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이 발달한 세상.
인류는 과학 기술의 혜택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
물론 그 혜택이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서기 2002년.
첨단의 과학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를 정복하고자 하는 집단이 나타났으니...
그 이름은 지구 정복 기업, 나타스 엔터프라이즈!!!
한편, 우연한 계기로 초 인공지능을 탑재한 용자 로봇, 바이트ㆍ알과 만나게된 청년,
한바다.
그는 오늘도 그의 아르바이트를 방해하는 나타스 엔터프라이즈의 마수로부터 살아남
기 위해 바이트ㆍ알에 탑승해 지옥교수의 지구 정복 사업을 방해한다.
부직용자 바이트ㆍ알 - 쓰레기 대작전
- 프롤로그 -
한창 무더울 8월의 어느 여름날.
지옥교수 악셀ㆍ엑서는 요즈음 기분이 매우 언짢았다. 한국의 용자 로봇 바이트ㆍ알
이나 세계 각지의 용자 로봇들 때문에 세계 정복이 늦어지고 있는 것 때문은 아니었
다. 뭐, 세계 정복이 용자 로봇들 때문에 늦어지고 있는 것은 오늘 내일의 일이 아니
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구 정복 기업 나타스 엔터프라이즈를 이끌고 있는 지옥교수 악셀ㆍ엑서의 기분이
언짢았던 까닭은 바로 쓰레기 때문이었다.
인근 국가에서 내보내는 쓰레기들이 바다에 있는 그의 근거지, 헬 아일랜드로 밀려들
고 있었다. 천성적으로 깨끗하고 좋은 경치를 좋아하는 그는 그의 집(?)이 쓰레기로
더러워지는 것이 한국의 용자 로봇 바이트ㆍ알과 그 파일럿 한바다 만큼이나 싫었다.
오늘도 지옥교수 악셀ㆍ엑서는 애꿎은 부하를 꾸짖고 있었다.
"에에잇~! 언제부터 나의 헬 아일랜드가 쓰레기 처리장이 된 것이냐! 이게 다 네 놈
들이 무능해서 세계 정복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
넓은 식탁을 혼자서 차지하고 식사를 하던 지옥교수는 전용 식당의 창문 밖으로 바다
속에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는 것을 보다가 열받아서 심복인 지옥조교 볼ㆍ프란을 향
해 들고 있던 나이프를 던지고는 앞에 높여있는 요리 접시들을 뒤집어 엎었다.
기분 좋게 식사하다가 난데없이 벼락...이 아니라 나이프가 이마에 꽂힌 지옥조교
볼ㆍ프란은 피를 질질 흘리면서...
"죄송합니다. 지옥교수님."
...이라고 말하며, 한쪽 무릎을 꿇으며 앉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쓰레기랑 세계 정복 늦어지는 것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야...아씨...상관 성질이
더러우면 X나게 고생한다더니...투덜투덜...'
...이라며 궁시렁대고 있었다.
철없는 애처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떼(...)를 쓰던 지옥교수께서는 어느새 자리에
앉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집 근처의 쓰레기들은 치울 수 있을까...좋은 생각이 나질 않는군..."
나이프를 빼고 이마에 흐르던 피를 닦고 있던 볼ㆍ프란은 조심스레 말을 했다.
"저...전지전능하시며 세게에서 제일가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신 교수님이라면 반드
시 쓰레기를 치울 수 있는 기수병(機獸兵)을 만드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머리 속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은 볼ㆍ프란은 말을 하면서 이럴
수 밖에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오오~! 역시 나의 심복인 볼ㆍ프란, 너 밖에 없구나. 쓰레기를 치울 기수병을 만들
어내면 되겠군! 꽤나 좋은 생각을 해냈구나! 하지만, 내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것
은 사실이지만 세계 제일이란 말은 낯뜨거운 말이로다."
하지만, 불쌍한 볼ㆍ프란은...
'저 양반이 왠일로 겸손을 떠는거지? 요리가 상했나?'
...라는 속생각과는 달리...
'교수께서는 자신을 너무 겸양하지 마십시오. 교수님이야말로 세계 제일...아니 우주
제일이십니다!'
...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나 이상으로 천재적인 두뇌를 지닌 자는 본 적이
없군! 푸하하하하~!!!"
"자, 가자. 볼ㆍ프란이여! 어서 쓰레기를 치울 기수병(機獸兵)을 만들자꾸나!"
"...밥은 마저 다 먹고 가야죠."
"....................."
"....................."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덥칠까?"
"...명대로 합죠(젠장)."
지옥교수 악셀ㆍ엑서와 지옥조교 볼ㆍ프란은 난장판이 된 식당을 뒤로 했다. 볼ㆍ프
란은 '밥은 마저 먹어야 하는데...궁시렁궁시렁'이라고 생각하며 지옥교수의 뒤를 따
라갔다.
- 1 -
헬 아일랜드 내의 중앙 지휘 통제실.
지옥교수는 쓰레기를 치울 기수병의 설계에 앞서서 헬 아일랜드 주변의 쓰레기 분포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는 참혹했다. 한국과 중국 사이의 바다에 위치하고 있는 헬 아일랜드는
중국과 한국의 두 나라에서 밀려들어오는 생활 쓰레기와 각종 오염 물질로 그야말로
'헬 아일랜드'라는 이름에 걸맞는 환경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중국에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공장들이 배출하는 각종 오염 물질 그리고 총 12억
이상의 중국 인구들이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 게다가 역시 만만치 않은 한국에서의
각종 쓰레기와 오염 물질들 때문에 주변 해역이 생물들이 전혀 살 수 없는 죽음의
바다로 변해가고...아니 이미 변해있었다.
게다가 이상 기온으로 인한 뒤늦은 수해의 피해를 입은 한국에서 떠내려온 각종
쓰레기와 토사로 인해 더더욱 상황은 악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사실 이렇게 된 이유에는 지옥교수의 책임도 컸다. 지옥교수가 자신의
근거지인 헬 아일랜드로 떨거지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주변의 해류를
인위적으로 바꾸어 헬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소용돌이 치게 해버린 까닭에 각종
오염 물질들이 헬 아일랜드를 향해서 밀려들어왔던 것이다.
자연을 인위적으로 함부로 변화시키면 언젠가는 그 부작용을 겪게 마련이다.
여담이지만, 사실 2002년 여름에 발생한 한국의 수해는 무시무시한 자연의 위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자연을 마구 훼손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사 결과를 모두 살펴본 지옥교수는 분노에 몸을 떨며, 고함을 질렀다.
"이런 어리석은 인간들 같으니! 바다의 자정 능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깨끗한 환경을 사.랑.하.는 그는 무섭게 분노를 터뜨렸다. 그러나 사실...한국에서는
바이트ㆍ알에 의해 파괴된 기수병들의 잔해 처리에 고심을 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역시 환경 파괴의 원인이기도 한 그가 이러한 소리를 한다는 것은 모순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은 아닌척 하는 지옥교수께서는 정말로 순수한
것이 아니면 정말로 뻔뻔한 양반일런지도 모른다. 뭐, 어쩌면 자신이 한 일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모를지도 모르지만...
