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도 제대로 못한 처지에
산행기를 쓴다는게 좀 쑥스럽네요.
하지만 연중행사로 치뤄진 설악산 단풍산행에
꼬리표라도 붙여야 쬠 모양새가 있을것같아
간단히 적어봅니다.
* 일정 : 2007. 10. 12- 14 < 1박 3일>
*출발지: 북동 천주교 정문앞 10월 12일 21시
*코스
1코스: 용대리주차장 - 백담사- 영시암- 오세암
-공룡릉 - 희운각 -비선대 - 신흥사주차장
<27.5Km, 13H>
2코스: 용대리주차장 - 백담사 -영시암-오세암- 마등령
-금강굴-신흥사주차장 <20Km, 9H>
산가족회원 45명이 생각만해도 찬란한 오색물감을 풀어놓은듯
색동옷으로 갈아입고 구름에 달가듯이 곱게 물든 단풍에 현혹될
설악산을 염두하면서 들뜬 마음에 12일 21시에 광주를 등지고
백담사 용대리 주차장에 이튿날 새벽 03시에 도착.
비장의 마음가짐을 하였지만
주변은 깜깜한데 하늘을 바라보니 딱 별하나가 보인다.
차안에서 약간의 수면을 더 취하고 04시에 출발하는 회원들을 위해
준비한 깨죽 한그릇씩 먹고나니 더 피곤하고 졸립다.
4분이서 먼저 출발하고 나머지 회원들은 06시부터 출발하는 경내버스로 이동하기로하고 잠을 더 청해본다.
05시 20분에 산행이사님의 재촉으로 재무님은 버스 매표소에 가서 줄을 서고 나머지 회원들은 승강장에 줄을 서고보니 웬걸 이런 난장판이 없다. 06시부터 버스 8대가 움직이고보니 우리 차례다.
마침내 도착한 백담사 주차장..< 06: 40 - 젤 후미>
백담사 초입에 들어서니 예전 어느 어르신이 호사스런 생활을 하였다는 말 그대로 사찰의 규모 또한 엄청난다.
백담사를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는 나는 그 이름이 주는 이미지에 걸맞을 산사를 머리 속에 지어놓고 있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이 그 절에서 유배생활(?)을 함으로써 신문 방송의 후래쉬 세례를 받았을 때 그 배경 사진이 내 상상 속의 절 모습을 파괴했음직도 한데 전연 그렇지 않았으니 내 두뇌구조가 유연하지 못함에 기인한 것인가?
내가 상상 속에 지은 절 모습이 아니더라도 백담사는 계곡을 내려다보도록 펼쳐진 기 백 평 산자락에 작은 전각 서너 채로 오밀조밀하게 건축했어야 하며 또 절 집과 계곡과 산자락은 서로 존중하면서 조화를 이루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절 입구에 세워놓은 어마어마한 광고판(?), 계곡의 아름다음을 완전히 파괴한 육중한 시멘트 교량
광주월드컵 경기장을 연상시키는 넓은 부지..
여기저기에 산만하게 지어 놓은 건물들. 아무리 좋게 보아도 불교가 - 자연을 파괴한 모델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절의 모양새가 진작부터 이러했다면 한용운 시인이 왜? 여기에 왔으며 "님의 침묵"은 어떻게 탄생할 수 있었겠는가??
신도들이 바친 돈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문화재 - 나는 국보나 보물이라는 영예를 받지 못하였을 망정 자연석으로 만든 오래된 담이나 계단을 국보나 보물과 동등하게 또는 그 이상으로 존중하는 사람이다 -를 망가뜨리는 행위를 중단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너무 심하게 불자를 비판했나요?
- 만해 한용운 스님께서 바람이 불어 물건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큰 깨달음을 얻고 지으셨다는 오도송(悟道頌)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답답한 가슴속을 달래볼까 한다.
구구절절 생각이 안났는데 찾아보니
男兒倒處是故鄕
幾人長在客愁中
一聲喝破三千界
雪裡桃花片片飛
사나이 이르는 곳 그곳이 고향인데
몇 사람은 오래도록 향수에 젖어있네
한 소리로 삼천대천세계를 갈파하니
눈 속 복숭아꽃 조각조각 날리네.
