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러 왔다 자국노동자 돕기로 전향
보험 혜택 못 받아 의료비가 최대 난제
|
한국을 찾아오는 외국인 스님들이 늘어남에 따라 그들이 한국에서 대면하는 문제점들도 다양하게 도출되고 있다. 사진은 조계종총무원에서 실시한 한국불교연수에 참가한 외국인 스님들.
|
외국인 스님들의 한국행 목적이 다양해지는 만큼 외국인 스님들의 한국불교 적응기도 다양하다. 더불어 대면하는 문제점과 떠안고 있는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 스님들이 가장 먼저 맞닥뜨리는 문제는 종단과의 관계다. 구미 마하붓다센터에 머물고 있는 산뜨리시 스님은 본국 스리랑카에서 10세에 출가해 대학교육까지 마친 엘리트다. 2002년 대학교를 졸업하고 스님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려다 우연한 기회에 한국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으로 왔다.
한국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온 산뜨리시 스님이지만 5년이 지난 지금은 구미 마하붓다센터에 머물며 외국인 노동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종단 내에 뿌리를 두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비슷한 이유로 종단의 승적 취득을 포기하는 경우가 주변에 적지 않다는 것이 스님의 귀뜸이다. 대신 마하붓다센터 운영법인인 ‘꿈을이루는사람들’ 이사장 진오 스님의 후원으로 구미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 본격적으로 복지 공부를 시작했다.
“한국 불교를 공부해보려고 조계종 스님이 되려고 한 적도 있었어요. 하지만 한국 불교는 다른 문화권에서 10년이 넘게 스님으로 살았다는 점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조계종 사찰도 가보고 천태종 사찰도 가봤는데 사찰마다 수행법이 조금씩 달라 흥미롭긴 해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스리랑카 노동자들을 만나게 되었고 승적을 갖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어 방향을 바꾸게 됐습니다.”
스님은 “한국 불교를 배우는 것보다 한국에서 고생하는 이주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힘든 점은 많아도 보람 있고 만족스럽다”며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민비자를 발급받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상좌부 불교권에서 온 스님들에게는 문화적 차이도 넘기 힘든 벽이다.
캄보디아 출신 린사로 스님은 한국에 온지 올해로 4년째다. 2005년 캄보디아에서 은사 스님을 따라 한국에 왔다가, 2006년 본격적으로 한국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종교비자로 입국했다. 서울 도선사에 머물며 동국대 한국어 학습과정을 거쳐 지금은 불교학과에 입학했다. 처음 시작한 한국 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바로 문화적 차이였다.
캄보디아는 탁발로 공양을 하기 때문에 사찰에 공양간이 있어 음식을 만드는 것, 스님들이 음식을 돈 주고 사먹는다는 것이 놀랍고 거북스러웠다. 한국 불교를 배우러 온 것이지 한국 스님이 되고자 한 것이 아니었기에 오후 불식하는 캄보디아 계율을 지금까지 철저하게 지키고 있다. 스님은 “처음에는 문화가 너무 다르고 수행법이 다르다는 것에 익숙해지기 힘들었는데 말을 배우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게 되니 조금씩 적응이 됐다”며 “한국에서 불교공부를 몇 년 간 더 하고 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계획을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외국인 스님들의 보편적 고민은 경제적 어려움이다. 몽골 바뜨보야 스님은 간단사와 한국불교계의 인연으로 2년 전 한국에 왔다. 초청 사찰에서 학비를 지원해 주는 줄 알고 공부만 열심히 할 생각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학비를 대줄 수는 없다는 것. 한 한국 스님의 주선으로 학비를 지원해 준다는 사찰이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대구에 몽골 법당이 있어 그 곳에서 지내며 본국 이주 노동자들을 포교하던 중 서울에도 몽골법당이 생겨 소임을 맡게 됐다. 동방불교대학원대학에서 불교미술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스님은 역시나 학비가 가장 큰 문제다. 등록 기한이 이미 지났지만 아직까지 등록금을 해결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몽골 법당을 지원해 주던 사찰에서도 지원 중단 얘기도 나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종교비자를 가지고 있는 스님들은 경제 활동을 할 수가 없어 대부분 경제난에 시달린다는 것이 바뜨보야 스님의 설명이다. 예전에는 너무 힘들어서 가끔씩 이삿짐 옮기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주위 시선이 창피하긴 했지만 그만큼 절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즘은 몽골 법당을 찾는 이주 노동자들이 늘어 학교를 마치면 법당을 지켜야 한다.
의료비용도 곧잘 외국인 스님들의 발목을 잡는다. 종교비자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스님들은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까닭에 자칫 아프기라도 하는 날엔 고액의 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동분서주해야 한다. 특히 승가에 대한 보시문화에 익숙해 있는 상좌부 불교계 스님들에게 돈을 내고 공양을 해결해야 하는 것 만큼이나 병원비 고민은 종종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가 되기도 한다.
송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