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클 합창단 근황 190번째 연습일지입니다. 오늘 연습은 로시니 27번째 연습 시간으로
[스타바트 마테르] 연주회가 있는 10월 들어와 첫날 하는 연습입니다. 연주일은 4일 뒤로
다가와 있고, 연습회수로는 오늘 포함해서 3번 남아 있습니다. 다음의 두 번은 거의 최종
리허설이라 해야 하는데....
오늘의 연습 장소는 시민회관 관리동입니다. 지금쯤이면 마땅히 오르갠이 있는 경성대에
서 연습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전에 말한 장소섭외 문제 때문에 부득이 시민회관에서 객원
단원이나 솔로, 오르갠 지원 없이 우리 단원만으로 연습하게 되었는데.... 연주일이 얼마 남
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이런 것들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이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습
니다. 저는 그 과정과 전말을 기록하고자 합니다. 혹자는 연주를 앞두고 너무 부정적인 이
야기만 적으면 연주 자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염려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이 글
은 그때 그때 일어난 사실을 사실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 목적이지, 사실을 호도하거나 미화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솔직한 심정으로 있는 그대로 적으려 합니다. 아마 우리 뮤
클 합창단은 그 위기를 슬기롭게 잘 극복할 수 있으리 여기며....
먼저 매번 말하는 것이지만 참여 인원이 문제입니다. 오늘도 다른 파트는 별 문제가 없
었는데, 지금 연습이 많이 필요한 테너가 인원이 너무 안되어서 걱정이었습니다. 사실 오늘
테너는 거의 연습이 되지 않은 것이나 다름 없는데,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남은 3일동안 죽자
사자 연습을 해서 연주상황을 일정 궤도 이상 올려 놓는 것이 가장 절박한 문제입니다.
참여인원이 얼마 안되는 테너도 문제이지만 상당수 단원이 다 참여한 다른 파트라고 해
서 사정이 양호한 것은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수준은 거의
전문 합창단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는 것이고, 이번에는 부산음악계의 유명 음악인들도 대거
관람을 하러 오신다는데, 지금 우리의 상황이 그것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저는 지휘자 선생님이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것을 그리 자세하게 보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어
찌 보면 그것은 지휘자 선생님의 개인 노하우일 수도 있겠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얼만 절박한 상황에 있는지 알리려면 도대체 선생님이 우리에게 요구하
는 사항이 무엇인지도 자세히 밝혀야 할 듯 합니다. 전부 다는 아닐지라도 대강 들어볼까
요? “노래를 부르고 피아노를 치고 지휘를 하고 나면 피곤해서 나가 떨어지게 된다. 그런데
노래를 부르고 나서도 전혀 피곤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노래를 대충대충 부른거다. 그래
가지고는 감동을 못 준다.” “상체에 지나치게 힘을 주지 말고 하체에 힘을 주고 마치 ‘똥
누듯이’ 가운데에 힘을 준 상태로 노래를 불러라.” “노래를 한참 부르다 보면 음이 흩어지
는 지점이 나온다. 그때는 차라리 한 템포 쉬어가도록 하라.” “음을 연결시키는 것은 대단
히 중요하니 절대로 중간에 불쑥불쑥 치고 빠지는 소리를 내지 말고 한 음 한 음을 명확하
게 내어라.”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묻어서 나오는 소리를 내지 말고, 처음부
터 확실하게 치고 나오라.” “노래를 부를 때 악보를 던져 둔채 낭창한 자세로 부르지 말고
몰입된 모습으로 불러라.”
이것도 다 기록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녹음을 한다면 수십 페이지를 넘어가야 할 정도
로 하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이 말들 중에는 전문 합창단이라면 아예 하지 않았을 소리가
많을 것이고, 선생님의 강의 속에서만 존재하는 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상태는 그런 선생님의 요구를 정확하게 수용하기 이전에, 연주를 4일 남겨둔 이 시점에서도
아직 음정 파악도 안된 파트가 있어서 선생님이 반복 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5번
곡 연주 때 배이스음 처리를 대충 된 것 같은데, 아직도 발성문제에 있어 너무 벌어지는 소
리가 많이 나는 듯 하고, 거의 블렌딩이 불가능한 소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어서, 선생님
이 내심 우려하는 바가 많은 듯 합니다.
