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케빈 가넷은 굉장히 감정적인 사람입니다. 경기 전 항상 가지는 명상, 그의 주문들, 거칠고 험한 말투와 제스쳐, 모든 것이 그 날 하루 기분에 좌우되는 듯한 느낌마저도 있습니다.
가넷이 커리어 내내 지탄받아왔던 내용이 크게 두가지가 있다면, 첫째로 너무 이타적이라는 것과, 둘째로 너무 외곽에서 플레이한다는 것이겠죠. 근데 제가 보기에는 이마저도 그 날의 기분이나 그 날 경기에서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본디 되도록 팀원들이 득점하도록 스크린을 서주거나 패스를 하는 가넷이 '반드시 내 손으로 끝내겠다' 라고 마음을 먹는 경우에는 정말 막을 수 없는 언터쳐블 폭격기가 됩니다. 패스도 웬만해서는 잘 하지 않죠. 그리고 평소와는 달리 로포스트로 깊숙히 들어가서 공격을 합니다.
'작정하고 골밑에 들어간' 가넷의 포스트 무브는 사실 현 리그 첫손꼽을만큼 대단히 빼어납니다. 매우 정교하면서도 아주 화려하죠. 08년 클리블랜드 1차전 레이가 0득점, 피어스 2득점이라는 극도의 가뭄에서 홀로 남은 가넷이 작정하고 경기를 끝내버린 게임 위너나, 가솔에게 1,2차전 실컷 당한 뒤 작정하고 나왔던 작년 파이널 3차전 첫 공격을 보세요. 엄청난 신장과 높이, 그리고 빼어난 볼 핸들과 피벗무브 풋웍을 이용한 원온원 포스트무브로 수비수를 완전히 농락해버린 후 소프트 터치로 가볍게 득점해버립니다. 제일 즐겨 쓰는 포스트업+턴어라운드 페이더웨이도 좀처럼 하지 않고, 정통 로포스트 스코어러처럼 포스트업 백다운 후 몇차례의 화려한 피벗에 이어지는 이지 레이업이나 훅샷을 택하는 모습을 보이는 때도 이럴 때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defensive end에서 괴물같은 모습을 보이며 수비 리바운드를 남김없이 싹 쓸어가죠. 그리고 이런 모습을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 내내 보여주면 리그가 어떻게 되는지 가넷은 이미 2004년에 보여준 바 있습니다. '외계인' 이라는 별명이 국내 팬들에게 붙었던 것도 그때죠. 마음만 먹으면 플레이오프 매 경기에서 거의 30-20-5-2 정도를 보여주곤 했습니다. 오늘 28-18을 했던데 이런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그런데 문제는 이런게 자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고, 오늘 경기처럼 시리즈가 극에 달할 정도로 기울었거나, 팀원들이 자기 맘대로 따라주지 않을 때만 종종 나온다는 것이죠. 그러지 않는 한은 팀원에게 패스를 돌리고, 마치 자신이 없는 양 마지막 슛을 쏘는게 아니라 주저주저하고, 골밑으로 들어가지 않고 멀리 나와 점프샷만 던집니다.
2008 파이널에서도 가넷은 무척 뛰어난 활약을 했었죠. 6경기 전경기 더블더블, 매치업 상대 가솔을 공,수에서 완벽하게 압도하고 오돔도 한 데 묶어 지워버리면서 완벽에 가까운 팀 디펜스의 핵으로 훨훨 날았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넷의 at his best의 모습은 아니죠. 제가 보기에 2008년 파이널에서 가넷이 진짜 작정하고 덤볐던 것은 단 한 경기, 자존심이 상했다고 인터뷰에서 말한 4차전 직후 이후에 펼쳐진 5차전이었습니다. 20여점차로 뒤지고 있던 것을 가넷이 가솔 상대로 줄곧 골밑으로 깊숙히 들어가 공격하면서 연거푸 10여득점을 올려버리던 그 경기였죠. (해설하던 제프 밴 건디가 이제 무조건 가넷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계속 시켜야 한다고 말했고 옆에 있던 마크 잭슨도 가넷이 로포스트에서 공을 잡으면 계속 셀틱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얘기했었죠) 가넷의 전매특허라 불리는 '포스트업+사기더웨이'도 아이러니하게 이때는 나오지 않습니다. 더더욱 골밑 깊숙히 들어가 이지 터치로 득점하기로 작정을 했기 때문이죠.