"어리석은 인류여! 이 몸이 깨닫게 해주겠다! 아름다운 바다를 훼손한 대가가
무엇인지! 자연을 사랑하는 이 몸의 마음에 비수를 꽂은 너희들에게! 이 몸의
분노를 보여주마! 나의 기수병으로 너희들이 버린 쓰레기는 너희들에게 다시
돌려주마!"
지옥교수가 화내는 것을 옆에서 겁먹은 얼굴로 지켜보고 있던 볼ㆍ프란은 지옥교수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교수님. 처음에 의도했던 바와는 다른 것 같은...데요? 헬 아일랜드의 쓰레기를
처리할 기수병을 만드는 것이 목적 아니었습니까?"
두 주먹 불끈 쥐고 갑작스런 분노에 잠시 취해있던 지옥교수는 의아한 얼굴로 볼ㆍ프
란을 바라보았다. 잠시를 그렇게 볼ㆍ프란을 바라보던 지옥교수는 안됐다는 얼굴로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느뇨? 기수병으로 하여금 쓰레기도 치우고 그 쓰레기
로 파괴활동을 하게 하면 일석이조가 아니겠느냐."
"......네?"
"쓰레기를 원료로 해서 움직이고 쓰레기와 각종 오염 물질로 공격을 하는 기수병을
만들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쓰레기와 오염 물질이라면 이 곳 헬 아일랜드와 한국과
중국 연안에도 잔뜩 있지 않느냐. 역시 난 세계 제일의 두뇌의 소유자로다!
으하하하하핫!"
자아 도취에 빠져 웃고 있는 지옥교수를 보며 볼ㆍ프란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좋아할만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파괴활동을 하면 쓰레기가 더
늘어날텐데...'
미친듯이 웃고 있던 지옥교수는 웃음을 멈추고는 음산하게 말했다.
"자, 그렇다면 이 몸은 기수병의 설계를 위해 작업실로 가겠다. 그동안의 일은 네게
맡기겠다. 볼ㆍ프란이여."
"맡겨주십시오, 교수님...이 아니라...왜 자꾸 나만 부려먹으려고 합니까!!!"
"............이게 아까부터 자꾸...이걸 그냥? 흐흐흐."
지옥교수가 갑작스레 음산하고도 끈적끈적한 웃음을 흘리자, 볼ㆍ프란은 움찔하고는
지옥교수를 향해 한 쪽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맡겨주시죠, 교수님!!!"
"짜식이...앞으로 조심해라. 잉? 으헤헤헤~"
말을 마친 지옥교수는 망토를 휘날리며 헬 아일랜드의 중앙 지휘 통제실에서 나왔다.
"기다려라,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으하하하하! 음하하하하!"
지옥교수의 광소(狂笑)가 복도 안에서 불길하게 메아리쳤다.
- 2 -
한편, 우리의 주인공 한바다는 인천의 송도 신도시에 있는 워터 아일랜드라는
어뮤즈먼트 파크에 놀러와 있었다. 이전에는 이곳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지만,
이번에는 일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놀러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지금 그에게는 열댓 명의 초등학생 꼬맹이들이 따르고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그가
그 꼬맹이들에게 이리저리 이끌려 다니는 것이었지만...
한바다는 자신의 누나와 매형이 경영하는 보습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남들의 절반 수준의 보수를 받으면서...
...라고 말하는 그의 누나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꽁짜밥과 잠자리에
몹시 연연해하는 그였던데다가...사실 그의 누나의 무술 실력은 한바다를 능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이를 갈았지만, 겉으로는 애교까지 부려가면서 실실
웃어대고 있었다. 그런데다 그에게는 남들의 절반 수준의 보수를 받아가면서라도
돈을 벌어야 하는 필사적인 이유가 있었다.
무보수가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초등학교 꼬맹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것은
절대 사양이었다. 물론 인상을 구기고 목소리를 깔면 제압이 가능했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았기 때문에 한바다는 아이들을 지옥교수 만큼이나 싫어하고 있었다.
일의 발단은...
한바다가 절반의 보수로 방학을 맞이하여 학원에서 소풍을 가기로 했는데, 학원의
원장 선생님이기도 한 바다의 매형은 바다에게 같이 가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하지만, 바다는 귀찮게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다는 중등부와 고등부의 수학을 맡고 있었는데, 적어도 바다의 생각으로는
중등부와 고등부의 아이들이 놀이공원으로의 소풍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 확실했고,
그들이 참여하지 않는 이상, 중등부와 고등부를 담당하는 바다가 따라갈 의무는
없었다. 게다가 워터 아일랜드라면 지긋지긋했다. 왜냐구? 위에 설명해놓지
않았는가. 한바다군은 워터 아일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고. 그 당시, 즐겁지
않은 기억만 있었을 뿐이니 충분히 그럴만도 했다.
그.런.데.
초등부를 맡고 있던 한 여선생님이 집안에 급한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소풍 하루
전날 참가하지 못하겠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따라서 바다의 누나는 만만한
한바다군을 갈구기 시작했고, 결국 바다는 울며 겨자 먹기로 끌려오게 된 것이었다.
예상 외로 중등부와 고등부의 아이들도 따라오게 되었는데, 바다는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이 고등부의 아이들을 맡겠다고 했다. 이유는 고등부의 아이들의 숫자가
적어서 덜 귀찮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마음씨 좋은 매형은...
"고등학교 아이들은 그동안 공부하느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테니 아이들이
알아서 놀게 해둡시다. 그러니 바다군은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초등학교
아이들을..."
...이라고 말해, 바다가 갖고 있던 일말의 희망을 갈갈이 찢어버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바다가 이번 소풍에서 맡은 학년이 말이 통할 여지가 눈꼽만큼
정도는 있는 초등학교 6학년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귀찮은 것은 사실이야.'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바다를 건져올린 것은 아이들이었다.
"선생니이임~!"
아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앙? 뭐냐?"
바다는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선생님, 저거 타러 가요. 네, 네?"
아이들 중의 하나가 다른 아이들을 대표하여 바다에게 요청했다. 바다는 바지
뒷주머니에서 휴대 전화기를 꺼내고는 시간을 살펴봤다. 화면에 나타난 시각은
오후 12시 45분. 바다는 아이들의 요청을 아주 가볍게 무시했다.
"안돼."
단호한 거절의 대답. 아이들은 매우 실망하여 이구동성으로 "왜 안돼요?"라고
물었다.
"1시에 점심 식사가 있어. 현재 시간이 12시 45분이니 제 때에 식사하려면, 지금
출발해야 한다구. 여기서 식사할 곳까지는 꽤 머니까..."
"선생니이임~ 저거 타러 가요오오~"
"...그건 나보고 누나한테 맞아죽으라는 소리냐? 이것들아..."
사실, 바다도 애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이들의 놀이 기구를 타는
동안 만큼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귀찮음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점심 식사 시간에 늦어서 누나에게 잔소리 듣는 것은 싫었기 때문에
어쩔수없이 아이들의 요청을 거부했던 것이다.
바다와 다른 선생님들 그리고 학원의 아이들은 식사를 마치고, 다같이 수영을 하러
갔다.
