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통방통 휴대전화1 *
신일섭
마을 어르신 온천욕 가시는 날이다.
관광버스 오려면 몇 시간 남았는데
벌써 회관은 왁자지껄 부누하다.
박이순 할머니
이장을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회관 모퉁이로 내 손을 잡아 끈다
"이장!
요즘은 멧돼지가 우리 밭에 오면
면사무소에서 알려주는가?ㅇ"
"글쎄요, 그런데 왜 그러세요?"
할머니는 주위를 경계하듯 살피더니
낮은 목소리로와 굳은 얼굴로 말씀하신다.
"내 전화는 가끔
멧돼지가 왔어요~, 멧돼지가 왔어오~ 그런당게.
혹시 이장이 면사무소에 신청해두었는가.
고마워서 그려"
그 소리의 정체는 '메세지가 왔습니다'
통신사 서비스 알림음,
두손을 꼭 쥐고 웃었다
<지은이 신일섭님은 1963년 전북 임실 출생
1970년 덕치면 천담마을로 이주
임실군 이장협의회회장 역임
현재 천담 권역 위원장과
천담 마을 이장을 21년째 맡고 있다>
*엄마들의 뒷모습*
공후남
나란히,나란히
엄마들의 뒷모습은 똑같다.
앞자리 뒷자리 또 뒷자리
뽀글뽀글 엄마들의 머리는 똑같다.
엄마들의 머리가 까맣다.
흰머리는 어디에 숨었을까?
마음에다 감추어두었을까?
엄마들의 뽀글뽀글 머리는
몇번이나 잘려 나갔을까?
수많은 사연들이
엄마들의 뽀글뽀글한 머릿속에
살고 있다.
<지은이 공후남님은 전북 순창 출생.
서울에서 청춘을 보내고
쫄딱 망하고 2002년 임실로 귀촌
현재 덕치면 구담마을에서 '반디민박'을 운영하며
이장은 맡고 있다.>
*우리 집에 두고 간 봄*
김희순
창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보니
봄비 오는 소리
앞산 자욱한 안갯속에서
봄을 뿌리고 있네요.
우리 집에는 벌써 봄을 두고 갔나
붉어지는 단풍나무
연두색 물드는버드나무
초록색 수선화가 한 뼘쯤
올라와 있네요.
<지은이 김희순님은 1952년 전북 정읍 출생
초등학교 때부터 광주에서 생활
6년 전에 건강 때문에 임실군 덕치면
천담마을로 귀촌
건강도 좋아지고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다>
첫댓글 이책을 쓰신 분들은 어느 한분 화려한 프로필을 가진 분이 없으시고 어려운 단어나 기교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시집을 읽는 잠깐동안 그속에서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시란 이렇듯 같이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말도 안되는 신식 글을 보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이여~~ 참 답답할때가 있었는디,
그려 이런게 좋구나..... 긍게 나도 할매인가보다 . 나도 김용택동네로 이사가고잡다. 멧돼지가 나타나는 핸드폰들고^^
시들이 난해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진솔함이 묻나는 것 같아서 정이 갑니다.
시는 이상한 소리 비상식적 언어의 배열이 아니라 상식적이고 알 수 있게 써야한다고 생각하는데~~
바이올렛님, 잘 감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