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무도회장안에는 생일 축하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찾아온 귀족들로
가득차 있었다
이번 연회는 모두가 이름이 꽤나 알려진 귀족들만으로 초대받게 되어
그런만큼 무도회장안은 사치스럽고 호화롭기 그지 없었다
길다랗게 늘여진 새하얀 커텐엔 고대신성문자가 빛을 발했고
샹들리에의 화려한 불빛은 한순간 눈을 뜰수 없을정도로 밝고 화려해 보였다
연회장안은 은은히 흐르는 왈츠의 흥겨운 가락에 스텝을 맞쳐 가며 춤을 추는 이들과
그주위로 여러 귀족들이 모여 오늘의 연회의 주연인 클립드리프왕의
둘째 딸인 엘리시아 공주의 이야기거리로 떠들썩했다
오케스트라가 우아한 선율을 연주하는 동안 수십에 달하는 시종들은
최고급 리모그스 접시와 바카라 글라스가 비는일이 없도록 재빠르게 서빙을 계속했다
연회장의 구석진곳 사람들 눈에 안띌법한 곳 구석진벽에 기댄채 물끄러미
연회장안을 바라보는 소년이있었다
다소 말라보이는 체구에 그렇게 작지도 크지도 않은 평균적인키에
붉은기가 도는 길게 기른 머리카락 그사이로 흑요석처럼 빛나는 새까만눈이 보였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입술이 인상적인것이 여자애로 봐도 될만큼 예쁘장한 소년이었다
율리우스 클립드리프 왕이 살고있다는 이곳 팬데이몬드 성에 처음으로 연회에 초대받은
페이샤 블린트는 연회장 구석진 곳에서 그저 귀족들의 무도회장면을 구경만 하고 있어
야 했다
블린트가를 대표해서 오긴 했지만 연회장안을 가득채우고 있는 열기는 클립프왕국
북쪽 끄트머리 시골에서만 자라온 이제 막17살이 되어 작위를 이어받은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그에겐 마치 환상적인 꿈처럼 그의 마음을 파고 들어왔다
아무리 귀족이라곤 하지만 하찮은 시골뜨기에 불과한 자신을 이런 엄청난연회에
초대받은 사실은 어린 그에겐 너무 부담이 되었다
자신을 빼고는 모두가 비교도 되지 않을 명문백작가문 이상의 귀족들뿐이어서 도저히
사람들틈에 낄수가 없었다
"혼자서 뭐하고 계신가요?"
옆에서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귀족으로서 기본예절정도는 어렸을때부터 배워왔지만 이런분위기에선 긴장되지
않을수 없는것이 솔직히 아까부터 누군가 말을 걸어와서 실수라도 하면 어쩔가
하고 내내 가슴을 졸이고 있는 중이었다
한순간 놀란 마음을 추스리며 페이샤는 경직된 몸을 그쪽으로 돌렸다
페이샤 자신보다 머리하나 더 큰키에 여기 연회장안에서도 눈에 뛸만큼 그는 굉장히
멋져보이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였다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모아 한데 묶은것이 깔끔함을 자아냈고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에 마른듯 하지만 균형이 잡힌 몸매는 강인한 남성적인 매력이 풍겨왔다
인상은 누구나가 한번 보면 잊지 못할 강한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그런그의 모습으로 보아 아마도 명문백작이나 후작집안의 사람이라고 페이샤는 단정지었
다
"아...네 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페이샤는 자신이 생각해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뭔가 잘못되었다는것을 깨달았다
너무 긴장해서일까
그가 살짝 웃으며 페이샤를 쳐다보았다
"그렇군요 저는 메르베 클로아드 라고 합니다"
그가 자기를 소개하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저..저는 페이샤 블린트 라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네..네?"