워터 아일랜드는 삼면이 육지로 둘러싸인 만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워터 아일랜드는
그 만의 대부분을 대규모의 수영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주변 경관도 꽤나 멋있는
데다 첨단의 기술들을 이용하여 심지어는 겨울에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도
하여 사시사철 끊임없이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워터 아일랜드의
자랑거리였다.
오전 내내 아이들에게 시달렸던 바다는 원장 선생님인 매형의 배려로 아이들이
수영하는 동안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딱히 할 것도 없었던
바다는 잠시 수영을 하고는 시원한 파라솔 그늘에 누워 주변을 구경하고 있었다.
바다의 시야로 학원의 아이들이 수영을 하며 노는 모습이 들어왔다.
'새삼스럽지만, 요즘 아이들은 정말 성숙하군... 어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
...켈룩'
...과 같은 약간은 불순한 생각을 하며 주변(?)을 관찰(?)하는데 여념이 없던 바다를
방해한 것은 손목의 바이트 브레슬릿(Bite Bracelet)에서의 신호음이었다.
"삐- 삐-"
바다는 실실 웃던 표정을 귀찮다는 표정으로 바꾸고는 바이트 브레슬릿을 입 근처로
옮기고는 말했다.
"뭔 일이야?"
[사장님, 큰 일이에요~]
"뭔데, 사리양? 일거리야?"
바다를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이 소녀의 이름은 차사리. 그녀는 현재 바다가 허가도
받지 않고-즉, 불법-개업한 회사, 바이트 가즈(Bite Guards)에서 경리, 오퍼레이터
및 온갖 잡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사실 오래 전에 한바다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한바다와의 아르바이트 대결에서 패배한 그녀는 그 뒤로도 아르바이트 승부를
걸었지만, 결국 19전 2승 17패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인해 바다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있었다.
[네, 일거리에요.]
바다는 일거리라는 말에 심드렁한 표정에 생기가 돌았다.
"사리양, 자세히 말해봐. 무슨 일인데?"
[1시간 전에 한강 하류 부근에 나타스의 기수병이 출현, 별다른 파괴활동은
없었어요. 하지만, 기수병이 한강을 역류시켜서 서울 시내가 온통 물바다가
되었어요. 그냥 물바다가 된 것이 아니라 무지막지하게 오염된 바닷물로 인해서
정말 바다가 되어버렸다구요.]
"지옥교수자식! 정말 더럽게 나오는군!"
[게다가 각종 쓰레기가 둥둥 떠다닌다구요. 벌써 사무실도 물에 잠겨버렸는걸요.]
"뭐시라!?"
[다행히 별다른 피해는 없어요. 하지만,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구요. 으으...]
"휴우~"
별다른 피해가 없다는 소식에 안도의 한숨을 쉬는 바다. 피해는 복구해야
하는 것이고, 복구하자면 돈이 들어가니까...
[어쨌거나 정부는 군대를 출동시켜 기수병에 대항했지만, 오히려 기수병의 더러운
공격에 격퇴당해서 미스터 Gㆍ실버씨가 윗분의 명령에 따라 우리에게 그 기수병을
처리해달라는 의뢰를 해왔습니다.]
"또 미스터 Gㆍ실버인가...놈의 의뢰 따윈 께름칙한데...거절하면 안될까?"
[......밀린 월급이...게다가 메카 수리비도 들어가야 하고...사무실 월세도
내야하고...로봇 오일도 사둬야 하고...중얼중얼...]
"............알았어, 알았다구! 맡으면 되잖아!"
[역시, 사장님! 맡으실 줄 알았어요! 지옥교수의 마수로부터 평화를 지키시는
분 답군요!]
"......그건 좀 다른 것 같지만...그나저나 보수는?"
[뭐, 섭섭하게는 하지 않겠다던데요? 그건 그렇고, 이번에 보수 받으시면 월급
주실거죠? 벌써 석달째 밀렸다구요.]
"뭐, 보수를 받아내면...당연히...주...준다구."
이유없이 식은 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는 바다. 이어서 사리의 질책은 계속된다.
[또, 지난번처럼 실수로 국회의사당 따위를 부숴버리면 보수는 날아가 버린다구요.]
"그래서 내가 우리 누나한테 구박 받으면서 학원 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는 거잖아.
너희들 월급 주려구. 걱정하지말라구. 이번에는 조심조심할테니까."
[가뜩이나 우리들은 허가 받지 못해서 당국으로부터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인데, 사장님이 똑바로 하지 않으면 안된다구요!]
이것이 바다가 남들 절반 수준의 보수를 받아가면서 그리고 누나의 구박을
받아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필사적인 이유였다.
"...쿠...쿨럭...아...알았다구. 그건 그렇구, 기수병은 현재 어디에 있지?"
[현재는...에? 사장님이 있는 그곳...워터 아일랜드로 향하고 있는데요?]
"아앙?"
[앞으로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아요.]
"쳇, 지옥교수 자식. 사람들이 즐겁게 노는 꼴이 눈꼴셨던 모양이지?"
사실, 지옥교수는 자신은 쓰레기 때문에 고심하는데 사람들이 워터 아일랜드에서
즐기는 것을 보고서는 무척이나 눈꼴셨던 것이다.
헬 아일랜드의 어딘가.
"에- 취-"
"교수님, 감기라도 드신겝니까?"
갑작스레 재채기를 하는 지옥교수를 보고 비서인 볼ㆍ프란이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물어보았다(사실 별로 걱정 안한다).
"감기 기운은 아닌 것 같은데..."
의아해하는 지옥교수였다.
다시, 워터 아일랜드...
"쳇...눈꼴시긴 하군...더운데 저렇게 찰싹 붙어있으면 더 더울텐데...지옥교수의
심정이 이해가 가는군."
수영장에서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커플들의 모습을 본 바다의 한마디였다.
"어쨌거나...간만의 일거리니 놓칠 수야 없지. 사리, 알을 출동시켜줘."
[다른 멤버들은 필요없나요?]
"상관없어. 알만으로 처리하겠어. 어차피 레이버즈를 비롯한 다른 녀석들은 각자의
아르바이트로 바쁠테니까. 알은 지금 어디 있지?"
[알은 지금...]
사리가 말하려는 순간, 바이트 브레슬릿에서 다른 음성이 흘러 나왔다.
- 나라면 지금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헤에...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던거야? 왠지 기특한걸?"
- 그럴리가 있냐! 감히 나만 빼놓고 너만 놀러가다니! 파트너라면서 놀러갈 때는
나만 쏙 빼놓고 놀러가냐!
"애들 데리고 가는건데 너를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그런데 뭣하러 내가 있는
곳으로 오는거야? 기지에서 늘어지게 낮잠이나 잘 것이지."
- 그야, 그건 네 녀석을 방해하기 위해...
"뭐, 어쨌거나 잘됐구만. 어느 정도면 도착할 수 있어?"
- 30분 안에 충분히 갈 수 있을거다. 네 녀석은 이 몸을 영접할 준비나 하고
있으라구.
"알았다. 그러면 최대한 빨리 와달라구. 그건 그렇고, 사리."
[네?]
