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창진 신부의 유쾌한 인생탐구
독서모임에서 한 회원이 선택한 책이다. 이 책이 2016년에 나왔으니 신부서품을 받은지 32년이 된다. 책을 받아들고 신부님의 모습이 한 개그맨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우선 마음이 편해졌다.
글의 내용을 보면 엄숙한 신부의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침묵의 세계에 머무는 신부를 생각하고 규격화된 말씀을 전하는 신부를 생각하다가 인간적인 말을 전하는 모습이 참 살갑게 다가왔다
교회에 가면 거의 모든 교회의 목사님께서 ‘— 하지마라’, ‘--해서는 안된다.’, ‘--해야만 한다.’의 화법으로 말씀을 전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성경말씀을 떠나서 행동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말씀을 전한다.
어떻게 보면 천주교나 기독교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신부님을 이단시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부님의 천주교의 규율을 지키고 손현주씨와 함께 장애 어린이 합창단을 조직하고 그들을 후원하고 있다.
신부님이라고 완전무결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일도 목사가 사랑한 수녀는 세속으로 나와서 목사의 아내가 되었다. 어쩌면 있어서는 안 될일이 일어난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경우다.
내 초등학교 동창중 한 명이 수녀가 되었다. 중학교에 다닐 때 까지는 보았지만 그 이후로는 보지 못했다. 소문만 들었을 뿐이다. 수녀나 신부나 스님이나 모두 공통적인 것은 결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잘못하면 인간적인 면을 담아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군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여자는 아이에 대한 본질적인 사랑을 느낄 수 없다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신부님은 시어머니의 종교가 불교이고 며느리가 성당에 다니는데 시어머니가 개종을 요구했을 때 신부님의 명쾌한 답은 시어머니를 따라가라고 한다. 잠시 시어머니를 따라갔다가 세상을 떠나면 다시 돌아오면 된다는 것이다.
용서는 스스로를 온전히 치료한 후에 할 수 있는 인격적 행위라고 말한다. 사실 성경에 있는 말씀처럼 따르면서 그대로 할 수는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니 거의 다 그럴지도 모른다.
교리에 입각한 추상적인 이야기만을 전하는 것 보다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대처하고 또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신부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보이지않는 신을 사랑하는 것은 표시가 안 나지만 이웃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웃에 대해 열린마음을 갖지 않고 내 것만 옳다고 주장하는 건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실 종교에 대한 답은 없다. 아니 각 종교에서 답을 미리 정해놓고 그렇게 행하라는 말을 한다. 기독교는 더 강렬하게 전달한다. 나는 종교와 상관없이 절에 가면 마음이 편해지고, 성당에 가면 저절로 엄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