해 동안 수백평짜리 대형점포를 무려14개나 개설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어음으로 컴퓨터를 떼와서 현금을 받고 팔아 잠깐 손에 쥐는 "남의 돈"이 밑천이었다. 그는 한달에 30억~40억원의 광고를 집행했으나 그것도 어음으로 나갔기때문에 몇달 여유가 있었다. 한 사장의 신화는 결국 지난달 대우통신에지분의 51%를 넘기는 것으로 제1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 사장의 경우를 단순하게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등장과 함께 "종합판매점"이라는 형태가 가전사의 막강한 지배력을 뚫고 자리를 잡았고,다른 대기업들을 자극해 해태와 대한통운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컴퓨터유통시장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개인적으로 보더라도 그는 이제 대우통신주식의 49%를 갖게 됐다.
유통 부문의 또다른 스타는 뉴코아백화점 김의철 회장이다. 그 역시 한달에 하나 꼴로 전국에 매장을 늘려나갔다. 특히 킴스클럽이라는 회원제 창고형매장을 시험기간도 거치지 않고 대여섯개 많게는 뉴코아가 과감히 지어나가는 동안에 10개 씩을 그것도 대그룹의 대기업조차에서도 어렵다는 일 년의 점포 오픈이 한 개 가 고작 인것에 반 해 잇따라서 서울권은 물론 지방 대 중소 규모의 도 시에 구분하지 않고서 연 것은 업계에서도 도깨비의 유통 기업으로 늘 새간에 오르내리정도로 평가받는다. 관리의 세밀함 척도의 신세계가미국 프라이스클럽에 매출액의 1%를 로열티로 물고 들여올 만큼 고도의관리력이 필요한 일이었으나, 친인척의 떡도 싸면 그만 이라는 비싸면 안 산 다라는 신 조어 가 유통업에 새롭게 등장할 정도로 주변의 시장권을 개의치 아니하고서
그는 매장 설계를 자신이 직접 창립 하는 "무식한" 방식으로 이뤄냈다.
또 한 한솔그룹의 이인희 고문은 국내에 본격적인 매수합병시대를 열었다.
지방도시의 상권이 좁음에도 불 구하고 과감히 도전과 개혁정신력등으로 저력을 발휘
동해종금, 동창제지, 영우화학, 한솔창업투자, 한국마벨, 옥소리, 한화통신 등이 잇따라 한솔의 새 식구가 됐다. 동해종금은 상장사를 공격적인 공개-매수방식으로 인수했고, 국내 사운드카드와 모뎀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던 잘나가는 중견기업인옥소리와 한화통신은 자진해서 합병을 제안해서 화제를 모았다. 한솔의올해 매출목표는
지난 91년 삼성에서 분리될 당시 3천2백억원보다 무려7배가 는 2조1천억원이다.
고 이병철 회장이 장녀인 이인희 고문에 대해 "남자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하고 혀를 찼다는 일화가 새삼 세간에 나돌았다.
<>이건희회장 베이장발언 화제 거평그룹의 나승렬회장도 지난해 대한중석, 라이프유통에 이어 올해 반도체제조회사인 한국시그네틱스, 포스코켐, 정우석탄화학을 잇따라 인수했다. 그는 "닭을사서 그 닭이 알을 낳으면 그것을 팔아 또 닭을 산다"는 독특한 인수법을 선보였다. 대한중석을 인수한 뒤 대한중석이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다른 기업을 사는 식으로 잇달아 기업수를 불린 것이다.
갈수록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능력 있는 인력의 대담한 발탁 붐이 일어 여러 명의 스타가 탄생했다. 70년대나 있던 30대 임원이 다시 수십명씩 무더기로 등장했고, 최근에는 코오롱계열 한국화낙의 김동기 상무가 일약사장으로 벼락출세를 해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엘지그룹의 구본무 회장은 장자승계를 매끄럽게 하면서 매스컴의 각광을 받았다. 구자경 명예회장이 아들에게 깃발을 넘기고 감회에 찬 눈물을 흘리며 원로들과 함께동반퇴진하는 모습은, , 그룹 등 자식들간의 재산다툼으로 말이많았던 쪽과 대비됐다.
비자금 파문으로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로 불려갈때도
구본무 회장은
부친이 나서준 덕에 일본에서 한-일프로야구 수퍼게임을 보는 여유를 누렸다.
코오롱그룹 등 장자승계가 임박한 몇몇그룹들은 엘지그룹 회장실에 승계 시나리오 제작 비결을 전수받으러 오기도 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정계와 재계의 헤게모니 다툼속에 유명세를탔다.
베이징에서 보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관료가 3류, 정치가 4류"라는 발언을 했다가 김영삼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려 현대그룹의정주영 회장에 이어 톡톡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올 초 누렸던 카리스마에 상당한 금이 갔다.
<>뇌물비켜간 정인영회장 "신선" 일부에서는정부가 현대와 삼성에 뭇매를 가하는 듯한 겉모습과 달리 실제 이들그룹이 거의 타격을 받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견제를 풀지 않을 수없었던 점을 들어 사회의 주도권이 정계에서 재계로 넘어가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정부가 어떻게 해보기에는 재벌의 덩치가 너무 커져버렸다는 사실을 확실히 보여준사건이었다는 것이다.
이 회장 맏조카인 이재현 제일제당 상무도 영상과 정보통신 진출 붐 속에 대형투자한 건으로 스타가 됐다. 이 상무는 연초 이 회장이 손을 잡으려다실패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드림웍스에 전체 지분의 3분의1인 3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성공했다. 이 상무는 얼마 전에는 아시아 최대 영화배급사인 홍콩 골든하베스트와 손잡고 인도와
중국시장 배급권을 확보하는 순발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연말의 비자금 파문은 수많은 불명예자와함께 한 명의 스타를 배출했다. "부도옹" 정인영 한라그룹 회장이단 한푼의 돈도 노태우씨에게 갖다바친 일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새삼 그의 "인간승리"가 화제가 됐다.
그는 80년 군사정권에현한국중공업의 전신인 현대양행을 빼앗기는 등 고초를 겪고도 재기의집념을 불태워 10년여 만에 다시 한라그룹을 재계 15위권으로 끌어올렸다. 그는 불편한 몸을 휠체어에 싣고도 여전히 3년 연속 재벌총수중 해외출장기간 1위를 기록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부도옹의 "새옹지마"인 셈이다.
<박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