"여기 워터 아일랜드로 연락해서 사람들 대피 시키라는 공문을 띄워줘. 아, 혹시
모르니까 말야, 만일을 대비해서 레스큐 레이버즈를 출동시켜줘."
[알았어요~ 사람들의 대피는 미스터 실버씨께 부탁드리죠.]
"좋아, 모두들 일이 '성공적'으로 끝난 다음에는 뒤풀이나 거하게 하자구!"
[네~♡]
통신이 끊어진 후, 바다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늘어지게 기지개를 폈다.
"30분이라...난 그동안 놀이기구라도 한 번 더 타고 올까나~"
- 3 -
30분 후, 지옥교수가 심혈을 기울여서 무려 30분 동안 설계하고 1시간 만에 제작한,
다양한 해양 오염의 처리와 해양 오염 물질을 이용한 공격이 가능한, 기수병이
워터 아일랜드의 외곽에 있는 수영장에 상륙했다. 물론 상륙하자마자 오염 물질을
뿌려대며 난동을 부린 것은 당연지사.
이번에 지옥 교수가 개발한 기수병은 해양 오염 물질 및 해양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 물 속의 오염 물질과 쓰레기만을 걸러내고 나머지 바닷물은 그냥
배출해버리는 정화 장치와 이 정화 장치에서 걸러진 오염 물질과 쓰레기를 이용해서
다양한 공격을 가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사실, 말로는 간단하게 설명되지만(...), 이 기수병에 쓰인 과학 기술은 당대의 과학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지금까지 해양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었을까. 이러한 기능을 지닌 기수병을 불과 30분 만에 설계한
지옥교수의 두뇌나 이러한 기수병을 1시간 만에 제작해낸 나타스 엔터프라이즈의
기술력은 가히 놀라운 것이었다.
이토록 놀라운 배경을 통해 개발된 기수병의 이름은 트래쉬온 K-1(Trashon K-1).
트래쉬온 K-1은 두 개의 용 모양의 머리를 통해 한쪽으로는 바닷물이나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을 흡수하고 다른 한쪽으로는 정제된 오염 물질을 뿜어댈 수 있었다.
또한 정화된 공기나 바닷물은 등 뒤의 배출구를 통해 나왔다.
어쨌거나...기수병은 워터 아일랜드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었고, 대피하지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명을 질러대며 도망가기 바빴다.
헬 아일랜드의 중앙 지령실...
지옥교수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무척이나 즐거워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트래쉬온 K-1으로 헬 아일랜드가 깨끗해져서 마음이 홀가분하기도 했고,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풀고 있기 때문이다.
"으헤헤헤~ 고것 참 쎔통이다. 트래쉬온 K-1이여! 더욱더 힘차게 구정물을
뿌려대거라! 특히, '커플'들을 집.중.적.으로 노려라! 으헤헤헤~"
"............"
비서, 프란은 한심하다는듯이 지옥교수를 바라보았다.
한 편, 한바다군은...멈추어버린 롤러 코스터에 타고 있었다. 트래쉬온 K-1의
공격으로 인해 롤러 코스터의 동력이 끊어진 덕분에 바다는 공중 높은 곳에서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제길...알 자식...30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안오고 뭐하는거야!"
바다는 아래를 쳐다보고는 무서운 듯 몸을 움추렸다. 바다에게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무서워 죽겠잖아. 으으."
바다의 옆에 있던 꼬마가 한심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저씨는 대체 몇 살이야? 나처럼 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아까부터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거야?"
"시끄럿. 이 꼬맹아. 어른이라도 무서운 것은 있는 법이야.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야. 이 자식아."
...트레일러 상태의 알은 워터 아일랜드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에 있었다.
고질적인 교통 정체 탓이었다.
- ...차가 좀 많이 막히는군. 이래서는 다 끝난 다음에 도착하겠는걸. 바다는
지금쯤 발광하고 있겠군.
그 때였다.
[야, 임마! 대체 뭘 하고 있길래 아직까지 안오는거야!]
화가 무지 난 듯한 바다의 목소리였다.
[지금 기수병이 마구 날뛰고 있다구. 네가 꿈지럭대고 있는 동안에 여긴 마구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단 말야.]
- 역시...발광 중이었군.
[앙? 어쨌거나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이러다간 보수를 깍이게 생겼단 말이다.]
- 아아...차가 막혀서 말이지. 지금 차들에게 둘러쌓여서 가만히 있는 중이었지.
[뭐? ............참내...너 바보냐?]
- 뭐시라? 어째서 내가 바보냐? 교통체증은 내가 아무리 초 AI를 탑재한 슈퍼
로봇이라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구!
[......비행 기능은 엿 바꿔 먹었냐!]
- ..................그렇군.
[.....................바보 자식. 빨리 튀어왓!]
- 아무리 나라도 실수할 수는 있는거야! 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 주제에 그것도
이해못하냐!
[시끄럿!]
뚜-
- 바다놈, 통신을 끊어버리다니. 좋아, 가서 따져주마.
교통 체증으로 인하여 차들이 주욱 늘어선 고속도로. 거대한 붉은색의 트레일러가
거센 기류를 내뿜으면서 수직으로 상승했다. 그 트레일러가 내뿜은 기류로 인하여
주위의 차들이 밀려났다. 그리고는 그 트레일러는 순식간에 로봇으로 변하여 더욱더
거센 기류를 내뿜으며 어디론가로 날아갔다.
지옥교수는 트래쉬온 K-1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영상을 보다가 그 영상에서
무언가 기분나쁜 무언가를 느꼈던 것이다.
"볼ㆍ프란이여, 좀 전의 영상을 되돌려보아라. 아니...좀 더 뒤로...너무 뒤로
갔잖아! 좀 더 앞으로! 좋아, 멈춰."
정지된 화상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지옥교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내가 잘못봤나? 흐음..."
"왜 그러십니까요, 교수님?"
"바이트ㆍ알의 한바다를 본 것 같아서 말이지. 좀 전의 영상에서 기분나쁜
녀석의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단 말야..."
볼ㆍ프란은 멈추어진 화면을 훑어보았다.
"제가 보기에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요? "교수님, 너무
신경 과민이신 것 아닙니까?"
"...그런가?"
"아니면 나이탓일지도 모르죠."
".................."
지옥교수의 갑작스런 침묵에 볼ㆍ프란은 무척이나 당황했다.
'......시...실수했...다.'
지옥교수는 자신의 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넓은 아량으로
기분 나쁜 소리를 지껄이는 부하를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래서 무거운 처분대신
가벼운 처벌을 내리기로 했다.
"...너 말이야. 1주일간 식사 없는 줄 알아."
".................."
볼ㆍ프란은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교수에게 농락 당하느니 식사를 못하는
것이 더 나았으니까. 하지만, 식사를 못하는 것은 역시 싫었다.
지옥교수는 궁시렁대는 볼ㆍ프란을 향해 트래쉬온 K-1을 다시 움직일 것을 지시했다.
트래쉬온 K-1이 다른 방향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하자, 한바다는 마구 일그러뜨린
안면 근육을 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지옥교수가 한바다를 못 알아본 것은
안면 근육을 마구 일그러뜨렸기 때문이다.