게다가 지금 환절기가 되어서 감기증세가 심각한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닙니다. 아! 연주
는 4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금 30명이 채 안되는 단원으로 [스타바트 마테르] 연주를
해야 하는데, 전문 합창단도 아닌 우리가 연주를 하려면 한명 한명 정확하고 확실한 소리를
내고 그것이 완벽한 블렌딩을 이루어야 되는데.... 정말 이게 가능할지 회의에 빠지게 됩니
다. 이제 내일 모레 6일날은 총 리허설을 할 모양이고, 아마 7일도 그러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베이스에게 물어보니 내일 파트 연습을 하기가 불가능하겠더군요.
10번을 불러 보고 나서 선생님은 지금 단원들 중에는 아예 음정대로 부르지 못하는 사
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그냥 있다면 이건 예사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글쎄올시다. 베이스는 최소한 음정만은 문제가 없는 듯 한데(발성까지 포
함하는 말은 아닙니다), 그 베이스도 너무 나부댄다고-마치 테너처럼- 질책이 대단하십니
다. 그래서 나는 베이스 단원들에게 가능하면 입모양을 둥글게 해서 공명을 시켜 음을 부드
럽게 가다듬고 소리에서 음정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연결시키되, 어떤
경우데도 지휘자에게 눈을 떼지 말고 지휘자의 비트를 정확하게 따라가자고 했습니다. 이게
지금 잘하는 짓인지도 잘 모르겠고, 잘하는 짓이라 해도 전체 연습 중간중간에 주변에 있는
단원들에게만 속삭이듯이 하는 소리라 무슨 실효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도 한번 점검하며 정리해 볼 겸, 내일 베이스 파트연습을 하자고 했는데,
사실 말이지, 아무리 연주가 급하다기로서니 다 생업이 있는 사람들인데, 화수목금토 연달
아 연습이나 연주에 나와 달라고 요구하는 건 처음부터 무리인 듯 합니다. 어쩔 수 없네요.
아까 위에서 내가 정리한 지휘자 선생님의 말씀에 나오는 여러 사안-적지 않은 것이 더 많
지만-을 상기해가면 개인 연습이나마 죽어라 하는 도리 밖에 없습니다. 아! 그렇게 해서라
도 목요일 리허설때 놀랍게 변한 모습을 보인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 동안 연습량이 절
대적으로 부족했던 파트들은 정말 개개인만으로라도 피나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고 필요하
다면 따로 모여 파트 연습도 해야 할 듯 합니다. 뭐 꼭 그런게 아니라, 지금 전 파트가 다
그런 형편이라 볼 수 있으니, 이제 믿을 거라고는 개인 연습 밖에 없네요. 뮤클 합창단원
여러분 모두들 개인연습에 ‘미쳐’ 봅시다.
뮤클 합창단 여러분!! 뮤클 합창단이 지금까지 해 온 업적 모두가 하나 하나 기적이었습
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온갖 난관을 헤치고 훌륭하게 연주를 해 왔습니다. 이번에도 그와
같은 기적을 이루어내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지금 비록 홍보전략에도 문제가 많고, 시
간적 여건으로 보아도 대단히 불리한 처지에 있기는 하지만, 그렇더라고 하더라도 뮤클 합
창단만은 무언가 신기원을 이루어낼 것입니다. 제가 4일 뒤에 연주회 후기를 적는 기분이
정말 뿌듯하고, 황홀한 기분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연습 후기를 닫습니다.
뮤클 합창단 여러분 그때까지 파이팅! 아자!! 뮤클러 여러분, 여러분들이 보다 많이 찾아
와 주심과 여러분 한분 한분의 보다 열성적인 홍보전략만이 합창단의 기적을 이루어 낼 것
입니다. 모두들 그 기적에 동참합시다. 그리하여 그날 정말 뮤클 합창단가를 다같이 힘있게
불러 봅시다. 각자가 모시는 신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원합시다.
좋은 공연 & 소중한 만남은, 언제나 [뮤클]과 함께 ^^ http://cafe.daum.net/muk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