2004년 후로 줄곧 계속되는, 마인드에 따라 파도치는 가넷의 기량과 플레이 스타일의 불균형을 보는 것은 줄타기 곡예사를 보는 것처럼 설레고 긴장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그의 커리어가 어떻게 마무리되든 이 꼬리표는 항상 그를 따라다닐테니까요.
첫댓글 마인드 컨트롤이 정말 가장 힘든 부분인것 같습니다.
오늘 경기중반 가넷의 포스트 무브들은 진짜 굉장했습니다 맘먹고 패스는 아예 생각에서 지우고 공격하려 달려들던데 그 순간적인 움직임이 굉장히 날렵하더군요
내 동생 괴롭히지마.avi 였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몸상태에도 마음만 먹으면 괴물스탯을 양산할 수 있다는것은..(여기가 동농도 아니고....-_-생각대로 T~ 네요..)
남은 플옵시리즈에서의 가넷의 대한 기대감을 더욱더 심어주게 하는군요..^ ^
어쩌면 그런 부분이 던컨과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일 것이고, 그것이 던컨과의 갭을 만들어 낸 차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승질이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모드가 오늘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만, 지난 시즌 플옵1라운드처럼 아주 안 좋은 쪽으로도 나올 수 있기에...한 게임이 아닌, 시리즈를 이끌고 나가야 하는 슈퍼스타에게는 상당히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사실 이 성격 때문에 가넷을 좋아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듯 싶네요.ㅎㅎㅎㅎ
던컨처럼 승부욕을 속으로 간직하는 스타일도 좋지만 가넷처럼 그것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스타일이 멋있긴 하죠. 지난 플옵뿐 아니라 0708시즌 척장군과의 매치업 당시 보여준 모습도 그러했듯이 가넷의 승부욕은 양날의 검 기질이 있지만 그럼에도 정말 멋있습니다.
동감합니다^^
던컨과의 갭이 그것으로 인해 일어난 것은 일부분이라고 봅니다. 던컨과의 차이는 보드장악력과 공격파생능력이죠.
bestMAVS // 말도 안됩니다. 무슨 보드장악, 공격파생능력에서 갭이 있다는 것인지. 이건 진짜 아닙니다.
그러게여 이해할수없는글을 쓰시네
보드장악력까지는 아니고, 공격파생력에는 일부 공감합니다.
순수 '득점력' 이라면 던컨이 우위라고 생각하지만 '공격 파생능력' 이라면 전혀 공감이 되지 않습니다.
득점능력은 던컨이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보드장악력은 던컨에게 밀릴게 없고 공격 파생능력 역시...두 선수가 팀공격에서 가장 즐겨하는 기술은 적재적소에 들어가는 스크린 플레이와 킥아웃 패스나 하이포스트 패스입니다. 두 선수 모두 파생능력은 최상급이죠. 오히려 스크린은 가넷이 던컨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가넷은 4년 연속 리바운드왕입니다. 그리고 가넷은 마치 SF처럼 게임리딩도 가능한 선수고, 던컨은 전형적인 골밑요원이죠. 스크린이 뛰어난 점, 시야가 넓고 패스가 좋은 점, 중거리슛이 좋은 점 (가넷이 슛거리는 더 길긴 하지만) 등 공통점이 많지만 근본적으로 스타일이 아주 다른 선수들이기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죠.
그래도오늘처럼뱉은말은 지키는 모습..기복이있다지만 정말멋졌습니다
오늘 가넷은 진짜 대단하더군요. 던컨팬으로서 좀부러웠습니다.
가넷의 훅 슛과 론도의 부상 투혼 허슬 플레이... 움짤로 만들어서 사진/그림 자료실에 올렸습니다.^^
컨디션이 마치 젊았을적 같은 날이 있죠..
물론전 매우 젊지만
오늘 정말 작정하고나온듯 그냥 얄짤없더군요 셀틱스는 간간히 이런경기가 나와줘야했습니다. 오늘 마침 좋은 시기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