"휴우...다행히 들키지는 않은 것 같군. 이런식으로 그냥 넘어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바보같은 지옥교수. 크흐흐."
그.러.나.
지나쳤던 트래쉬온 K-1은 다시 바다가 있는 롤러 코스터로 다가왔다.
"헉...왜 또 돌아오는거야!"
그것은...
"야, 볼. 아까 롤러 코스터 앞자리에 인상 구기고 앉아 있던 못생긴 놈 뒤에 커플이
앉아 있었다. 가서 구정물이나 좀 뿌려줘라."
...라는 지옥 교수의 명령 때문이었다.
다시 바다가 타고 있는 롤러 코스터로 돌아온 트래쉬온 K-1은 구정물을 뿌렸고
공중에 멈추어버린 롤러 코스터에 탑승한 사람들은 그대로 구정물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한바다도 예외는 아니었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오른 한바다는 당장 일어서서 트래쉬온 K-1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면서 욕을 해댔다. 이 모습은 지옥교수에게도 당연히 보여지게 되었다.
"엉, 저 녀석은 겁을 상실했나? 뭐라고 지껄이는거냐? 얼라리? 저 눔은 그 빌어먹을
한바다가 아닌가!?"
"......맞는 것 같군요. 데이터가 일치합니다."
"대체 어디서 나타난거지? 귀신 같은 녀석. 또 이 몸의 일을 방해하러 왔나 보군.
프란이여, 외부 마이크를 작동시켜라."
"넷!"
(한바다가 귀신 같은 것이 아니라 단지, 지옥교수가 못 알아봤을 뿐이었다.)
트래쉬온 K-1의 외부 스피커를 통해 지옥교수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오랜만이군, 한바다! 또 이 어르신의 일을 방해하러 온 것이냐.]
"뭐!? 오랜만은 무슨 오랜만? 1주일 전에 한 번 붙었었는데, 뭐가 오랜만이야!
그리고 너야말로 내가 가는 곳마다 나타나서 내 아르바이트를 방해했잖아!"
[훗...네 녀석 아버지의 스승이기도 한 이 몸에게 반말을 지껄이다니, 여전히
무례하구나.]
한바다의 아버지 한동철 교수는 대학교, 대학원 시절에 지옥교수 악셀ㆍ엑서의
제자였었다.
"오히려 나보다 젊어보이는 주제에 그딴 소린 하지 말아줘. 그나저나 여전히
더러운 수로 나오는군. 이번엔 쓰레기와 구정물을 이용한 테러냐! 악당이면
악당답게 화려하게 미사일 공격이라던가 폭탄을 뻥~ 하고 떠뜨린다던가...
하란 말야! 구정물 뿌리기 같은 얼토 당토치도 않은 공격 따윌 하니 이 소설이
개그물 밖에 안되는 거라구!"
[훗...이 몸은 살생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 이 몸의 목적은 세계 정복인데,
내가 정복해서 다스리게 될 이 세계에 사람이 살지 않게 되면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는가.]
"뭔가...누가 악당인지 모를 대화인 것 같군."
지옥교수는 과학 기술의 힘으로 실제의 나이는 많지만, 육체적으로는 20대의
젊은이와 같았다.
[그건 그렇고 내 밑에서 일하지 않겠는가, 한바다군. 세계의 절반...아니 1/10을
떼어주마.]
".......왜 절반이라고 했다가 1/10이라고 하는건데? =_="
[그야 내가 욕심이 많으니까. 1/10도 많은거야.]
"...그랬던거냐! 내 대답은 거절이다. 이 소설의 특이한 전개를 위해 받아들여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역시 난 네가 싫어."
[그런가. 결국 전형적인 전개로군. 그렇다면 구정물이나 맞고 저 세상으로 가라.]
"...이런 젠장! 또 맞으라는거야?"
음흉하게 웃는 표정의 지옥교수와 오만가지 인상을 찡그릴대로 찡그린 한바다의
표정이 교차한다. 그리고 구정물을 뿌리는 작동 버튼을 누르는 지옥교수의 통통한
손가락(...).
한바다 뿐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은 몽땅 구정물에 젖은 채 투덜대고 있었다.
[자, 그럼 한바다여. 이제 지옥으로 떨어질 때다. 네 놈 얼굴을 다시는 안본다고
생각하니 십년 묵은 변비가 해소되는 듯한 느낌이군. 으헤헤헤헤~]
"속 시원하다라는 표현을 '변비'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해야하는거야? =_="
[자, 그럼 안녕이다. 한바다여!]
X자로 교차된 트래쉬온 K-1의 팔이 양쪽으로 휘둘러졌다. 그리고 롤러 코스터의
레일의 양 끝이 절단되었다. 지구 중심을 향해 낙하 운동을 하는 롤러 코스터.
트래쉬온의 외부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사람들의 비명을 마치 감미로운 음악
연주를 듣는 듯이 눈까지 살짝 감으면서 듣는 지옥교수. 지옥교수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비명 소리 뒤에 들려올 롤러 코스터와 지면과의 '콰광'하는 충돌
소리였다.
"..............................어?"
그러나 기다리던 롤러 코스터와 지면과의 충돌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째서냐!?"
"교수님, 놈들이 나타났습니다요."
"뭬야!?"
지옥교수의 비코그린(주 : 변비약)이 될지도 모를 상황을 없애버린 것은 간신히
현장에 도착한 레스큐 레이버즈들이었다. 레스큐 레이버즈들은 바이트ㆍ알과
기수병들의 싸움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비롯해서 각종 재해로부터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자 로봇들이었다.
* 레스큐 레이버즈는 바이트 레이버즈를 구성하는 팀 중 하나로 패트 레이버(...),
엠뷸런스 레이버, 파이어 레이버의 3체의 용자 로봇들로 구성되어 있다.
- 앗싸-! 간신히 낚았군. 이거 월척인데 그래?
소방차 형태의 파이어 레이버가 자신의 크레인을 이용해서 롤러 코스터를 공중에서
잡아챘다. 롤러 코스터의 양 옆에선 경찰차에서 변형하는 패트 레이버와 구급차로
변형하는 엠뷸런스 레이버가 로봇 형태로 롤러 코스터를 받치고 있었다.
뒤집혀진 롤러 코스터에 타고 있던 한바다는 인상을 찡그리고는 말했다.
롤러 코스터가 뒤집혀진 덕분에 심장이 약한 사람들은 기절하고 말았다. 반면에
짜릿한 재미를 느끼기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 아차차. 두목. 미안하게됐구만. 하핫.
- 어머, 죄송해요. 한바다님.
"미안하단 말 하기 전에 어서 내려주기나 하라구. 머리에 피가 쏠려서 그런지
어지럽단 말야. 그리고 파이어 네 녀석은 제발 두목이라고 부르지마. 그리고
엠뷸런스 너도 낯간지럽게 내 이름에 '님'자 붙이지마. 정말..."
- 미안, 두목!
- 죄송해요. 바다님!
"이것들이..."
어느새 롤러 코스터에서 내린 사람들은 서둘러 도망가고, 트래쉬온 K-1 앞에는
레스큐 레이버즈의 멤버들과 한바다만이 남아있었다.