○ 산행시작( 06:50)
06:50분 부터 등산을 시작하였다.
백담사를 지나면서도 느낀 점이지만 새벽공기를 마시며 맑은 계곡의심산유곡의 길을 걷는 기분은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전율감과 함께 짜릿한 쾌감을 안겨준다.
백담사 입구에서 좌측으로 가면 백담산장이 있는 등산로이고 우측으로 가면 수심교(修心橋)라는 다리를 건너 백담사가 나온다. 백담사를 구경하기 위해 수심교를 건넜다.
경내에 들어서니 좌측에 매점과 그 앞에 샘물이 있다. 여기서 물을 한껏 들이켰다. 다시 우측으로 가니 만해 흉상과 시비가 세워져 있고 저편에 만해기념관(卍海記念官)이라는 한문으로 된 편액이 보인다. 백담사에서 특이한 것은 절을 짓는데 쓰인 나무나 처마에 우리가 흔히 절에서 볼 수 있는 색칠이나 단청이 하나도 없이 그대로 있는 것이었다. 아마도 무슨 사연이 있는가 보다.
시간도 급하고하여 다시 돌아나와 다리를 건너와 산자락에 위치한 백담사를 뒤돌아 바라보니 밥을 짓는지는 몰라도 새벽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이 한가롭고 평화롭기 그지 없었다. 단풍이 곱게 피어오르는 모습과 함께...
백담사를 지나 등산로를 가다보면 얼마안가 바로 좌측에 백담산장이 나온다. 계속해서 영시암 행...
○ 영시암
영시암은 암자라고 하여 작은 줄 알았는데 제법 규모가 컸었다. 영시암을 지나 조금 오르니 좌측으로 오세암, 우측으론 수렴동 대피소를 거쳐 봉정암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나온다.
우리는 오세암쪽으로 쪽빛하늘과 백담계곡에 군데군데 내려앉은 단풍을 눈여겨보며 행...
낙엽을 밟으며 오솔길따라
이어지는 영시암에서 오세암까지의 편한 등산로...
오세암에서 시원한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사찰에서 산행객들에게
내어주는 따뜻한 감자 딱 2개를 먹고
아침을 먹는다.< 그 맛이란??? >
준비한 컵라면이 물이 식어 입맛이 별로다.
그래도 어쩌랴 먹어야 살고 체력은 국력 아니 산행의 지름길인데..
식사를 마치고 약간씩 내리는 이슬비를 맞으며 마등령을 향하는 가파른 오름길...
드디어 마등령에 도착하여 웅장하고 거대한 공룡의 자태를
한눈에 그려보려니 운무가 온통 덮혀 방해를 합니다.
그 실망이야말로 뭐라고 표현할 적당한 말이 없네요.
하지만 직접 공룡 타는맛을 상상해 보면서 금강굴 쪽으로
내려 갑니다.
멀리 보이는 운무.
내가 만약 저 구름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도 해보며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지 모른다고
이대로 멈추고 싶었지요.
금강굴을 지나 내려오는 하산길이 돌계단이라 무릎이 아프지만
그래도 힘든만큼 즐거운 산행이였습니다.
비선대를 지나 설악동 일주문을 빠져나올때는 기분 만땅!
행복만땅 이었네요.
9시간의 감동적인 산행을 떠올리며 흐믓한 미소와
운무가 넘나드는 비록 짧은 산행이었지만
오래도록 긴 여운으로 남을 즐거운 산행과
여행이었습니다.
1박3일동안 정확하고 세밀한 기획으로 안전산행에 노고가 많으신
산행이사님, 회원 통솔에 주력하신 회장님, 주부식에 세심을 기하여주신 재무님, 집행부 방침에 협조해주신 회원님. 솔잎산악회원님.수영팀 그외 참여하신 모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기회가 된다면 더 더욱 유익하고 알찬 산행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늘 건승하시고 행복이 충만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총무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