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6-09 오후 04:01:37
[‘파워리더스’ 인터뷰] 관중들과 신명나게 “아싸, 파이팅!”
프로야구가 개막한 지도 두 달여 지났다.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와 박진감 넘치는 승부로도 주말마다 야구팬들의 마음이 울렁인다. 하지만 야구장에 선수만 있고 치어리더들이 없다면 얼마나 썰렁할까? 선수와 관중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드는 치어리더는 이제 관중석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프로야구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친구들, 직장 동료들끼리 뭉쳐서 치어리더들과 어울려 자신의 팀을 열심히 응원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의외로 치어리더들의 세계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프로 치어리더들의 조건은 무엇이고, 그녀들만의 응원 노하우는 또 무엇일까?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LG 트윈스 치어리더 팀 ‘파워리더스’ 멤버 6명을 만나 그녀들의 얘기를 살짝 엿들었다.
경력 알면, 사람들이 모두 놀라
외모에, 몸매에, 말솜씨까지 완벽한 그녀들이 수상쩍다 싶어 전에는 어떤 일을 했는지부터 물었다. 김하나(24)씨는 학교를 졸업하고 남들처럼 그냥 일반 회사에 잘 다니다가 어느 날 파워리더스 인터넷 홈페이지(www.cyworld.com/power-leaders)를 방문하게 됐다. 재미있을 것 같아 무턱대고 시작했는데, 나무토막 같은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결국 연습만 1년 하다가 눈물을 머금고 그만 두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겨 다시 시작한 지 2년째다.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치어리더를 시작한 노희숙(23)씨는 대학시절에도 워낙 춤을 좋아했다고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일반 회사에 취직했지만,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주말엔 아르바이트로 치어리더 일을 계속했다. 하지만 결국 야구가 좋아서, 응원이 좋아서, 잘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었다. 김세나(25)씨 역시 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가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팀의 막내인 이지은(22)씨의 경력은 더욱 특이하다. 대학에서의 전공이 현대무용인 것. 전공을 살렸다면 지금쯤 무용가로 활동했을 테데, 학창시절 치어리더 경험이 있는 선배의 꼬임(?)에 빠져 치어리더가 됐다. 척 봐도 개성이 넘쳐 보이는 김미영(25)씨는 내레이터모델에, DJ까지 했단다.
팀을 이끌고 있는 최지숙(29) 단장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시작한 치어리더를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경력 13년 차의 베테랑이다. 그동안 응원했던 팀만 해도 프로야구의 경우 쌍방울, 한화, 롯데 등을, 프로 농구는 나산(현 KTF 매직윙스), 나래(현 동부 프로미), 서울 SK, 창원 LG까지 다 해봤다. 3년 전부터는 현역에서는 빠지고 치어리더들 매니지먼트에 전력하고 있다.
LG 트윈스 치어리더를 맡게 된 것은 지난 99년부터. 중간에 2년 정도 빠지긴 했지만, 5년 동안 했으니 산전수전 다 겪은 셈이다. 이제는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걸어 나오는 얼굴만 봐도 그날 컨디션이 어떤지까지 알 수 있다고 한다.
키 170cm 이상, 얼굴보다 체력
키는 무조건 170cm가 넘어야죠. 짧은 치마나 핫팬츠를 자주 입으니 다리는 당연히 길고 날씬해야 되고요. 얼굴보다는 체력이 우선이에요.”
치어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최지숙 단장은 이렇게 대답했다. 언뜻 생각하면, 예쁜 외모를 선호할 것 같았는데 의외였다. 이유인즉, 거의 일주일 내내 하루 5시간씩 연습을 하거나 경기장에서 소리를 지르며 춤추고 응원해야 하는 직업이어서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예인이나 모델 뺨치게 예쁜 후배들이 들어와 한 달 동안 연습만 하다가 나가 버린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또 몸매관리를 한다고 다이어트에 돌입했다가는 살인적인 운동량을 감당치 못한다. 결국 치어리더들의 최대 건강관리는 ‘잘 먹는 것’이었다. 경기가 있는 날엔 저녁을 거르거나 아예 늦게 먹어야 3~4시간을 신나게 응원할 수 있다.