- 5 -
[다 끝났나, 한바다군? 대화 중엔 건드리지 않는 법칙을 준수하기 위해 지금까지
기다렸네만. 조금은 고마워하게나.]
"쳇, 잘난척 하기는...그나저나 알 녀석. 제일 먼저 떠난 녀석이 아직까지 안오다니.
할 수 없지. 레스큐 레이버즈! 합체해라!"
- 라져-! (패트 레이버)
- 앗싸-! (파이어 레이버)
- 네-! (엠뷸런스 레이버)
- 구급합체! (패트, 파이어, 엠뷸런스 동시에)
동체와 다리를 구성하는 파이어 레이버에 양 팔을 구성하는 엠뷸런스 레이버가
합체하고 마치 제이로더와 데커드가 합체하는 것과 비슷하게 탈 것 형태의 패트
레이버가 합체하여 바이트 레스큐(...)가 나타난다.
- 바이트 레스큐! 등장! (파이어 레이버의 목소리로...)
바이트 레스큐, 그것은 바이트 가즈에 소속된 용자로봇대 레이버즈 중에서도 인명
구조를 목적으로 탄생한 레스큐 레이버즈의 3대가 합체하는 용자 로봇이다. 합체시에
나타나는 주된 인격은 파이어 레이버인 듯 하다.
- 으하하하! 머리 둘 달린 기수병아! 이 바이트 레스큐님께서 상대해주시겠다.
덤벼봐라!
기수병, 트래쉬온 K-1을 향해 멋지게 포즈를 잡으며 손가락질을 하는 바이트 레스큐.
그러나 그(혹은 그녀?)는 그리 강하진 않았다. 트래쉬온의 몸통 박치기에 내동댕이
쳐지는 바이트 레스큐. 인명 구조를 목적인 그들에게 높은 전투 능력은 주어지지
않았다.
'미안, 바이트 레스큐. 너희들은 시간 끌기 위한 미끼에 불과해. 무사히 끝나면
최고급 로봇 오일을 사주마.'
트래쉬온 K-1과 맞붙고 있는 바이트 레스큐를 뒤로 하고 한바다는 안전한 곳을 향해
열심히 달렸다(...). 그리고는 알과의 통신을 시도했다.
"야, 이 자식아! 아직까지 오지 않고 뭐하는거야!"
- 거의 다 왔어. 그러니까 투덜대지마. 투덜쟁이 구두쇠 녀석아.
"...누가 구두쇠야!"
- 투덜쟁이라는 것은 인정하는거야?
"...시끄럿. 너는 대체..."
- 오오. 도착했다. 레스큐 녀석이 대신 싸우고 있었구만. 흐음...이번의 타겟은
저 녀석인가. 그리 세보이진 않는걸?
"그래도 레스큐 녀석보단 세. 그것보다 어서 녀석을 처치하자. 돈이 걸린 일이니까.
아마 늦어서 보수가 깍일지도 모르겠지만, 최대한 주위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처치하면 그나마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거야."
- 오케이. 알ㆍ비틀을 사출하겠다.
알ㆍ비틀은 예전의 전투에서 대파당한 바이트ㆍ알이 개수되면서 추가된 탑승
유닛이었다. 대대적인 개수작업과 함께 스포츠카 형태에서 변형하는 알은
트레일러 형태에서 변형하게 되었고, 대폭적으로 파워가 상승, 전체적인 밸런스가
조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바이트 로더를 소환해서 합체하는 기존의 합체 방식에서 트레일러
상태에서 직접 끄는 바이트 로더와 변형, 합체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게됨으로써
합체 시간도 단축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일럿이 탑승해야 제대로된 전투가 가능하다는 단점은
여전했다. 이유는 이전의 전투에서 대파당하면서 알의 AI에 내장된 프로그램과
데이터의 일부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한바다는 바이트ㆍ알에 탑승해야만 했고, 현재 상황과 같이
알과 바다가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급조된 메카가 바로
알ㆍ비틀이었다.
알ㆍ비틀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를 바이트ㆍ알의 내부에 탑승시키기 위해
바이트ㆍ알에 내부에서 사출하는 딱정벌레 모양의 소형의 탈 것으로 주행 기능과
비행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바다는 알로부터 사출되어 자신의 앞에 착륙한 알ㆍ비틀에 탑승한 후, 내부에
놓여있던 헬멧을 착용했다. 그리고 시동 스위치를 눌렀다.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기동을 시작한 알ㆍ비틀은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딱정벌레가 날개를 펼치듯이 비행 유닛을 전개한 알ㆍ비틀은 바이트ㆍ알의 내부로
들어갔다.
지옥교수의 명령에 따라 볼ㆍ프란이 앞에 놓인 콘솔을 조작해서 트래쉬온 K-1의
전투 모드를 기동시켰다. 전투 모드라고 해보았자 모양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각부에 걸려있던 각종 제한 장치들을 해제시킨 것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제한 장치를 해제시킴으로써 트래쉬온 K-1의 성능은 더욱더 높아졌다.
- 엇!? 녀석의 파워가 더 세졌다!
트래쉬온 K-1과 양손을 맞잡고 힘을 겨루던 바이트 레스큐는 더욱더 큰 압력을
느꼈다. 그리고는 트래쉬온 K-1의 힘에 눌려 관람차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관람차가
부숴진 것은 당연했고 그와 더불어 오늘의 보수가 깍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 크어억-! 보수가-! 미안-! 두목-!
- 괜찮나, 바이트 레스큐?
"두목이라고 부르지 말랬잖아. 이눔아."
바이트ㆍ알을 조종하여 쓰러진 바이트 레스큐를 부축하며 바다가 말했다.
"레스큐, 넌 뒤로 물러나 있어. 놈은 우리가 상대하지."
- 조심해, 두목. 놈의 파워가 상승했다. 바이트ㆍ알의 이상일지도 몰라.
부스터를 전개해서 기수병에게 접근한 바이트ㆍ알은 멋지게 트래쉬온 K-1의 두 개의
머리 중에 하나에 펀치를 먹였다. 오일을 뿌리면서 뒤로 뻗어나가는 트래쉬온 K-1의
머리. 그러나 남아 있는 하나의 머리는 입을 벌리고는 바이트ㆍ알을 향해 오물을
뿌려댔다.
- 이건 뭐야? 이런 구정물 따위에 당할 내가 아냐!
바이트ㆍ알은 트래쉬온 K-1의 복부에 강력한 무릎차기 이후 굽혀진 트래쉬온 K-1의
상체에 팔꿈치 공격 그리고 몸의 균형을 잃은 트래쉬온 K-1을 양 손바닥으로
가격하여 멀리 쓰러뜨렸다.
"헉, 실수다! 보...보수가...!"
- 헉...!
바이트ㆍ알의 강력한 연속기에 당한 트래쉬온 K-1은 하필이면 다른 건물 위로
쓰러졌던 것이다. 여기서 다시 보수의 감소가 있었던 것은 당연지사.
한편, 쓰러진 트래쉬온 K-1은 별다른 타격이 없었던 듯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양손을 벌리며 바이트ㆍ알을 향해 돌진했다. 서로의 양손을 붙잡고 힘을 겨루는
바이트ㆍ알과 트래쉬온 K-1.