페이샤는 의아스럽다는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문했다
메르베라고 하는자가 자신을 알고있다는 말에 그는 혼란스러워지지 않을수 없었다
혹시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랑 아는 사이인지도 모른다는생각에 그는 다시한번 메르베
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무리봐도 처음보는것이 누군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 그렇게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전 여기있는분들 모두의 이름을 알고있으니까요
연회에 참여할 사람들의 이름을 외우는게 제 취미이거든요"
그가 살짝 웃으며 말했다
페이샤가 아닌 남이 들었다면 그런 이상한 취미는 아마도 비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았을것인데 그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내뱉고 있었다
"아 그렇군요"
한순간 자신을 안다고 해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었던 페이샤 였지만그저 이름을 외우고
다니는 취미에 불과하다는걸 알고 약간 실망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자신에게 말을 걸어와준것만으로 페이샤는 그가 고마웠다
"어린나이에 벌써 자작이란 칭호를 받았다고 하던데 대단하시군요"
그렇게 말하곤 오른손에 들고있던 빨간 위스키가 담긴 유리글라스에 입을 대었다
"감사합니다"
자신에 대해 칭찬을 해주는것이 왠지 쑥쓰러웠던지 페이샤의 얼굴이 약간붉어졌다
"쿵 !쿵 !"
연회장안쪽에서 시종장으로 보이는 자가 지팡이를 두들겨대었다
그에따라 연회장안의 모든시선이 그를 향했다
"클립드리프 국왕폐하께서 나오십니다"
시종장의 커다란 목소리에 반응하듯 연회장 중앙에서 쌍쌍이 춤을 추던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던 이들 악기를 연주하던 이들 모두 하던일을 멈추고 홀의 중앙을
중심으로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연회장안은 순식간에 쥐죽은듯이 조용해져 있었다
"국왕폐하께서 나오시는군요 아마도 엘리시아 공주님께서도 같이 나오실겁니다"
메르베가 페이샤의 귀에다 되고 살짝 말했다
커다란 문이 시종들에 의해 활짝 열리고 클립드리프왕과 그의 딸인 엘리시아 공주
그리고 그들을 호위하는 근위기사들이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들이 모습을 보이자 장내에서는 우뢰와 같은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페이샤 역시 소문으로 들어오던 엘리시아 공주를 보게되자 정신없이 박수를 치는
와중에서도 눈이 동그레 지지 않을수 없었다
국왕폐하의 여섯공주중 가장 아름답다던 엘리시아공주를 오늘 처음 보게되는것이었다
눈처럼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온 그녀는 신성왕국 클립프의 순수 왕족 혈통답게
금빛으로 빛나는듯한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허리까지 길게 늘여뜨려 놓았고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푸른빛의 아름다운 눈동자는 아무런감정이 없어보이는것이 얼음
처럼 차가워 보였지만 그것이 한층더 매력있어보였다
올해로 18살에 접어든 그녀는 페이샤가 보기에도 이연회장 안 어느누구와도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아름다워보였다
페이샤역시 이곳에 있는 모든귀족들과 마찬가지로 엘리시아공주에 대한 소문을
알고있었다
그의 짐작이 맞다면 그녀의 옆에 있는 기사로 보이는 저자가 그의 약혼자가 될
휴리아 제국의 제2황태자 듀란트일것이었다
클립프 왕국에서도 너무나도 유명한 휴리아 왕족의 문장인 사자와 할버드가
수놓여진 그의 옷이 말해주고 있었다
요즘 귀족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그들은 군사대국인 휴리아와의
이번 일로 우호관계를 맺을수있다는점에서 신성왕국전체를 들끓게 만들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박수소리는 클립드리프왕의 손동작 하나에 뚝 끈어졌다
관례상 짤막한 인사와 함께 빛과 태양의 신 펠릭스를 치하하는 연설을 끝으로
연회장안은 다시 뜨겁게 달구어갔다
춤과 음악 술이 오가며 페이샤는 또다시 정신없는 이분위기를 느껴야했다
연회장의 안쪽에선 공주와 그의 약혼자가 될 듀란트를 중심으로 여러 궁중부인들
과 귀족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는장면이 보였다
귀족이면서 저런 무리들과 어울릴수 없는 페이샤는 왠지모르게 이곳이 자신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개의 세계같이 느껴졌다
이제까지 아무말없이 주위를 둘러보던 메르베가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 있으면 엄청난 축제가 있겠군요"
이제까지 보여왔던 미소띤 그의 얼굴에서 왠지 두려움이 밀려왔다
한순간 그의 얼굴에서 공포감을 느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페이샤는 그가 무슨말을
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축제라기엔 좀뭐하지만 그래도 무도회는 지금 진행중인데 다시 축제가 일어난다니
페이샤는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그에게 무슨말인지 다시 물어볼려고했다
-쾅-!!!!-
엄청난 크기의 폭발음이 성밖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뭔지는 모르지만 페이샤는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굉장한 소리를 내며 터지는
소리가 들려오자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여기있는 모든 귀족들 역시 놀란듯 갑자기 연회장안은 소란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무슨일이지!!!"
