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워지지 않아 쳐다볼 때 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매달린다 아름다운 완성을 위하여 저 뾰족한 손끝으로 허공을 매만지다가 잠든 얼굴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된다 작아서 슬프고 침묵을 배우는 몸짓이 슬프다 왼종일 짹각거리다 끝내 허물어지는 떠들썩한 하루도 있는데 말없는 사랑을 허기지게 껴안은 작은 손끝으로 슬픈 얼굴들이 지나간다
그섬에서
- 대마도 다녀오다- 1
단단한 돌들이 서로를 조각조각 끌어 안아 모진 역사를 빛나게 세우고 있는 그섬에서 가장 가까운 북소리를 기억해 본다 세차게 몰아치지도 못하고 포근하게 엮어 두지도 못하는 어설픈 밤바람이 얼기설기 눈물을 기워내고 있는 그섬에서 무지개를 기다리던 가여운 사람의 화석을 만져본다 돌아보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다 닳아버린 그리움 바다로 바다로 뛰어 들고 그섬에서 파도는 왼종일 몸을 구부린 채 못다부른 이름들을 밤새 재촉하고 있다
나무의 발
-대마도 다녀 오다- 2
나무가 걸어 나온다 도저히 뼈를 묻고 모른척 하기에는 내키지 않는 저 섬의 수상한 안부가 안스러워 잔털을 뜯어 내고 사소한 것들로 뭉쳐진 어둠속에 흙의 추억을 빛나게 걸어 두고 흔들리는대로 다 내어 주고 나니 비릿한 상처만 남은 속울음이 궁금하다 못해 세상을 향한 소리들이 깃발 흔들며 뛰쳐 나온다 후두둑 끓어 오르는 숲의 적막과 함께 작고 낮은 사람들의 일생을 꿰어 비틀거리는 나무의 발을 덮는다 헤아려지지 않는 바람의 나이는 가끔씩 흔들리는 집과 집사이를 들락거린다
대마도
멀리 있다고 쉽게 버리지 말았어야지 익지않고 시퍼렇게 눈을 뜬 채 적막속에 핀 꽃들은 얼굴을 수그리고 있다 그 얼굴 속에서 쇠한 신음소리 흘러 나온다 쉽게 버리고 쉽게 잊으면 다시는 환한 꽃밭의 주인이 될 수 없을 거라고 빈바람이 뛰어 가면서 답을 일러 준다 간간히 들려 오는 독백을 누구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눈여겨 보던 파도가 애써 쓸어 담아 보지만 구멍난 신발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쉬운 이별 한 번 으로 해맑은 물빛을 다시는 가슴에 안지 못하는 뜯겨 나온 구름조각들 우리가 어리석었다고 느끼는 순간 푸른 멍투성이 파도가 또한번 쓸어가 버렸다 점점 멀어져 간 섬을 향해 이제사 눈물 서걱이는 후회를 남긴다 미안하다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