한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였으나 그것도 잠시 바이트ㆍ알이 밀리기 시작했다.
"크윽...이 녀석 생각보다 강해."
- 그렇기도 하지만, 아까 맞은 공격으로 장갑의 일부가 손상 그리고 관절부에 약간의
이상이 생겼다.
"뭐야!? ...젠장, 그냥 단순한 구정물이 아니었나!"
[으헤헤헤헤헤. 한바다여, 방금 너희들에게 뿌린 것은 단순한 구정물이 아니라
바닷물에 있는 온갖 오염 물질을 배합해서 만든 특수 용해액이다. 재미삼아
사람들에게 뿌렸던 단순한 구정물과는 다르다!]
"뭐라구!?"
지옥교수의 말은 계속되었다.
[아무리 바이트ㆍ알이 신원소 바이토늄을 정제해서 만든 특수강 바이트로 된 장갑을
지니고 있더라도 너희 인류가 배출해낸 오염 물질의 엑기스에는 당할 수가 없나
보군!]
"제길...바이토늄의 정제에는 돈이 많이 든단 말야!"
- 크윽-! 바다, 밀린다!
[트래쉬온 K-1이여! 녀석들을 날려버려라!]
트래쉬온 K-1은 강력한 힘으로 인해 균형을 잃어 쓰러진 바이트ㆍ알의 다리를 잡고
이리저리 휘둘다가 휙 던져버렸고, 바이트ㆍ알은 다른 놀이기구와 건물을 부수며
내동댕이 쳐졌다. 물론, 보수가 깎인것은 당연한 말이었다.
다시 돌진해오는 기수병을 향해 바이트ㆍ알은 양 팔의 장비된 머신건을 발사하면서
뒤로 피했다.
"알, 메가 봄버와 합체해서 단 번에 날려버리자!"
- 사리, 들었겠지. 메가 봄버의 사출을 부탁해.
[알았어요, 알군.]
트래쉬온 K-1에 의해 역류된 하수도의 오물로 피해를 입은 바이트 가즈의 사무실
안에서 바이트 가즈의 메인 오퍼레이터, 경리, 기타 잡일을 담당하고 있는 차사리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의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이트 가즈의
사무실이 있는 건물 뒤 쪽에 있는 산의 일부가 열리며 '빅캐논'이 나타났다.
빅캐논은 리볼버(회전식 탄창을 지닌 권총)와 비슷한 모양을 한 거대한 사격 무기로
원래는 지옥 교수가 개발한 에네르기 입자 가속 방식의 거대한 대포였다. 그러나
바이트ㆍ알을 비롯한 바이트 가즈의 용자 로봇들의 활약에 의해서 대파되었다. 이후
대파된 빅캐논은 바이트 가즈에 의해 회수되어 용자 로봇 및 서포트 메카들을
사출하기 위한 용도로 개조되었다. 출력의 문제로 더이상 무기로써 사용하는 것은
무리였지만, 여전한 무식한 파워는 바이트 가즈의 용자 로봇 및 서포트 메카들을
원하는 장소에 재빨리 보내는 데에는 충분했다.
컨테이너에 접근한 바이트ㆍ알은 컨테이너의 양 옆을 잡고 위로 들어올렸다. 여러번
위로 던졌다 받았다 하면서 컨테이너를 양 손으로 받쳐올린 바이트ㆍ알은 그대로
기수병을 향해 집어던졌다.
- 우오오오오오-!!!
"메가 봄버-! 기동-!!!"
기수병을 향해 맹렬히 날아가던 컨테이너는 기수병과 부딪히지 않고 궤도를 틀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알은 기수병을 향해 돌진해 기수병의 몸을 짓밟고는
그 반동을 이용해 하늘로 솟아올랐다.
하늘로 치솟은 컨테이너는 공중에서 빛을 내며 변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양 주먹을
허리춤에 대고 하늘로 오른 바이트ㆍ알은 부스터를 전개하여 변형하기 시작한
컨테이너와 높이를 맞추었다.
"메가 부직 합체-!"
- 메가 부직 합체-!
바다와 알의 외침과 함께 컨테이너는 3부분으로 나뉘어 그 중 하나는 거대한 2문의
포신과 날개를 지닌 비행 물체의 모습으로 변하여 알의 등 부분에 접속되었고 나머지
두 부분은 각각의 모습으로 변하여 바이트ㆍ알의 양 쪽 팔에 장착되었다.
"메가 바이트ㆍ알-! 등장!!"
- 메가 바이트ㆍ알-! 등장!!"
메가 봄버, 그것은 바이트ㆍ알의 비행 능력과 기동력의 향상 그리고 개수 이후
파워의 향상과 전체적인 밸런스는 나아졌지만, 무장이 빈약해진 바이트ㆍ알을 위해서
제작된 바이트ㆍ알의 서포트 메카였다. 그리고 메가 봄버와 알이 합체한 것이 바로
메가 바이트ㆍ알이었다(...).
"알, 바이즈마 타이푼이다!"
- 라져, 바이즈마-! 타이푼-!!
메가 바이트ㆍ알은 오른팔을 기수병을 향해 뻗었다. 그리고 팔의 일부가 무언가
분사구의 모양으로 변하였다. 그리고 그 분사구에서 맹렬한 기류가 쏟아져 나왔다.
알의 오른팔에서 쏟아져 나온 맹렬한 기류, 바이즈마 타이푼은 기수병의 전신을
휘감았다. 그리고 바이즈마 타이푼은 상승 기류가 되어 기수병을 공중으로 떠올렸다.
공중으로 떠오른 트래쉬온 K-1에게 부스터를 전개한 메가 바이트ㆍ알의
몸통 박치기가 명중했다. 힘을 잃고 워터 아일랜드의 자랑 거리인 4계절 수영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수영장의 일부가 부숴졌다. 이후에 나올 문장이 무슨 내용인지는
지금까지 성실히 읽어준 독자라면 충분히 알터이다...=_=;
"우하하하! 그럼 그렇지. 지깟 놈이 감히 이 몸에게 당할 수 있을소냐!"
[사장님, 좋아할 때가 아니라구욧! 방금의 공격으로 8%의 보수가 깎였다구요!]
"...읔!"
사리의 질책에 뜨끔한 바다. 알을 향해 조심스레 말한다.
"알, 메가 바이트 캐논으로 끝장내자."
[안돼욧! 그건 파괴력이 너무 강해서 주변도 초토화된다구욧! 보수를 다 날리고
싶은거에욧?!]
"쳇...월급만 안 밀렸어도 내가 이렇게 몰리진 않았을텐데...에잉! 알, 메가
바이트 소드다!"
- 라져-! 메가-! 바이트-!! 소-드-!!!
머리 위로 치켜 올린 알의 왼팔에서 거대한 에네르기 입자의 칼날이 형성되었다.
"간다! 메가 바이트 소드! 장작 쪼개기!!"
비틀거리면서 간신히 일어난 기수병을 향해 메가 바이트 소드를 형성한 바이트ㆍ알이
급강하했다.
