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풀코스 완주를 했으니 후기를 써 보자.
일단 한번 웃고 ㅎ ㅎ
1월 추운 일요일 천리마님의 분위기 조성과 나의 무식을 바탕으로 춘천마라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래 버킷리스트 100가지에도 있는데 한 번은 뛰어보자.
10월은 왜 이리 빨리 오는지. 장거리 훈련을 해야 한다는 고수님들의 조언에 따라 정신무장을 하고 35Km를 광녀 모습으로 한 번 뛰어 봤다.
드디어 10월 26일 새벽. 무거운 배를 비워야하는데 영~~ 소식이 없네.
6시50분에 대장군님을 만나기로 했다는 에디쉬님을 말에 약속장소로 가니. big장군님이 안개 속에서 몸을 풀고 계셨다. 우린 5시간대 동지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출~~발.
가는 도중 춘천 시내 종합병원 화장실에서 배를 비우고 역시 화장실 동지.
대회장에 도착하니 오메 사람이 엄청나 축제여? 내가 이 장소에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엘리트 선수, A~E 모두 출발하고, 9시 20분 F 그룹 출발신호. 몸아 가자~~
처음 오버페이스하면 안된다고 다짐을 받았던지라 가장자리에서 아주 조신하게 뛰었다.
많은 사람들이 앞질러 나간다. 우리 동지 모란꽃님도 지나가고 big장군님도 가시고. 긴 시간 달려야해 천천히 가자. 5Km쯤 가니 에디쉬님이 옆에서 뛴다. “괜찮냐?” 안부 인사를 하고 20Km를 향해 뛰었다. 나의 완주 계획은 20Km는 2시간30분. 매 5Km를 30분씩 안배하면 5시간30분이면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계획대로 20Km는 12시50분. 좋아 이렇게 가는 거야. 반환점을 향해 달리는데 대장군님이 건너편에서 손을 흔드시며 지나가신다. 파이팅~ 답례를 하고. 반환점 발판도 힘차게 밟고 통과.(센서 고장으로 기록이 누락되면 큰일이야)
난 지금부터 풀코스 시작이야 일단 5Km만 뛰고 다시 생각해보자 하며 다짐을 해본다.
어~~ 왼쪽 무릎이 아프다. 뼈 마디가 부딪힘을 느낀다. 온 신경이 무릎에서 죽겠다고 난리가 났다. 약국 있으면 파스라도 사야하는데. 25키로 지점이 보인다. 일단, 잘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하니 무릎 통증이 줄어들었다. 사실 무릎보다 목 디스크 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뒷목은 이상이 없다 다행이다. 이번엔 30Km만 가자. 그 이후부터는 죽음이라고 했으니 죽지는 말아야지.
근데 에디쉬님이 걷자고 하네. 난 뛰어야 하는데. 어디 불편한가? 모란꽃님은 어디쯤 갔을까? 대장군님은 어디쯤 계실까? 이렇게 걸어도 될까? 고민이다. 그래도 의리가 있지 같이 갑시다. 걸어가니 왜 이리 좋노? 힘도 하나 안 들고. 진짜 소풍이네 그려.
30Km를 지났다. 여기 까지 오면 체력과 정신력 싸움이라 하던데 정말 그렇다. 내 삶에 단 한 번 풀 완주인데 더 이상 이런 기회는 없을 텐데 다리를 끌고라도 갈 생각이다.
즐거웠던 일도 생각하고 뛰는데 집중도 해보고 무릎 뼈 통증을 잊으려고 노래도 흥얼거려 보지만 아프다. 그래도 죽지는 않겠지? 페이스메이커 에디쉬님은 항상 50M 앞에서 거북이 등딱지 가방을 메고 가끔 돌아보면서 안부를 확인하고 달려 나간다.
매 2.5키로 지점에서 딸들이 언~니 파이팅하며 격려해주고, 5Km 마다 공짜로 간식과 박수로 환호도 해주고 이런 호강이 어디 있을까? 하며 나를 위로한다.
35Km 지점이 보인다. 골인까지는 집에서 마석까지 왕복 거리면 된다. 그 정도쯤은 여유를 부린다. 37Km를 지나니 나의 의지와 달리 체력이 급 하강함을 느끼는 순간 대장군님이 급한 볼일을 보고 계신다. 아는 채는 할 수가 없다. 따라오시기 전에 냅다 달려야지. 아침에 동지가 오후엔 경쟁자? 어디서 그럼 힘이 나오는지 돌아보지도 않고 달렸다. 웃음이 나온다.