"대체 무슨소리가 들린거지!!"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연회장안을 순식간에 혼란속으로 몰아갔다
음악을 연주하던 악사들도 당황한듯 연주가 멈추고 말았고 그 소리에 놀란 사람들이
들고있던 술잔을 놓아 여기저기 깨지는 소리가 났다
"모두 조용히하시오!"
이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서 클립드리프 왕이 참다못해 직접 나섰다
한동안 혼란스러웠던 연회장안은 다시 조용해졌고 모든귀족들이 클립드리프왕을
의지하듯 바라보았다
-쾅-
나무로 만들어놓은 문이 세차게 열리면서 근위병으로 보이는 병사가 들어왔다
온몸에 상처가 난것이 뭔가 엄청난 일이 발생했음을 말해주고잇었다
병사는 서둘러 클립드리프의 앞까지 뛰어가 쓰러지듯 무릎을 꿇었다
"크윽....국왕폐하 어서 여기를 피하십시오 버몬트 공작이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어깨죽지에 꽂혀있는 화살을 감싸지며 그는 발악을 하듯 외쳐댔다
한순간 연회장안은 찬물을 끼얹은듯이 모든이들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클립드리프 역시 무슨말이냐는듯한 시선을 건낼 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야 이빌어먹을 상황은!!!"
어떤귀족이 참지못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거에 맞혀 연회장안은 아까보다 훨씬 더 큰 혼란이 일어났다
반란! 신성왕국 클립프 가 건국한지 400여년동안 한번도 없었던 엄청난 사건
이 지금 발생하고 있는것이었다
그것도 왕국의 변두리가 아닌 왕의거처인 팬데이몬드성안에서
페이샤는 이 혼란스런와중에서도 이일이 아마 메르베와 관련된 일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아까 그가 말했던 축제 혹시 이것을 말하는것이 아닐까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아무런 변화도 없이 그저 묵묵히
서있을뿐이었다
"아하하하하"
갑자기 어디선가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휴리아의 제2황태자 듀란트 그의 것이었다
"모두 수고하셨소 클립드리프 왕이시여 그리고 나의 사랑스런 엘리시아 공주
안타깝게도 이젠 연기는 여기까지 해야겠소"
그가 짐짓 안타깝다는듯이 인상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의아한듯 그를 멀뚱히 바라볼뿐이었다
"무..무슨소리요 듀란트..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게요"
"클립프의 왕이시여 아직도 모르겠소? 버몬트공작은 꽤나 말을 잘듣더군요
하하 이나라의 반을 주겠다고 하니 바로 승낙을 하다니"
"뭐라고!!!!그럼 이모든게 듀란트 당신의 짓!!!"
갑자기 문밖에서 칼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10여명 가량의 근위병들이 적의 공격에 밀려 연회장안까지 밀려오게 된것이었다
온몸에 중무장을 한 수십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모든이들의 눈에 들어왔다
그들의 갑옷엔 한결같이 십자가의 문장을 하고 있는것이 여기 있는 모든이들이
알고 있는 버몬트 공작의 십자 기사단이었다
왕족과 근위병을 제외한 그어떤 누구라도 팬데이몬드 성안에서는 무기를 들고
들어올수 없었으므로 이곳 연회장에서 그들과 대항할수있는자는 오직 20여명
남짓한 근위기사들과 몇몇 왕족들 뿐이었다
듀란트는 허리춤에 매고 있던 칼을 뽑아들었다
긴검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날카로운 붉은빛은 그것이 보통칼이 아니라는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검을 높이들고 그는 수십명의 십자기사단을 향해 외쳤다
"왕과 공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죽여랏!!!!!"