그리고 알의 메가 바이트 소드가 멋지게 명중! 마치 장작처럼 정확히 세로로 두동강
났다.
그리고 소규모의 폭발. 다행히도 동력부의 직격은 피했던 모양이다.
- 휴우...끝났군.
"쩝...약속했던 보수의 32% 밖에 못받겠군. 용해된 네 장갑을 수리하고 나면
아무것도 안남겠다. 흑..."
바다는 모니터를 통해 산출된 결과를 보고 낙담했다.
- 쯧쯧...그건 너의 조종이 너무 거칠어서야.
"시끄럿. 네 녀석이 일찍 도착했으면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었어. 얌전히
기지에 있었으면 괜찮았잖아."
- 기지에 있었으면 빅 캐논으로 빨리 올 수 있었겠지? 하지만...거꾸로 지면에
쳐박히는 신세는 사양이라구. 그리고 애초에 네가 놀러갈 때 나도 데리고
가줬으면 된거잖아.
"...학원에서 애들이랑 놀러온 건데 널 데리고 갔다간 다른 사람들에게 정체가
들통나잖아."
- 새삼스럽게 뭘...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텐데...
"으이구...그만하자...앙?"
- 왜 그러냐?
"기수병이 제대로 파괴되지 않은 모양이다. 잔해가 비교적 상태가 좋은걸?
- 호오...그렇다면 이 몸의 기술이 정확했다는 말?
"...그건 아니라고 보지만...뭐, 저거라도 들고 가자. 분해해서 팔면 너희들
오일 값이라도 나올테니..."
바이트ㆍ알과 바이트 레스큐는 트래쉬온 K-1의 잔해를 사이좋게 나누어 들고 기지로
향했다.
- 6 -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
추욱 늘어진 바다는 바이트 가즈의 사무실로 들어섰다. 그러한 바다를 기쁜 표정으로
맞이하는 오퍼레이터 겸 경리 겸 잡부인 차사리양.
"어? 사장님, 오셨네요?"
"어라? 왠 일이야? 오늘따라 기분이 좋아보이는군?"
"일이 잘됐어요. 미스터 실버씨가 좀 전에 오셨다가 회수해온 기수병의 잔해를
보고서는 실버씨 측에서 잔해를 인수하는 대신에 인수 대금으로 보수를 한 푼도
깍지 않고 주신댔어요."
"그래? 잘됐구만!"
추욱 늘어졌던 바다도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어? 그런데, 사장님. 얼굴에 왠 상처가?"
"어? 아아...누나한테 두들겨 맞았어. 애들 내팽개치고 혼자서 도망갔다구. 젠장
결과적으로 애들을 지킨 것은 난데 말이지. 흑..."
"자, 어서 실버한테 연락해서 저거 가져가라구해. 나는 소파에 누워서 잠깐 눈 좀
붙일테니까. 아흐~ 아파라..."
"네~"
몇 시간 후...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기름때에 찌들은 작업복 차림의 한 청년이 들어섰다. 그의
이름은 강동현. 바이트 가즈에 소속된 용자 로봇들과 메카들의 수리와 정비를
맡고 있는 유능한 인물이었다.
"바다 아찌! 멋진 것을 발견했어요!"
"...누가 아찌야. 죽고 잡냐?"
"훗...사소한 것은 넘어가자구요. 어제 가져온 기수병의 잔해를 분석해봤는데,
이 녀석 대단한 녀석이더군요!"
"뭐가 그리 대단한데?"
동현의 들뜬 목소리와는 달리 바다는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지만, 이 녀석한테 내장되어 있던 장비. 현재 골치거리인
환경 오염 물질을 정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이더군요! 잘 연구하면 과학 기술사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것이 될거라구요."
"상품화하면 떼돈 벌겠구만...헉! 그거 좀 전에 실버가 사람들 잔뜩 데리고 와서
가지고 갔는데!"
".................."
"크아아악! 잘하면 평생동안 탱탱 놀면서 살 수 있었는데에에에~!"
바다는 머리를 감싸 쥐고는 절규했다(...).
- 에필로그 -
5년후...
나른한 오후의 햇살에 잠깐의 단잠을 자고 있던 바다는 그의 2살박이 아들이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틈에 잠을 깼다.
"엉? 에이...잠 좀 자게 내버려두지. 이 아빠랑 그렇게 놀구 싶었쪄?"
잠에서 깬 불쾌함을 아이의 밝은 미소로 순식간에 날려버린 바다는 아이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가 내리거나 혹은 간지럼을 태우거나 하면서 아이와
놀았다. 그러던 중 바다의 아이가 아장아장 바닥을 기다가 TV 리모콘의
전원 스위치를 눌렀다.
때마침 TV에서는 뉴스를 하고 있었다. 어여쁜 여성 아나운서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럼 다음 뉴스입니다.]
"아닛?! 저 녀석은...!!"
화면에는 지옥교수 악셀ㆍ엑서의 퉁명스러운 얼굴이 나와있었다.
[올해의 노벨 화학상, 노벨 물리학상은 5년전 지옥교수란 이름으로 세계를
혼란시켰던 닥터 악셀ㆍ엑서에게 수상되었습니다.]
"아앙?! 지옥 교수가 노벨상을...?"
바다는 아이가 머리칼을 잡아당기는 것에도 아랑곳않고 의아한 얼굴로 뉴스를
지켜봤다.
[노벨상은 각 분야에서 인류에게 커다란 공헌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으로
이번의 경우처럼 한 사람에게 두 가지 분야 이상의 상이 수여된 것은 처음입니다.
닥터 악셀ㆍ엑서는 이미 5년전에 현재 해양 오염 정화에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는
장치의 원형을 처음으로 개발하였습니다.]
"제길...그 장치인가...지난 일이지만 새삼스레 화가 나는군...으득."
바다는 이를 갈았다.
[...그동안 노벨 재단은 닥터 악셀ㆍ엑서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는 것을 반대해왔으나
올해는 만장 일치로 그의 공적을 인정. 이례적으로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이
수여되었습니다. 또한 상금도...]
"제길...지옥교수 자식...상금 받아서 좋겠구만!"
[한편, 지옥교수는 이번의 노벨상 수여에 대해서 강력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인류에게 최악의 해를 끼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닥터 헬 상"의 최다 수상자이기도
한 그는 이번의 노벨상 수상이 자신의 명예를 더럽히는 짓이라고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럼 현재 국제 범죄자 수용소에 수감 중인 닥터 악셀ㆍ엑서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허어...거참...뭐랄까 황당하군."
"헤에...듣고 보니 그렇네요."
바다는 곁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 놀랐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다의 아내였다.
"어? 여보. 언제 왔어?"
"좀 전에요. TV 보느라 내가 오는 것도 모르고 있었죠?"
"아아...미안해."
멋적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는 바다.
"괜찮아요. 그런데 정말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네요. 과거에 인류를 위협했던 사람이
인류에 커다란 공헌을 해서 상을 받다니..."
"맞아, 모순적인 이야기지. 하지만, 살펴보면 세상엔 당신 말대로 이러니컬한 일들이
제법 많다구. 그나저나 오늘은 간만에 외식이나 할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