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빠~ 미안해!!!
나 정말 그 모임 가구 싶었었다구...(진심이야!)
그래서 늦게 일어났지만 11시쯤이라두 가서 애들
하는 거 구경하구 나두 같이 하려구 했는데,
연주한테 전화하니까 오늘 모임 없을 것 같다구 하길래...
이궁~ 핑계지.오빠한테 전화를 해봤어야했는데...
근데 오빠 정말 그렇게 준비 마니 했었어?
몰랐어. 그렇게 애 쓴줄은...
울 엄마가 맨날 놀러만 다니지 말구,
공부 좀 하라길래, 그 날 아침에는 엄마한테
큰 소리 탕탕치고 나왔었는데...공부하러간다구...
글구 시간말야. 난 주말 아침이 좋은데...
평일에는 할일이 넘 많구,
주말 아침에는 약속이 거의 없잖아.
좋지. 빈둥거리지 않구 그 시간에 공부할 수 있으니까...
헤~~ 오빠 담주 토욜 아침에는 시간 맞춰서 꼭 나갈께.
넘 섭해하지마.^^
: 우선 속상하다는 말 밖에 할 수 없다. 엄청 기대했고 많이 준배했거든. 나는 한다면 하지 않냐? 일주일 전부터 팝송 무엇을 배울까 고민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이번 주는 이 노래를 배워야지 결심하고 카니발 선전에 나오는 씨엠을 선정했다. 지하철에서 노래 듣고 어떻게 가르칠까 고민하고, 단어 공부 다시 하고...... 이야기를 나누려 해도 이야기 주제가 필요하다 싶어 MBTI검사 결과를 토대로 한 자료를 복사했다. 오늘 참가하기로 한 인원은 나까지 5명(우영이, 상연이, 동헌이는 개인사정으로 불참)이므로 이들의 결과를 중심으로 책의 내용을 복사했다. 나는 ENTJ,태희는 ISTJ,태균이는 ISTP,연주는 ESTJ,규태는 INTP. 서로의 성격을 잘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으므로 각 사람 당 20 페이지 가량의 자료를 토대로 즐거운 시간을 준비한 것이다.
: 모임 시간은 오전 10시. 10시 정각에 과방에 들어갔다. 정시에 모이리라는 기대는 안 했지만, 몇 명은 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적막 뿐. 10시 5분, 태희한테 전화왔다. 지금일어났다고. 미안하다고. 빨리 온다고 했다. 그러라고 했다. 10시 20분. 아무도 안 온다. 규태한테 전화했다. 핸드폰으로. 전화가 불통이다. 혹시나 해서 집으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는 규태. 어제 술을 많이 마셔서 늦잠 잤다고 했다. 지금 출발한다고 한다. 그래 까짓것 기다리지 뭐. 10시 25분 태균이에게 전화했다. 이상한 아저씨의 목소리. 처음에는 태균이 아버지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화역 물품관리소 아저씨. 태균이 전화가 분실물로 접수되어 있었다. 이거 무슨 일인가? 사고라도 난 것인가? 걱정이 되었다. 10시 40분 마지막으로 연주에게 전화했다. 부시시한 목소리. '오빠, 미안해. 어제 술 많이 마셔서 그랬어. 태균이도 못 갈꺼야..' 허탈했다. 그러면 기다리기 전에 전화하든가.
: 시간이 갈수록 내 성격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하게 된다. 엠비티아이 엠엠아이 검사 뿐 아니라 티아이 검사까지 총체적으로 연구해 본다. 다른 면을 각설하고 시간에 관한 나의 성격을 간단히 적어보고자 한다.
: 어려서부터 철저함에 대해 교육을 강하게 받았다. 특히 시간약속에 대해서는 머리에 인이 박히도록 교육받은 것으로 기억된다. 초등학교 3학년 도덕교과서에 나오든가? 시간을 잘 지키는 아저씨 이야기 말이다. 나는 시간관리를 인생성공과 실패의 여부로 많이 생각했다.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말자라든가, 내 시간이 중요한 만큼 남의 시간도 중요하다는 식의 가치관이 뿌리박혀 있는 것 같다. 나는 시간 약속을 어기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열받는 것은 나의 이런 성격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어느 모임이든지 정시에, 아니 코리아타임으로 10분 정도라도 늦게 모이는 일이 한 번도 없었다. 나는 다른 사람을 기다리는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그 시간은 정말로 무의미하고 너무 아깝다. 더욱 웃기는 것은 늦는 사람은 나의 이런 마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살다보면 늦을 수 있지 않느냐는 식의 발언들. 정말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MBTI를 갇다 붙이면 J와 P와의 차이점이라고나 할까? 참고로 나는 J가 40을 넘는다.
: 쓸 데 없는 얘기를 늘어놓은 것 같다. 아뭏든 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은 시간 약속 좀 잘 지키자는 것이다. 서로 조금만 노력하면 기다리느라 지치고 실망하는 시간에 더 기쁘고 즐거운 시간들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 이 모임은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처음은 여러가지 사정으로 잘 안 되었지만, 다음 번부터는 잘 하고 싶다. 나는 일을 할 때 나와 뜻을 같이하는 사람 3만 있어도 흥에 겨워 할 수 있다. 최소한 그런 분위기가 이 모임에서 형성되었으면 좋겠다.
: 한 가지 더. 시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토요일 오전 10시가 무리가 있기는 하다. 평일에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평일에 어떻게 시간을 맞추면 좋을런지, 아니면 그냥 토요일에 할 것인지 의견을 듣고 싶다.
: 힘겨웠던 하루가 지나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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