“저희 미니홈피 방문자 수가 7만 명이 훌쩍 넘었어요. 경기 끝나고 나면 기념사진 찍자는 분들도 많고….”
야구와 응원이 좋아서 시작했지만, 관중들의 뜨거운 호응이 오늘의 그녀들을 있게 했다는 것이다. 야구 마니아들이 많다보니 정기적으로 응원석을 찾는 관중들도 있고, 눈만 마주쳐도 웃음이 번지는 반가운 얼굴도 의외로 많다고 한다.
김세나 씨의 경우, 어느 날 휴대폰을 건네준 열성팬도 있었단다. 직장인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응원 내내 그녀만을 뚫어지게 보더니, 경기가 끝난 후에는 아예 자신의 휴대폰을 건네주며 “내가 휴대폰으로 전화할 테니, 꼭 받아요”라고 말하고 도망치더란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녀들은 이렇게 관심 갖고 신경써주는 관중들 덕분에, 관중들의 응원이 지친 몸에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경기가 자주 있는 날이면 소리를 지르느라 목이 쉬어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오지만, 마음 맞는 야구 마니아들과 신나게 응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또한 언제나 새로운 안무를 보여야 하기 때문에, 연습 시간마다 관중들을 위한 비장의 춤을 준비하기도 한다. 유행에 따라 섹시한 댄스에서부터 재미있는 율동, 때로는 절도 있는 동작까지 모두 섭렵하는 것이다.
프로 치어리더는 10여 팀 내외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치어리더들은 관중석에서 경쟁이 아주 치열해요.”
잘 아는 치어리더들이라도, 일단 소속팀이 나뉘면 경쟁이 붙는다. 관중들과 함께 상대 팀보다 더 크게 노래하고, 더 멋있게 춤을 추고, 응원해야 직성이 풀린다. 하지만 이렇게 열심히 해도, 경기에 지는 날이면 힘이 쭉 빠지기 마련이다. 요즘엔 LG의 성적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그녀들은 야구팬들과 함께 열심히 응원할 것이란 결의를 보였다.
국내에 알려진 프로 치어리더 팀들은 줄잡아 10~12개 정도다. 이 팀들이 프로야구 8팀, 프로농구 8팀을 시즌별로 돌아가며 응원한다. 계약 역시 시즌별로 하기 때문에, 일단 팀이 구성되어 본격적인 응원전에 돌입하면 부상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닌 한 계속 일한다. 보수는 시즌별로 생기는 일의 양에 따라 매월 150만~250만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인터뷰가 끝나자, 그녀들은 또 다시 연습 삼매경에 빠졌다. 어느 분야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은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아름다워 보였다. 돌아오는 주말이면, 야구장을 다시 한 번 찾아볼까한다. 멀리서나마 열심히 응원하는 그녀들의 모습을 보면, 새로운 활력을 찾을 것 같다.
진희정(객원기자) /
jhj155@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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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 트윈스 치어리더 팀이 꼽는 관중들 Best3 VS Worst3 ]
이런 관중, 정말 좋아요! Best3
1. 응원하느라 덥고 지칠 때 음료수 갖다 주는 사람.
2. ‘열광’의 시간이 되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일어나 열광해 주는 사람.
3. 눈빛만 봐도 어떤 응원을 펼칠지 딱딱 알아채주는 사람.
이런 관중, 정말 꼴불견! Worst3
1. 술 마시고 무대에 나와 덩실덩실 춤추는 사람.
2. 외야 응원석에 앉아서 응원은 뒷전, 남들 다 일어날 때도 혼자 앉아 있는 사람.
3. 한창 응원에 열중하고 있는데, 함께 사진 찍자고 떼쓰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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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앗!! 반가운 기사..ㅋㅋ전 지숙누님 팬이었드랬죠..^^;;;;
모두들 열심히 응원해요!!
얼굴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