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창군과 함양군 안의면 사이에 솟아 있는 금원산(1353m)은 소백산맥
서부에 속하는 산으로 삼봉산, 덕유산과 더불어 호남과 영남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이 산속에 금빛 나는 원숭이가 거칠게 날뛰어
어떤 도사가 나타나 원숭이를 바위 속에 가두었기에 ‘금원산’이란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금원산의 가장 큰 자랑은 폭포다. 2.5km의 유안청
계곡을 따라 미폭, 자운폭포, 유안청폭포 등 다양한 형태의 폭포와 소,
그리고 담이 이어지고 있으며, 하늘 한점 보기 힘들 정도로 숲이 우거졌고
바위마다 이끼가 잔뜩 끼여있어 사진작가들이 알음알음으로 찾아가는
명소다. 높이 200m, 3단 폭포인 유안청폭포의 본래 이름은 가섭동폭이었다.
그 옛날 가섭사가 자리했던 곳으로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지방향시를
준비하기 위한 공부방인 유안청이 자리해 유안청 계곡으로 불리게 되었다.
유안청 제2폭포에서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면 이끼 계곡이 반기며 그
위쪽에 80미터 직폭인 유안청 제1폭포가 사정없이 물을 쏟아내고 있어
한여름에는 보기만 해도 가슴이 짜릿하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에서
소개된 장소로 1950년 덕유산에 집결한 남부군 5백명이 지리산으로 가는
길에 이 계곡에 모여 목욕하였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노을 위 흰구름이
떠 흐르는 듯한 모습의 자운폭포와 선녀가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목욕을
했다는 선녀담도 놓치기 아까운 비경이다. 산행은 유안청계곡을 따라
동봉을 거쳐 금원산 정상을 밟고 지재미골로 하산하는 코스가 가장 인기
있다.(왕복 4시간 10분 소요)
단일바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문바위 <사진촬영:여행작가 이종원>
자운폭포에서 숲속교실까지
청정계곡 양편에 방갈로와 야영테크가 이어진다. 도로와 가깝고 취사장,
급수시설,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오토캠핑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그치지 않으며 쉼터,
족구장, 캠프파이어장 등 놀이시설까지 있어 더없이 즐겁다. 총 12동의
방갈로식 일반산막은 유럽풍 분위기의 통나무집으로 꾸며졌으며, 콘도식
복합산막은 싱크대, 전기밥솥, 샤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지재미골
입구에 있는 문바위는 우리나라 단일바위로는 가장 큰 바위로 고려말
불사이군의 지조를 지켜 순절한 이원달 선생을 기린 문구가 새겨져 있다.
문바위 위쪽에는 보물 제530호인 가섭암지마애삼존불상이 자연 석굴
안에 모셔져 있는데 고려시대 토속 불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문화답사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
동계 정온고택은 영남의
고가 중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된 집으로 소박하고 아기자기한 장식적
요소가 볼만하다. 동계 정온선생은 광해군 때 영창대군의 처형에 반대해
제주도에서 10년간 귀양살이를 했고, 병자호란 때는 화친에 반대해 자결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산간에 운둔하면서 여생을 보냈던 충신이다. 인조임금이
내린 정려문과 사랑채 내루의 눈썹지붕이 이채롭다. 사랑채 툇마루에
앉으면 금원산이 병풍처럼 눈에 들어온다.
눈썹지붕이 이채로운 동계 정온고택 <사진촬영:여행작가 이종원>
수승대 야외수영장 <사진제공:거창군청>
수승대는
맑은 계류가 흐르는 무릉도원이다. 신라가 강성해지고 백제의 국운이
기울어졌을 때 거창은 백제의 땅이었다. 그러다보니 백제의 사신은 온갖
수모를 당했으며 아예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신라로 가는
사신을 위해 마지막 위로의 잔치를 베푼 곳이 바로 수승대다. 구연서원은
요수 신권선생이 중종때 서당을 세워 제자들을 가르친 곳으로 문루인
관수루에서 바라본 풍경이 기가 막히다. 평평한 바위 위에 휜 기둥을
올려 누각을 세웠는데 그 천연스러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승대
최고의 경치는 요수정 아래 물가에서 바라본 거북바위다. 세월을 견뎌낸
소나무를 등에 인 거북모양의 바위가 계류 위에 노닐고 있는데 바위
둘레에 퇴계 이황선생이 수승대라 이름 지을 것을 권한 4율시를 비롯하여
옛 풍류가들의 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피서철이면 수승대교 아래는
야외 수영장으로 바뀌어 야영장은 텐트로 가득 찬다. 매년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거창국제연극제가 열려 낮에는 피서를, 밤에는 연극을
감상할 수 있다.
황산고가마을<사진촬영:여행작가 이종원>
수승대 건너편 황산고가 마을은
거창신씨의 씨족마을로 19세기에 건립된 전통한옥 50여 채를 만날 수
있다. 특히 문화재로 지정된 1.2km 돌담길을 거니는 맛이 그만이다.
양변기와 취사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고택에서의 하룻밤이 그리 불편하지
않다. 누각에 앉아 돌담 밖으로 시선을 넘기면 금원산 자락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마을 입구에는 600년 된 고목이 자리 잡고 있는데 마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다.
월성계곡은 남덕유산
동쪽 자락의 월성천을 따라 형성된 5.5km 계곡으로 여름에 붐비는 수승대와
금원산 일대보다는 한적하게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 물살이 세지
않고 수량이 풍부하고 너럭바위에 폭포까지 쉴 새 없이 이어져 지루할
틈이 없다. 그 옛날 선녀들이 내려왔다는 강선대, 옛 화가들의 그림의
배경이 되었던 장군바위, 사선대, 내계폭포, 월성숲, 분설담 등 끊임없이
절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월성계곡 중간쯤에는 조각가 정무길의 해학미
넘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한결고운갤러리가 자리 잡고 있는데 정원을
거닐며 조각을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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