"와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고함소리와 함께 십자기사단이 미친듯이 달려들었다
페이샤는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그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공포감이 순간 몰려왔다
근위기사단과 몇몇 칼을 소지하고 있던 왕족들은 십자기사단에 급히 대응했다
하지만 역시 중무장한 기사들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당할수 밖에 없었다
여기저기 시체가 널부러지며 사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페이샤는 다른이들과 마찬가지로 도망을 가려했지만 마땅히 도망갈곳이 없었다
적들은 이곳에 있는 모든이들을 죽이겠다는 듯이 나갈수 있는 출구를 모두 가로막고
있었다
이런와중에도 메르베는 별 상관 없다는듯이 안절부절 못하는 자신을 재미있다는듯이
바라만보고 있었다
처음봤을때랑은 전혀다른 느낌의 메르베가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띄우며 자신을
바라보자 페이샤는 왠지모를 엄청난 공포심을 느끼며 마른침을 꿀꺽삼켜야했다
"끄아아아아아악!!!!"
끔찍한 비명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어디선가 살이 베이는소리가 살려달라고 애원하는소리가 여자의흐느끼는듯한 소리가
고함을 지르며 울부짓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피...피...피.... 사방에서 튀기는 피의 소용돌이 오로지 이곳에는 피의 학살만이
난무했다
시체.. 시체.. 하나 둘 쓰러져가기시작했다
날카로운 검날이 한번 내려칠때마다 바닥엔 부릎뜬 눈으로 죽어간 시체들로 쌓여갔다
"듣기 좋은 소리군요 그렇지 않나요 페이샤 블린트?"
메르베가 공포에 질려 잔뜩 웅크리고 있는 페이샤를 내려다보며 말을 걸어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짓곤 메르베는 그를 일으켜세웠다
공포에 질린듯 하얀 눈자위가 들어나는것이 이미 제정신이 아닌듯 해보였다
"당신같은 소년을 이런곳에서 처음 보게 되었을때 매우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죠
죽여야된다니 듀란트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라서 말이죠"
그가 정말 안타깝다는듯이 인상을 찌뿌렸다
손을 들어 살짝 페이샤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의 입술을 만졌다
파르르 떨리고 있는 그의 입술을 느끼면서 손가락을 살짝 떼어내었다
그는 깊은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듯 내뱉었다
".....이런곳에서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푸슉-
뭐였을까
페이샤는 혼란스런 상태에서 뭔가 자신의 배를 뚫고 들어오는 뭔가를 느꼈다
그것은 배를 뚫고 오더니 등을 뚫고지나가는듯 했다
배를 불로 지지는듯한 생전처음으로 느껴보는 이지독한 고통이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어
온몸을 덮쳐오기 시작했다
비명을 질려보려 했지만 입만 뻥긋 거릴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열린 입술사이로 실날같은 핏줄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자신을 측은한듯이 바라보고 있는 이전까지만 해도 같이 이야기를 나눴던 메르베가
그 메르베가 그의 부릎뜬 눈에 들어왔다
한번보면 잊을수 없는 저강인한 인상이 멋져 보였던 사람
그런 그가 왜 자신을 죽이는지 알수 없었다
억울 했다 지금 여기서 죽는 그자신이 너무나 억울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피가 섞인듯 붉은빛을 내는듯한 눈물이
페이샤는 이빨을 악물고 그의 얼굴을 두손으로 꽉 잡았다
부릎뜬 눈으로 그의 얼굴을 잊지 않겠다는듯한 눈으로 힘껏 노려보았다
메르베의 얼굴에서 그의 손에 묻은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메르베는 그의 몸속을 관통하고 있는 자신의 손을 빼내었다
그와동시에 페이샤의 구멍난 뱃속에선 엄청난 양의 피가 꾸역꾸역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한순간 몸을 부르르떨며 페이샤는 땅바닥에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졌다
"............죽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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