응원 나온 사람들한테 물도 얻어 먹고, 정류장 의자에 주인 없는 음료수도 마시고. 우리 젊은 군인들도 응원해 주고,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커플들도, 주변 관광객들과 여러 마라톤 동호회원들 모두 완주를 위한 응원과 격려로 40Km를 지나 골인점을 향해 달려간다.
에디쉬님이 소양강처녀 동상을 지나 조그만 더 가면 골인점 이라고 위로를 해준다.
댐 구간을 걸었던 것이 무리 없이 뛸 수 있었던 힘이 된 것 같다.
남은 2Km 육체가 느끼는 건 멀다. 고통을 잊기 위해 가벼운 생각을 해본다. 처음이자 마지막 풀 코스 완주 피날레를 어떻게 장식하지 아주 멋지게 손을 흔들면서 들어가야 하나. 엉엉 울면서 들어가야 하나. TV를 보면 완주 후 큰 수건으로 누군가가 감싸주던데, 다리가 풀려 쓰러지면 맛사지도 해주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장식을 할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앞에 무사이님과 전설님이 반갑게 맞을 준비를 하신다. 얼떨결에 에디쉬님의 손일 잡고 한 손을 흔들면서 골인을 했다. 이렇게 나의 풀 완주 목표는 이루었다.
사람의 심리란 것이 완주 후 앉는 순간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치사한 몸땡이~~
걱정하면서 기다렸을 회원님들과 천마산 마라톤클럽 기둥 무사이님 감사합니다.
난 자랑스럽게 절뚝이면서 월요일 아침 출근을 했다. 풀코스 완주 상황을 리얼하게 중계하고 꼭 뛰어보라고 조언 하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다. 다음 대회를.. 미쳤어~~ 정말. ㅎㅎ
첫댓글 미쳐야 미친다고 ㅎ 천클 앵벌이 나서야겠습니다. 힘들었던 기억 보다 여운을 남기셨으니 앞으로 유능한 여성마라토너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네요. 멋진 모습으로 주로에서 뵙기를 소망해봅니다 마라톤 많이 전파해 주시길요ㅎ 싸이렌님힘!!!
ㅎㅎ 아이디와 비밀번호 달다고 하더니 후기를 쓰려고 앴단 말이야?
이제 카페에 회원이 되시오~~~~~~!! 수고했네..힘!!
정말수고 많으셨습니다.
첫 풀코스 무탈이 완주하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싸이렌님힘.^^
첫풀의 진한 감동이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듯합니다. 기나긴 고통 뒤에 오는 환희는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너무너무 수고하셨고 왕 축하드립니다. 싸이렌님 힘!
와~축하 축하드립니다~~모란꽃님에 이어 싸이렌님까지~ 저도 어여 이런 감동을 느끼고 싶은데ㅠ.ㅠ 내년을 꼭 기약합니다~항상 화이팅하세요~~
첫 풀코스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제 첫풀 기록보다 좋습니다. 내친김에 기록도전해보시죠?
에디쉬님이 싸이렌님을 데리고 뛴 줄 알았더니 마나님에게 끌려오셨네...전쟁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오딧세이모냥 싸이렌에게 홀려 뛰셨네.다음대회부턴 산수유에게 코치부탁해서 앵벌이 보내.앵벌이해서 먹는 술맛 ? 끝내줍니다. 마석은 모르고 이쪽만 아는 꿀맛!
내용상으로 보면 그런 것도 같습니다 ㅎㅎ
형님 수고 많으셨습니다.싸이렌님 첫풀 멋진 완주 축하드립니다.형님 형수님 힘!
사뿐이 춘천의 단풍든 호반길을 즈려밟고 완주하셨네요. ㅎㅎ
축하드리구요. 첫풀 완주만큼 오래 기억되는 것도 없습니다.
이 소중한 추억과 경험들을 차곡이 간직하시어 삶의 에너지로 오래오래
승화시키기 바랍니다.
이제 슬슬 내년 동아 준비하셔야조. 사이렌님 힘 ㅎㅎ
수고가 아주 많으셨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